560화. 지척의 차이
쿠쿵!
웅장한 전의가 주위에 퍼지자 5군이 나타났고 그 위쪽에 형성된 전의의 바다에서 방대한 전의의 령 다섯 마리가 놀라운 전의의 위압감을 형성하며 포효하여 천지가 파르르 떨렸다.
전의의 령 다섯 마리가 동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신각과 천현전의 강자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왕이 드디어 나왔군.”
열산왕 등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홀로 양대 정예 세력을 상대하느라 버거웠다. 만약 군사를 많이 거느리고 오지 않았다면 대라천역은 이미 신각과 천현전의 협동 공격에 전멸했을 것이다.
다행히, 목진이 나타날 때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 목진의 능력으로 5군의 전의를 장악하면 6급 지존도 감히 덤비지 못할 것이고 심지어 6급 지존경 정상에 오른 열산왕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니게 된다.
반면, 방의와 유염은 다시 나타난 목진을 보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방 형, 우리가 어렵게 대라천역 사람들을 제압했는데 이대로 풀어줄 수는 없네!”
유염의 말에 방의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주위를 살폈다. 쌍방의 정예 강자들은 구유, 열산왕 등을 상대하느라 목진을 상대할 만큼 강한 실력자가 없었고 그와 유염은 절대 5군의 전의를 장악한 목진의 상대가 아니었다.
“유리, 나설 수 있겠나?”
방의는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첨대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첨대유리가 유리군을 이끌고 싸울 수만 있다면 목진을 제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 생각했다.
그런데 첨대유리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하지만 난 너무 크게 다쳐 강제로 전의를 장악하려 했다가는 큰 화를 일으킬 것 같네.”
방의는 적잖게 실망한 눈치였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첨대유리는 확실히 크게 다친 것 같았기에 억지로 유리군을 장악하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유리군은 신각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운 군대라 잃으면 너무 아쉽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나한테 맡기게.”
그때 소천이 사악하게 웃으며 유염의 뒤에서 나섰다.
“나의 현천부는 청룡전진에서 타격을 조금 입긴 했지만 온전히 자기 군대가 아닌 사람들을 거느린 목진보다는 나을 것이네. 그러니 내가 저 녀석을 죽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네.”
소천은 첨대유리를 쏘아보며 말했다. 첨대유리만 아니었어도 그는 청룡전진에 들어가 대량의 현천부를 잃지 않았을 것이고 천진황의 계승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첨대유리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럼, 소 형만 믿겠네.”
방의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의를 장악한 소천은 실력이 크게 상승했고 그가 전진을 뚫지 못한 것은 최강 전진에 뛰어든 탓이라 생각했다.
또한, 소천의 현천부는 확실히 잡다하게 모인 목진의 군대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그러니 소천이 나서면 목진을 죽이지는 못해도 그의 발목을 잡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방의의 말에 첨대유리는 몰래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멍청한 녀석들. 목진은 그들 안중의 잡다한 군사들을 거느리고도 나와 동시에 전진을 뚫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전의에 관한 천부적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는데도 그들은 참 보는 눈이 없었다.
아마 속성이 전혀 다른 5군의 전의를 장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면 목진은 첨대유리보다 더 빨리 전진을 뚫었을 것이다.
그러나 첨대유리는 소천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아 함구하기로 했다.
“대신 내가 녀석을 없애면 신각에서 천진황의 계승의 일부를 나눠줄 수 있는가?”
소천이 갑자기 웃으며 한 말에 유염은 바로 맞장구를 쳤다.
“그럽시다, 방 형. 우리가 협력 관계인데 힘만 쓰게 하면 안 되지요.”
이에 방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첨대유리를 힐끗 보더니 이를 악물며 답했다.
“좋네. 자네가 목진을 죽일 수만 있다면 천진황의 계승 중 일부를 내어주겠네!”
“하하, 역시 방 형이네. 그럼 내가 녀석의 목을 베기만 기다리게!”
소천은 곧바로 2만 명 되는 현천부를 거느리고 웅장한 전의를 폭발하며 앞으로 나섰다.
슉!
소천과 함께 나선 현천부는 먹구름처럼 목진 및 5군의 위쪽에 나타나 그 앞길을 막았다.
“목진, 나라면 지금 당장 도망갔을 것이네. 그러다 도망갈 기회도 없어지면 어떡한단 말인가?”
소천이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물었다.
“꺼져.”
반면, 목진은 담담하게 웃으며 손을 휘익 저었다.
소천의 구질구질한 말과는 달리, 목진의 회응은 더 강렬하고 인상 깊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군. 나를 한번 상대했다고 정말 나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소천은 한껏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채 목진을 쏘아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자네 군대를 모조리 죽이고 나면 더는 그런 말을 못 할 것이네.”
쿵!
말을 마친 소천이 손을 휘익 젓자 뒤쪽에서 웅장한 전의가 휘몰아쳐 거대한 전의의 령을 이뤘는데 이는 목진과 싸웠을 때보다 더 크고 사악해 보였다. 게다가 몸집은 목진이 형성한 전의의 령들보다 훨씬 커 이목을 끌었고 녀석이 토한 들끓는 전의도 암장처럼 공간을 불태웠다.
슉!
상대방의 거대한 전의의 령은 바로 입을 쩍 벌리고 뜨거운 전의를 내뿜었다.
크으으으!
이에 대라천역의 전의의 령들도 포효하며 웅장한 전의를 내뿜어 상대방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섰는데 쌍방이 부딪쳐 형성한 충격파에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데 다섯 전의의 령들은 충격파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흥!”
잇따라 소천이 콧방귀를 뀌자 뒤쪽에 물러났던 현천부의 전의의 령도 바로 나섰는데 커다란 몸에 새겨진 전문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다.
쿵! 쿵!
전의의 령 여섯 마리는 맹수처럼 미친 듯이 공격을 개시했지만 그들의 힘은 맹수를 훨씬 뛰어넘어 부딪칠 때마다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한편, 현천부의 전의의 령은 상대방의 공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압도적으로 강력한 전의로 공격할 때마다 다섯 마리중 한 마리를 물리쳤으니, 대라천역의 전의의 령들은 유효한 공격을 하지 못했다.
“하하, 목진, 네가 저따위 군사들로 나의 현천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 제아무리 인수가 많아도 현천부의 전의는 잡다하게 모인 너희들보다 훨씬 강하다.”
소천은 피식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고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방의, 유염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최대한 빨리 대라천역의 왕들은 제압하라고 재촉했고 첨대유리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그녀는 목진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따위 실력으로는 절대 현무진을 뚫고 나오지 못했을 거라 아직 좋아하기엔 일렀다.
목진도 무덤덤하게 서서 위풍당당한 상대방의 전의의 령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소천의 전의의 령은 전문이 8천 개 정도 있군.”
목진은 일전의 대결로 소천의 전의의 령에 전문이 8천 개 정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의의 령의 실력이 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전문 8천 개만으로 목진을 이기려는 것은 너무 멍청한 생각이었다.
그때 목진이 발을 힘껏 구르며 마음을 움직이자 상대방과 싸우던 다섯 전의의 령들은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올라 한데 부딪쳤다.
꽈르릉!
속성이 전혀 다른 다섯 갈래의 전의가 부딪쳐 커다랗고 현란한 광권을 이루자 웅장한 전의가 휘몰아치며 난폭한 파동을 일으켜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감히 속성이 전혀 다른 전의를 융합하려 하다니, 정말 자신이 전진사라도 된 줄 아는 것이냐!”
소천은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꽈르릉!
녀석의 말에 목진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들었는데 현란한 광권에서 수천 장 정도 굵은 다채로운 빛의 기둥이 솟구쳤다.
실체처럼 무서운 파동을 내뿜는 빛의 기둥에는 전문이 빼곡히 박혔고 각자 다른 색상을 띤 것이 서로 융합되려 하지 않아 더 난폭해졌다.
목진이 형성한 빛의 기둥에서 파멸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첨대유리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목진이 속성이 완전히 다른 전의를 융합하는 데 성공할 줄 몰랐다. 이는 진정한 전진사라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다채로운 빛의 기둥에 박힌 전문이 9천 개도 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만문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꽈르릉!
높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현란한 전문이 가득 박힌 빛의 기둥은 공간을 가르며 나타난 멸세의 신창처럼 난폭한 힘을 방출하여 현장에 있는 6급 지존들은 순간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빛의 기둥에서 치명적으로 위험한 파동을 읽었다.
소천도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쏟아져 내리는 현란한 빛의 기둥을 바라봤다. 그 또한 목진이 잡다하게 모인 5군의 전의로 이토록 무서운 위력을 가진 공격력을 갖출 줄 몰랐다.
현란한 빛의 기둥에 깃든 전의의 힘은 심지어 그가 형성한 전의의 령을 뛰어넘었다.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췄다고 날 속일 수 있단 생각을 하지는 말게!”
소천은 이겼다고 확신한 대결에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자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어느새 혈안이 되어 빠르게 결인하며 포효하였다.
“현천부, 전력을 다해 대응하라!”
쿵!
이에 뒤쪽에 서 있던 수만 명의 현천부 전사들이 포효하며 웅장한 전의를 내뿜어 그 전의의 령의 몸에 새겨진 전문도 점차 밝아졌다.
녀석은 목진의 공격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이 현천부 전사들의 웅장한 전의를 머금은 채 눈 부신 빛의 기둥에 부딪혔다.
순간, 공간이 부서져 커다란 균열이 일었고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기미가 보였다.
잇따라 처량한 울음소리가 들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현란한 빛의 기둥은 현천부의 전의의 령을 뚫고 지나갔고 녀석의 몸에서 밝게 빛났던 전문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소천은 순간 사색이 되었고,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방의, 유염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목진이 소천과 싸웠을 때보다 더 강해진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목진이 처음부터 이런 수단을 선보였다면 소천은 아예 그를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녀석, 실력을 이렇게 숨기고 있었다니!”
정작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에 개의치 않고 현란한 빛의 기둥이 상대편 전의의 령의 몸을 뚫는 것을 확인한 뒤, 주먹을 꽉 쥐었다.
이에 현천부의 전의의 령은 더는 참지 못하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였다.
풉!
이와 동시에, 소천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미친 듯이 피를 토했고 현천부 전사들도 피를 토하며 추락해 웅장했던 전의는 바로 사그라들었다.
전의의 령이 부서진것이 현천부 전사들한테도 큰 타격인 모양이었다.
목진은 현천부를 막연하게 쳐다봤다. 전의의 령을 잃은 현천부는 더 이상 그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반면, 소천은 입가의 피를 닦고 시들시들해진 현전부의 상황을 살폈는데 그들은 더 이상 전의를 이룰 수 없어 이번에도 소천의 패배로 끝났다.
“젠장!”
소천은 욕설을 퍼부으며 철수하였다. 현천부는 더는 전의를 모을 수 없어 소천은 더 이상 목진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목진은 녀석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내 정색하며 옷깃을 휘날리자 전의의 빛줄기가 허공을 가르며 신속하게 날아가 녀석을 때렸다.
풉.
중상을 입은 소천은 다시 피를 토하더니 시름시름 앓았는데 곧 죽을 것처럼 보였다.
잇따라 목진은 소천을 끌어와 영력으로 그를 묶어둔 뒤, 웅장한 전의로 이룬 광막으로 현천부까지 가뒀다.
소천을 잃은 현천부는 반항할 힘이 없어 일전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목진이 이룬 전의의 광막을 뚫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한 군대는 통령을 잃고 전의를 모으지 못하면 일반 전사나 다름없어 그들을 쓰러뜨리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제아무리 그 수가 많아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