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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93화 (592/1,000)

593화. 질그릇

목진은 남각주의 매서운 공격에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저건 뭐지?”

그런데 놀란 것도 잠시, 사람들은 바로 목진의 뒤에서 회색빛을 발하더니 규모가 상당한 군대가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입이 떡 벌어졌다.

일전에 사람들이 느꼈던 무서운 전의는 회색 갑옷을 입은 군사들한테서 비롯된 것이었다.

“내가 너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구나.”

남각주도 갑자기 목진의 뒤에 나타난 군대를 보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목진이 자신의 필살기를 이토록 쉽게 막아낼 줄 몰랐다.

“전의신반이군. 너한테 이런 보물이 있었다니!”

남각주는 한껏 어두워진 얼굴을 한 채 이를 갈며 말했다. 북계의 정예 강자라 해박한 그는 바로 석반의 정체를 알아챘다.

이에 목진도 적잖게 놀랐다. 전의신반은 제법 희귀한 물건이라 남각주가 바로 알아볼 줄 몰랐다.

“이 물건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은데 오늘 그 위력을 직접 느껴보시죠.”

목진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 그는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전의신반의 위력을 제대로 선보이리라 마음먹고 말을 마치자마자 전의신반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천 명의 석군이 눈을 번쩍 떴는데 자아의식이 없는 군사들의 눈은 싸움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쿠쿵!

잇따라 군사들의 체내에서 웅장한 전의가 화산처럼 폭발해 한데 모이더니 흑운처럼 하늘을 가리며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해 다들 흠칫 놀랐다.

남각주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섬에 들어와 영력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지만 않았어도 석군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싸워 이길 거란 확신이 없었다.

“전의신반은 영력으로 움직여야 하니까 녀석을 바로 죽이면 석군은 자연스레 사라질 거야!”

남각주는 잠시 상황을 살피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그런데 이를 대비하고 있었던 목진은 남각주가 사라지자마자 봉황의 날개를 떨쳐 석군 속에 숨어들었다.

슉!

그때 목진이 서 있던 곳에 나타난 남각주는 허탕친 것을 발견하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목진이 이렇게까지 교활할 줄 몰랐다.

한편, 석군에 숨어든 목진은 피식 웃더니 수중의 전의신반에 영력을 주입했다.

크으으으!

천 명의 석군은 바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남각주를 노려보더니 흑운처럼 두툼하게 쌓인 전의로 수백 장 정도의 방대한 전의의 창을 만들었는데 표면에 빼곡히 새겨진 전문의 수는 수만 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슉!

이렇게 전의의 창은 공간을 가르며 남각주를 공격했다.

“화황장(火凰掌)!”

남각주는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신속하게 인법을 바꿨다.

순간, 웅장한 영력이 요동치며 선홍색 화염과 함께 커다란 화황장인을 이뤄 폭주하는 전의의 창에 맞섰다.

쿵!

양자가 부딪치자 난폭한 충격파가 폭발해 그곳 공간이 일그러졌고 아래쪽 호수에 만 장 정도의 파도가 일었다.

흥!

충격파에 적중한 남각주는 뒤로 수십 장 정도 물러났는데 정작 목진은 석군 속에 숨어들어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번 대결은 영락없는 남각주의 패배였다.

엄청난 광경에 사람들은 순간 넋이 나갔다. 남각주는 진정한 8급 지존으로 북계에서의 지위가 상당한데 목진을 이기지 못하다니, 이는 상당한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때 겨우 몸을 추스른 남각주가 음침한 눈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당장이라도 목진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그는 목진 때문에 체면이 바닥에 떨어졌다.

5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목진을 상대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일 거라 여겼는데 그는 목진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젠장!”

남각주는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 그는 잔뜩 화가 났지만 지금 상태로는 절대 목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내가 전성기 때였으면 너 따위를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야! 제길!”

남각주는 이를 갈며 말하더니 목진을 쏘아보기만 했다.

한쪽에서 상황을 살피던 대라천역 3황과 신각의 나머지 세 각주는 이러한 결과에 깜짝 놀랐다.

수황 등은 남각주의 등장에 목진이 걱정됐는데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다. 목진은 잡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남각주의 처지를 더없이 비참하게 만들었다.

“녀석은 필살기가 도대체 얼마나 많단 말인가? 역시 진정한 실력을 가늠하기 힘든 아이일세…….”

3황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감탄했다.

이를 알 리 없는 목진은 남각주를 물리치고는 다시 일전에 획득한 빛덩이를 꺼냈다.

석군이 있는 지금이야말로 보물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때였다.

빛덩이의 빛이 점차 사라지자 신비로운 보물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냈는데 목진은 순간 멈칫했다.

“이건…….”

목진은 수중의 빛이 점차 사라지고 나타난 물건을 확인하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부신 빛덩이 속에는 사람의 머리 크기 정도 되는 검은색 질그릇이 있었는데 표면에 오래된 부적이 새겨져 특이한 영력 파동을 내뿜었지만 그리 강렬하지는 않았다.

“이건…….”

목진은 긴장해 입을 살짝 벌린 채 괴상한 검은색 질그릇을 만지작거렸다. 질그릇은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질 듯 취약해 보였다.

일반 질그릇처럼 생긴 용기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고 영신액이라곤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천진황한테서 받은 신반까지 희생하며 얻은 물건이 고작 도자기 그릇이란 말인가?

“저건 뭐지?”

한편, 목진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검은색 질그릇을 보더니 수군대기 시작했다.

“영력 파동도 너무 미약하네. 이 정도 파동은 절대 절품 신기가 아니네.”

“그럴 리가, 저 물건은 빛덩이 중 가장 눈부신 빛을 발했고 제일 교활한 놈이기도 했네. 그런데 그 속에 든 물건은 왜 이토록 평범하단 말인가?”

“어찌 됐든 영신액은 아니군!”

* * *

대부분 어리둥절한 눈으로 목진과 그 수중의 질그릇을 쳐다봤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남각주 역시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이 정말 영신액이라도 얻었다면 오늘부터 그는 신각의 대역죄인이 됐을 것이다.

“흥, 네 운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가 보구나!”

남각주가 히쭉 웃으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큰마음 먹고 전의신반을 내놓았는데 무용지물인 물건을 얻어 속이 시원했다.

다른 쪽에 서 있던 대라천역의 3황과 왕들도 실망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영신액을 얻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정작 목진은 히쭉거리는 남각주를 힐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 숙여 오래된 질그릇을 살펴보았다. 그는 절대 자신이 얻은 물건이 평범한 물건은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흑철의 격렬한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는 네 번째 전주가 애써 감춘 물건이 평범한 도자기 그릇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이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를 악물고 질그릇에 영력을 주입했다. 자신이 획득한 물건이 정말 아무런 소용도 없는 물건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영력을 주입하자 질그릇 표면의 오래된 부적이 조금씩 밝아졌다. 그 빛을 아주 미세했지만 목진은 바로 눈치채고 지존해를 소환해 그 속의 영력까지 불어넣었다. 그러자 질그릇 표면에 새겨진 오래된 부적은 신속하게 밝아졌다.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흠칫하더니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들 목진이 괜한 짓을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목진은 질그릇에 계속 영력을 주입했는데 질그릇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 진동의 세기가 점차 빨라지더니 오래된 질그릇이 갑자기 목진의 손에서 벗어나 아래쪽의 방대한 비취색 호수에 주둥이를 맞댔고 ‘위잉!’ 하는 소리를 내더니 주둥이에서 빛이 모이며 특수한 흡인력을 폭발시켰다.

쏴아아!

아래쪽 호수에서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일더니 비취색 물기둥이 솟구쳐 질그릇에 들어갔다. 아주 진득하고 무거운 비취색 물기둥으로 인해 주위 공간은 일그러지기 시작했지만 호숫물은 질그릇에 사정없이 빨려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취색 호수의 호숫물은 네 번째 전주의 영력으로 상당히 무겁고 난폭해 다들 감히 가까이하지도 못했는데 목진이 획득한 질그릇이 9급 지존마저 속수무책인 호숫물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잠시 후, 부단히 호숫물을 흡수하던 질그릇에 황금색 안개가 나타나더니 한데 모여 형태를 갖추며 상당히 무서운 파동을 내뿜었다.

“영신액이야!”

각 세력의 정예 강자들은 익숙한 파동에 화들짝 놀라 외쳤다. 이에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졌고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질그릇은 이곳의 영력을 흡수하여 영신액을 만드는 용기였군!”

영신액은 직접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용기를 이용해 9급 지존마저 감히 흡수할 수 없는 영력을 끌어모으며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남각주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보더니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그는 목진이 영신액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용기를 얻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빌어먹을, 저 녀석이 저렇게까지 운이 좋을 줄이야!”

남각주는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석군만 없었다면 그는 바로 나서 목진을 쓰러뜨리고 질그릇을 빼앗았을 텐데 지금은 무서운 전의가 두려워 감히 가까이하지도 못했다.

이렇게 이 구역은 목진 때문에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고 다들 싸우지 않고 목진 수중의 도자기 그릇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3황과 다른 왕들도 어느새 한곳에 모였는데 기쁘면서도 괜히 걱정되었다. 그러다 다른 세력들이 함께 대라천역을 상대하려 하면 어쩐단 말인가?

“이 옥병도 영신액을 만들 수 있네!”

그때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요문의 강자 한 명이 수중의 옥병을 들어 올렸다. 상고의 부적이 가득 새겨진 옥병도 아래쪽 호숫물을 흡수해 영신액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속도나 양은 목진의 것보다 훨씬 뒤처졌다.

녀석이 얻은 옥병은 일전에 남은 다섯 개 빛덩이 중 하나로 한 차례 치열한 대결을 거쳐 획득한 물건이었다. 평범한 옥병이라 실망했던 찰나, 목진을 보고 따라 했더니 역시나 비범한 물건이었다.

요문 사람들은 이를 발견하고 이내 화색이 되어 달려가 옥병을 확보하고 주위를 경계했다.

“영신액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물건이 하나뿐만은 아닐 것이네!”

누군가의 말에 사람들은 바로 자신이 얻은 빛덩이를 꺼낸 뒤, 목진이 한 대로 반복했다.

“하하, 이것도 되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활짝 웃으며 외쳤다. 그는 손바닥만 한 잔을 얻었는데 영력을 불어넣자 호숫물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옥병보다 더 느린 속도로 말이다.

“이것도 되네!”

“하하, 나도 있네!”

* * *

한 차례의 시도를 거쳐 사람들은 호숫물을 흡수해 영신액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릇을 제법 많이 발견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느렸다.

사람들은 목진의 질그릇에 비해 흡수 속도가 느린 것을 보고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이건 차이가 너무 크네. 녀석 수중의 질그릇의 속도가 엄청나 호숫물은 바로 바닥날 것이고 가장 완전한 영신액은 결국 대라천역의 몫이 될 것이네!”

“반드시 더 강력한 그릇을 찾아내야 하네!”

그러다 사람들은 호수의 위쪽에 떠 있는 빛덩이 세 개를 발견했는데 움직임을 보니 절대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그중에는 분명 목진의 질그릇과 비슷한 그릇이 있을 것이다.

순간, 그 구역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다.

쿵!

“당장 나서라!”

“전력을 다하여 뺏으라!”

1각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나머지 빛덩이들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누가 감히 신각의 물건을 탐내는 것이냐, 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수황 등과 대치하던 신각 3각주도 더는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섰다. 신각에서는 자그마한 옥잔 밖에 얻지 못해 호숫물을 빨아들이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이대로라면 만들어낸 영신액도 얼마 안 될 거라 각주한테 바치면 오히려 큰 화를 당할 것이다.

“흥, 물건이 세 개밖에 없는데 지금 상황에서 신각이 다 뭔가!”

영신액의 위력과 직결된 문제라 아무도 신각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

쿠쿵!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폭발하자 그곳 공간이 와장창 깨졌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대라천역 3황과 왕들은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현재, 목진이 획득한 질그릇만큼 좋은 물건은 없었기에 대라천역에서는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목진이 이번에 엄청난 공을 세웠군.”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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