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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85화 (584/1,000)

585화. 영진을 뚫다

크으으으!

그런데 그때, 천룡호가 갑자기 울부짖더니 체내에서 살기가 가득 깃든 빨간빛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잇따라 천룡호의 육신은 점차 커졌고 피부에 박힌 검은색 용린은 더 어두워졌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천룡호의 몸은 두 배가 되었고 전대에 조용히 서 있는 것이 꼭 원고의 흉수 같아 보였다. 이마에 난 용의 뿔도 더 그윽한 빛을 발했다.

“젠장, 천룡호의 영력이 더 강해졌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왕들은 천룡호의 변화에 깜짝 놀랐다.

“녀석이 체내의 천룡 혈맥을 불태우고 있구나.”

만다라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극소수의 흉수만 혈맥을 불태울 수 있었다. 또한, 여태껏 모습을 드러낸 10대 흉수 중 이를 해낸 녀석은 단 한 놈도 없었는데 천룡호가 해내다니!

이리되면 녀석의 실력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건 목진한테 더없이 나쁜 소식이었다.

목진은 전력을 다해봐야 겨우 천룡호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인데 녀석이 더 강해졌으니 상황은 더 불리해졌다.

목진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 또한 천룡호의 변화를 눈치챘다.

쿵!

그러나 천룡호는 목진한테 준비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았다. 그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한테 다가가 무서운 영력을 실은 손으로 목진의 머리를 겨눴는데 그 주위 공간이 모조리 폭발했다.

이에 목진은 빠르게 피하며 두 팔로 머리를 감쌌다.

쿵!

천룡호의 장풍에 맞은 목진은 지면에 수백 장 정도의 흔적을 남기며 뒤로 물러나 손으로 바닥을 잡으며 겨우 멈춰 섰다. 팔을 감쌌던 옷은 어느새 찢어져 피부가 훤히 드러났는데 금광이 빛나며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일반 6급 지존이었다면 천룡호의 공격에 뼈가 부서졌겠지만 목진은 용봉체 덕분에 신수 못지않은 육신을 획득해서 회복이 아주 빨랐다. 비록 고통은 그대로 느껴졌지만 말이다.

쿵!

그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천룡호가 다시 난폭한 공격을 개시하자 목진은 황급히 피했다.

그런데 천룡호는 끝까지 그를 쫓아다니며 무서운 영력이 깃든 주먹을 휘둘러 공간에 파문이 일었다.

천룡호가 혈맥을 불태우자 목진은 순식간에 열세에 처했다. 이대로 계속 시간이 흐른다면 목진의 육신이 아무리 강해도 녀석의 난폭한 공격을 전부 받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어느새 조용히 서서 관전하던 구유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주먹을 꽉 쥐었다.

목진의 대결은 상당히 중요했다. 만약 그가 실패하면 만다라가 영진을 뚫는 것이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

쿵!

천룡호가 엄청난 힘을 실은 주먹을 휘둘러 다시 한번 목진의 팔을 때리자 공간이 파르르 떨렸고 목진은 뒤로 멀리 튕겨 나갔다. 목진은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고개를 들어 두 팔을 쳐다봤는데 피부가 찢어져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천룡 혈맥을 불태우면 극강의 영력을 획득하고 속도, 방어, 힘까지…….”

목진은 열세에 처했지만 소심마상태라 감정 기복 없이 천룡호의 힘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했다.

“이런 상태라면 천룡호를 쓰러뜨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하지만 혈맥을 불태우면 반드시 폐단이 있지. 그 과정을 마치면 녀석은 분명 잠시 몸이 허약해질 거야.”

“천룡호가 혈맥을 다 불태울 때까지 절대 버틸 수 없으니 속도를 끌어올려야겠어.”

“그럼 무슨 수로 속도를 끌어올릴까?”

* * *

목진은 그윽한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며 생각하다가 드디어 뾰족한 수가 떠올랐다.

쿵!

녀석의 공격에 적중한 목진은 다시 뒤로 튕겨 나가 광막에 부딪혔지만, 개의치 않고 두 손으로 오래되고 오묘한 인법을 그렸다.

쿵!

그러자 목진의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쳤고 눈에서 황금색 화염이 스쳐 지나가더니 머리에서 어두운 빛이 솟구쳤다. 빛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장 정도로 커졌다.

목진이 소환한 물건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는 거대한 흑탑이었는데 오래된 파동을 내뿜는 흑탑의 표면에 오래된 천룡들이 새겨졌다.

흑탑은 바로 대부도탑이었다.

그러다 목진이 다시 인법을 바꾸자 대부도탑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빠르게 내려앉아 천룡호를 감쌌고 수십 마리의 황금색 천룡이 날아올라 황금색 화염으로 변해 내부에 들어가 녀석을 휘감았다.

그러나 목진은 천룡호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황금색 화염을 천룡호의 몸에 불어넣었다.

크으으으!

천룡호의 두 눈은 순간 빨갛게 변했고 체내의 혈맥은 모조리 불타올라 무서운 영력 파동이 폭발했다.

왕들은 이를 발견하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수라왕마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무리 그라도 이러한 파동을 내뿜는 천룡호를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목진은 도대체 뭘 한 거지? 천룡호의 힘은 왜 더 강해졌단 말인가?

왕들은 목진의 의도를 몰랐지만 만다라는 뭔가 알아챈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수를 생각해내다니…… 흑탑에 새겨진 천룡의 무늬가 만들어낸 천룡의 불씨가 천룡호 체내의 천룡 혈맥과 똑같아서 다행이야. 그래야 녀석 체내의 혈맥을 순식간에 불태울 수 있…….”

중얼거리던 만다라는 대부도탑을 보더니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어디선가 흑탑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는 태고족(太古族) 중 부도신족(浮屠神族)의 부도신탑(浮屠神塔)과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목진한테 부도신족한테만 주어지는 부도신탑이 있다니, 설마 목진은 부도신족 사람인가?

활활!

대부도탑에서 활활 타오르는 황금색 화염으로 인해 천룡호의 육신은 점차 커졌고 강력하기 그지없는 살기가 휘몰아치며 엄청난 소리를 냈다.

목진의 천룡지화로 인해 실력이 미친 듯이 폭등한 천룡호는 수라왕마저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에 전대 밖에 서 있던 혈응왕 등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들도 녀석의 실력이 갑자기 폭등한 것이 목진 때문이란 걸 알아챘다.

목진이 이렇게 한 이유는 몰랐지만 절대 무턱대고 저지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는 과연 실력이 폭등한 천룡호를 상대할 수 있을까?

한편, 목진도 대부도탑 내부의 영력이 점차 난폭해지는 게 느껴졌다. 목진이 지금 당장 천룡호와 싸우면 제아무리 용봉체가 있어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천룡호의 실력은 현재 7급 지존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목진은 녀석의 실력이 엄청나게 향상되었음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실력이 더 빨리, 더 많이 늘수록 혈맥의 연소 속도가 빨라지는데 천룡호가 살아있었으면 분명 목진의 의도를 꿰뚫고 바로 혈맥 연소를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생전의 일부 실력만 보존한 시체일 뿐이었다.

크으으으!

위험한 느낌이 들자 천룡호는 이내 포효하며 대부도탑에 주먹을 날렸다.

쿠쿵!

웅장한 영력이 돌풍처럼 휘몰아쳤고, 녀석의 권풍에 수라왕마저 놀라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는 녀석이 모든 힘을 쏟아부은 공격이었다.

목진도 천룡호의 반격에 바로 인법을 바꿨는데 대부도탑과 함께 황금색 화염이 갑자기 사라졌다.

쿵!

난폭한 영력이 깃든 녀석의 권풍은 전대 주위의 광막을 적중해 광막이 격렬하게 떨렸다.

잇따라 녀석의 튼실했던 몸은 조금씩 작아졌고 밝게 빛났던 용린도 점차 어두워졌다.

천룡호의 실력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살기 가득했던 천룡호는 시들시들해졌고 용린 사이사이로 피가 스며져 나왔다.

이에 목진은 괜히 으쓱했다. 그는 천룡호가 혈맥을 연소하는 데 일정한 대가를 치를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금의 천룡호는 겉치레만 멀쩡했다.

전대 밖에서 지켜보던 혈응왕 등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그제야 목진의 의도를 파악하고 감탄했다. 다들 목진이 이런 방법으로 승리를 거머쥘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목왕이네, 참 대단해.”

일전의 치열한 대결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처했던 목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천룡호의 결점을 파악한 뒤, 절묘한 방법으로 녀석을 쓰러뜨렸다. 이는 경험이 풍부한 혈응왕 등마저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편, 목진이 전대에 서서히 내려앉자 천룡호는 시뻘건 눈으로 그를 쏘아보더니 다시 공격을 개시했는데 실력이 확 줄어들어 목진한테 전혀 위협이 안 되었다.

목진은 옆으로 잽싸게 피한 뒤, 한쪽 손으로 녀석의 머리를 잡았다.

“미안하네.”

목진은 나지막하게 말하더니 난폭한 영력을 손에 모았다.

쿵!

천룡호의 머리는 바로 폭발했고 몸도 덩달아 산산이 부서져 수많은 광점이 되었다. 그 속에는 지극히 순수한 영력이 깃들어 있었다.

이는 천룡호의 영력 정화였다.

목진이 옷깃을 휘날리자 웅장한 영력 정화는 전부 그의 몸에 스며들었는데 이는 그가 일전에 흡수했던 2만 알의 운락 원단 못지않았다.

“천룡호는 생전에 8급 지존이었을 거야. 안 그럼 이렇게까지 웅장하고 순수한 영력 정화를 남겼을 리 없어.”

목진이 몰래 감탄하며 눈을 감고 영력을 끌어올려 영력 정화를 제련해 모조리 지존해에 불어넣자 지존해에 깃든 영력이 훨씬 웅장해졌다.

“영력 정화를 조금 더 얻을 수만 있다면 곧장 5급 지존경 정상에 이를 수 있을 텐데…….”

반 시진 후, 목진이 다시 눈을 뜨자 감정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눈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는 목진이 소심마상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체내의 영력이 더 순수하고 웅장해진 것을 느끼고는 감탄했다.

치익.

이와 동시에, 오래된 대전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청동 대문에 새겨졌던 흉수의 얼굴 하나가 서서히 사라졌다.

이는 천룡호의 얼굴이었다.

청동 대문에 새겨진 10대 흉수의 얼굴 중 네 개가 사라지자 완벽했던 봉인은 무질서한 파동을 일으켰다.

잇따라 목진이 전대에서 내려오자 다들 미소를 지으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허허, 목왕의 덕이 크구나.”

천취황마저 미소를 지으며 목진의 실력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대결은 대라천역에 상당히 중요했기에 목진이 실패하면 만다라가 강제로 봉인을 뚫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대가가 따르는 일이었다.

“여러분의 노력이 없었다면 내가 이번 대결에서 이긴다고 한들 큰 힘은 되지 못했을 거예요.”

목진은 공을 전부 떠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한편, 미간을 한껏 찌푸렸던 만다라도 이내 미소를 지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이번 일은 여러분의 공이 크니 대수렵전이 끝나면 반드시 큰 상을 내릴 것이다.”

소녀의 앳된 목소리에 다들 화색이 되었다. 만다라가 이리 말한 것을 보면 엄청난 상을 하사할 것은 분명했다. 그중에 상품 신기, 절품 신기나 준대원만급 신술, 심지어 이보다 더 좋은 것을 하사할 가능성도 다분했다.

그런데 목진은 다른 왕들과 달리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역주님, 이젠 봉인을 뚫을 수 있나요?”

영동황이 꼭 닫힌 청동 대문을 보며 물었다. 청동 대문만 통과하면 지지존 밀장의 깊숙한 곳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만다라도 고개를 돌려 청동 대문을 바라보더니 바로 정색했다. 그녀는 청동 대문과 오래된 대전이 긴밀히 연결돼 봉인을 뚫기 어려웠는데 더는 발목 잡힐 이유가 없었다.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거라.”

말을 마친 만다라가 대전의 기둥 중 하나를 힘껏 때리자 ‘꽈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부적이 잔뜩 새겨진 경천의 기둥이 맥없이 부러졌고 웅장한 영력을 주위에 휘감아 표면에 영룡한 영력 결정층을 이뤘다.

슉!

잇따라 기둥은 눈부신 영광을 발하며 날아가 청동 대문을 힘껏 때렸다.

쿠쿵!

기둥은 산산이 부서졌고 청동 대문의 봉인도 빠르게 어두워졌다. 피로 그려진 흉수들의 얼굴은 처량하게 포효하며 한껏 일그러졌다.

“봉인을 뚫어라!”

만다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 깜짝할 사이에 기둥으로 다가가더니 주먹으로 있는 힘껏 기둥을 때렸다.

퍽!

커다란 기둥은 순간 잿더미가 되었고 공간마저 부술 것 같은 무서운 힘이 청동 대문에 닿았다.

끼익.

청동 대문에 균열이 일더니 빠르게 주위로 퍼져나갔고 흉수들의 얼굴은 처량하게 울부짖더니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다 한껏 일그러졌던 청동 대문이 갑자기 폭발했다.

드디어 지지존 밀장 깊숙한 곳을 향한 대문이 열렸다. 하지만 청동 대문을 지나면 대수렵전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영신액을 위해서라면 만다라 같은 지지존급 강자마저 전쟁에 나서기 때문이었다.

그때가 되면 한 차례의 대결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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