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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61화 (560/1,000)

561화. 대역전

정작 방의, 유염 등은 목진이 소천을 잡고 현천부를 가두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목진, 당장 사람을 풀어줘. 안 그러면 천현전은 오늘부터 너를 적으로 둘 것이다.”

유염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외쳤다. 소천과 현천부는 천현전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운 자원으로 뭘 잃든 타격이 클 것이다.

“유 소전주는 꼭 우리가 친구였던 적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

목진이 피식거리며 한 말에 유염은 음산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도대체 뭘 원하는 것이냐?”

“일단 천현전 사람들보고 멈추라 하게.”

목진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면 난 일단 저 녀석과 현천부를 없앨 것이네.”

목진의 무덤덤한 말투에 깃든 한기는 진정한 살기였다.

“꿈 깨게!”

그런데 유염이 소리를 지르든 말든 목진은 손끝에 영력을 모아 소천의 어깨를 공격하였으니, 녀석의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오른쪽 어깨가 잘렸다.

“이런!”

유염은 너무 화가 났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목진은 여전히 무덤덤하게 선 채 다시 두 손을 들었다.

“그만하게!”

유염이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소천은 천현전에서 전진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이대로 목진의 손에 죽으면 아무리 그라도 유천도를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목진의 주시하에 유염이 이를 악물고 손을 휘두르자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천현전의 전사들은 바로 물러났고 구유 등은 반격에 성공하여 신각 군사들을 쓰러 눕혔다.

“유염, 자네!”

방의도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난 아무것도 못 얻은 데다가 천현전의 전의 천재와 정예 부대까지 잃고 싶지 않네.”

유염이 이를 갈며 말했다.

“저 녀석이 순순히 사람을 내줄 것 같나? 자네가 여우보다 교활한 목진의 뜻을 따랐다가 되려 그 손에 들어간 꼴밖에 안 될 것이네.”

유염이 싸움을 중단하자 방의가 유염을 설득하려고 말했다.

“허허, 방의, 자네도 참 교활하군. 천현전과 우리 사이에 싸움이라도 붙으면 건더기라도 건질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건가?”

목진이 담담하게 웃으며 한 말에 유염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유염, 저 녀석의 이간질에 넘어가지 말게. 대라천역은 곧 무너질 것이네. 우리가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대라천역의 왕들을 없앨 수 있을 것이고 그때 가서 목진이 아무리 5군을 장악해도 결국 우리한테 질 걸세!”

방의는 흔들리는 유염을 보더니 황급히 밀어붙였다.

“그때 가서 어부지리를 얻는 세력이 신각인 것 같네만…….”

목진이 덧붙인 말에 방의는 너무 화가 나 눈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그는 당장 목진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그때 유염이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목진, 자네가 사람을 풀어준다면 천현전은 오늘 일에서 물러나겠네. 대신 나를 속이려 한다면 천현전에서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유 소전주는 역시 정이 넘치는 분이군. 앞으로 분명 좋은 전주가 될 것이네. 대신 조금만 기다리게. 내가 골칫거리를 전부 없애면 그때 돌려주겠네.”

목진은 바로 사람을 건네줄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유염이 인질을 잃은 목진한테 미친 듯이 달려들면 어떡한단 말인가? 방금 목진이 한 위협에 녀석은 분명 미치도록 화가 났을 것이다.

이에 유염은 목진을 한참 노려보더니 방의의 말은 무시한 채 천현전 사람들과 함께 철수하였다.

혼잡한 전장에서 우세를 차지했던 신각 사람들은 바로 구유, 열산왕 등한테 제압되었다.

사람은 대라천역 측이 더 많았고 첨대유리란 큰 조력을 잃은 신각은 실력이 확 줄어들었다.

더구나 대라천역에는 소천을 막 때려잡은 목진이 5군의 전의를 장악한 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에 방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는데 뒤에 앉아있는 첨대유리는 씨익 웃으며 상황을 살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방의는 목진이 괴상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져 잔뜩 놀랐다. 목진의 다음 목표로 바로 그를 죽이는 것이었다.

현재, 신각의 강자들은 대라천역의 왕들한테 제압되었고 그한테는 크게 다친 첨대유리 뿐이라 혼자로는 5군의 전의를 장악한 목진의 상대가 절대 아니었다.

방의는 결국 스스로 자신을 곤경에 몰아넣은 셈이었다.

목진의 예리한 눈빛에 방의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염랑군, 천웅군 등을 불러 모았는데 전의 천재가 없는 전사들은 전의의 령을 만들어낼 수 없어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유리, 자네가 나와 함께 목진을 상대하면 녀석은 절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네!”

방의도 전의의 령이 없이는 목진을 쓰러뜨리지 못할 거라고 여기고 첨대유리를 애타게 쳐다봤다. 지금 상황에서 목진의 상대가 될만한 사람은 첨대유리 뿐이었다.

“내가 이런 상태로 유리군을 거느리고 목진과 싸웠다가는 현천부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이네.”

첨대유리는 창백한 얼굴로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러니 우리한테는 철수가 답이네. 안 그러면 피해가 상당할 걸세.”

“절대 안 되네!”

첨대유리의 조언에 방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렵게 대라천역 사람들을 궁지에 밀어 넣어 이제 왕들을 없애는 데 성공하면 신각에서는 이를 엄청난 공적으로 인정할 것이고 그의 지위도 크게 오를 것이다.

그러니 평소, 침착하던 그라도 첨대유리의 말을 따르려 할 리 없었다.

이에 첨대유리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는데 한기 어린 눈에서 비웃는 듯한 느낌이 풍겼다.

“그럼, 자네도 이곳에 남게.”

그때 목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방의를 노려보며 바로 나섰다.

쿵!

웅장한 전의가 치솟아 커다란 전의의 회오리를 형성하더니 거대한 용처럼 방의가 있는 구역을 향해 돌진했다.

슉.

첨대유리는 바로 뒤로 물러났고 유리군도 그와 함께 철수하였다. 그녀는 나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저 녀석의 공격을 막거라!”

방의가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자 신각 군사들은 조금 언짢았지만, 녀석의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령의 명에 따라 전의로 전의 광막을 형성해 방어했다.

쿵! 쿵!

그런데 커다란 전의의 회오리는 전혀 멈출 생각 없어 보였고 그대로 돌진해 전의 광막에 부딪혔다. 그러자 공간이 파르르 떨렸고 광막은 맥없이 부서졌다.

전의의 령마저 만들어내지 못하는 군대는 목진한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데 방의는 감히 그들로 목진을 상대하려 했고, 이보다 멍청할 수는 없었다.

쿵!

전의의 회오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앞쪽에 나타나자 방의는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황급히 결인했고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나 그를 감쌌다.

이는 방의가 수련한 원고성진법신이었다.

쿵!

전의의 회오리가 방대한 원고성진법신을 사정없이 때리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지존법신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방의는 실력이 5급 지존밖에 안 되어 원고성진법신을 소환해도 5군의 전의를 장악한 목진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는 지금 6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와도 정면 승부를 볼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췄다.

양자의 실력 차이는 엄청났다.

풉!

그때 방의가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났는데 웅장한 영력 파동이 무질서해지기 시작했다.

풉! 풉!

이와 동시에, 충격파가 휘몰아쳐 주위에 모였던 군사들은 피를 토하며 맥없이 쓰러졌다. 그들의 전의 따위로는 절대 목진을 상대할 수 없었다.

목진은 단번에 방의를 쓰러뜨렸을 뿐만 아니라 그의 군사들에게도 일부 피해를 줬다.

한편,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뒤로 물러난 방의는 그제야 전의를 장악한 목진과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깨달았다.

두 사람이 영력에만 의존해 싸웠다면 방의는 목진이 전혀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목진이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방의를 쓰러뜨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일단 전의를 장악하면 방의는 목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6급 지존경에 이른 천악주 같은 사람도 지금의 목진을 상대하기 조금 버거울 것이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를 깨달은 방의는 너무나 절망스러웠다. 대라천역의 왕들을 모조리 쓰러뜨리기는커녕, 무사히 이곳을 벗어나는 것조차 힘들어질 것 같았다.

순간 일단 살고 봐야겠단 생각에 방의는 이를 악물고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채 도망갔다.

“도망가는 속도는 참 빠르군.”

목진은 미친 듯이 도망가는 방의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저렇게 덩그러니 남긴 군사들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란 뜻인가?”

목진은 차마 방의처럼 빨리 도망가지 못한 천악군, 염랑군 등한테 눈길을 돌리더니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바로 공격을 개시했다.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방의는 목진이 웅장한 전의로 거대한 전의 광막을 형성해 신각 군사들을 가두는 것을 보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천악주, 아직도 날 치려는 건가?”

목진은 방의를 무시한 채 구유, 열산왕 등과 싸우고 있는 신각 사람들한테 말을 건넸다.

이에 구유 등의 반격에 낭패를 본 천악주 등은 목진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들은 목진이 반 시진도 안 되는 사이에 휘하의 정예 부대를 전부 장악할 줄 몰랐다.

“방의, 이런 멍청난 놈!”

천악주 등은 속으로 마구 욕설을 퍼붓더니 더는 구유 등과 싸우지 않고 부랴부랴 도망갔다.

“천악주, 절대 목진의 말에 놀아나지 말게. 내가 이미 구원 신호를 보냈으니 조금만 버티면 지원군이 올 걸세!”

방의는 천악주 등이 대라천역의 왕들과 더는 싸우려 하지 않자 황급히 외쳤다.

“그만 닥치게!”

천악주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핏대를 세우며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방의를 노려봤고 천웅주 등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도 방의의 멍청함에 놀아나 군사들을 목진한테 내줬기 때문이었다.

“난 당신들을 위해 시간을 벌려 했을 뿐이네!”

방의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방의, 상황에 따라 철수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만약 끝까지 대라천역과 싸우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유염, 소천과 함께 나섰어야 했네. 그러면 제아무리 목진이라도 절대 이렇게 쉽게 소천을 쓰러뜨리고 천악군 등의 군사들을 장악하지는 못했을 것이네.”

첨대유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방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잠시 이성을 잃었던 그는 첨대유리가 말했던 최선의 방법이 귀에 들어왔을 리 없었다.

“이번 일은 반드시 객주께 알릴 것이네!”

천악주 등이 음산한 눈빛으로 방의를 쳐다보며 말했다.

“여러분,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 말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네. 지금은 군사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네.”

첨대유리의 말에 천악주 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한테 더는 우세가 없는데 목진이 과연 사람들을 풀어줄까?”

“저들이 우세를 차지하긴 했지만 우릴 완전히 쓰러뜨리려면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걸세. 목진은 똑똑한 사람이라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네.”

첨대유리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또한, 목진이 끝까지 싸우려 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어도 유리군과 함께 싸움에 응할 것이네.”

천악주 등은 멈칫하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자신과 그 군사들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첨대유리한테 고마움을 느꼈다. 적어도 첨대유리는 방의보다 훨씬 나았다.

“고맙네, 유리 통령.”

방의는 천악주가 첨대유리에 대한 태도를 확 바꾸자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라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그가 계속 반대했다가는 천악주 등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 첨대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첨대유리는 뛰어난 연기와 교묘한 말로 천악주 등 신각에서 지위가 제법 있는 강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제 신각에서 그녀의 생활도 훨씬 편해질 것이다.

잇따라 여우 같은 첨대유리는 목진한테 눈을 깜빡이며 눈치를 주더니 바로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목진, 우리 신각 군대를 내주게. 대가는 치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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