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화. 지지존 밀장에 진입
목진은 공간 균열 속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 몰라 무턱대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괜히 들어갔다가 공간 난류 때문에 방향을 잃으면 만다라가 와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여 목진은 내부의 물건을 끌어당기는 수밖에 없었다.
퍽! 퍽!
수많은 암석이 목진이 손바닥에 형성한 영력 소용돌이에 산산조각이 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구유는 버티기 어려운 듯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에 목진은 포기하려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슉!
한 줄기 흑광이 날아와 영력 소용돌이와 부딪치자 다른 바위들과 달리, 흑광은 무사했고 영력 소용돌이가 오히려 산산이 부서졌다.
이를 발견한 목진은 바로 손에 영력을 주입하여 흑광을 낚아챘고 구유는 힘이 다 소진돼 공간 균열은 신속히 작아지다가 어느새 완전히 사라졌다.
구유가 땀을 닦고 고개를 돌리는데 마침 목진이 흑광을 낚아채는 것이 보였다.
잇따라 목진이 손을 펴자 손바닥에 검은색 물체가 놓여있었는데 삼각형 철편에 지극히 복잡하고 오래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무런 영력 파동도 느껴지지 않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애써 얻은 물건은 신기가 아닌 것 같았는데 당최 무슨 물건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여 목진은 인상을 쓰며 영력을 조금 주입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른 방법도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기껏 고생해서 이상한 물건을 얻었군.”
목진과 구유는 삼각형 철편이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았지만 사용법을 몰라 지금으로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빨리 다른 물건이나 찾자.”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철편을 개자탁에 넣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이용해 다른 보물을 찾기에 나섰다. 그러다 문득 철편이 멀리 떨어진 검은색 금자탑과 비슷하게 생겼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목진은 말도 안 된다며 피식 웃었고 바로 구유와 함께 다른 보물을 찾아 나섰다.
이렇게 두 사람은 영라반을 이용해 보물을 획득했는데 첫 번째 보물만큼 놀랍고 마음에 드는 물건은 없었다.
그때 갑자기 ‘위잉’ 하는 소리가 들리자 목진과 구유는 신속하게 어딘가로 향했다.
이는 만다라가 왕들을 소환하는 소리였다.
슉!
잠시 후, 만다라는 한자리에 모인 왕들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성과가 좋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뭘 얻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지지존의 밀장에 갈 준비를 하자꾸나. 다른 정예 세력도 이 공간에 들어온 것 같더구나.”
만다라의 말에 다들 흠칫 놀랐다. 대수렵전의 최후의 쟁탈전이 바로 지지존의 밀장으로 그 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 정예 세력들은 전력을 다할 것이다. 피 튀기는 싸움이 예상되었다.
“그럼 가볼까?”
말을 마친 만다라는 바로 한 줄기 빛이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그들이 향한 곳은 저 멀리 보이는 검은색 금자탑이었다.
만다라의 신속한 행동에 목진은 철편에 관해 물을 시간도 없었다. 이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구유와 함께 빠르게 그 뒤를 따랐는데 다른 왕들의 경직된 얼굴을 보고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곧 대수렵전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슉!
어둡고 일그러진 공간에 십수 개의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지나갔는데 제일 앞에 있는 빛줄기에서 웅장한 기운이 느껴졌다. 앞길을 막는 것이면 무엇이든 단번에 부숴버릴 것만 같았다.
그들은 바로 대라천역 사람들로 선두자는 만다라였다.
이렇게 목진 등은 전력을 다해 검은색 금자탑으로 향했고 목진은 그제야 이곳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실감이 났다.
일전에 맨눈으로 볼 때는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정작 달리고 보니 상당히 멀었다.
목진은 2각 정도가 달렸는데도 검은색 금자탑에 전혀 가까워지지 않은 것을 보고 감탄했다.
“허허, 이곳 공간이 유난히 많이 일그러져 검은색 금자탑이 멀게 느껴지지 않지만 사실, 우린 저것과 수만 리 정도 떨어져 있단다.”
목진의 표정을 읽은 천취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에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무턱대고 달리다가 힘들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지금 속도라면 반 시진만 더 달리면 도착할 거란다. 그러나 지지존 밀장 주위의 공간 파동은 무질서하고 더 난폭하니 함부로 가까이하지 말거라. 그러다 공간 난류에 빨려 들어가면 큰일이다.”
“네.”
다들 곧바로 대답했다. 천취황은 별다른 말 없이 사람들과 함께 다시 속도를 끌어올려 고요하고 일그러진 공간을 신속하게 지나갔다.
그러다 또 2각이 흐르고 만다라는 서서히 속도를 줄였는데 주위에 드리운 커다란 그림자에 흠칫 놀랐다.
고개를 들어보니 앞쪽 공간에 거대한 검은색 금자탑이 허공에 떠 있었고 그 속에서 무서운 위압감이 스며져 나왔는데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검은색 금자탑이 클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두 눈으로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웅장한 자태가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검은색 금자탑 주위의 공간은 그 위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한껏 일그러졌고 불규칙한 공간 균열이 생성되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여기가 최종 목적지다.”
만다라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방대한 검은색 금자탑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비록 목진 등과 비교했을 때, 몸집이 가장 작았지만 다들 그 속에 얼마나 무서운 힘이 들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지존은 대천세계에서도 최정예에 속했고 다들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애를 썼다.
“역주님, 지금 바로 나설까요?”
느긋하게 서 있던 수황이 드디어 눈을 떴는데 예리한 빛을 발하며 위압감을 형성했다. 이는 천취황과 영동황보다 훨씬 강력했다.
“다른 정예 세력들도 각자 다른 위치에 있을 테니 서두르자꾸나. 그러다 누군가 선수를 치면 안 되지 않겠느냐?”
만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서히 검은색 금자탑으로 향했다. 그때 금자탑 주위에 난폭한 공간 균열이 부단히 형성되더니 만다라의 앞길을 막으려 했다. 이에 그녀가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목진 등을 골치 아프게 했던 공간 균열이 모조리 사라졌다.
만다라는 검은색 금자탑 바로 앞에 다가가 표면에 새겨진 오래된 부적에서 내뿜는 지극히 강력한 파동을 느꼈는데 그 위력에 만다라마저 미간을 찌푸릴 정도였다. 이곳의 봉인은 일전의 봉인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러나 만다라도 단단히 준비하고 왔기 때문에 전혀 두렵지 않았다.
만다라가 다시 개자탁을 꺼내자 운락 원단이 이룬 홍류가 다시 나타났는데 이는 전보다 훨씬 웅장했다.
적어도 20만 알은 되는 운락 원단에 목진 등은 괜히 마음이 아팠다. 이를 지존영액으로 치면 2백만 방울을 훌쩍 넘는 양이었다.
지존영액 2백만 방울은 천취황 정도의 실력자라도 탐 날 것이다.
그런데 만다라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운락 원단 20만 알을 진득하고 묵직한 운락 영액으로 만들었다.
잇따라 만다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묵직하고 진득한 액체가 화살처럼 날아가 검은색 금자탑을 공격했다.
만다라는 운락 원단 20만 알로는 강력한 금자탑의 봉인을 전부 없앨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한 자리에 조그맣게 구멍을 내려고 똑같은 자리만 공략했다.
칙! 칙!
역시나 만다라의 예상대로 검은색 금자탑 표면의 오래된 부적은 조금씩 사라졌고 검은색 금자탑도 녹아내리며 공간 균열로 변했는데 액체의 공격에 그 크기는 빠르게 커졌다.
운락 원단 20만 방울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사라졌고 균열은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커졌다.
“들어갈 준비를 합시다. 다들 조심하거라.”
만다라는 한 장 정도 되는 균열을 보더니 목진 등에게 말을 건넸다.
“네!”
목진 등은 숙연하게 외쳤다. 이들이 지금까지 발견했던 유적지는 무서운 지지존 밀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이곳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될 수 있을 만큼의 위험한 곳이었다.
이에 만다라는 바로 앞장섰고 3황과 목진 등이 신속하게 뒤를 따랐다.
목진 등이 균열에 들어가자 주위는 더 어두워졌고 검은색 금자탑은 원고의 흉수가 입을 쩍 벌리고 이들이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목진은 어디선가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 숨을 깊게 내뱉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피 튀기는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목진은 이상한 삼각형 철편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균열 저편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고 목진은 허공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검은색 금자탑 내부에 따로 공간이 있는 것이 상당히 신기했다.
지지존 밀장이 신비롭고 위험천만하긴 했지만 목진 등은 방향을 잃을까 걱정되지는 않았다. 이들 앞에는 진정한 지지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비록 연약해 보이지만 체내에 깃든 강대한 힘으로 이들 전부를 보호할 수 있었다.
만다라가 갑자기 멈춰서자 다들 고개를 들어보니 앞쪽에 광문이 나타났다. 일그러진 광문에서 강렬한 공간 파동을 내뿜었는데 어딜 향한 건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광문을 넘어야 우린 비로소 지지존 밀장에 들어간 거란다. 대신 엄청난 위험도 따를 것인데 다들 준비되었느냐?”
만다라가 미간을 찌푸린 채 광문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목진 등은 흠칫하더니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만다라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광문을 넘었는데 눈부신 빛과 함께 눈앞에서 사라졌다.
잇따라 3황도 광문을 넘었고 나머지 사람들도 서로 마주 보고는 신속하게 광문으로 향했다.
구유와 목진은 한껏 진지한 얼굴로 눈을 마주치더니 마지막으로 동시에 광문으로 뛰어들었다.
치익.
목진과 구유가 사라지자 광문은 금세 어두워지다가 완전히 사라졌고 그 구역은 다시 어두워졌다.
이와 동시에, 다른 곳에서도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사람들이 빠르게 이를 통과했다. 이들의 목표는 같았다.
그들이 향한 곳은 전부 지지존 밀장의 최종 목적지였다.
수만 년 동안 파묻혔던 밀장이 드디어 열렸다.
목진 등이 광문을 넘자마자 공간은 격렬하게 떨리다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다시 사그라들었고 눈앞에 밝아졌다. 그들은 어느새 땅을 밟고 있었다.
목진 등은 바로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몸을 휘감고 나서야 주위를 살폈는데 순간, 흠칫 놀랐다.
이들 눈앞에 나타난 것은 오래된 대전이었다. 산처럼 웅장한 전각은 기둥 하나만 해도 수천 장 정도로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여 목진 등은 더없이 하찮아 보였다.
“이곳이 바로 지지존 밀장 내부란 말인가?”
목진 등은 이내 정색하며 중얼거렸다.
그때 만다라가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주위를 쓰윽 훑은 뒤, 바로 대전으로 들어갔다. 함정은 걱정되지 않는 듯했다. 하위 지지존의 실력자인 만다라가 그녀와 실력이 비슷한 존재를 만나지만 않는다면 크게 두려울 건 없을 것이다.
그 뒤로 3황과 왕들도 만다라를 따라 대전으로 들어갔다.
대전은 바닥과 벽, 기둥에 오래된 부적이 가득 새겨져 있었는데 부적 때문인지 전각이 상당히 튼튼해 보였다.
이에 열산왕이 엄청난 힘을 실어 발을 힘껏 굴렀는데 바닥에 자그맣게 균열이 났을 뿐 끄떡없었다.
“뭐지?”
목진 등이 오래된 대전을 살피고 있는데 만다라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앞쪽을 멍하니 쳐다보는 것이었다.
다들 만다라의 시선이 닿은 곳을 바라봤는데 대전의 끝자락에 거대한 청동 대문이 보였다. 청동 대문은 꼭 닫힌 상태였고 표면에는 진득한 피가 묻어 있었다. 그 속에서 지극히 무서운 영력 파동이 느껴졌는데 다들 저도 모르게 소름이 쫙 끼쳤다.
그러나 만다라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수롭지 않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무서운 영력이 휘몰아치며 방대하고 뾰족한 결정체로 이룬 산맥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 눈부신 빛을 발하며 청동 대문으로 향했다.
그 뒤에 서 있던 목진 등은 이러한 광경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결정체로 이뤄진 산맥은 만다라가 이곳 천지의 영력을 흡수한 뒤, 강제로 압축해 만든 실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