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590화 (589/1,000)

590화. 세 채의 지존법신

선홍색 장창은 유명창(幽冥槍)으로 중품 신기라 상당히 날카로워 일반 5급 지존이 주먹을 대면 바로 뚫릴 것인데 목진의 손은 끄떡없었고 오히려 창신이 잔뜩 휘었다.

이 정도의 힘과 강력한 육신은 신수나 다름없었다!

목진은 5급 지존경 밖에 안 되지만 전투력은 5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유명 황자보다 더 뛰어났다.

쿵!

선홍색 장창에서 전해지는 힘이 점차 강해지자 유명 황자는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났고 장창도 함께 튕겨 나갔다.

그는 첫 번째 대결로 목진의 놀라운 전투력을 확인했다. 목진은 비록 전의의 힘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5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실력으로는 나를 쓰러뜨릴 수 없을 것이네.”

목진이 금광을 발하는 눈으로 바라보자며 말하자 유명 황자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혼자서는 절대 녀석의 상대가 아닐 거라고 하지 않았나.”

옆에 서 있기만 하던 방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필살기도 아닌 그냥 보통의 공격으로 목진을 이기려 했다니, 참으로 어리석군.”

방의의 말에 목진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

방의의 말대로 일전의 공격으로 혼자서는 절대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단 걸 알아챈 유명 황자는 깊게 숨을 들이켜며 목진을 쳐다봤다.

“날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다니, 자네도 참 대단하군. 그런데 오늘은 반드시 자넬 없앨 것이네!”

말을 마친 유명 황자가 나지막하게 외치며 두 손을 모아 빠르게 인법을 바꿨다.

“유명지술(幽冥之術), 유명입체(幽冥入體)!”

잇따라 천지에 흐릿한 안개가 몰려왔는데 그 속에 지극히 음산한 영력이 깃들어 있었다.

후우.

유명 황자는 흐릿한 안개를 쉼 없이 흡수하더니 주위의 영력 파동이 놀라운 속도로 폭등했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5급 지존경 정상에서 6급 지존경에 이르렀다!

유명 황자는 짧은 시간에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일종의 밀법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이에 목진마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오늘, 자네는 이곳에서 영원히 잠들 것이네!”

“난 지난번 대결로 치른 수모를 오늘 전부 받아낼 것이야!”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던 방의는 피식 웃으며 말하고는 빨갛고 동그란 영단을 꺼냈는데 순간, 짙은 피비린내가 났다.

방의가 영단을 꿀꺽 삼키자 눈은 점차 충혈되었고 주위의 영력 파동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방의의 실력도 6급 지존경에 이르렀다!

목진은 유명 황자와 방의의 놀라운 영력 파동을 확인하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녀석들이 자신만만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목진이라도 6급 지존 두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조금 버거웠다. 지능이 없는 천룡호와 달리, 유명 황자와 방의는 간사한 놈들이었다.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목진은 무섭긴커녕 오히려 피가 끓어올랐다. 수련의 길은 어려운 법이고 실력을 키우려면 생사가 넘나드는 대결을 하는 것보다 확실한 건 없었다.

그는 오늘 용봉록 1위와 2위가 과연 자신을 쓰러뜨릴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 * *

목진 등의 대치 상황을 지켜보던 세력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방의와 유명 황자가 함께 목진을 상대하려 하는군.”

“유명 황자와 방의가 언제 6급 지존이 되었단 말인가!”

“이리되면 이번에는 살아남기 힘들 것 같군. 너무 아쉽지 않은가? 대수렵전을 무사히 마치기만 하면 목진은 북계 젊은이 중 최강자가 될 텐데 말이야.”

* * *

요문의 홍어, 만성산의 소비월도 목진 등을 바라보더니 이내 감탄했다.

반년 동안 이어진 용봉천에서는 겨우 유명 황자의 앞길을 막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유명 황자와 방의가 협력해야만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이 엄청난 성장 속도에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목진이 이번 대결마저 이긴다면 북계 젊은이 중 패주의 자리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네. 허나 실패하면 유명 황자와 방의의 손에 죽겠지. 그럼 그가 여태껏 이룬 성과는 전부 물거품이 되겠군…….”

유명 황자와 방의는 호수 위쪽에 서서 예리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는데 꼭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 같았다.

각자 밀법과 영단의 힘으로 실력이 잠시나마 6급 지존경에 이른 유명 황자와 방의는 놀라울 정도로 웅장한 영력을 내뿜었다.

그들은 목진을 제거하기 위해 큰 공을 들였다.

그때 목진이 서서히 백기를 토해내더니 피가 점차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목진은 대결에 대한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그가 주먹을 꽉 쥐자 엄청난 살기를 내뿜는 커다란 대서미마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들이 날 쓰러트리고 싶듯 나도 당신들과의 대결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싶네!”

진정한 강자는 자신보다 실력이 강한 사람과의 생사를 넘나드는 대결을 통해 실력을 키우는 법이었다. 이미 5급 지존경의 실력을 제대로 다진 목진은 운락 전장에서의 수많은 대결을 통해 체내의 영력이 점차 웅장해지고 단단해졌다. 때마침 제대로 된 싸움이 필요했던 참이었다.

“우리를 발판으로 삼겠다니 웃기지도 않는 얘기군. 그러다 추락하는 건 한순간이네!”

유명 황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에 목진이 미소를 지은 채 대서미마주를 꽉 쥐었는데 뒤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며 지존해가 나타났고 웅장한 영력에서 비롯된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었다.

목진은 잠시지만 6급 지존경에 이른 방의와 유명 황자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실력으로 따지면 천룡호가 오히려 더 강했고 아쉽게 자신의 의지가 없는 그와 달리, 유명 황자와 방의는 간사하기 그지없는 녀석들이었다.

“공격합시다!”

유명 황자가 외치자 두 사람은 동시에 나섰다. 방의는 목진의 뒤에서, 유명 황자는 정면에서 공격을 개시했다.

북계 젊은이 중 최정예 강자인 두 사람은 바로 포위 작전을 개시했다.

“유명지망(幽冥之芒), 쇄성(碎星)!”

유명 황자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웅장한 영력을 창끝에 모으자 미세하고 어두운 소용돌이가 생겨 공간마저 찢어졌다.

유명 황자가 영력을 한껏 압축해 개시한 공격의 위력은 일반 6급 지존이라도 받아내기 힘들 것이다.

“통천신술, 통천지인(通天之印)!”

그런데 그때, 목진의 뒤쪽에 서 있던 방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강력한 영력을 내뿜자 손바닥에 오래된 광인이 형성되었는데 이는 통천의 힘이 있는 것처럼 위력이 엄청났다.

목진이 수단과 방법이 많다는 걸 잘 아는 유명 황자와 방의는 바로 살수를 두었다. 목진을 죽일 수 없어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것이다.

앞뒤로 날아오는 공격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검은색 눈동자가 순식간에 그윽해져 상당히 섬뜩했다.

소심마상태!

잇따라 목진이 오른손으로 대서미마주를 쥐고 웅장한 영력을 불어넣자 살기와 융합해 마주의 표면에 선홍색 결정층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건 진정한 결정층이 아니었다. 영력의 결정화는 지지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부릴 수 있는 능력으로 대서미마주의 표면에 형성된 것은 목진 체내의 영력과 마주의 살기가 어우러져 형성한 산물로 위력은 상당했다.

위잉!

잇따라 목진이 팔을 휘두르자 대서미마주는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유명창망과 부딪쳤다.

이와 동시에, 목진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뒤로 쐈다. 보라색 화염이 들끓는 영력에 무형의 벼락도 깃들었으니 양자의 융합으로 인해 목진의 영력 위압감은 훨씬 강력해졌다.

탕!

쿵!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영력 충격파가 형성되자 아래쪽 호수에 파도가 일었다.

이에 사람들이 바로 고개를 들어보니 목진은 마주로 유명 황자의 창망을 버텨내고 뒤쪽으로는 장풍을 쏴 방의의 공격에 맞섰다. 이에 세 사람이 서 있는 공간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끌어올리며 상대방을 쓰러뜨리려 애썼다.

그런데 대치 상황은 오래가지 못하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세 사람 모두 온몸을 파르르 떨며 튕겨 나갔다.

목진은 뒤로 수백 장 정도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는데 유명 황자와 방의는 수십 장 정도밖에 물러나지 않았다. 일전의 공격은 두 사람이 우세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유명 황자와 방의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6급 지존 두 사람의 합동 공격에도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으니, 그건 두 사람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 밖에 세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이 전의를 장악했다면 6급 지존을 무리 없이 상대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겼을 텐데 지금은 5급 지존경의 실력으로 6급 지존 두 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상대방이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한 것도 아니었다.

“목진은 역시 상대하기 어렵군. 세 사람의 대결이 제법 흥미로워지는걸?”

* * *

유명 황자와 방의도 미간을 찌푸리며 영력으로 대화를 나눴다.

“녀석은 5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데 영력 장악력이 완벽하군. 영력을 전혀 낭비하지 않네.”

“그리고 녀석의 영력에 깃든 특수한 화염과 벼락으로 인해 영력의 위력이 훨씬 강해졌네. 그리고 이는 같은 등급 강자의 영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네.”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군.”

* * *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는 이를 갈았다. 목진은 왜 이렇게 죽이기 힘든 걸까?

“더는 봐줄 필요 없네. 전력을 다하여 녀석을 최대한 빨리 없애도록 하지!”

대화를 마친 유명 황자와 방의가 신속하게 결인하며 강력한 영력을 모조리 끌어올리자 천지에 돌풍이 휘몰아쳤다.

“대유명법신(大幽冥法身)!”

“원고성진법신!”

두 사람의 나지막한 외침에 천지의 영력이 미친 듯이 이들에게 향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커다란 그림자 두 개가 이들 뒤쪽에 나타나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목진은 지존법신의 등장에 흠칫하였다. 방의의 원고성진법신은 본 적 있지만 유명 황자의 지존법신은 처음 보았다.

몸이 온통 까만 지존법신은 멀리서 보면 악마의 신이 서 있는 것 같았고 숨을 쉴 때마다 천지의 영력에서 풍뢰가 형성되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지존법신을 소환한 방의와 유명 황자의 영력 파동은 더 강력해졌다.

“유명 황자와 방의가 지존법신을 소환하다니…… 저들이 수련한 지존법신은 99등급 지존법신 중 순위권이 앞쪽에 있는데…….”

사람들은 방의와 유명 황자 쪽의 강력한 영력 파동에 흠칫 놀랐다.

“99등급 지존법신 중 68위인 대유명법신이란 말인가?”

99등급 지존법신 중 68위인 대유명법신은 제법 유명했고 유명궁 같은 정예 세력이 돼야 수련법이 있을 정도로 강한 지존법신이었다.

지존법신을 소환한 것으로 보아 유명 황자와 방의는 최대한 빨리 싸움을 끝내려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싸우는 것보다 영신액을 획득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빨리 싸움을 끝내고 싶다 이건가? 그럼 나야 좋지.”

말을 마친 목진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녀석들을 노려보고 숨을 깊게 들이켜며 두 손을 모아 결인했다. 그러자 난폭한 영력이 돌풍처럼 휘몰아치다가 눈부신 금광이 태양처럼 이 구역에 나타났다.

이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고개를 드니 만 장 크기의 황금빛 그림자가 목진의 뒤쪽에 나타났다. 그는 머리에 황금빛 태양을 얹은 채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목진의 지존법신이 이룬 위압감은 방의, 유명 황자의 지존법신보다 더 강력해 보였다!

세 채의 지존법신이 싸우면 과연 누가 이길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