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9화. 3강의 대결
목진의 예상대로 1각도 채 안 돼 각 세력의 최강 실력자들이 동시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당장 나서거라! 반드시 영신액을 얻어야 한다.”
잇따라 수황, 천취황, 영동황도 거의 동시에 나섰는데 이들의 목표는 방대한 호수의 중심에 있는 눈부신 빛덩이였다.
이와 동시에, 기타 세력의 최강자들도 잽싸게 출발했다.
순간, 난폭한 영력이 폭발했다. 7대 정예 세력의 피 튀기는 전쟁이 드디어 서막을 열었다.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난폭한 영력 파동을 내뿜으며 쏜살같이 방대한 호수의 중심으로 향했다.
호수에 갑자기 나타난 빛덩이들을 얻기 위해 각 세력의 강자들은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각 정예 세력에서 탐내는 영신액이 빛덩이에 들어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각 세력이 차지한 산맥은 호수와 수천 장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다들 눈 깜짝할 사이에 호수로 들어갔다.
철썩!
그런데 그때, 아래쪽 호수가 갑자기 폭발하며 비취색 한광을 내뿜어 사람들을 공격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각 세력의 강자들은 흠칫 놀랐지만 미리 준비한 덕분에 큰 타격은 없었다.
잇따라 강자들이 영력을 끌어올리자 영광이 번쩍이며 권풍, 검광 등이 휘몰아쳤고 일부 강자들은 신기를 꺼내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치익!
그러나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호수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했다. 비취색 한광은 일부 강자들의 영력 보호막을 뚫고 그들을 공격했고 처량한 비명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그제야 비취색 한광에 한 척 정도 되는 비취색 뱀이 깃든 것을 발견했다. 납작하고 긴 뱀은 비늘이 곤두선 것이 꼭 검의 날 같았고 온몸에 오래된 부적이 새겨졌으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방출했다.
자그마한 뱀은 목진의 방어벽도 뚫고 그에게 향했지만 목진은 바로 손으로 뱀의 공격을 막았다. 용음과 함께 피부에서 암금색 빛을 발한 목진은 순식간에 용봉체를 소환했다.
탕!
그런데 뱀이 손에 닿자마자 목진은 손바닥이 찌릿했다. 이에 바로 뱀을 잡아 비틀어 죽여버렸다. 그러나 뱀은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고 수많은 광점이 되어 빠르게 사라졌다.
“녀석들이 만들어낸 물건이었다니!”
목진은 순간 깜짝 놀랐다. 자그마한 뱀이 생물인 줄 알았는데 그건 특수한 방법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신기와 비슷했다.
하품 신기의 위력을 지닌 자그마한 뱀들이 한꺼번에 공격을 개시하면 제아무리 6급 지존이라도 상대하기 버거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3황과 실력이 비슷한 이들 빼고는 대부분 일정한 타격을 입었다. 그중에는 피를 본 사람도 제법 많았다.
이에 목진은 바로 구유한테 눈길을 돌렸는데 그녀 역시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신수의 강력한 육신으로 상황을 이겨냈고 혈응왕 등은 어쩔 수 없이 피를 보고 말았다
“조심하거라. 녀석들은 신기를 만드는 방법을 이용해 영력을 뚫는 데 선수란다.”
갑자기 수황의 목소리가 들렸다.
“각자 알아서 뭉치고 천취황과 영동황은 나를 따라 보물을 찾아보자꾸나!”
수황이 주위를 쓰윽 훑으며 말했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자그마한 뱀들이 앞길을 막았지만 진정한 정예 강자들의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 이에 다른 세력의 정예 강자들도 수황 등처럼 보물을 찾으러 호수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럽시다.”
천취황과 영동황도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황과 함께 자그마한 뱀들이 날아다니는 구간을 건너 빛덩이로 향했다.
그러다 수황이 손을 뻗자 빛덩이 중 하나가 날아왔다.
“흥, 어서 놓지 못할까!”
그때 우레와 같은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지더니 음산한 장풍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왔는데 엄청난 한기에 순간, 공기마저 얼어붙은 것 같았다.
섬에 들어온 정예 강자들은 체내의 영력이 억제되긴 했지만 북계에서 지지존 다음으로 강한 인물들이라 공격의 위력이 상당했다.
상대방의 음산한 공격에 수황은 피식 웃더니 뒤로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웅장한 영력이 난폭한 파동을 내뿜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슉!
소용돌이는 음산한 장풍을 꿀꺽 삼키더니 산산이 부숴버렸다.
“흥!”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콧방귀를 뀌며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수황을 노려봤다.
머리는 백발이었지만 눈빛만은 누구보다 예리한 노인은 신각의 서각주로 8급 지존이었다. 그는 수황과의 대결에서 바로 열세를 보였다.
“대라천역의 수황은 역시 남다르군. 그럼 오늘, 신각에서 대라천역 3황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해볼까?”
서각주의 말에 다른 곳에서 두 줄기 빛이 날아오더니 노인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수황은 일단 빛덩이를 거뒀다. 그 속에는 삼 척의 청봉이 들어있었는데 검신에 한광이 득실거렸으며 오래된 부적은 뱀처럼 꿈틀거렸다. 그러다 검의 날에서 발한 한광에 순간 공간에 균열이 생겼다.
이는 상품 신기였다.
대충 집은 것마저 상품 신기라니, 역시 밀장은 남달랐다. 이는 북계 경매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실력이 9급 지존경에 이른 수황한테는 절품급 신기라야 비로소 전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절품 신기보다 더 강력한 보물이 있지만 성물이라 불리는 보물은 지지존마저 갖기 힘든 물건이라 수황은 딱히 바라지 않았다.
수황은 상품 신기인 것을 확인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호수를 바라봤다. 호수가 내뿜는 빛덩이의 수량이 제법 많았는데 도대체 어떤 것이 영신액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처럼 혼잡한 상황에서 튕겨 나오는 빛덩이를 전부 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색에 잠겼던 수황이 고개를 들자 앞쪽에 신각의 세 각주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장 왼쪽에 서 있는 노인한테서 자기 못지않은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하얀색 도포를 입은 채 인자하게 웃고 있는 노인은 곧 신각 네 각주 중 실력 최강자인 동각주로 수황과 같은 9급 지존이었다.
신각은 바로 대라천역의 3황을 노린 것으로, 수황 등에게 영신액을 얻을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따로 움직입시다.”
수황의 말에 천취황과 영동황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흩어졌다.
“허허, 각주께서 절대 대라천역에 영신액을 넘기지 말라고 하셔서…….”
동각주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두 각주가 천취황과 영동황을 쫓으러 갔다.
“신각은 아직 대라천역의 앞길을 막을 정도는 아니네.”
한껏 풀렸던 수황의 두 눈은 지금 엄청난 한기를 내뿜으며 동각주를 노려봤다.
“과연 그럴까?”
동각주는 가볍게 웃더니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그 충격에 그 구역의 공간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수황도 잇따라 두 손을 들자 동각주 못지않은 영력 위압이 주위에 퍼졌다.
지지존 다음으로 각 세력의 최강자인 9급 지존들의 대결에 다른 강자들은 빠르게 물러났다. 그들은 두 사람의 대결에 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슉!
뒤쪽에 있던 목진도 신각에 발목이 잡힌 3황을 보고는 바로 인상을 썼다. 신각은 대라천역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듯 보였는데, 영신액을 취할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3황만 막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고 결인하자 등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했고 맑은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방대한 봉황의 날개가 나타났다.
목진은 날개를 퍼덕여 비취색 뱀을 모조리 물리치고 속도를 끌어올린 뒤, 한 줄기 빛이 되어 호수의 중심에 있는 빛덩이로 향했다.
섬에서는 실력이 강할수록 영력에 대한 억제도 강해져 지금의 목진은 다른 왕들보다 실력이 더 좋았다.
다만, 운락 전장에서 명성을 날린 목진은 각 세력의 관심을 받고 있어 그가 호수의 중심으로 향하자마자 다른 두 방향에서 빛줄기가 날아와 목진을 포위했다.
이에 목진은 상대방을 바라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은 다름 아닌 유명궁의 유명 황자와 신각의 방의였다.
이렇게 북계 용봉록의 3위권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1위와 2위가 3위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유명 황자는 수중의 혈홍장창으로 목진을 겨누며 말했다.
“전의를 잃은 네가 감히 이곳에서 활개를 치다니, 당장 이 호수에서 물러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이에 목진이 바로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리자 유명 황자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수중의 장창을 꼭 쥐었다.
“네가 정령 이렇게 나온다면 전의를 잃는 네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제대로 알려주마!”
선홍색 장창을 든 채 허공에 서서 난폭한 영력을 내뿜는 유명 황자는 제법 기세등등했다.
목진은 용봉천에서 그와 싸워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유명 황자를 상대하는 것도 꽤 버거웠다.
그런데 지금은 운락 전장에서 방의와 싸워 이기기까지 했고 5급 지존경 정상에 이르러 6급 지존경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정도로 녀석은 용봉천에 있을 때보다 실력이 부쩍 늘었다.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방의를 이겨 역전을 이룬 유명 황자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5급 지존경 정상이란 말인가?”
목진이 전의를 장악했으면 유명 황자를 쓰러뜨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인데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유명 황자 역시 그걸 잘 알고 있어 마음 편히 목진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목진이 전의를 잃어 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었다. 목진은 비록 모종의 수법을 써서 6급 지존경에 이른 천룡호를 쓰러트리긴 했지만 실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목진을 무시한 사람들은 늘 참혹한 대가를 치렀다.
반면, 방의는 조용히 서서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유명 황자한테 호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주의 명과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그와 함께 목진을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유명 황자마저 북계 젊은이의 패주였던 방의의 상대가 아니었는데 혜성처럼 떠오른 목진은 어느새 그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런 그를 가만히 놔둔다면 언젠가 큰 걸림돌이 될 거라 여기고 방의와 유명 황자는 기회만 생기면 함께 목진을 짓밟으려 했다.
목진은 영력 수련에 관한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전진사이기도 했다. 군대만 있으면 전의를 장악해 7급 지존까지 쓰러뜨릴 수 있으니 군대를 거느리고 있지 않을 때, 상대하는 것이 최상이었다.
목진을 죽여야 다시 북계 젊은이들의 패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봤고 눈에 살기가 가득 찼다.
“지난번에는 전력을 다해봐야 겨우 나를 상대할 수 있었던 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자꾸나!”
유명 황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고, 말을 마치자마자 앞으로 나서며 수중의 장창을 던졌다. 이 장창은 산 한 채를 부술 만큼 웅장한 영력을 싣고 목진에게 향했다.
유명 황자는 처음부터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고, 그는 목진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목진은 유명 황자의 매서운 공격에 미소를 짓더니 두 손을 모았고, 맑은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했다.
크으으으!
잇따라 목진이 주먹을 쥐자 진정한 용의 무늬가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나타나 지극히 무서운 힘을 발산했다.
용봉체! 진정한 용의 무늬!
그러다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진정한 용의 무늬는 포효해 공간에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가 유명 황자의 장창과 부딪쳤다.
탕!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가 휘몰아쳤다.
“뭐지?”
유명 황자는 자신의 공격을 주먹으로 받아내는 목진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고, 그 무서운 힘에 오히려 장창이 휜 것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