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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79화 (578/1,000)

579화. 보물찾기

치익.

오래된 부적은 운락 원단으로 인해 서서히 녹아내렸고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완전히 사라지고 십수 장 정도 되는 균열이 드러났다.

이와 동시에, 오래된 기가 스며져 나왔는데 그 속에 깃든 압박감에 목진 등은 순간 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오래된 기에 섞인 처참한 기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네 번째 전주와 탄천사제 사이의 대결을 직접 보는 것 같았다.

그때 만다라가 아무렇지 않게 손을 휘두르자 오래된 기는 바로 사라졌지만 목진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지지존 밀장은 역시 위험천만한 곳이었다.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기운만으로도 그들은 적잖게 당황해했다.

만다라가 없었다면 감히 균열에 들어갈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만 들어가자꾸나. 다들 조심하거라.”

만다라의 앳된 목소리에 목진 등은 어느새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만다라가 먼저 공간 균열에 뛰어들었고 3황과 목진 등이 바로 뒤를 따랐다.

목진 등은 공간 균열에 뛰어들자마자 오래된 기가 느껴졌는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서인지 전처럼 두렵지 않았고 금세 적응해 낯선 공간을 훑어봤다.

은은한 어둠이 깃든 공간은 가끔 일그러지며 난폭하고 무질서한 파동을 방출했고 크기가 다양한 암석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암석은 산 한 채 정도 크기는 되는 것 같았다.

목진 등은 금세 자신과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시선을 멈췄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검은색 금자탑은 멀리 떨어졌음에도 엄청난 위압감을 자랑했다. 이에 목진 등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쫙 끼쳤다.

“여기 떠 있는 바위 중 일부에는 죽은 강자의 물건이 숨어있어 운이 좋으면 상고의 신기, 신술, 신단 등을 얻을 수 있단다.”

만다라가 주위를 쓰윽 훑으며 말했고 왕들은 눈이 번쩍 뜨여 주위를 살폈다.

“난 3황과 함께 길을 확인할 테니 너흰 알아서 보물을 찾거라. 그러다 위험해지면 내가 일전에 줬던 영옥을 부수거라. 그럼 바로 와서 너희를 구하마.”

만다라는 목진 등의 반응에 이내 미소를 지었다.

목진 등은 이번 대수렵전에서 공을 세워 어렵게 이곳에 들어왔으니 만다라는 그들에게 보물을 얻을 기회를 주고 싶었다.

“고마워요, 역주님!”

왕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지지존이 별세한 곳이니 죽은 이들도 분명 정예 강자들일 것이고 그들이 남긴 물건을 얻으면 전투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만다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목진 등에게 조심하라 이르고는 3황과 함께 신속하게 떠났다. 왕들도 서로를 바라보더니 뿔뿔이 흩어졌다.

한편, 함께 움직이기로 한 목진과 구유는 떠다니는 바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잇따라 고요한 공간 곳곳에서 바위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는 왕들이 운락 강자의 유품을 찾기 위해 강제로 바위를 깨서 난 소리였다.

훌륭한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지금 그보다 효율적인 방법은 없었다.

쿵!

목진은 웅장한 영력을 실은 주먹을 힘껏 휘둘러 백 장 정도의 거대한 암석을 부쉈는데 그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는 무안하듯 구유를 바라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이곳 공간에는 수많은 암석이 있는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깨트릴 수밖에 없다면 정말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구유가 멀리서부터 전해진 누군가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듣고 입을 삐쭉 내밀었다.

“누군가 물건을 찾은 것 같아. 운도 참 좋아.”

이에 목진도 가볍게 웃고 다시 나서려 했는데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영라반을 꺼냈다.

“영라반은 영력 파동에 유난히 민감하니 주위에 원고의 유적이 있다면 분명 반응을 할 거야.”

목진의 말에 구유는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의 말대로라면 영라반이야말로 진정한 보물이었다.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무턱대고 바위를 부수지 않아도 되었다.

하여 목진과 구유는 영라반을 들고 빠르게 전진했다. 영라반이 여기서 작용할지 알 수는 없지만 시도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슉!

두 사람은 떠다니는 바위 수십 개와 일그러진 공간을 지나갔지만, 수중의 영라반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영라반이 이곳에서는 작용을 못 하는 것 같아.”

구유가 속도를 줄이며 말했다. 이에 목진도 가볍게 한숨을 쉬며 포기하려 했는데 갑자기 ‘위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아주 미세했지만 구유와 목진은 바로 알아채고 고개를 숙여 영라반을 쳐다봤다. 미동도 없던 물건에 광점이 하나 생겼다.

“드디어 반응이 왔어!”

구유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백 장 정도 크기의 바위는 수많은 바위 속에 있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는데 목진은 바로 영라반이 가리키는 바위임을 알아챘다.

구유와 목진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바로 달려가 동시에 장풍을 쏴서 웅장한 영력으로 바위를 깼다.

슉!

바위가 부서지자 두 갈래 빛줄기가 솟구쳤고 두 사람은 각자 하나씩 맡아 영력으로 광권을 형성해 빛줄기를 봉인했다.

퍽! 퍽!

영력 광권에 갇힌 빛줄기는 겁 없는 소처럼 미친 듯이 충돌했고 영력 광권에 파문이 일었다. 목진은 흠칫 놀라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그 파문을 잠재웠다.

그러다 빛줄기가 잠잠해지자 목진은 이를 자세히 관찰했는데 소털처럼 가늘고 긴 선홍색 침이 부적 표면에 가득 새겨져 있었다. 부적은 영수 한 마리의 얼굴처럼 생겼고 암홍색 빛을 발하며 살기를 내뿜었는데 왠지 소름이 끼쳤다.

잇따라 목진은 영력을 조금씩 취해 혈침에 불어넣었다. 수만 년이 지나 주인을 잃은 물건이라 목진은 이를 쉽게 장악할 수 있었다.

그때 목진의 뇌리에 정보가 스며들었다.

만수침(萬獸針), 소모형 상품 신기, 만 가지 영수의 정혈로 제련해 포악하기 그지없고 수련자의 정혈로 일깨워야 하며 수련자의 실력이 강할수록 신기의 위력이 강하다…….

“소모형 상품 신기라니!”

목진은 히쭉 웃으며 말했다. 소모형 신기는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그 위력은 일반 상품 신기보다 훨씬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혈침은 상당히 작아 눈치채기 어려우니 습격하기에 제격이었다.

이와 동시에, 구유도 물건을 획득하고 활짝 웃으며 돌아왔다. 보아하니 구유가 얻은 물건도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런데 구유는 목진이 물어보기도 전에 물건을 내놓았다. 그녀의 손바닥에는 비취색을 띤 단약이 있었는데 은은한 빛이 봉황이 비상하는 모양을 그렸고 이에 봉황의 맑은 울음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오래된 단약의 향기에 목진은 체내의 영력이 들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뭐야?”

목진은 흠칫하더니 바로 질문을 던졌다.

“이건 화봉신단(化鳳神丹)이야. 봉황족의 정혈로 만든 것으로 같은 종족의 신수가 먹고 제련하면 혈맥의 힘이 강해지고 운이 좋으면 까마귀가 봉황이 되는 것만큼 엄청난 득을 본대.”

구유의 말에 목진은 혀를 끌끌 찼다. 구유명작으로 진화한 구유의 체내에 불사조의 혈맥이 깃들었는데 불사조는 봉황족에 속해 신단이 구유 같은 신수에게는 신물이나 다름없었다.

영라반 덕분에 목진과 구유는 아주 만족스러운 물건을 획득하였다.

“더 찾아보자!”

구유는 화봉신단을 주머니에 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첫 번째 신물 때문에 다음 물건이 더 기대되었다.

이곳은 이들한테는 상당히 중요한 곳이었다.

이에 목진도 동의하듯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어렵게 왔는데 보물을 많이 얻지 못하면 왠지 억울할 것 같았다.

이렇게 두 사람은 다시 보물찾기에 나섰고 영라반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다시 반응을 보였다. 목진과 구유는 화들짝 놀랐다.

영라반에 나타난 광점은 태양처럼 눈부셨는데 이는 1급 유적지를 발견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조금전에 바위 위치를 가리킬 때의 광점과는 천지 차이였다.

목진과 구유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영라반을 보았다. 도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영라반이 이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설마 절품 신기나 그보다 더 강한 위력의 물건이란 말인가?

위잉.

영라반에서 발하는 눈부신 빛에 구유와 목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서로를 바라봤다.

“뭔지 보러 가자.”

목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는 영라반의 반응에 적잖게 놀랐지만 이 엄청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조심해야 할 거야.”

구유의 당부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영라반으로 위치를 찾고 서남쪽으로 향했다.

구유와 목진은 수많은 바위를 훑으며 영라반이 가리킨 곳을 찾았고 그 과정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제법 큰 바위 앞에 멈춰 선 목진과 구유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동시에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거대한 장인으로 잽싸게 바위를 부쉈다.

퍽!

바위는 바로 부서졌다.

슉! 슉!

목진과 구유는 부서진 암석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아무리 미세한 파동이라도 절대 두 사람의 눈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바위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구유가 어리둥절해 묻자 목진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들의 예상이 틀릴 리가 없는데 왜 바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걸까?

이에 목진이 고개를 숙여 영라반을 보더니 흠칫 놀랐다. 영라반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광점은 전혀 어두워지지 않았다. 이는 목진과 구유가 목표를 잘 못 찾았다는 걸 의미했다.

“이 바위가 아닌 것 같아.”

“영라반이 가리킨 위치대로라면 이 바위가 맞는데…….”

“그렇긴 하지만…….”

구유의 말에 목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바위가 부서진 곳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그곳은 공간 균열을 형성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조금 일그러져있었다.

바위 속에 일그러진 공간이 숨어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심스러웠다.

그러다 목진은 수중의 영라반을 천천히 들어 올렸는데 다시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에 구유도 눈치채고 바로 달려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일그러진 공간을 바라봤다.

“영라반이 가리킨 건 일그러진 공간 같아.”

목진은 조금 놀란 듯 말했다. 바위는 눈가림용이었고 일그러진 공간이야말로 진짜였다.

“보물이 저거라고?”

믿을 수 없다는 구유의 말에 목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일그러진 공간에 균열을 낼 수 있어?”

“보물이 일그러진 공간에 숨어있단 말이야?”

구유가 흠칫 놀란 물었다.

“누군가 일그러진 공간을 바위에 숨겼다는 건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그러니 그 속에도 뭔가 있겠지.”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해볼게.”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웅장한 영력의 회오리로 일그러진 공간을 공격하더니 영력 거수로 그곳을 반으로 가르려 했는데 예상 밖으로 너무 단단해 생각처럼 쉽게 열리지 않았다.

6급 지존경의 실력으로 공간을 가르는 것쯤은 전혀 어렵지 않은데 전력을 다해도 끄떡없으니 너무 수상했다.

“네 말대로 일그러진 공간에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해.”

말을 마친 구유는 이를 악물고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자 일그러진 공간이 격렬하게 떨리더니 검은색 균열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균열은 두 척 정도로 찢어졌는데 한계치에 이른 균열은 다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얼른, 오래 못 버텨.”

위잉!

구유의 말에 목진은 바로 공간 균열에 손을 넣어 힘껏 당겼는데 순간, 그의 손바닥에서 영력 소용돌이가 생겨 무서울 정도로 강력한 흡인력이 폭발하였다.

슉! 슉!

강력한 흡인력에 암석들이 부단히 몰려왔는데 목진의 손에 닿자마자 바로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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