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화. 정진한 의지
위잉!
널찍한 동굴에 가득 찬 안개는 미세한 떨림 끝에 소용돌이를 형성해 깊숙한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소용돌이의 중심에 앉아있는 목진은 끄떡없이 자리에 앉아 미친 듯이 안개를 흡수하였다.
치익.
목진은 피부가 점차 뜨거워져 옷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지만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다시 머리를 비운 목진은 수련 중이란 것마저 잊고 머릿속에 부단히 뇌옥을 그렸다.
꽈르릉!
목진의 머릿속은 전과 큰 차이가 있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곳에서 난폭한 뇌명이 들렸고 가끔 뇌광이 어둠을 밝히곤 했다.
수많은 실패 끝에 목진의 관상 뇌옥은 일정한 규모를 갖춰갔다. 아직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혀 갈피를 못 잡던 처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지금부터는 뇌옥을 완벽히 보완해야 했다. 뇌옥이 일정한 형태를 이뤘으니 이젠 그 속에서 의식 수련에 필요한 벼락을 만들어야 한다.
그때 어두운 뇌옥에 형성된 뇌운이 갑자기 요동치더니 빠르게 마찰하며 뇌명과 함께 무언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꽈르릉!
그러다 뇌명이 점차 난폭해지더니 뇌운에서 십수 장 정도의 벼락이 나타났다.
목진은 그제야 형태를 갖추지 않은 벼락의 존재가 느껴졌는데, 엄청난 뇌명과 함께 어두운 뇌옥에서 요동치는 벼락은 바로 유명심마뢰였다!
목진은 마침내 유명심마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목진은 유명심마뢰를 영력과 융합한 경험 덕분에 순조롭게 관상 뇌옥에서 벼락을 만들 수 있었다. 만약 유명심마뢰를 본 적도 없고 그 특성을 전혀 몰랐다면 상상만으로 이를 관상해내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이고 만들어낸다고 해도 의식 수련 효과가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유명심마뢰 한 갈래만으로 뇌옥을 완전히 보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목진은 더 많은 양의 벼락을 만들어 뇌옥을 채워가야 했다.
목표가 생긴 목진은 다시 관상을 시작했는데 어두운 뇌옥에 갑자기 난폭한 뇌명이 들리더니 뇌운에서 무형의 벼락이 형태를 갖춰갔다.
크기가 상당한 뇌옥을 채우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잡념은 전부 내려놓은 채 머리를 비우고 전력을 다해 유명심마뢰를 만드는 데 집중하다가 피곤하면 잠시 멈추고 깊숙한 수면 상태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유명심마뢰를 만들었다.
목진은 시간이 얼마만큼 흘렀는지도 모른 채, 오직 관상 뇌옥에 유명심마뢰를 채우는 데만 집중하였다.
* * *
목진은 깊숙한 수면으로 의식 소모를 회복하며 수련을 계속하였다.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이처럼 강도가 세고 무료한 수련에 벌써 미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목진은 강인한 의지로 끝까지 버티며 뇌옥을 채워나갔다.
꽈르릉!
어두운 뇌옥의 규모는 어느새 대폭 커졌고 그 속에 깃든 뇌운 사이로 유명심마뢰가 요동치는 것이 꼭 세계 종말이 온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외부 세계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면 지지존이 아닌 이상 아무도 감히 가까이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 관상한 끝에 뇌옥은 드디어 일정한 형태를 이뤄 그 위력을 뽐냈다.
목진이 의식을 움직이면 뇌옥의 유명심마뢰가 공격을 개시해 의식 단련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목진은 드디어 구겁뇌옥관상법의 가장 중요한 단계를 넘었으니 그다음으로 중요한 단계인 뇌옥을 보존하는 법을 알아내야 했다.
지금까지 만들어낸 뇌옥을 보존하지 못하면 다음번에 어렵게 만든 뇌옥을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뇌옥을 다시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식 수련을 할 때마다 뇌옥을 만들어 시간과 정력을 소비한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여 목진이 지금부터 뇌옥을 머릿속에 새기는 작업은 화옥(化獄)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목진의 의식에서 비롯된 뇌옥을 저장하려면 의식을 남겨야 한다.
그런데 목진의 의식이 계속 이곳에만 있으면 육신은 망가질 거라 뇌옥이 존재할 만큼만 남겨야 했다. 이에 구겁뇌옥관상법에서는 특이한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다름아닌 의식 종자(意念種子)로 자기의식의 절반을 종자로 만들어 뇌옥을 지키게 하는 방법인데 의식이 절반 정도밖에 안 남으면 본체의 의식은 과연 얼마나 취약해질지도 문제였다.
대신, 뇌옥에 남겨둔 의식 종자는 부단히 뇌옥에서 단련되어 시간을 내서 의식 수련을 하지 않아도 의식은 점차 강대해질 것이다.
용기 내서 도전해본다면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고, 목진은 그 정도 용기쯤은 언제든지 낼 수 있기 있기에 바로 의식을 반으로 갈랐다!
순간, 목진은 엄청난 고통이 밀려와 의식이 튕겨 나갈 뻔했는데 간신히 버텨내고 의식 중 절반을 뇌운의 깊숙한 곳에 파묻어 조금씩 응축시켰다.
꽈르릉.
뇌운 밖에서 뇌광이 번쩍이며 부단히 공격하자 목진의 의식은 점차 작아져 엄지손가락 크기의 무형의 덩어리가 되었다.
의식 종자가 드디어 형태를 갖췄다.
이에 목진의 나머지 반쪽 의식은 한시름 놓았다. 그는 의식 종자가 형성되자 뇌옥에 특이한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성공한 건가?”
목진이 다시 의식을 되찾자 지존해 위쪽에 눈을 꼭 감고 앉아있던 목진은 서서히 눈을 떴는데 수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한 달이나 수련했단 말인가?”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의식 세계에서 몇 해는 지난 것 같았는데 현실 세계에서는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루한 수련이 끝나자 목진은 머리에 실물이 아닌 신기한 무언가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
머릿속 물체를 감지하던 목진은 흠칫하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의식 중 절반으로 의식 종자를 만들어 뇌옥에 남겨둔 그의 의식은 한 달 전보다 더 강해졌다.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어 지존해 위쪽에 서 있었다. 그는 의식의 정진에 기분이 상당히 좋았고, 의식을 반으로 나눴으니 약해야 정상인데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약하긴커녕 훨씬 강해졌다.
“한 달간의 관상 뇌옥을 통해 의식이 제법 강해진 것 같군.”
목진의 두 손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했고, 그는 드디어 의식 수련의 좋은 점을 깨달았다.
여태껏 피동적으로 의식이 향상되었고 그 폭도 크지 않았던 목진은 오랜 시간을 거쳐야만 했는데 구겁뢰옥광상법을 획득한 후, 한 달 동안 수련한 것이 지난 한 해 동안 수련하면서 진보한 것과 비슷했다.
“일반인이 전진사가 되기 어려운 건 당연해. 의식의 수련법이 없으면 전문을 만 개나 갖춘 전의의 령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목진이 이내 감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목진이라도 전문을 만 개나 만들어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인데 전진사가 되고 싶어 하는 다른 강자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전진사는 입문이 가장 어려웠다.
“이제 뇌옥을 만들어냈으니 구겁뢰옥관상법의 수련에 대충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군. 앞으로 의식 단련을 꾸준히 하면 뇌옥에서 뇌겁을 유발할 수 있을 거고 첫 번째 뇌겁을 무사히 건너면 의식도 대폭 향상되겠지……. 그때가 되면 만 개는 물론이고 전문을 오만 개를 이루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거야.”
언젠가 전문이 만 개가 되면 7급 지존 아래 목진을 이길 사람이 없을 것이고, 3만 개를 넘으면 7급 지존마저 무리 없이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목진은 아직 구겁뢰옥관상법의 첫 번째 겁난도 건너지 않았고 앞으로는 이를 위해 열심히 수련해야 한다. 대신, 가장 어려운 입문 단계를 건넜으니 겁난을 건너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진정한 전진사가 된 목진은 점차 자신만만해졌다. 그는 전진사이면서 영진사였는데 양자는 원고 때, 같은 종류이긴 했지만 동시에 수련한 사람이 상당히 적어 그때도 상당히 눈부신 존재였다.
후우.
목진은 벅차오르는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고개를 들어 지존해의 위쪽 하늘에 조용히 떠 있는 검은색 광탑을 쳐다봤다.
황금색 화염이 활활 타올라 스며드는 안개를 모조리 제련한 뒤, 영력 홍류를 이뤄 부단히 지존해에 불어넣었다.
한 달 동안, 대부도탑은 한시도 쉬지 않고 운락 원단에 깃든 영력 정화를 제련했기에 목진은 지존해의 영력이 한 달 전보다 훨씬 웅장해진 것이 느껴졌다.
“영력이 이렇게까지 웅장해졌다니, 곧 5급 지존경에 이르겠군.”
지존해의 영력은 이미 4급 지존경 정상에 이르러 5급 지존경까지 한 보 차이였다!
“그런데 운락 원단 2만 개를 거의 다 써서 경지를 돌파하긴 어려울 것 같군.”
목진은 바로 수련을 멈췄고 한 달 동안 꼭 감고 있었던 눈을 서서히 떴다.
한편, 자욱했던 안개는 많이 희박해졌는데 이는 목진이 한 달 동안 운락 원단 2만 알을 제련해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손목에 찬 개자탁을 가볍게 쳤는데 순간, 홍류가 휘몰아쳐 널찍한 동굴을 가득 채웠다.
홍류는 다름 아닌 지존영액으로 대충 봐도 십만 방울은 넘는 것 같았다.
목진은 북계에 막 도착했을 때보다 훨씬 여유로워졌다. 수많은 대결을 통해 확보한 지존영액의 수는 점점 더 많아졌고 그동안 적잖게 사용했음에도 꽤 많은 양이 남아있었다. 이제 남은 것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
지존영액 십만 방울이 있으면 이번 돌파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꽈르릉.
잇따라 목진은 신속하게 결인하고 지존영액이 이룬 홍류를 전부 흡수하였다.
그때 지존해 위쪽 하늘이 다시 찢어지더니 홍류는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 대부도탑으로 들어갔다.
쿠쿵!
대부도탑은 대량의 지존영액이 스며들자 다시 제련에 속도를 가했는데 황금색 화염이 활활 타올라 방대한 영력을 빠르게 제련한 뒤, 전부 지존해에 주입해 목진의 영력으로 만들었다.
목진이 다시 지존해 위쪽에 앉아 두 손으로 결인해 대부도결을 소환하자 대부탑이 격렬하게 떨리며 탑 표면에 새겨졌던 천룡이 날아올랐다. 이에 지존해가 파르르 떨리며 커다란 파도가 일었는데 곧 하늘에 닿을 것만 같았다.
이는 더 높은 등급을 향한 몸부림이었다.
강자란 이처럼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수많은 시도 끝에 더 높은 단계에 이르는 것으로 이렇게 해야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남고 대천세계의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다.
목진은 다시 운락 원단과 지존영액의 제련에 집중하였다.
* * *
슉! 슉!
조용하기만 했던 외진 산맥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로 가득 찼고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과 멀리서부터 살기 가득한 얼굴로 이곳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곳은 대라천역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곳으로 구유 등마저 목진의 수련이 한 달이나 계속될 줄 몰랐지만 변고를 막기 위해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사망의 유적지에서 대량의 운락 원단을 확보한 이들은 한 달 쉰다고 하여 크게 타격은 없었다.
목진이 수련하는 동안 열산왕, 혈응왕 등은 가까운 유적지를 찾아 운락 원단을 확보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그밖에 구유 등도 운락 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대수렵전은 점차 치열해졌다.
잔혹한 전쟁 끝에 실력이 뒤처지는 세력들은 전멸하거나 큰 타격을 입어 운락 전장을 떠나야만 했는데 그중에는 일류 세력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는 동안 정예 세력 사이의 마찰도 더 심해졌다.
대수렵전은 이제 곧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아무리 정예 세력이라도 전멸할 위험이 있는 단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