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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64화 (563/1,000)

564화. 뇌옥 관상

“다른 화염이라…….”

목진은 사색에 잠긴 채 한참 고민하더니 뭔가 떠오른 듯 마음을 움직여 체내의 지존해로 들어갔다.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쳐 만 장의 파도가 이는 이곳은 지존급 강자의 힘의 원천이 되는 장소였다.

그때 목진은 지존해의 위쪽에 선 채 고개를 들어 영력이 끊임없이 스며드는 것을 지켜봤다. 이는 불사화로 제련한 영력 정화로 전부 지존해에 모였지만 이 속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어디 한 번 해볼까?”

목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두 손을 모아 특이한 인법을 그렸다.

위잉.

잇따라 지존해에 난폭한 파도가 일더니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치며 허공에 모여 거대한 검은색 광탑을 이뤘다.

수수하고 듬직한 검은색 광탑에서 신비롭고 오래된 파동을 내뿜었는데 그건 바로 목진이 오랜만에 소환한 대부도탑이었다. 그동안 실력이 늘었지만 그 수련을 완벽히 끝내지 못했다.

지난날 목진의 어머니께서 북창대륙에서 영체로 나타나 황룡지존과 그 지존법신을 손쉽게 없앤 것으로 다들 적잖게 놀랐고, 지금의 목진도 그 정도는 해낼 수 있지만 아직 어머니의 본체의 실력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지금의 실력이면 대부도탑의 위력은 마음껏 뽐낼 수 있지만 대라천역에 온 뒤로는 대부도탑을 거의 선보이지 않았다.

영계가 절대적인 힘을 장악하기 전까지 함부로 대부도탑을 소환하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대부도탑을 보고 목진을 해치려 할 수도 있었다.

대부도탑은 목진의 어머니가 계신 신비로운 종족과 연관된 물건으로 절대적인 실력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그곳에 갈 자격조차 없었다.

목진은 입술을 깨물며 대부도탑을 바라보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의 그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그가 북계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지존법신마저 없는 1급 지존경이었는데 지금은 5급 지존경을 돌파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더하면 6급 지존마저 상대할 수 있었다.

하여 목진은 언젠가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때가 되면 목진은 낙신족이든 어머니가 계시는 신비로운 종족이든 더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

대신, 목진이 대천세계의 절대적인 강자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앞에 있는 대부도탑을 바라봤다. 대부도탑은 이전보다 훨씬 크고 단단해졌고 표면에 새겨진 천룡들도 더 신비롭고 위엄 있어 보였다.

잇따라 목진이 다시 인법을 바꾸자 대부도탑 표면에 새겨진 천룡들이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천지를 뒤흔들 만큼 엄청난 용음과 함께 대부도탑에서 금광을 발하더니 서른 마리도 넘는 황금색 천룡들이 나타나 대부도탑으로 들어갔다.

활활!

녀석들이 활활 타오르는 황금색 화염으로 변해 한데 모이자 무엇이든 태워버릴 것 같은 난폭하기 그지없는 파동을 내뿜었다.

이는 곧 대부도탑이 만들어낸 특이한 화염으로 지금 목진한테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이 화염이라면 영력 정화를 제련하는데 효과가 좋을 거야.”

목진이 지난번에 대부도탑을 소환했을 때, 나타난 천룡의 수는 다섯 마리밖에 안 됐지만 지금은 실력이 부쩍 늘어 그 양이 여섯 배 가까이 되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영체가 소환한 수백 마리의 천룡이 되기까지는 아직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천지존에 맞물리는 영진 대종사는 역시 대단했다.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자 지존해 위쪽 공간이 찢어졌고 그 사이로 짙은 안개가 휘몰아치는 것이 세계의 종말을 방불케 했다.

위잉.

그때 대부도탑도 파르르 떨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무서운 흡인력이 폭발하였다.

슉! 슉!

이에 휘몰아치던 짙은 안개가 전부 대부도탑으로 스며들었다.

활활!

대부도탑 내부의 황금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며 고온을 방출하자 짙은 안개는 끓어오르다가 분해되더니 그 속에서 지극히 순수한 영력이 홍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꽈르릉.

대부도탑에 안개가 스며들자 바닥에서 부단히 영력 홍류를 내뿜어 지존해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새로 깃든 영력의 난폭한 파동으로 오랜 시간 미동도 없었던 웅장한 지존해가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목진은 그제야 만족하듯 씨익 웃으며 허공에 앉아 수련을 계속하였다. 대부도탑 덕분에 경지 돌파가 생각보다 더 빨리 이뤄질 듯했다.

대부도탑 덕분에 목진은 운락 원단 2만 방울을 제련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특히, 대부도탑은 영력만 있으면 사라지지 않아 계속 보고 있지 않아도 되어 훨씬 편했다.

이에 목진은 대부도탑이 운락 원단을 제련하는 틈을 타 사망의 유적지에서 얻은 구겁뢰옥관상법을 살펴보았다.

동굴 속은 안개가 그윽했고 그 속에 깃든 영력 정화는 6급 지존이라도 탐낼만한 물건이지만 정작 목진은 주위에 짙은 안개를 휘감은 채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는 영력 정화를 제련하는 임무를 대부도탑에게 맡기고 마음을 움직여 머릿속에 저장했던 구겁뢰옥관상법을 소환했다.

꽈르릉

순간, 나지막한 뇌명이 들리면서 목진은 의식이 흐릿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다행히 유명심마뢰를 제련했던 터라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목진은 다시 집중해 구겁뢰옥관상법을 살펴봤는데 뇌명과 함께 오래된 목소리가 천지를 뒤흔들 만큼 엄청난 위엄을 싣고 체내에 울려 퍼졌다.

“구겁뢰옥관상법은 9개의 겁난으로 나뉘고 의식으로 뇌옥을 이뤄…… 끝도 없는 벼락의 공격을 통해 의지를 키우는 것으로…… 극치에 이르면 뇌겁을 불러올 수 있다…….”

“뇌겁은 9개의 겁난으로 나뉘고 뒤로 갈수록 건너기 더 어려워지며…… 아홉 개의 겁난을 전부 건너면 구겁뢰옥관상법이 대성해 억만의 전의를 마음껏 다스리는 전천지존이 된다.”

뇌리에서 울려 퍼지는 오래된 목소리에 목진은 적잖게 놀랐다. 아홉 개의 겁난을 전부 건너면 억만의 전의를 마음껏 다스릴 수 있다니, 그때가 되면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갖게 될 것이란 말인가?

목진은 현재 2, 3만 군사들의 전의를 장악하는 것마저 힘겨운데 억만의 전의를 다스리면 어떨지 전혀 상상이 안 갔다. 아마 그때가 되면 대천세계의 최정예 강자인 천지존마저 대수롭지 않게 상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목진은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구겁뢰옥관상법의 수련에 집중했다. 이는 상당히 난해한 수련법으로 의식이 강한 사람이라야 천천히 읽으며 깨우쳐갈 수 있는 법, 의지가 박약한 사람은 열람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목진처럼 의지가 굳건한 사람이어도 구겁뢰옥관상법을 정독하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는 5군의 전의를 장악해 싸울 때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이에 목진은 혀를 내둘렀다. 이 세상에 전진사가 적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의식의 수련법이 희귀한 것도 있지만 아무나 수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보통 사람은 이를 얻는다고 해도 수련할 자격이 없었다.

그런데 목진은 이를 살펴보고 난 뒤에 이내 감탄했는데 의식의 수련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신기했다.

구겁뢰옥관상법을 수련하려면 머리에 뇌옥을 그린 뒤, 의식을 부여해 벼락의 제련을 거쳐야만 했다.

뇌속성의 공법은 대부분 벼락을 이용해 수련하는지라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는데 무형의 의식을 어떻게 수련한단 말인가?

의식 수련은 머릿속에 뇌옥을 그려 의식을 구속하고 상상해낸 벼락으로 부단히 의식을 공격해 수련하는 것으로 목진은 이런 수련법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상이란 꿈과 비슷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만들어 그것으로 의식을 수련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었다.

특이한 수련 방식에 목진은 한참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씁쓸하게 웃었다. 도대체 어떤 변태가 이토록 불가사의한 수련법을 만들어낸 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또한, 구겁뢰옥관상법을 수련하려면 의식과 벼락이 친밀해야 하는데 그래야 제련에 효과가 있는 뇌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상상한 벼락은 모두 다르지만 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상상해낸 벼락으로 의식을 제련해야 최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목진은 그제야 자신이 구겁뢰옥관상법과 잘 어울리는 이유를 알았다. 이는 그가 영력을 유명심마뢰와 융합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여 관상뢰옥을 만들 때, 유명심마뢰로 의식을 제련하면 되었다. 이미 영력을 유명심마뢰와 융합한 그는 친밀도가 엄청나 관상뢰옥를 통하면 보다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보이지도 일정한 형태도 갖추지 않은 유명심마뢰는 뇌음으로 공격을 하는데 이는 의식과 비슷해 수련 효과가 더욱 기대되었다.

목진은 문득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겁뢰옥관상법은 그와 너무 잘 맞았다. 역시 구겁뢰옥관상법이 그를 선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관상뢰옥은 대충 생각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복잡하고 기묘한 수단이 필요한 것으로 가장 어려운 것은 뇌옥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수련할 때마다 다시 뇌옥을 만들어내야 해서 수련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것이다.

관상물을 남기는 것도 여러 가지가 연관되어 있는데 너무 복잡해 머리가 다 지끈거릴 정도였다. 목진은 역시 전진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뼈저리게 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도 없었다. 구겁뢰옥관상법을 어렵게 얻었는데 이대로 포기하면 엄청난 보물을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목진은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구겁뢰옥관상법에 적힌 대로 잡념이 깃들지 않도록 머리를 완전히 비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목진은 자기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머리를 비웠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구겁뢰옥관상법에 따르면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잊으면 의식을 잃게 되고 그리되면 의지가 자연스레 사라지는데 이는 진정한 소실로 목진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목진은 철저한 준비를 하고 관상뢰옥의 수련을 시작했기에 머리를 비우며 의식 깊숙한 곳에 숨겨 놨던 의식을 일깨웠다.

잇따라 다시 의식의 주도권을 장악한 목진은 관상을 시작했다.

꽈르릉!

텅 빈 머리에서 갑자기 뇌명이 들리자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

뇌명이 있으면 뇌광이 뒤따라야 하는 법.

목진이 의식으로 세계를 만들자 어둠 속에서 뇌광이 번쩍였다.

‘그럼 이젠 벼락이 나타나야겠군.’

꽈르릉!

목진이 벼락을 만들어내려 하는데 머릿속의 뇌명이 갑자기 격렬해져 목진을 관상 상태에서 억지로 끄집어냈다.

이렇게 다시 의식을 되찾은 목진은 입을 삐쭉 내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첫 번째 관상뢰옥은 실패였다. 뇌옥 관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하지만 한 번 실패했다고 기가 죽을 목진이 아니었다. 뇌옥이 이렇게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면 전진사 역시 아무나 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했으면 다시 하면 되는 법.”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피식 웃더니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머리를 비웠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될 때까지 계속해보면 된다. 목진은 몇천 번을 시도하더라고 꼭 뇌옥을 만들어내리라 굳게 믿었다.

구겁뢰옥관상법, 어디 끝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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