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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92화 (591/1,000)

592화. 남각주(南閣主)

풉!

황급히 물러나던 유명 황자와 방의는 이내 사색이 되어 피를 토하더니 영력이 무질서해지다가 픽 쓰러졌다. 그들은 생각보다 큰 타격을 입은 듯했다.

목진, 유명 황자, 방의는 북계의 젊은이 중 정예일 뿐인데 수황, 동각주 등의 대결보다 훨씬 떠들썩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대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목진 등의 대결을 지켜보던 홍어, 소비월 등은 중상에 혼절한 유명 황자와 방의를 보더니 소름이 쫙 끼쳤다.

그들은 목진이 유명 황자와 방의의 합동 공격을 버텨내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목진은 오히려 두 사람에게 중상을 입혀 쓰러트리기까지 했다.

“녀석…… 날이 갈수록 놀라워지는군.”

홍어와 소비월은 이내 감탄했다. 용봉천에서는 전력을 다해도 겨우 유명 황자를 상대할 정도였던 목진이 지금은 유명 황자와 방의를 한꺼번에 쓰러뜨렸다. 몇 해만 더 지나면 그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한편, 목진은 사람들의 반응 따위는 무시한 채 혼절한 유명 황자와 방의를 뚫어져라 노려보더니 손가락을 튕겨 영력 빛줄기로 두 사람의 머리를 겨눴다. 그는 상대방을 완전히 제거할 작정이었다.

슉!

그런데 그때, 갑자기 두 사람이 나타나 옷깃을 휘날려 목진의 영력 빛줄기를 부숴버렸다.

이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상대편을 바라봤는데 그들은 유명궁과 신각의 6급 지존이었다. 유명 황자와 방의를 지키고자 나선 이들은 더 이상의 공격은 하지 않고 목진을 경계 어린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유명 황자와 방의를 구한 뒤, 바로 물러났다.

목진은 이러한 광경에 그저 웃기만 했다. 녀석들은 목진을 상대하기 위해 밀법을 사용해 그 후유증은 엄청날 것이고, 지금은 중상까지 입어 혼절했으니 짧은 시간 안에 실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저들이 완전히 회복한다고 해도 그때 목진의 실력은 이미 그들을 훌쩍 뛰어넘었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마음을 거두고 호수의 중심으로 눈길을 돌렸다. 날아다니던 빛덩이는 대부분 주인이 생겼지만 진정한 영신액을 찾은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진정한 영신액을 찾았다면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영신액이 아직 여기 있단 말인가?”

목진은 다섯 개 남은 빛덩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상당히 밝은 빛을 발하는 빛덩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 다들 잡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

목진이 빛덩이 속의 물건을 알아보려고 집중하는데 갑자기 뭔가 뜨거워진 것이 느껴졌다.

그건 바로 일전에 구유와 함께 획득한 흑철이었다.

목진은 호수 위에 서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한껏 뜨거워진 수중의 삼각형 흑철을 바라봤다.

이는 목진이 물건을 획득한 뒤로 처음 일어난 현상이었다.

영라반이 아니었다면 목진은 절대 공간 균열 속에 숨겨진 이 물건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목진은 이 물건이 분명 지지존 밀장과 연관되어 있을 거라 여겼는데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영력을 주입해도 흑철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흑철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빛덩이들 때문인가?”

목진은 이리 생각하며 호수 중심에 떠 있는 빛덩이들을 바라봤는데 사람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쉽게 잡히지 않았다. 빛덩이 다섯 개는 영성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공격을 교묘하게 피해 다녔다.

삼각형 흑철은 목진이 호수 중심에 들어선 뒤로 반응을 보였으니, 이는 반드시 빛덩이 때문일 것이다.

목진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갑자기 속도를 끌어올려 빛덩이로 향했는데 수중의 흑철은 역시나 점점 더 뜨거워졌다.

“역시 그런 건가…….”

이와 동시에, 신속하게 움직이던 빛덩이들도 익숙한 물체를 발견한 듯 멈칫했다.

“흑철은 역시 엄청난 물건이었어!”

목진은 활짝 웃으며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 다섯 개의 빛덩이 중 가장 환하게 빛나는 빛덩이로 향했다.

목진의 목표물은 다른 빛덩이에 비해 배는 컸고 발하는 빛도 유난히 눈부셨는데 여태껏 이를 잡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녀석은 교묘하게 사람들을 피해 다녔기 때문이었다.

빛덩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을 뛰어넘는 재주가 있었는데 이는 6급 지존보다 속도가 더 빨랐다. 그러나 빛덩이들은 호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무리 수황 등 정예 강자들이라고 해도 절대 빛덩이들을 포획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목진의 선택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다들 가장 눈부신 빛을 발하는 빛덩이를 잡으려 애썼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는데 그중에는 6급 지존급 강자가 열 명이나 있었다.

아무리 목진이 유명 황자와 방의를 쓰러트릴 때 선보인 전투력이 엄청나다고 해도 빛덩이를 잡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여겼다.

하여 목진의 앞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길을 터주고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흥미진진하게 목진을 쳐다봤다.

정작 목진은 사람들의 생각 따위는 무시한 채 잽싸게 빛덩이에게로 향했고 사람들의 반응에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빛덩이에 가까워질수록 수중의 삼각형 흑철은 더 뜨거워졌다.

그때 목진이 손을 번쩍 들어 수중의 삼각형 흑철로 가장 눈부신 빛덩이를 조준하자 흑철이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나지막한 울림을 형성했다.

목진과 백 장 정도 거리를 둔 빛덩이는 그 울림에 잠시 멈춰 섰다.

슉!

목진은 그 틈을 타 봉황의 날개를 활짝 펼쳐 속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슉!

눈 깜짝할 사이에 빛덩이에 다가간 목진은 신속하게 장풍을 쏴 빛덩이를 포획했다.

순간, 그 구역에 정적이 흘렀다. 히쭉거리며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졌는데 그 모양새가 상당히 우스웠다.

“저…… 저 녀석이 정녕 빛덩이를 잡았단 말인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누군가가 버벅거리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빛덩이를 잡았단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여러 명이 협력해도 잡기 힘들었던 물건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획득하다니…….

“이럴 수가…….”

사람들은 멍하니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이 잡은 빛덩이는 나머지 다섯 개의 빛덩이 중 가장 눈부신 하나라 그 속에 든 물건도 분명 엄청날 것이다. 모두가 탐내는 영신액일 수도 있었다.

이는 목진이 유명 황자와 방의를 때려눕혔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이 컸다.

목진도 조금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저 시험 삼아 달려갔던 것뿐인데 빛덩이가 꿈쩍도 안 해 이토록 쉽게 수중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전부 신비로운 흑철 덕분이었다.

목진이 이내 화색이 된 채 잽싸게 물러나자 뒤쪽에 있던 구유, 수라왕 등 대라천역 강자들이 마중 나왔다. 목진이 다른 강자들의 눈에 띄어 수중의 보물을 빼앗길까 봐 걱정된 것이다.

다행히 유명 황자와 방의의 대결로 사람들은 목진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놈, 얼른 물건을 내놓거라!”

쿵!

날카롭기 그지없는 지풍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자 공간마저 찢어졌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온 상대방의 공격에 흠칫 놀란 목진은 바로 봉황의 날개를 떨쳐 옆으로 피했다.

슉!

상대방의 공격에 등을 맞아 화끈거리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고개를 들자 선홍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앞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인상에 독사 같은 눈을 한 노인은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을 내뿜으며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신각 남각주라…….”

목진은 노인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그는 신각 4대 각주 중 남각주로 여태껏 나서지 않고 대라천역의 3황도 다른 세 명의 각주한테 맡기고 기회를 넘보고 있었는데 지금이 기회다 싶어 나선 것이다.

목진에게 향하던 구유 등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속도를 더 끌어올리려 했는데 앞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신각 강자들이 나타났다.

“허허, 당신들은 여기 있게!”

천룡주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하자 뒤에 서 있던 강자들이 앞으로 나서며 구유 등을 공격했다.

이를 발견한 목진은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네 이놈, 나한테 물건을 넘기면 죽이지는 않겠다. 대신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넌 오늘 여기서 죽을 것이다!”

선홍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남각주는 신각의 4대 각주 중 한 사람으로 목진을 상대하려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했다. 그러나 대라천역이 영신액을 획득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신각은 참 철면피군요. 4대 각주 중 하나인 남각주가 한참 후배인 저를 상대하려 하다니 말이에요.”

“시간 끌 생각은 하지도 말거라. 물건을 나한테 넘기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럼 내가 알아서 챙기마!”

목진이 피식 웃으며 한 말에 남각주는 씨익 웃더니 옷깃을 휘날리며 목진을 향했다. 순간, 웅장한 영력이 폭발해 형성한 위압감에 목진은 숨조차 쉬기 버거워졌다.

남각주는 비록 영력 억제 작용으로 실력이 폭락했지만 6급 지존쯤은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목진은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남각주를 보더니 눈빛이 한껏 예리해졌다. 노인네가 이렇게 나오니 필살기를 사용할 수밖에…….

결정을 내린 목진은 바로 오래된 석반을 꺼냈다.

목진은 크기가 한 척 정도 되는 오래된 석반을 꺼냈는데 표면에 복잡하고 오묘한 무늬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보면 정교하고 자그마한 석상들이 서 있었는데 꼭 살아 숨 쉬듯 신기했다.

석반은 사망의 유적지에서 천진황이 마지막 선물로 준 전의 신반으로 석반 하나에 석군 천 명이 있어 그 위력이 엄청났다.

다만,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큰 결점이 있었다. 일단 사용하면 완전히 사라진다는 생각에 여태껏 아껴왔는데 지금처럼 긴급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인들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흥, 어리석은 녀석,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남각주는 목진 수중의 석반에서 특이한 파동을 읽었지만 개의치 않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의 체내의 영력이 아무리 억제되어도 목진을 죽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잇따라 남각주가 손을 펼치자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미친 듯이 몰려와 불이 활활 타오르는 선홍색 깃털을 이뤘고 이로 인해 주위는 금세 화끈거렸다.

“화황신술(火凰神術), 화우분천(火羽焚天)!”

남각주는 목진이 두렵지 않았지만 북계의 정예 강자로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6급 지존을 죽이고도 남을 신술을 선보였다.

“신각의 노인네는 참 독하군. 목진을 상대하는 데 화황신술을 사용하다니 말이야.”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고 6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남각주가 이렇게까지 잔인하고 결단력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이 정도 공격이라면 목진은 즉사할 것이다.

남각주는 허공에 서서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메마른 손을 내리찍었다.

위잉!

잇따라 깃털은 천지를 집어삼킬 듯 활활 타오르는 멸세의 화염을 싣고 화황처럼 날아가 목진을 공격했다.

한편, 남각주의 무서운 공격에 목진은 등골이 오싹했다. 전의 신반이 없었다면 분명 엄청난 대가를 치렀을 것이다.

“노인네도 참…….”

목진은 속으로 욕설을 퍼붓더니 이를 악물고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전의 신반에 주입했다.

위잉!

이에 오래된 석반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무서운 전의가 폭발해 이룬 전의지인으로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퍽!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폭발해 천 장 범위의 공간에 파문이 일었고 가까이에 있던 강자들은 체내의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고 바로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다시 상황을 살폈는데 끄떡없는 목진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목진은 남각주의 매서운 공격에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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