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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94화 (593/1,000)

594화. 무모한 신각 각주

마지막 세 빛덩이 쟁탈전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끝났는데 상황을 지켜보던 목진은 생각보다 치열한 싸움에 깜짝 놀랐다.

각 세력의 정예 강자들은 빛덩이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그 충격으로 주위 공간이 와장창 무너졌다. 신비로운 섬이 특수한 곳이 아니었으면 이미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피 튀기는 전쟁 끝에 나머지 세 빛덩이는 신각, 유명궁과 만성산 등 3대 정예 세력에서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기타 정예 세력의 실력이 뒤처진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었다.

잇따라 3대 세력은 바로 물건을 꺼냈는데 특이하고 오래된 부적이 가득 새겨진 옥병이 나왔다. 그들이 간절하게 원하던 물건이었다.

하여 3대 세력에서 바로 영력을 불어넣자 옥병이 아래쪽으로 기울며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엄청난 흡수력으로 아래쪽 호숫물을 흡수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옥병의 주둥이 쪽에서 무서운 영력 파동을 내뿜는 황금색 액체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광경에 3대 세력 사람들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일전에 얻은 물건과 비교하면 옥병은 훨씬 좋았다.

그런데 그들은 여전히 목진이 얄미웠다. 대야 정도로 큰 질그릇이 호숫물을 흡수해 영신액을 만들어내는 속도가 옥병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었다.

“젠장!”

신각의 4대 각주는 이를 갈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목진이 영신액을 만들어내는 가장 좋은 용기를 가져간 것이 못마땅했다.

다만, 아무도 목진을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그 주위에는 엄청난 전의를 내뿜는 석군 뿐만 아니라 대라천역의 3황도 있었기에 그들이 전력을 다해 덤빈다고 해도 전혀 승산이 없었다. 그럴 바에는 옥병으로 부지런히 호숫물을 흡수해 영신액을 만들어내는 것이 나았다.

쏴아아!

혼란스러웠던 현장은 어느새 조용해졌고 살기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이제 그곳에는 각 세력에서 획득한 물건으로 호숫물을 흡수해 영신액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느라 청량한 물소리 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 *

그런데 신비로운 섬 밖은 엄청난 영력 충격으로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이는 만다라 등 7대 지존과 네 번째 전주의 영괴의 대결로 인해 생긴 현상이었다.

쿵!

수정 같은 영력 덩이가 천지를 무너뜨릴 것 같은 엄청난 힘을 싣고 하늘을 가르며 누군가에게 향했는데 그 앞쪽에 만다라가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무서운 공격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여태껏 수비만 했던 영괴가 갑자기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그 속에 깃든 영력이 점차 강력해져 아무리 만다라라도 조금은 꺼려졌다.

쿠쿵!

이에 만다라가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새하얀 손으로 장풍을 쏘자 주위의 공간을 모조리 부서지며 수천 장 크기의 영력 결정과 부딪쳤다.

순간, 충격파가 폭발해 만다라는 뒤로 한 보 물러났고 영력 결정체는 폭발해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다른 지지존들도 전력을 다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공격을 무산시켰는데 한결같이 안색이 어두웠다. 다들 영괴의 공격이 점차 강해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때 7대 지지존의 중심에 서 있는 네 번째 전주의 무기력한 눈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고개를 숙여 아래쪽 섬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울부짖자 체내에서 무서운 영력이 폭발해 그 뒤쪽에 상당히 현란한 결정 광권을 형성하였다.

만다라 등은 영력 파동이 폭등한 영괴의 모습에 흠칫 놀랐다.

“영신액을 찾았나 보군!”

신각 각주는 영괴의 변화가 분명 신비로운 섬에서 비롯된 거라 여겼다.

이에 다른 지지존들도 흠칫하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가 다시 정색했다. 그들은 영신액의 주인이 도대체 어느 세력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슉!

그들이 사색에 잠긴 찰나, 영괴가 갑자기 섬에 들어가려고 잽싸게 움직였다.

“녀석이 영신액을 지키러 가려 하네, 당장 나서서 녀석을 막읍시다!”

만다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영력 장인을 쐈는데 장인에 천지를 가를 정도로 무서운 바람과 공간을 가를 수 있는 비가 깃들어 위력이 엄청났다.

쿵!

만다라의 공격에 영괴는 바로 물러났고 나머지 여섯 명도 덩달아 공격하자 녀석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었다.

영괴는 답답한 나머지 아우성치며 무서운 영력을 내뿜으며 발버둥 쳤다.

“영괴 따위가 감히 내 앞길을 막으려 하는 것이냐!”

그런데 그때, 신각 각주가 갑자기 영괴한테 다가가 장풍을 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만다라 등은 멈칫하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황을 살폈다. 영괴의 실력을 완벽히 파악한 이들은 홀로 대결을 펼치면 녀석을 쓰러뜨리기 어렵단 걸 잘 알고 있어 아무도 감히 가까이하지 않았는데…….

신각 각주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다.

쿠쿵!

신각 각주가 어느새 장풍을 쐈는데 손바닥에서 다채로운 신광이 폭발해 천지를 밝혔으니, 그 위력이 엄청났다.

크으으으!

아우성치던 영괴도 눈부신 빛을 발하는 눈으로 신각 각주를 바라보며 장풍을 쐈는데 순간, 결정 광권이 형성되었다.

만다라 등은 이러한 광경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이라도 당장 나서서 영괴를 제압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 적인 상황에서 실력이 강한 신각 각주가 영괴로 인해 어느 정도 타격을 입으면 나머지 6대 정예 세력한테는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퍽!

그때 두 사람의 장인이 부딪치자 무서운 충격파가 휘몰아쳐 십수만 장 범위의 공간이 전부 부서졌고, 아래쪽에서 요동치던 바다마저 반으로 갈라지듯 깊숙이 파였다.

또한, 충격파에 적중한 네 번째 전주의 영괴는 뒤로 튕겨 나갔고 팔에 상처가 났다. 곧 부서질 것처럼 보이는 제법 큰 상처였다.

그러나 신각 각주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았다. 입에 피를 머금은 그는 맥없이 튕겨 나가더니 아래쪽 바다에 빠졌는데 한참 지나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을 살피던 만다라 등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들은 교활한 신각 각주가 왜 갑자기 저런 행동을 했는지는 몰랐지만 이로 인해 영괴가 큰 상처를 입었다.

“허허, 신각 각주가 영신액 때문에 이성을 잃은 모양이군.”

사신전의 천사로귀가 비아냥거리자 다른 지지존들도 동의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각 각주는 신경 쓸 필요 없네. 우리는 영괴를 상대하는 일에만 집중합시다. 그래야 섬에 들어간 사람들이 완전한 영신액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만다라의 말에 다들 동의하는 듯한 눈치였다. 지금 상황에서 신각 각주가 얼마나 크게 다쳤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그가 크게 다칠수록 이득이었다.

이렇게 나머지 여섯 사람은 다시 힘을 모았다. 단번에 신각 각주를 물리친 영괴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한 이들은 더 조심스러워져 아무도 신각 각주처럼 무턱대고 덤비려 하지 않았고 신각 각주는 어느새 새까맣게 잊었다.

그는 영괴와의 대결로 다쳐 바닷속 어딘가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영신액이 나타났을 때, 빼앗을 힘조차 없을 테니 말이다.

쿠쿵!

섬의 위쪽에 다시 난폭하고 무서운 영력 충격파가 나타났다. 영괴는 섬에서 벗어나지 못해 원격 공격을 하는 만다라 등을 상대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녀석이 점차 난폭해지는 것으로 보면 지금쯤 영신액의 주인은 정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전력을 다해 영괴를 상대하는 6대 지지존은 아래쪽 깊숙한 바다에서 흑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는 꼭 비취색 바다의 깊숙한 곳에서 악마의 신이 부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쏴아아!

커다란 호수에서 비취색 물줄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는데 진득하기 그지없는 물줄기에는 부서진 결정이 깃들어 있었다. 이는 영력이 응축된 산물이었다.

비취색 호수는 네 번째 전주가 별세한 후, 영력 전부를 들여 이룬 것이고 밖에 있는 드넓은 바다마저 호수에서 비롯된 거라 실력이 9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라도 함부로 이토록 짙은 영력 정화를 흡수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9급 지존도 감히 가까이하지 못하는 영력 정화가 지금은 끊임없이 솟구쳐 특이한 용기들에 들어가고 있다니…….

목진은 석군의 보호 아래 오래된 질그릇으로 수백 장 정도의 굵은 물기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크기가 얼마 되지도 않은 질그릇은 아무리 흡수해도 차오르지 않았다.

또한, 목진이 획득한 오래된 질그릇의 흡입 속도를 다른 어느 용기보다 빨랐고 신각 등에서 획득한 옥병의 10배는 되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목진 앞쪽의 굵직한 물기둥을 보며 질투에 휩싸여 씩씩거렸다. 이곳 호수에 깃든 영력 정화는 무궁무진한 것이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취하고 있으니 곧바로 고갈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목진의 영신액이 가장 완벽할 것이다.

영신액은 각 세력의 주인이 실력을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당히 중요한 물건이었다. 한 정예 세력을 완전히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정신적 지주부터 없애야 하는데 이는 바로 각 세력의 주인이었다.

만약 신각 각주가 이번 기회에 상위 지지존이 되면 북계는 발칵 뒤집힐 것이다.

목진 등은 상위 지지존과 하위 지지존 사이의 실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거라 여겼다. 북계의 7대 지지존 중 신각 각주의 실력이 상위 지지존에 가장 가까운데 이런 그라도 다른 하위 지지존을 죽일 확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네 번째 전주의 힘을 계승한 영괴가 7대 지지존을 홀로 상대하면서도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누군가 한발 앞서 상위 지지존이 되면 북계에 큰 변동이 생길 것이라 확신했다.

상위 지지존은 북계의 평형을 깨고도 남을 엄청난 실력자였다.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을 하며 청량한 물소리로 가득 찬 섬 주위를 힐끗거렸다.

대수렵전은 어느덧 끝나가고 있었지만 진정한 위기는 소리 없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상,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몰랐다.

반나절이 지나자 호숫물은 영력 정화가 빠져나가 점차 줄어들었고 그 위쪽 곳곳에서 무서운 영력 파동을 내뿜었는데 그 원천은 바로 특이한 용기들이었다.

“드디어 영신액을 만들어냈네!”

갑자기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신각의 옥병이 서서히 흡입을 마치고 주둥이에서 은은한 금광을 발했는데 순간, 하늘이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이와 동시에, 지극히 무서운 영력 파동이 휘몰아쳐 신각의 각주들마저 위압감을 느끼고 이내 혀를 내둘렀다.

위잉!

그런데 영신액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건 신각 뿐만이 아니었다. 여러 곳에서 환호가 들려왔고 신각 못지않은 황금빛을 발했다.

이 또한 신각처럼 옥병을 획득한 세력들로 옥병의 힘으로 위력이 상당한 영신액을 만들어냈다.

잇따라 여러 세력에서도 영신액을 만들어냈지만 발하는 금광으로 보면 이들보다 훨씬 뒤처졌다.

“드디어 됐군.”

신각의 4대 각주는 활짝 웃으며 영신액을 바라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은 아직 소식이 없나 보군. 완벽한 영신액을 만들려다 실패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남각주가 목진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목진만 아직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패했으면 좋겠네. 각주께서 상위 지지존이 되시면 반드시 대라천역을 북계에서 내쫓을 것이야. 그때가 되면 저들은 상갓집 개 신세가 되지 않겠나?”

나머지 세 각주도 히쭉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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