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화. 10대 흉수, 천룡호(天龍虎)
흑철마후의 영력 정화를 전부 흡수한 홍애왕은 그제야 휘청거리며 전대에서 내려왔고 만다라는 영력 회오리로 그를 부축했다.
제아무리 방어력이 강해도 흑철마후의 미친 듯한 공격에 버티기는 힘들었다.
“임무를 완성하여 다행입니다.”
홍애왕이 간신히 웃으며 말했다.
“수고했구나.”
만다라는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이번 대결의 승리는 예상 밖이었지만 홍애왕에게 운이 따른 것도 있었다.
흑철마후는 속도가 빠른 대신 공격력이 약한 편이었고 홍애왕은 방어력이 강했다. 만약 다른 흉수였으면 그는 이미 쓰러져 패했을 것이다.
“이제 그만하고 지금부터는 나한테 맡기거라.”
만다라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전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하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자신은 서 있기만 한 것이 마음에 안 들던 참이었다. 만다라는 영력 소모가 아무리 많아도 꼭 청동 대문을 부수리라 마음먹었다.
만다라가 앞으로 나아가 무서운 영력을 빠르게 모으자 누군가 옆에 다가와 손목을 잡고 모은 영력을 다시 가라앉혔다.
이에 만다라가 고개를 들어보니 목진이었다.
“역주님, 대라천역의 왕인 내 권리를 빼앗지 말아 주세요.”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만다라가 승산 없는 싸움에 부하를 내보내고 싶지 않아 이러는 것을 잘 알지만 대라천역의 왕으로서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야…….”
만다라는 흠칫 놀라 목진을 바라봤는데 소년의 결연한 눈빛에서 절대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것이 느껴졌다.
하여 만다라는 천천히 손을 내리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나와.”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전대에 올랐다. 그는 고개를 들어 오래된 기둥을 쳐다봤고 신창처럼 날카로운 기운을 내뿜었다.
“마지막 대결은 내가 해결하지. 10대 흉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지 어디 한번 확인해보자꾸나!”
목진은 전대에서 예리한 기운을 내뿜었다. 이번은 마지막 도전이면서 가장 중요한 대결이기도 했다.
목진이 대결에서 승리하면 만다라가 영진을 뚫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고 패하면 만다라는 엄청난 영력을 소모해 영진을 뚫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정예 세력의 주인과 마주치거나 영신액 쟁탈전에서 크게 불리해질 것이다.
이는 대라천역에 엄청난 타격이었다.
무엇보다 만다라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목진은 반드시 이겨야 했다.
한편, 왕들은 한껏 정색하며 목진을 쳐다봤는데 5급 지존경의 실력으로 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그건 목진이 지금까지 이뤄낸 기적 때문이었다.
왕들은 운락 전장에서 위급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마다 목진이 여러 차례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고, 곧 있을 대결에서 그런 기적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쿠쿵!
그때 오래된 대전이 다시 진동했고 청동 조각상에 묵직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녀석이 전대에 내려앉자 엄청난 충격에 전대 전체가 격렬하게 떨렸고 녀석이 내뿜는 무서운 살기에 다들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전대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전대 쪽을 살폈는데 살기가 가신 후에야 녀석의 온전한 모습이 드러났다.
검은색 용린이 온몸에 뒤덮인 녀석의 근육은 곧 폭발할 것처럼 튀어나왔고 살기 가득한 호랑이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또 이마에는 용의 뿔까지 솟아 있었다.
“10대 흉수 중 하나인 천룡호다.”
녀석의 정체를 알아챈 만다라는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천룡호는 상고 천궁의 10대 흉수 중에서 포악하기로 유명했다. 녀석의 몸에는 천룡의 혈맥이 흐르는데 천룡은 용족에서 진정한 용 다음으로 진귀한 혈맥으로 엄청난 신수에 속했다.
비록 천룡호 체내의 천룡 혈맥이 짙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천룡호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수라왕, 구유 등도 천룡호가 형성한 위압감에 심장이 철렁했다.
녀석의 실력은 6급 지존으로 흉악한 기운까지 더하면 혈응왕 마저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5급 지존밖에 안 되는 목진이 과연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까?
크으으으!
천룡호가 포효하자 음파가 실체처럼 휘몰아쳐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기세등등한 천룡호를 바라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다 목진이 마음을 움직이자 두 눈이 까맣게 변하며 그윽해졌다.
무상심마경, 소심마상태!
이와 동시에, 목진 주위를 휘감았던 영력 파동이 사그라들었다. 목진의 영력이 난폭한 화산 같다면 지금은 바닷속 무서운 소용돌이와 같았다. 바닷속 무서운 소용돌이는 밖에서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서 더 위험하고 무서웠다.
열산왕 등은 목진의 영력의 미세한 변화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절대 목진처럼 영력을 정교하게 조종할 수 없었다.
“영력 제어력이 참으로 교묘하군.”
수라왕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영력 장악력이 이 정도로 정교하면 같은 양의 영력이라도 발휘할 힘은 더 강했다. 목진이 자신보다 실력이 강한 상대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쿵!
목진이 소심마 상태에 들어선 것을 발견한 천룡호는 나지막하게 울부짖으며 발을 힘껏 굴러 아래쪽 바닥을 부수며 목진한테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 무서운 영력이 한데 모여 포효하는 맹호를 만들어내더니 쏜살같이 목진에게 향했다.
이에 목진은 뒤로 물러나 녀석의 공격을 피하려 했는데 그 위력이 엄청나 팔에 혈흔이 생겼다.
잇따라 목진이 자기 곁을 신속하게 지나가는 천룡호를 보더니 손가락에 영력을 불어넣은 채 공간을 가르며 녀석의 목구멍을 찔렀다.
소심마상태에 들어선 목진의 공격은 힘 있고 신속했다. 장외의 혈응왕 등마저 놀랄 정도였다.
쿵!
그러나 천룡호는 경험이 많은지 바로 손을 거둬 목을 보호했다.
탕!
목진의 손가락과 녀석의 손바닥이 닿자 금속이 부딪친 것처럼 사방에 불꽃이 튀었다.
그때 천룡호가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어 목진의 손목을 잡고 비틀었는데 무서운 힘이 솟구쳐 손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
퍽!
그런데 갑자기 웅장한 영력을 실은 다리가 날아와 천룡호의 머리를 겨눴고 이로 인해 주위의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호흡이 흐트러진 천룡호는 팔로 목진의 다리를 막았고 목진은 그 틈을 타 팔을 거둔 뒤,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대서미마주를 꺼내 웅장한 영력을 실어 힘껏 내리쳤다.
이에 천룡호가 포효하자 이마에 난 용의 뿌리에서 검은빛을 발하며 폭등해 대서미마주에 맞섰다.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무서운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전대의 바닥이 산산이 부서졌다.
목진도 무서운 충격파에 뒤로 한참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는데 대서미마주를 쥔 손이 찢어져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목진이 고개를 들자 천룡호가 시뻘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끄떡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전대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관전하였다. 양자의 공격은 지독하면서 교묘했는데 결국 목진만 타격을 입었다.
일반 5급 지존이었다면 천룡호의 공격을 한 번 받아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목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천룡호를 쓰러뜨리고 마지막 대결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
쿵!
그때 목진 수중의 대서미마주가 갑자기 폭등하더니 사정없이 천룡호에게 향했다.
크으으으!
천룡호는 으르렁거리며 순간 백 장 정도로 커진 꼬리를 휘둘러 대서미마주를 내쳤는데 앞쪽에서 갑자기 용과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목진의 뒤쪽 일그러진 공간에 지존해가 나타났고 그 속에서 빛줄기 여덟 갈래가 솟구쳤다.
음매!
용과 코끼리의 울음소리에 다들 눈을 부릅떴는데 여덟 갈래의 빛줄기는 네 마리의 용과 네 마리의 코끼리였다.
준대원만신술, 구룡구상술!
4룡4상이 나서자 무서운 영력 파동이 치솟았고 그 엄청난 파동에 혈응왕 등은 깜짝 놀라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이 드디어 필살기를 선보인 것이다.
“4룡4상이란 말인가?”
구유는 목진이 구룡구상술을 수련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동시에 4룡4상을 소환하는 것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목진은 4룡4상을 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다시 인법을 바꿨다.
“더 만들어내는 건가…….”
구유는 순간 깜짝 놀랐다.
크으으으!
잇따라 목진이 발을 힘껏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눈가를 파르르 떨자 뒤쪽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웅장한 지존해가 엄청난 파도를 일으켰고 또 두 갈래의 빛줄기가 솟구쳤다.
이와 동시에, 맑은 용음과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오래된 대전에 울려 퍼졌다.
이에 혈응왕 등이 고개를 들어 목진을 바라보았다. 목진은 무덤덤하게 허공에 서 있었고 뒤쪽에 방대한 5룡5상이 놀라운 영력 위압감을 형성했는데 그 무게를 못 이겨 아래쪽 공기가 압축되는 것 같았다.
이 정도 공격이라면 6급 지존이라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목진이 과연 5룡5상의 힘으로 천룡호를 물리칠 수 있을까?
맑은 용음과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오래된 대전에 울려 퍼지자 목진 뒤쪽에 거물 열 마리가 갑자기 나타나 놀라운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준대원만신술, 구룡구상술.
구룡구상술은 목진이 상지대륙에서 얻은 것으로 준대원만급 밖에 안 되지만 수련을 거듭할수록 준대원만급 신술 못지않은 위력을 보여주었다.
목진은 그윽한 눈으로 상대방을 보며 5룡5상을 만들어낸 뒤, 신속하게 합장해 다시 인법을 바꿨다.
“구룡구상술, 용상지륜(龍象之輪)!”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목진 뒤쪽에 서 있던 5룡5상이 포효하더니 열 갈래 빛줄기가 되어 한데 부딪쳤다.
위잉.
녀석들이 부딪친 곳에서 눈부신 빛이 발하며 커다란 광륜이 나타났는데 변두리에는 용과 코끼리가 새겨졌고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 파동을 내뿜어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공격하라!”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용상지륜은 한 줄기 빛이 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가르며 천룡호의 앞쪽에 나타났다.
용상지륜의 강력한 영력 파동과 놀라운 속도에 혈응왕 등 6급 지존들은 화들짝 놀랐다. 그가 날린 공격은 그들마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크으으으으!
목진의 날렵한 공격에 천룡호는 이내 정색하며 발을 힘껏 구르더니 시뻘건 눈을 부릅뜬 채 입을 쩍 벌렸다.
순간, 녀석의 입에 난폭한 영력이 미친 듯이 모였고 살기가 휘몰아쳤다.
“천룡호소음(天龍虎嘯音)!”
나지막한 포효에 용음이 울려 퍼지더니 천룡호는 입으로 실체나 다름없는 음파를 내뿜었다.
꽈르릉!
웅장하기 그지없는 음파에 용과 호랑이의 그림자가 얼핏 보였는데 지나간 곳마다 공간에 균열이 일었다.
녀석의 공격은 상당히 난폭했다.
퍽!
용호 음파는 용상지륜과 부딪쳤고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난폭하기 그지없는 충격파가 휘몰아쳐 단단한 바닥이 한 층 벗겨졌다.
퍽!
그들 역시 충격파에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뒤로 튕겨 나갔다.
목진은 전대 끝자락의 광막에 부딪혀 광막에 파문이 일었고 손으로 광막을 잡으며 몸을 추스른 뒤 상대편을 바라봤고, 천룡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은 부적이 가득 새겨진 바닥에 꽂았는데 앞쪽에 기다란 흔적이 나 있었다.
크으으으!
천룡호도 시뻘건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포효하며 바닥에 깊게 박힌 손을 빼냈는데 혈흔이 가득했다.
일전의 공격은 막상막하였다.
전대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이 구룡구상술을 소환했는데도 녀석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니, 천룡호는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천룡호의 실력은 10대 흉수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걸세.”
왕들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천룡호는 홍애왕과 싸웠던 흑철마후 보다 더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