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2화. 전진사 사이의 대결
“목진, 이길 자신이 있으면 전부 자네한테 맡기겠네.”
수라왕이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자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선을 다하겠네.”
잇따라 목진이 다시 고개를 돌리자 임명은 흠칫하더니 피식 웃으며 물었다.
“결론이 난 건가? 운락 원단을 주고 사람을 돌려받을 건가, 바로 이곳을 떠날 건가?”
어에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운락 원단 20만 알이라고 했나? 그 정도는 충분히 줄 수 있지!”
목진의 말에 신각, 요문, 천현전 등 정예 세력을 막론하고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목진이 운락 원단 20만 알로 빙하왕을 돌려받으려 할 줄 몰랐다. 지지존의 밀장을 열려면 운락 원단이 대량으로 필요할 텐데 20만 알을 내주면 대라 역주가 과연 노하지 않을까?
이들뿐만 아니라 임명마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대단하군. 그럼 일단 운락 원단부터 주게!”
“운락 원단은 당연히 주겠지만…….”
목진은 임명을 노려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우리를 없애기 위해 이렇게 애를 쓰는데 기왕이면 판을 더 키우는 것이 어떤가? 설마 유명궁은 못난이처럼 뒤에 꼼수밖에 부릴 줄 모르는 건가? 역시 자네 같은 무명인사들은 그럴만한 배포가 없겠지?”
목진이 무덤덤한 말투에 유명궁 강자들은 너무 화가 나 얼굴이 한껏 일그러졌다. 특히, 임명은 자신을 무명인사라고 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것이 비록 사실이라고해도 말이다.
그는 여러 해 동안 고생한 끝에 어렵게 진정한 전진사가 되었고 이날이 오기까지 수많은 굴욕을 당했는지라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하여 임명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사악하게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자네가 오늘 뭘 하든지 유명궁은 끝까지 상대해줄 것이네!”
목진 또한 유명궁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들이 목진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늘 나락으로 가는 건 유명궁이 될 것이다.
이에 목진은 바로 정색하더니 손으로 임명을 가리키며 외쳤다.
“나와 싸워 패배한 자는 운락 원단을 40만 알 내주는 것으로 합시다!”
목진의 말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사람들은 목진이 참 독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는 대전 쌍방을 사지에 몰아넣는 거나 다름없었다.
유명궁은 이번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운락 원단 40만 알이라니!
그 엄청난 숫자에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던 임명마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천사왕도 조금 놀란 듯했다.
운락 원단 40만 알은 이들 같은 정예 세력이 몇 개월은 공들여야 얻을 수 있는 양이라 일단 대결에서 지면 지지존의 밀장을 열 생각은 하지도 말아야 했다.
목진의 대담함에 다들 깜짝 놀랐다. 이는 사람을 사지로 모는 거나 다름없었다!
사람들은 태연하게 서 있는 소년이 왠지 무서워졌다.
유명궁은 대라천역을 없애기 위해 모든 걸 완벽히 계획했는데 목진의 미친 짓 때문에 모든 게 틀어지게 생겼다. 잘못하면 유명궁이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임명이 목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웃음거리가 되어 유명궁의 체면에 바닥을 칠 것이라 유명궁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했다. 북계의 정예 세력들은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는 인재를 들이는데 직결된 문제라 상당히 중요했다.
“목진, 자네 미친 건가?”
임명이 이를 갈며 물었다. 그는 목진 못지않게 자신감이 넘쳤지만 운락 원단 40만 알은 유명궁의 전부라 일단 변고라도 생기면 궁주는 바로 그를 죽일 것이다.
이에 목진은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유명궁이 먼저 제안한 건데 정작 내가 판을 키우니까 감히 나서지 못하는 건가?”
임명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목진을 쏘아봤다. 그는 당장 목진을 집어삼키고 싶었다.
신각, 만성산 등 정예 세력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특히, 목진의 태연한 눈빛을 확인하더니 흠칫 놀랐다. 소년은 나이가 어리긴 해도 누구보다 독하고 결단력 있어 노련한 노참들 못지않았다.
정예 세력들은 그런 목진이 점차 두려웠고 그 상대가 자신이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운락 원단 40만 알을 아무렇지 않게 내줄 세력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나와 싸우지 못할 것 같으면 빙하왕을 풀어주고 당장 꺼지거라.”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유명궁 사람들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유명궁은 역시 무능한 사람만 있나 보군.”
목진은 임명을 힐끗 보며 말을 이어갔다.
“개천의 용이 되고 싶어도 그럴 명분이 있어야하지 않겠나?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건 자신을 비참해지게 만드는 지름길일 뿐이네.”
이에 임명은 두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노려보더니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진, 죽지 못해 안달 난 것 같은데 오늘 그 소원을 들어주지!”
말을 마친 임명은 엄청난 살기를 품은 채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그런데 유명궁 고위층들은 임명이 목진을 상대하려 하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비록 임명이 전진사가 된 뒤로 싸움에서 패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만약 변수가 생긴다면 아무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천사왕과 유명 황자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도 목진 때문에 잔뜩 화가 났고 유명궁도 궁지에 몰렸지만 대라천역의 반격에 쭈뼛댔다가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궁주께서 화를 내실 건 물론이고 무슨 벌을 내리실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목진과 싸우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더구나 대라천역도 위험 부담이 엄청났다. 목진이 대결에서 지면 대라천역의 체면은 완전히 바닥을 칠 것이고 대수렵전에서 아무것도 못 얻은 채 돌아가면 머지않아 다른 세력에 먹힐 것이다.
이번 대결은 위험 부담이 상당이 컸지만 그에 따르는 수확도 엄청났다.
“목진은 비록 사망의 유적지에서 소천과 싸워 이겼지만 소천은 전진사가 아니라 비교조차 할 수 없네.”
“첨대유리 역시 그때는 전진사가 되기 전이라 목진의 수에 넘어간 것이 분명하네. 반면, 임명은 전진사가 된 첨대유리와의 대결을 무승부로 끝내지 않았는가?”
“더구나 임명은 원고 때, 흉악하기로 유명한 대단한 분의 계승을 받지 않았나?”
유명 황자와 천사왕은 서로 마주 보며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었고 임명이 대결에서 승리할 확률이 훨씬 크다고 결론 지었다.
목진은 용봉천에서 엄청난 걸 얻었다고 천하의 강자들을 무시하는 듯했고, 그들은 이번 기회를 빌려 진정한 강자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렇게 생각을 마친 천사왕과 유명황자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다른 유명궁 강자들도 두 사람의 반응에 점차 마음을 가라앉혔다. 임명이 실패해도 천사왕과 유명 황자가 있으니 그들은 두려울 게 없었다.
또한, 그들도 천사왕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임명이 목진을 쓰러뜨리면 대라천역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이는 엄청난 공적이었으므로 궁주께서 기분이 좋아 진귀한 신술, 신기, 대량의 지존영액, 영단을 하사하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에 유명궁의 강자들은 충분히 도전할만하다고 생각했고 반기를 들려는 사람들을 뜯어말렸다. 이제 와 반대 의견을 낸다고 한들 걷잡을 수 없었다.
유명궁의 최전방에 서 있는 임명은 반대 의견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이내 혈안이 되어 목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내가 대결에서 승리하면 대라천역에서 자네 같이 무능한 사람을 어찌 처분하는지 지켜보겠네! 자넨 결국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죽을 것이네!”
“그걸 볼 목숨은 있고?”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임명은 음산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쳐다보더니 씨익 웃으며 하늘에 날아오르며 결인하였다.
“유명군(幽冥軍)!”
쿵!
임명이 고함을 지르자 뒤쪽 흑운에서 웅장한 전의가 휘몰아치며 강력하기 그지없는 전의의 위압감을 형성했는데 그로 인해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전의에 구유 등 6급 지존마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러다 임명의 뒤쪽 흑운이 파르르 떨리더니 유명군이 얼핏 보였는데 적어도 5만 명은 되었고 그 뒤에 유명궁의 다른 군대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 광경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임명이 최근 들어 유명해진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6급 지존이 나서도 그를 때려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전진사인 임명을 상대하는 대라천역의 목진은 과연 전진사가 됐을까? 만약 그게 아니라면 5급 지존경의 실력으로는 절대 임명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죽어!”
임명은 씨익 웃더니 먼저 나섰는데 뒤쪽 전의의 바다가 들썩이며 웅장한 전의를 모아 천 장이나 되는 거대한 칼을 이뤘다. 전문이 가득 새겨진 장도가 내뿜는 웅장한 전의에 공간은 맥없이 찢어졌다.
슉!
전의의 장도는 바로 목진을 공격했다.
임명의 공격에 6급 지존들마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이 전력을 다해도 막아낼까 말까 한 공격인데 과연 목진은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다들 자연스레 대라천역 최전방에 서 있는 소년한테 고개를 돌렸다.
후우.
그때 목진은 백기를 내뱉더니 이내 정색하며 합장하였다.
“나를 따르라!”
“네!”
대라천역 전사들의 우렁찬 외침에 천지가 파르르 떨렸고 그중 5군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 호호탕탕한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잇따라 목진 뒤에 다가간 5군은 웅장한 영력을 내뿜어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러다 목진이 발을 힘껏 구르자 공간에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파문이 일더니 뒤쪽에서 웅장한 전의가 모여 전문이 가득 새겨진 거대한 전의의 창을 이뤘다.
위잉!
전의의 창은 파르르 떨며 공간을 뚫고 지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임명이 만들어낸 장도와 부딪쳤다.
쿠쿵!
난폭하기 그지없는 충격파가 휘몰아쳐 공간에 순간 균열이 일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상당히 치열했고 사람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강력한 충격파가 완전히 사그라들자 두 사람은 다시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는데 일부 강자들은 목진의 실력에 적잖게 놀랐다.
임명만 전진사가 된 것이 아니었다.
목진도 진정한 전진사였다!
오늘의 대결은 전진사 대 전진사의 싸움이 될 것이다!
난폭한 전의가 돌풍처럼 휘몰아치자 주위의 산맥은 파르르 떨려 바위가 굴러떨어졌고 이로 인해 대지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한편, 대치 중인 목진과 임명의 뒤편에서 요동치는 웅장한 전의의 바다가 형성한 강력한 위압감에 6급 지존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다들 잔뜩 긴장해 목진과 임명의 대결을 지켜봤다. 전진사 사이의 대결은 북계에서도 보기 아주 드문 일이었다. 북계에 전진사가 몇 사람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북계에 전진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천라대륙의 더 강한 곳으로 떠났다. 천라대륙보다 좋은 곳에 가야 더 좋은 자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북계는 크긴 하지만 대천세계의 10대 대륙 중 하나인 천라대륙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 녀석이 정말 전진사가 되었다니!”
신각의 방의는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 뒤에 형성된 웅장한 전의를 쳐다봤다. 용봉천에서 방의는 목진을 상대로조차 취급하지 않았는데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실력이 부쩍 늘어 방의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전진사가 되어 전의의 힘을 빌리면 그를 훨씬 뛰어넘었다.
한편, 첨대유리는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목진이 비록 천진황의 계승을 받지는 못했지만 더 좋은 구겁전제의 계승을 받았기 때문이다. 목진이 획득한 계승은 완전하지 않지만 뒷부분의 내용이 없어 아직 그 폐단을 알지 못했다.
“목진은 역시 대단한 친구군. 진정한 용쟁호투가 벌어지겠어. 그런데 두 사람이 싸워 누가 이기든 신각에는 좋을 수밖에 없으니…….”
천룡주는 무덤덤하게 상황을 살폈다. 그는 대라천역과 유명궁의 싸움에 적극 찬성했다. 이곳 운락 전장에서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신각은 대라천역과 원한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유명궁과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 누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