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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81화 (580/1,000)

581화. 상고 천궁, 10대 흉수

만다라는 아무렇지 않은 손놀림으로 지지존의 위엄을 제대로 드러냈다. 목진 등도 천지의 영력을 끌어모으고 각종 공격은 할 수 있지만 영력을 결정체로 만들지는 못했다.

영력을 결정체로 압축할 수 있는 지지존한테 일반 신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영력 결정체가 일반 신기만큼 단단하고 위력도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지지존의 공격은 수많은 신기가 날아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쿵!

그때 영력 결정체의 산봉우리가 쏜살같이 날아가 청동 대문과 부딪쳤다.

쿠쿵!

무서운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대지가 파르르 떨렸고 대전의 벽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충격파가 가시고 보니 청동 대문은 끄떡없이 제자리에 있었다. 지지존의 맹렬한 공격에도 미세한 균열조차 생기지 않았다.

이에 목진 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지존마저 부술 수 없는 청동 대문은 역시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우리가 지지존 밀장에 갇힌 것 같구나.”

수황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운락 원단으로 뚫으면 안 되나요?”

목진의 질문에 만다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운락 원단은 그와 속성이 똑같은 봉인만 녹일 수 있어. 그런데 청동 대문의 힘은 전혀 달라.”

“청동 대문에 묻은 피가 이상한 것 같아요.”

구유가 눈가를 파르르 떨며 한 말에 다들 눈길을 돌려보니 피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꼭 한껏 일그러진 흉수의 얼굴처럼 생겼고 그 개수도 마침 열 개였다.

“십흉고진(十兇古陣)이란 말인가?”

만다라는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어 대전에서 가장 굵은 열 개의 기둥을 쳐다보더니 그 위에 거대한 석상이 각각 하나씩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건 뭐지?”

열산왕 등도 덩달아 고개를 들고 기둥의 끝자락을 쳐다보더니 흠칫 놀랐다.

목진 역시 미간을 찌푸린 채 석상들을 자세히 관찰했는데 인신 수면에 암청색을 띤 석상들은 멀리서 보면 청동 조각상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서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청동 조각상의 얼굴이 거대한 청동 대문에 피로 그려진 흉수의 얼굴과 똑같게 생겼군.”

수라왕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건 상고 천궁의 10대 흉수란다.”

만다라가 고개를 가볍게 드리우며 말했다.

“10대 흉수라…….”

왕들은 어리둥절해 만다라를 쳐다봤다.

“이건 네 번째 전주가 친 수호 영진 같구나.”

만다라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청동 대문의 힘의 원천은 곧 10대 흉수로 저들을 없애야 문이 힘을 잃어 스스로 열릴 것이다.”

“그럼 당장 녀석들을 죽입시다.”

영동황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10대 흉수가 살아있었다면 모를까, 이미 죽었고 특수한 방식으로 일정한 힘이 남은 것뿐이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곳에도 규칙이 있으니 무턱대고 움직일 수는 없다.”

만다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고 손가락을 튕겼는데 영력 빛줄기 하나가 청동 조각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빛줄기가 닿으려 할 때, 기둥에 갑자기 오래된 부적이 나타나 광막을 이뤄 조각상을 보호하며 만다라의 공격을 막아냈다.

영동황은 흠칫하더니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

“따라야 할 규칙이 있으면 그대로 하면 될 터.”

만다라가 대수롭지 않게 주위를 쓰윽 훑다가 앞쪽 바닥을 바라보자 다들 덩달아 고개를 돌렸는데 널찍한 대전에 부적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만다라가 손을 가볍게 튕기자 영력의 빛줄기가 부적이 가득 새겨진 바닥으로 향했다.

쿠쿵.

만다라의 공격에 바닥은 격렬하게 떨리다가 빠르게 떠 올랐는데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만 장 정도 되는 석대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주위에 오래된 부적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거대한 광막으로 석대 전체를 감쌌다.

“전대란 말인가?”

만다라는 바로 눈치채고 수황을 쳐다봤는데 수황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전대로 향했다.

그러다 수황이 전대 주위의 광막에 닿자 영력 파동이 갑자기 미친 듯이 날뛰더니 그를 멀리 튕겨냈다. 이에 수황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만다라 곁으로 돌아왔다.

“넌 영력이 너무 강해 전대에 들어가지 못하겠구나. 네 번째 전주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누구든 강제로 영진을 뚫는 걸 원치 않는 것 같구나. 그러니 수라왕, 네가 가보거라.”

만다라는 왕들 중 실력 최강자인 수라왕한테 말을 건넸다. 수라왕은 진정한 7급 지존으로 실력이 3황보다는 못하지만 다른 왕들과 비교하면 제일이었다.

“네!”

수라왕은 공손하게 명을 받들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금세 전대 앞까지 다가갔고 전대는 더는 그를 배척하지 않았다.

수라왕이 무사히 전대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쿠쿵!

그런데 그때, 오래된 대전에서 갑자기 진동 소리가 들려 목진 등이 고개를 돌려보니 거대한 기둥의 끝자락에 놓였던 조각상 중 하나가 청동 탈을 벗고 검은색 갑옷을 입은 튼실한 생명체로 변했다.

크으으으!

녀석의 우레와 같은 포효에 대전이 격렬하게 떨렸다.

쿵!

잇따라 녀석이 발을 힘껏 굴러 기둥에 균열을 내며 전대에 내려앉았다.

녀석은 원고의 흉수처럼 안개가 자욱한 곳에 서서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는데 수라왕마저 흠칫 놀랐다.

“상고 천궁의 10대 흉수 중 하나인 탄천마교(吞天魔蛟)군.”

만다라가 담담하게 말했고 목진 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과연 대라천역 왕들 중 최강자인 수라왕과 상고천궁 10대 흉수 중 누가 승리를 거둘까?

상당히 치열한 전쟁이 예상되었다.

거대한 전대에 서 있는 수라왕은 웅장한 영력으로 주위를 휘감은 채 강력한 영력 위압감을 형성했다. 전대 밖에 서 있는 목진 등마저 그 영력 파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한편, 수라왕의 앞쪽에 서 있는 흉수는 몸에 상처가 가득 나 있어 왠지 더 무서워 보였다.

녀석의 몸은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교룡의 머리에 날카로운 이에서 예리한 광을 발했으며 시뻘건 눈으로 살기를 품은 채 수라왕을 노려봤다.

엄청난 기운을 내뿜는 양자의 대결은 꽤 볼만했다.

“저것이 바로 원고 천궁의 10대 흉수 중 하나인 탄천마교란 말인가?”

목진 등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탄천마교가 내뿜는 살벌한 기운에 이들마저 조금의 압력을 느꼈다. 10대 흉수는 이미 죽었다고는 하지만 운락 전장의 특수한 환경 덕분에 생전의 실력 중 대부분을 지닌 듯 보였다.

“탄천마교의 실력은 천궁 10대 흉수 중 상위에 속하고 생전에도 8급 지존경에 이르렀다고 들었단다. 지금은 죽었으니 실력이 6급 지존경 정상 정도 되겠지. 대신 신수인지라 7급 지존경을 상대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만다라가 전대에서 대치하고 있는 수라왕과 탄천마교를 보며 말했다. 이에 목진 등은 몰래 혀를 끌끌 찼다.

상고의 천궁은 원고 시기, 천라대륙의 패주답게 네 번째 전주 휘하에만 강자가 가득했다. 10대 흉수는 대라천역의 왕들보다 실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3황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쿵!

그때 수라왕이 강력한 영력을 끌어올린 채 바닥을 부술 정도로 발을 힘껏 굴러 빠르게 탄천마교에게 향했다.

7급 지존의 실력자인 수라왕은 탄천마교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

크으으으!

탄천마교는 포악하게 울부짖으며 비늘로 뒤덮인 손으로 선홍색 영력이 요동치는 권풍을 쐈다.

녀석의 선홍색 영력은 순식간에 꿈틀거리는 교룡으로 변했고 주위 공간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쿵!

그러다 양자의 공격이 부딪치자 무서운 충격파와 함께 아래쪽 바닥이 쩍 갈라졌고 두 사람은 뒤로 물러났다.

잇따라 다시 멈춰 선 두 사람은 다시 공격을 개시했는데 두 갈래의 난폭한 영력 빛덩이가 전대의 중앙에서 부딪쳤다.

쿵! 쿵!

두 사람은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상대방을 공격했는데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수백 차례의 공격이 오갔고 매번 주먹이 맞닿을 때마다 공간이 한껏 일그러졌다.

전대 밖에서 지켜보던 목진 등은 잔뜩 긴장해 수라왕을 지켜봤다. 수라왕은 영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가벼운 손짓만으로도 산 한 채를 부술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탄천마교보다 더 원고의 흉수 같아 보였다.

그러나 수라왕을 상대하는 탄천마교도 만만치 않았다. 녀석은 비록 수라왕에게 조금 밀려났지만 결연한 태도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었다.

이렇게 전대에서의 대결은 상당히 치열했다.

그러나 정작 만다라와 3황은 태연하게 서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봤는데 수라왕이 대결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이미 눈치챘다.

이대로라면 수라왕이 대결에서 승리하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쿵!

역시 만다라 등의 예상대로 전대의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충돌했는데 수라왕은 빨개진 손에 살기를 가득 담아 탄천마교의 가슴팍을 때렸다.

“수라혈장인(修羅血掌印)!”

퍽!

탄천마교는 가슴팍에서 혈광을 내뿜으며 멀리 튕겨 나갔는데 갑옷은 어느새 부서졌고 가슴팍마저 움푹 파여 처량하게 울부짖는 것이 상당히 가여워 보였다.

수십 장 뒤로 튕겨 나간 탄천마교는 바닥을 힘껏 때리며 하늘 높이 날아올라 선홍색 눈으로 수라왕을 쏘아봤다.

녀석은 움푹 꺼진 가슴팍을 뒤로한 채 선홍색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더니 몸 표면에 선홍색 교룡을 만들었다.

쿵! 쿵!

전대 전체가 탄천마교의 충돌로 인해 파르르 떨렸는데 앞쪽에 산맥이 있었다면 분명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수라왕도 무서운 힘을 실은 채 다가오는 탄천마교를 보고 흠칫했는데 금세 마음을 가라앉히며 합장했다.

위잉.

강력한 영력이 체내에서 돌풍처럼 휘몰아쳐 거대한 그림자가 그 뒤쪽에 형성되었다.

소의 머리를 한 그림자는 엄청난 살기를 내뿜어 꼭 살육의 신처럼 보였다.

“저건 천수라법신(天修羅法身)이잖아!”

목진은 흠칫 놀랐다. 수라왕이 수련한 지존법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중 69위인 천수라법신이었다.

음매!

천수라법신은 포효하며 주먹을 휘둘러 엄청난 혈광과 함께 공간을 가르며 탄천마교에 맞섰다.

위잉!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폭발해 전대 주위의 광막을 때리자 광막마저 격렬하게 진동했다.

슉!

충격파를 형성한 수라왕은 지면에 깊은 흔적을 남기며 잽싸게 뒤로 물러났고 탄천마교는 맥없이 튕겨 나가 광막에 부딪히더니 산산이 부서졌다.

이로써 탄천마교는 대결에서 패배했다.

수라왕의 승리에 목진 등은 시름을 덜었다.

수라왕은 영력을 거두며 고개를 들었는데 탄천마교가 폭발해 형성된 파편이 갑자기 그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깜짝 놀란 수라왕은 바로 반항하려 했는데 만다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탄천마교의 영력 정화로 흡수하면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라왕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영력을 끌어올려 체내의 방대한 영력 정화를 모조리 흡수했다.

반 시진 뒤, 영력 정화를 완전히 흡수한 수라왕은 그제야 꼭 감았던 눈을 떴는데 눈에서 예리한 빛을 발했고 영력 파동도 더 웅장해졌다. 그는 탄천마교의 영력 정화를 흡수한 뒤, 체내의 영력이 적잖게 향상된 모양이었다.

전대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나머지 왕들은 수라왕이 부러웠다. 수라왕의 실력으로 영력 증진을 이루려면 오랜 시간 수련해야 가능한데 탄천마교의 영력 정화가 있어 그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그때 수라왕이 뭐라 하기도 전에 전대는 바로 그를 튕겨냈고 꼭 닫혔던 청동 문에서 괴상한 소리가 났다.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표면에 그려졌던 흉수의 얼굴 중 하나가 사라졌다.

사라진 흉수는 바로 수라왕이 쓰러뜨린 탄천마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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