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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67화 (566/1,000)

567화. 파란만장한 운락 전장

목진은 이제 만문 전진사의 힘으로 6급 지존을 상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전진사의 능력은 정말 신기했고 영력 수련과 완전히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만 여전히 눈부셨다. 영력 수련은 수련자 본인의 수련을 통해 무서운 힘을 갖는 것이고, 전진사는 군사들의 전의의 힘을 빌려 인수를 뛰어넘는 힘을 갖는 것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미천한 것은 없었다.

대신, 전진사가 진정한 힘을 발휘하려면 천군만마를 거느리고 다녀야 한다는 것만은 폐단이었다. 일단 군대가 곁에 없으면 아무리 강한 전진사라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데 영력 수련자는 자기 힘으로 천지를 뒤엎을 수 있었다.

다만, 천만년이 지난 지금까지 양자의 수련법이 전해진 것으로 보면 각자 취할 바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허허, 축하하네, 목왕. 이제 대라천역에도 진정한 전진사가 생겼으니 이번 대수렵전에서 목왕의 활약이 기대되네.”

열산왕 등이 점차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려앉은 목진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는데 태도가 전보다 훨씬 공손해졌다. 강자가 제일인 세상에서 목진이 선보인 힘을 보고 깜짝 놀란 이들은 더는 소년을 어리다고 무시할 수 없었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인사한 뒤, 그동안 대수렵전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 물었다. 이에 구유 등은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주었고 신각과 만성산 사이의 대결을 특히 강조했다.

“역시 첨대유리도 전진사가 되었군.”

목진은 완전한 계승을 획득한 첨대유리가 전진사가 된 것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비록 천진황은 구겁뢰옥관상법을 창조한 구겁전제보다 못하지만 목진이 획득한 것은 완전하지 않은 수련법이라 대부분은 스스로 깨달아야 수련을 계속할 수 있는 대신, 첨대유리는 길을 잘 닦아준 스승 덕분에 그보다 훨씬 빨리 전진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수련하는 사이 첨대유리는 운락 전장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어. 이번 대수렵전에서 신각이 살아남으면 그녀의 이름은 북계에 널리 퍼질 거야.”

구유가 감탄하며 말했다.

아무리 6급 지존이라도 만문 전진사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세력에서도 자극을 받아 운락 전장 속 전진사에 관한 유적지를 찾아 나섰다고 들었네. 그들도 세력 내에 전의 천재를 전진사로 키우려고 애쓰고 있다네.”

열산왕의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수렵전에서 전진사가 발휘하는 힘은 상당히 강력해 저리 애쓰는 것도 정상이었다.

“결과는 어떻다던가?”

운락 전장은 너무 커 목진 등이 발견한 장소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또 이곳에서 별세한 전진사가 천진황 한 사람뿐만은 아닐 것이다. 운락 전장에는 분명 또 다른 전진사가 별세하면서 형성한 유적지가 있을 것이다.

“끊임없는 탐색 끝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들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어.”

구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일전에 유명궁과 신각이 싸워 무승부로 끝난 것은 사실이야.”

“그래?”

목진은 순간 흠칫하였다. 유명궁이 첨대유리와 싸웠는데도 패배하지 않았다니, 설마 유명궁에도 전진사가 나타났단 말인가?

“아마 유명궁에서도 전진사에 관한 유적지를 찾아 계승을 얻었을 거야. 유명궁의 전의 천재가 전진사가 된 거지.”

구유가 이내 정색하며 말했고 목진도 동의하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궁에 전진사가 없었다면 분명 전진사가 된 첨대유리와의 싸움에서 패했을 것이다.

목진은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운락 전장에서 벌어진 일들에 자못 놀랐다. 그가 수련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진사가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를 포함해 세 사람이나 생겼으니 말이다. 운락 전장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곳이긴 했지만 엄청난 기회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명궁은 대라천역과 사이가 안 좋은 편이라 목진은 그들과 신각이 서로 헐뜯고 싸우는 것이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신각의 방의는 유명궁의 유명황자와의 싸움에서 패배했어.”

구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목진은 순간 흠칫하였다.

“유명 황자의 실력이 그렇게나 빨리 늘었단 말이야?”

지난번 용봉천에서는 방의보다 실력이 뒤처졌었는데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바로 그를 뛰어넘었다.

일전에 목진이 방의와 싸웠을 때, 녀석의 실력은 5급 지존이었으니 유명 황자도 이미 5급 지존경에 이른 것이 분명했다. 유명 황자는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목진은 감탄하더니 열산왕 등에게 고개를 돌렸다.

“인제 어떡하려는 건가?”

“우리는 이미 운락 원단 수집 임무를 완성했으니 나머지 왕들과 뭉치려 하네. 따로 움직였다가 변고라도 생기면 위험해지지 않겠나?”

열산왕이 정중하게 말했다.

현재, 운락 전장에서 만성산 같은 정예 세력마저 참패해 6급 지존을 잃었으니 최대한 빨리 다른 왕들과 회합하는 것이 위험천만한 이곳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한편, 열산왕의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라천역 세력들은 운락 전장에 뿔뿔이 흩어져 유적지를 찾아 운락 원단을 수집하였고 열산왕 등은 목진 수중의 영라반 때문에 한데 모인 거라 아직 홀로 떨어진 왕급 세력이 존재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홀로 남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정예 세력의 사냥감이 될 것이다.

그러다 토벌이라도 당하면 어렵게 얻은 운락 원단을 잃을 뿐만 아니라 전멸 가능성도 다분했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서는 회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대라천역이 한데 모이기만 하면 안전을 확보한 거나 마찬가지니 만다라의 명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다 만다라가 지지존 밀장을 찾으면 한꺼번에 움직이면 되었다.

“그럼 떠납시다!”

결정을 마친 목진 등은 바로 군사들을 거느리고 떠났고, 그 뒤를 수많은 빛줄기가 함께 날아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 저 끝으로 사라졌다.

* * *

그때 목진 등과 멀리 떨어진 북쪽의 한 산봉우리에 두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은 유명황자였고, 나머지 한 명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이였다.

슉.

잇따라 뒤쪽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녀석은 유명 황자한테 족자 하나를 건넸다.

“한 달 동안 숨어지냈던 녀석이 드디어 나타났군.”

이에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눈으로 괴이한 빛을 발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저 녀석의 의식의 힘을 흡수하면 그다음은 첨대유리네.”

* * *

영력 돌풍이 휘몰아치는 운락 전장에서 잔혹한 전쟁은 계속되었다. 사람들은 운락 원단과 계승을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고 일부 일류 세력들은 그 과정에서 치른 엄청난 대가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런데 지금은 물러나기도 쉽지 않았다. 세력을 보존하려고 운락 전장에서 벗어나려다가 습격을 당해 정예 강자들을 전부 잃는 일이 파다하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남은 사람들은 절대 세력을 이끌어 갈 수 없으니 그 세력이 북계에서 사라지는 일은 결국 시간문제였다.

이것이 바로 대수렵전이었고 이곳에서 영원한 사냥꾼이란 없었다. 사냥꾼이었던 자신이 언제 갑자기 사냥감이 될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목진은 대라천역 사람들을 거느리고 수련지에서 떠나 대라천역의 기타 왕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는데 규모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사망의 유적지에서 일으킨 일 때문에 나타나기만 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구나 최근 한 달 사이, 가장 유명해진 첨대유리마저 사망의 유적지에서 목진한테 습격을 당했으니 사람들은 목진이 첨대유리보다 상대하기 훨씬 어려울 거라 예상해 잔뜩 경계하는 눈치였다.

정작 목진 등은 사람들의 관심에 전혀 개의치 않고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채 전진했고, 사람들도 상당한 규모를 갖춘 대라천역 무리에 감히 덤비지 못했다.

목진 등은 나흘도 안 되는 사이에 운락 전장의 절반 정도를 건너 내역에 도착했다.

이 구역은 다른 곳보다 훨씬 처량해 보였다. 이 구역에 진입한 세력들은 전부 실력을 제대로 갖춘 무리로 못해도 북계의 일류 세력이라 이 구역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외부 지역보다 적었지만 일단 싸우면 그 여파는 엄청났다.

목진 등마저 이곳에 들어온 뒤로는 다른 세력의 습격을 당하지 않도록 속도를 줄이고 경계하며 전진했다.

운락 전장의 대지는 검은색을 띠었고 곳곳에 난 균열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게 파였다.

이는 원고 대전으로 인해 생긴 상처들이었다.

슉!

어두운 평원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리가 놀라운 압박감을 형성하며 기세등등하게 지나갔는데 이로 인해 대지마저 미세하게 떨렸다.

목진은 무리의 가장 앞에 서서 주위를 쓰윽 훑으며 곁에 있는 구유한테 질문을 던졌다.

“언제쯤 회합 장소에 도착하는 거야?”

“이 정도 속도라면 이틀 뒤에 도착할 거야.”

“이틀이라…….”

목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다들 긴장을 풀지 말고…… 특히 유명궁을 조심하라고 알려.”

이에 구유는 흠칫하더니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일전에 유명궁에서 목진 등을 찾아 나섰단 정보를 입수했는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신경 쓰지 않았지만 운락 전장 내역에 들어선 이상 주의해야 했다.

“최근 유명궁이 너무 이상해. 유명궁에서 토벌한 세력은 전부 전의 천재가 있는 세력이야.”

구유의 말에 목진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져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유명궁은 일부러 그러는 듯했다.

그런데 유명궁에서 왜 그러는지 몰랐기에 목진은 일단 회합 장소로 가기로 했다.

“뭐지?”

그런데 그때, 목진과 열산왕, 구유 등이 감자기 무언가를 감지하고 멈춰서자 군사들도 바로 경계 태세로 전환하였다.

목진 등이 우측 상방을 쳐다보자 규모가 상당한 무리가 다가왔고 그들도 목진 등을 발견하고 멈칫하더니 경계하며 속도를 줄였다.

“요문 사람들이야.”

구유는 바로 상대방의 옷에 새겨진 특이한 무늬에서 그 소속을 알아챘다.

“그래?”

목진 등도 바로 경계하며 상황을 살폈다. 요문도 북계의 정예 세력이고 지금 이곳에 나타난 무리의 실력도 상당해 싸움이라도 나면 걷잡을 수 없는 대전이 일어날 것이다.

“섣불리 움직이지 마라.”

목진은 요문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신각, 유명궁, 천현전과 원한 관계를 맺은 목진은 요문까지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다. 저들마저 적으로 돌리는 것은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목진 등의 반응에 요문 사람들도 서서히 긴장을 풀더니 그 속에서 한 여인이 앞으로 나섰다.

빨간 치마에 아름다운 몸매와 얼굴을 지닌 여인은 바로 요문의 홍어로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목진은 어디 있는 것이냐?”

홍어의 목소리에 대라천역 사람들은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목진은 다짜고짜 자신을 찾는 홍어의 모습에 조금 놀랐고 열산왕 등은 야릇한 표정으로 목진을 쳐다봤다.

이에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나섰다.

“여기 있소. 그런데 요문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리 찾아온 이유가 뭔가?”

목진을 발견한 홍어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일부러 찾아온 건 아니네만…… 도움을 청하고자 온 것은 사실이네.”

“무슨 일이기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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