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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70화 (569/1,000)

570화. 모든 세력이 한자리에

사흘 동안, 대라천역 사람들은 적당히 휴식을 취하며 몸 상태를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들은 유명궁의 속셈에 잔뜩 화가 났고 녀석들을 제대로 짓밟아주리라 다짐했다.

빙하왕을 잡아 대라천역을 자부심을 짓밟으려는 유명궁이 너무 얄미웠다. 대라천역 사람이라면 이를 참고 넘어갈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군웅회를 개최한단 소식이 내역 방방곡곡에 퍼졌는데 사람들은 유명궁에서 대라천역의 빙하왕을 잡았단 소식에 적잖게 놀랐다. 그들도 유명궁이 대라천역을 짓밟아 위엄을 세우려는 속셈을 알아챘다. 그러나 과연 대라천역은 짓밟고 싶다고 쉽게 무너질 세력일까?

대라천역도 북계에서 오랜 세월 존재한 정예 세력이었고, 절대 유명궁이 휘하의 왕을 죽이는 꼴을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세력들은 곧 열린 군웅회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거라 예상했고 대결로 세력의 판도가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유명궁과 대라천역의 최정예 강자들은 운락 전장의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가 지지존 밀장을 찾고 있어 상대방 휘하의 군사들을 쓰러뜨리는 사람은 자신의 세력에 큰 공을 세우는 것이었다.

하여 이번 군웅회는 지지존 밀장이 나타나기 전에 일어나는 가장 치열한 대결이 될 것이고 사람들은 이토록 좋은 구경거리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어느덧 사흘이 훌쩍 지나 내역은 군웅회에 참석하러 가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하늘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다들 내역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이와 동시에, 방대한 산골짜기 위쪽에 서 있는 군사들이 웅장한 전의를 내뿜자 산골짜기 전체가 파르르 떨렸다.

한편, 수라왕, 목진, 구유 등은 질서정연한 군사들의 최전방에 서서 서로 마주 보고는 수라왕이 앞으로 나와 손을 들며 외쳤다.

“대라천역 군사들이여, 왕을 구하러 가자!”

해골 산맥은 운락 전장 내역의 서남쪽에 있었는데 광활한 구역에 널브러진 해골들이 세월의 침식으로 하얗게 그을려 산맥 전체를 하얀색으로 물들였다.

해골 산맥을 멀리서 보면 꼭 눈이 덮인 것처럼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면 그 음산한 기운에 저절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곳에는 평소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았다. 이곳도 수많은 강자가 머물었던 곳이긴 하지만 값진 유적이 별로 없어 다들 오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황량하고 외진 해골 산맥이 오늘만큼은 사람으로 가득 차 음산한 기운을 모조리 쫓아냈다.

슉! 슉!

사방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방대한 해골 산맥으로 들어갔다.

산맥의 깊숙한 곳에는 수만 장 크기의 평지가 있는데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수만 장 크기의 장인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대전에서 최정예 강자가 산맥을 부수다 남긴 장인이었다.

각각의 세력들은 장인의 사방에 흩어진 채 내려앉아 주위를 살폈다.

많은 이들이 모였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모두 진정한 실력을 갖췄다는 얘기였고 서로 대결을 벌인 적도 많았다. 심지어 원한이 깊은 세력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면 상대방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듯 노려보곤 했다.

그러나 이들은 감히 이곳에서 싸우지는 못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북계의 정예 세력들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호시탐탐 서로를 노리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감히 나서지는 못했다. 그들은 화를 자초하는 멍청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산맥의 깊숙한 곳에서 경천의 소리가 들리더니 수많은 빛줄기가 웅장한 기세로 몰려와 이곳 하늘에 멈춰 섰다.

“유명궁 사람들이네!”

누군가 깜짝 놀라 외쳤다.

하늘에 멈춰선 유명궁 사람들은 검은색 갑옷을 입은 채 음산한 기운을 풍겼다. 체내의 전의를 완전히 끌어올리지 않은 이들을 보노라니 6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마저 저절로 소름이 끼쳤다.

유명궁 무리의 최전방에는 여러 명이 서 있었는데 그중 검은색 갑옷을 입은 중년 사내가 우두머리로 얼굴은 핼쑥하지만 두 눈에는 음산한 기운이 풍겼다.

그리고 그 뒤에는 유명 황자가, 그 옆에는 조금 야윈 사내로 검은색 도포를 입은 채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가 바로 요즘 운락 전장에서 악명을 떨친 전진사 임명으로 빙하왕과 그 군대가 녀석한테 패배한 것이었다.

이들 곁에는 내뿜는 영력 파동이 제법 강한 사람이 여러 명 있었는데 이미 6급 지존경에 이른 듯했다. 유명궁에서는 군웅회를 위해 총출동한 모양이었다. 이 정도 실력자들이라면 북계의 일류 세력을 없애고도 남았다.

그때 묵직한 검은색 갑옷을 입은 중년 사내가 주위를 쓰윽 훑더니 한참 지나서야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질서정연하군. 그런데 이렇게 왔으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어떤가.”

사내의 말은 우레처럼 천지에 울려 퍼졌는데 그 음파는 실체가 된 것처럼 먼 곳에까지 전해졌다.

사람들은 흠칫 놀랐고 일류 세력의 주인들만 눈가를 파르르 떨며 무언가 알아챈 듯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잠시 후, 대지가 파르르 떨리더니 강력한 영력 위압감이 휘몰아쳐 해골 산맥 전체가 진동했다.

쿵! 쿵!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하늘에서 갑자기 색이 다른 홍류가 휘몰아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가르고 해골 산맥의 위쪽에 나타났다.

기세등등하게 나타난 사람들로 인해 주위 공간이 부단히 일그러졌고 이들이 방출한 영력 위엄에 일부 일류 세력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류 세력과 정예 세력의 차이는 역시 엄청났다.

“신각, 대라천역, 천현전, 만성산, 요문, 사신전…….”

“규모가 상당하군. 유명궁까지 더하면 북계의 정예 세력이 이곳에 거의 다 모였네. 군웅회란 이름이 과언은 아니군.”

“대수렵전의 최종 결전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 지경이 되었다니, 오늘의 군웅회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네.”

“싸우라고 하게. 정예 세력이 저리 싸우지 않으면 우리 같은 세력들은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이네. 정예 세력들은 북계의 자원을 너무 많이 차지했네.”

* * *

사람들은 위쪽 하늘에 서 있는 정예 세력들을 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는데 그 위엄에 적잖게 놀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등장으로 군웅회는 비로소 이름값을 했다.

한편, 서남쪽에 있던 목진은 바로 유명궁 쪽을 쳐다봤는데 검은색 갑옷을 입은 중년 남자한테서 상당히 위험한 파동을 읽고 흠칫 놀랐다.

“검은색 갑옷을 입은 중년 사내는 천사왕(天邪王)으로 유명궁에서 지위가 상당하고 실력은 7급 지존경에 이르렀을 거라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수라왕 뿐이야.”

구유도 목진의 시선에 따라 유명궁 쪽을 바라보더니 잔뜩 경계하며 말했다.

이에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천사왕 뒤에 서 있는 임명이 음산하고 괴이한 눈빛으로 사냥감을 노리듯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목진과 눈을 마주치자 임명은 씨익 웃더니 입맛을 다셨다.

“저 사람이 바로 임명이야. 빙하왕은 저 녀석한테 잡힌 거야.”

구유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녀석의 도발을 무시한 채 바로 신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각의 최전방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내가 서 있었는데 튼실한 몸에서 지극히 강한 압박감을 내뿜었고 두 눈에서 용의 위엄이 느껴졌다.

그 사내 역시 유명궁의 천사왕 못지않은 실력자였다.

“저 사람은 신각의 천룡주로 산주 중 최강자야.”

구유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밖에 천현전의 최전방에 서 있는 사람은 신장 중 최강자인 천신장(天神將)이야.”

“그리고 만성산의 백의 노인은 만성산 장로 중 으뜸인 성장로(聖長老)야.”

구유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 만성산 무리가 있었고, 그중에 하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사장을 든 채 서 있었다.

“요문의 최전방에 서 있는 사람은 요선자(妖仙子)로 상당히 유명해. 북계의 최정예급 강자야.”

요문의 최전방에 서 있는 여인은 빨간색 치마를 입은 미인으로 교태를 부리며 주위를 훑었는데 두 눈에서 엄청난 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사신전의 만망노인(萬蟒老人)…….”

구유는 각 정예 세력의 최강자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번 군웅회를 위해 다들 총출동한 듯했다. 정말 싸움이라도 나면 천지가 갈라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때, 목진은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하얀색 치마를 입은 신각의 첨대유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자마자 서로 딴청을 피웠다. 그들은 소속된 세력이 달라 몰래 협력했던 사실을 숨겨야만 했다.

“허허, 다들 이렇게 와줘서 고맙네.”

천지의 영력이 파르르 떨리자 유명궁의 천사황이 가볍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런데 수라왕은 녀석을 무시한 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천사왕, 사람을 고분고분 내주는 것과 싸우는 것 중 한 가지를 고르게.”

수라왕의 말에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수라왕의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주위에 퍼지자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다들 대라천역에서 이렇게 바로 나설 줄은 몰랐다.

오늘의 군웅회는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이에 검은색 갑옷을 입은 천사왕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 수라왕과 눈을 마주쳤는데 그 음산한 기운에 공기마저 얼어붙을 것 같았다.

“우리한테 인질이 있는데 그 태도가 뭔가? 대라천역에서 태도를 바로 하고 나긋하게 빌었다면 빙하왕을 풀어줬을 수도 있었는데 이리 나오니 그럴 마음이 싹 사라지는군. 자넨 우리와 의논하러 온 것 같지 않네.”

천사왕이 비아냥거리자 수라왕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천사왕, 내가 자네와 의논하러 온 것으로 보이나? 유명궁에서 오늘 사람을 내주든 안 내주든 대라천역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수라왕이 살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빙하왕이 잡혔고 그 휘하의 군사들이 거의 도살당한 사실을 꾹 참고 넘어가면 대라천역은 더는 북계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예상 밖의 수라왕의 반응에 천사왕은 점차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손쉽게 대라천역을 나락으로 보내려 했는데 그 계획이 틀어졌다. 수라왕은 유명궁의 꼼수를 알아챘기에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라왕의 반응이 전세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의 군웅회 자체가 대라천역을 위해 친 덫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만두지 않으면 뭘 어쩔 텐가? 수라왕, 우리 유명궁은 자네가 상대했던 아무나가 아니네. 더구나 이곳에 유명궁 세력이 전부 모였으니 대라천역이 총출동한다고 한들 뭘 할 수 있는가?”

“대라천역은 목숨 걸고 싸울 것이네. 우린 절대 혼자 죽지 않을 것이네!”

수라왕이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쌍방은 북계의 정예 세력이라 정말 싸움이라도 나면 전력을 다해 임할 거라 결과가 어떻든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은 분명했고, 대전 쌍방보다 주위에서 관전하던 사람들이야말로 오늘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다.

한편, 천사왕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수라왕이 몰아붙이자 아무리 천사왕이라도 잠시 당황했다. 아무나 수라왕처럼 목숨 걸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주위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몰래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살기 가득한 두 정예 세력의 대결은 일류 세력 따위가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있다가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면 주워가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허허, 오랜만에 보는데 수라왕은 역시 여전하군. 그런데 오늘 일은 대라천역이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네.”

그때 다른 쪽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신각 대군 앞에 서 있던 천룡주가 용의 위압감을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순간, 다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유명궁, 신각 등 세력은 대라천역을 없애기 위해 군웅회에 온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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