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5화. 폭등한 의식
임명은 시뻘건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괴상하게 웃기 시작했다. 목진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지만 이번 공격으로 그가 죽인 첫 번째 전진사가 될 것이다.
“자네 군대와 함께 죽여주지.”
임명이 씨익 웃으며 결인하자 검은색 해골의 표면에 새겨진 전문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고 난폭하기 그지없는 전의를 내뿜었다.
임명은 이것으로 이 대결을 끝내려는 게 분명했다. 이를 발견한 사람들은 이내 정색했다. 임명의 공격으로 유명궁과 대라천역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
대라천역의 왕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상황을 지켜보았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뒤쪽을 힐끗 쳐다봤는데 전사들은 여전히 전의와 믿음으로 가득 찼다.
목진은 5군과 함께 수많은 기적을 창조했다. 목진이 없었다면 5군은 강자가 가득한 대수렵전에서 모습을 드러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고 언젠가 희생양이 되어 이곳에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목진 덕분에 5군은 가치를 실현했다. 하여 5군은 목진이 포기하지 않는 한 절대 낙심하지 않을 것이다.
전사들의 마음을 읽은 목진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번쩍 들어 임명을 노려봤다.
그렇게 나와 싸우고 싶다면 끝까지 상대해주마!
필살기는 너한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잇따라 목진이 합장하며 눈을 감자 머릿속 뇌역의 깊숙한 곳에서 벼락을 맞던 검은색 구슬이 파르르 떨더니 순간 사라졌다.
검은색 구슬은 목진이 뇌역을 만든 뒤, 의식을 반으로 갈라 형성한 의식 종자였다.
의식 종자의 복귀로 목진의 의식은 비로소 완전해졌다!
임명의 주위를 맴돌던 난폭한 전의는 전의 돌풍을 형성했는데 공간마저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녀석의 체내에서 무서운 위압감을 내뿜었다.
한편, 임명은 머리에서 화산처럼 내뿜는 난폭한 의식의 힘에 괴로워 미칠 것 같았지만 가까스로 참으며 시뻘건 두 눈으로 목진을 노려봤는데 그가 눈을 감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강력한 의식은 임명한테 고통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엄청난 자신감도 부여해 주었다. 지금 같은 상태라면 목진을 손쉽게 짓밟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 모두 만문 전진사이지만 현재의 그는 만문 전진사 중에서도 뛰어난 편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지금 막 만문을 넘었는지라 절대 그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이번 대결은 임명, 자신의 승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임명은 왠지 불안했다. 목진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였고 기회가 왔을 때 녀석을 철저히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바로 정색하더니 신속하게 인법을 바꿨다.
이에 거대한 검은색 해골의 움푹 파인 눈에서 선홍빛 화염이 타올랐는데 멀리서 보면 꼭 해골이 부활한 것처럼 보였다.
쿵!
잇따라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전의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공간이 파르르 떨렸고 서서히 벌어진 해골의 입에서 검은색 파문이 미친 듯이 모여 파멸의 파동을 내뿜었다.
대라천역 사람들은 모두 손에 땀을 쥔 채 목진을 쳐다봤다. 이제 목진한테 아직 선보이지 않은 필살기가 있을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목진이 다른 방법이 없다면 분명 임명한테 질 것이네.”
요문, 만성산 등 정예 세력들은 상황을 살피더니 몰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임명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한 상황에서 목진이 정말 아무런 방법도 없다면 승패는 갈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꽈르릉!
그때 검은색 해골의 입에 모인 검은색 파문이 한계치에 이르자 임명은 사악하게 웃으며 합장했다.
“탄마지법, 탄마사광(吞魔死光)!”
위잉!
이에 검은색 해골이 입을 쩍 벌리자 검은색 파문은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백 장 정도의 흑광이 되어 솟구쳤다.
흑광은 아무런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곳마다 천지의 영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람들은 흑광의 위력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를 맞으면 체내의 영력마저 잠시 사라질 것이다. 임명의 수단은 역시 독하기 그지없었다.
목진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 것인가?
위잉!
흑광은 하늘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수라왕 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상황을 살폈다. 만약 목진이 더 이상 임명을 상대하지 못한다면 바로 그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목진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거라고 여기던 그때, 소년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뇌광이 번쩍이는 두 눈은 공간을 꿰뚫을 만큼 예리해 보였다.
목진의 눈빛이 바뀐 것을 알아챈 첨대유리는 흠칫 놀랐다. 전진사인 그녀는 의식처럼 특이한 힘은 형태가 없는 것 같지만 눈에서 그 힘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목진의 눈빛이 미세하게 바뀌었으니, 이는 목진의 의식이 갑자기 강해졌음을 뜻했다.
목진의 의식은 짧은 시간에 갑자기 강해졌다!
“역시 알다가도 모를 친구일세.”
첨대유리는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렸다. 목진과는 일전에 협력도 했고 서로 비밀을 공유한 사이라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녀는 신각과는 별개로 목진이 이겼으면 하고 바랐다.
한편, 목진은 눈을 뜬 순간 흑광이 휘몰아치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결인했다. 그러자 뒤쪽에 서 있던 5군은 특이한 힘의 소환을 받은 것처럼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체내에서 내뿜는 전의가 순간 강력해진 것을 발견했다.
쿵!
웅장한 전의가 휘몰아쳐 목진의 뒤에 신속하게 모이며 전의 돌풍을 이루더니 그 속에서 커다란 전의의 깃발이 나타났다.
표면에서 뇌광이 번쩍이는 전의의 깃발에 전문이 빼곡히 새겨진 채 눈부신 빛을 발했는데 순간, 주위가 어두워진 것 같았다.
전의의 깃발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위압감을 형성했다.
“저건…….”
사람들은 전의의 깃발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그 표면에 새겨진 전문이 만 육천 개나 되는 것을 발견하고 소름이 쫙 돋았다.
이는 임명이 형성한 검은색 해골의 표면에 새겨진 전문보다 훨씬 많았다!
“말도 안 돼!”
임명도 목진이 만들어낸 전의의 깃발에 새겨진 전문의 수를 헤아리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목진의 속임수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쌍방의 전문은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고 자신이 선수를 친 이상 목진이 반격하려고 해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하여 임명은 바로 흑광에 더 난폭한 힘을 실어 목진을 공격했다.
“전기의 령!”
목진이 거대한 전의의 깃발을 잡고 힘껏 휘두르자 5군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는데 웅장한 전의가 밀물처럼 휘몰아쳐 전의의 깃발에 스며들었고 전의의 깃발에 다시 전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문이 점차 늘고 있어!”
누군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전의의 깃발의 위력은 놀라운 속도로 커졌고 그 표면에 새겨진 전문도 신속하게 늘어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의의 깃발의 전문이 만 칠천 개가 되었다!
놀라운 광경에 첨대유리도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목진의 의식이 도대체 얼마나 강해졌단 말인가? 만 육천 개가 한계치가 아니었단 말인가?
“그럴 리가!”
임명 역시 적잖게 놀란 듯했지만 금세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내가 자네 속임수에 놀아날 것 같나?”
일부 전진사는 가짜 전문으로 상대방에게 겁을 주며 기회를 노리곤 했는데 임명은 목진도 그런 거라고 여기고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먼저 포기하는 사람이 대결에서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
“전기참(戰旗斬)!”
그런데 그때, 목진이 손을 휘두르자 전의의 깃발은 예리한 검처럼 순식간에 내려앉아 흑광을 때렸다. 다들 양자의 공격이 부딪친 곳으로 눈길이 모였는데 전의의 깃발의 표면에 새겨진 전문의 수가 어느새 만 팔천 개가 된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그 엄청난 수에 첨대유리는 가슴이 철렁했다.
쿵!
들끓는 전의가 깃든 커다란 전의의 깃발은 기세등등하게 상대방을 향했는데 휘날리는 깃발이 내뿜는 기가 예리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쌍방의 공격이 한데 부딪쳤는데 전의의 깃발 표면에 새겨진 전문은 어느새 만 팔천 개가 되었다. 다들 그 엄청난 양에 소름이 끼쳤다.
끼익!
그러나 양자가 부딪쳐도 큰 충격은 일어나지 않았고 전의의 깃발은 예리한 칼처럼 흑광을 아무렇지 않게 베고 지나갔다.
한편, 목진은 무덤덤하게 서서 파멸의 파동을 내뿜는 흑광이 앞에서 반으로 갈라져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퍽.
그러다 흑광이 폭발해 수많은 검은색 광점이 되어 사라졌다.
임명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전의의 깃발 앞에서 무력했다.
“이럴 수가!”
임명도 금세 얼굴이 굳었다. 그는 최강수라 생각했던 공격이 이토록 쉽게 무산될 줄 몰랐다.
전의의 깃발 앞에서 그의 최강수는 너무 보잘것없었다.
“전의의 깃발 표면에 새겨진 전문이 가짜가 아니라니? 그럴 리가!”
임명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전의 천재 여러 명의 의식을 흡수해야만 전문의 수량이 만 사천 개가 되었는데 목진은 무슨 수로 전문을 사천 개나 더 만들어낸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녀석이 도대체 어떤 계승을 획득했기에 이토록 강하단 말인가!
슉!
그런데 그때, 전의의 깃발은 여전히 강한 기세로 공간을 가르며 임명에게 향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임명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전의로 앞쪽에 커다란 방어벽을 형성했다.
슉! 슉!
그러나 전의의 깃발에 닿은 방어벽은 맥없이 부서졌다.
풉!
전의로 이뤄진 방어벽이 부서지자 임명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추락했다.
풉! 풉!
이와 동시에, 유명군들도 중상을 입고 피를 토했다. 1각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했던 군대는 순식간에 시들시들해졌고 웅장했던 전의도 금세 무질서해졌다.
사람들은 순간 유명군이 중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임명은 한순간에 붕괴된 전의의 바다를 보고는 이내 사색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이번 대결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았다. 군대의 사기는 사그라들고 흑구슬을 삼킨 후유증이 나타나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그는 지금 일반 4급 지존조차 쓰러뜨리지 못할 것이었다.
하여 그는 바로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났는데 목진이 피식 웃자 전의의 깃발이 팽창하더니 웅장한 전의가 전의 거수를 이뤄 공간을 가르며 임명의 주위를 감쌌다.
“녀석, 네가 감히!”
갑작스러운 변고에 다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천사왕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장풍을 쐈다. 그러자 웅장한 영력이 순식간에 영력 장인을 이뤄 목진에게 향했다.
7급 지존인 그는 나서자마자 강력하기 그지없는 실력을 선보였다. 이는 목진과 임명의 전력을 다한 공격 못지않은 위력을 지녔다.
목진은 상대방의 영력 장인을 보고는 제자리에 서서 결인하자 임명에게 향하던 전의 거수는 뒤돌아서 영력 장인에 맞섰다.
쿠쿵!
양자의 공격이 부딪치자 충격파가 휘몰아쳐 주위의 산맥이 와르르 무너졌고 목진이 이룬 전의 거수는 사라졌다. 천사왕의 영력 장인 역시 점차 어두워지다가 사라졌다.
목진이 임명과 싸웠을 때까지만 해도 크게 와닿지 않았던 사람들은 목진이 전의의 힘으로 천사왕의 공격을 막아내자 그제야 화들짝 놀랐다. 5급 지존밖에 안 되는 소년이 전의의 힘으로 7급 지존을 상대하다니, 그 힘이 엄청났다.
흥.
전의 거수가 부서진 것을 발견한 목진은 봉황의 날개를 활짝 펼쳐 신속하게 임명한테 다가갔다.
이에 임명은 황급히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목진한테 주먹을 휘둘렀는데 4급 지존밖에 안 되는 녀석은 이제 5급 지존경에 이른 목진의 상대가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