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5화. 완벽한 영신액
다른 세력들도 덩달아 목진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목진이 얻은 오래된 질그릇의 흡입 속도가 가장 강해 영력 정화도 제일 많이 빨아들였는데 상황을 보니 많이 흡수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수황, 천취황, 구유 등도 손에 땀을 쥔 채 상황을 살폈다. 영신액은 대라천역에 정말 중요한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정작 목진은 사람들의 눈빛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래된 질그릇만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그릇은 아직도 호숫물 속의 영력 정화를 흡수하고 있었다.
그러다 질그릇이 마지막 한 줄기 진득한 호숫물을 흡입하더니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그 모습에 신각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이 정말 실패한 건가? 멍청한 녀석!”
꽈르릉!
그런데 갑자기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목진 앞쪽에 조용히 떠 있던 오래된 질그릇에서 황금색 벼락을 내뿜었는데 이는 금룡처럼 천지를 가르며 상당히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하였다.
질그릇에서 부단히 솟구치는 황금색 벼락은 미친 듯이 모여 황금색 안개를 형성했고 그 속에서 황금색의 물건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쿵!
황금색 물체의 움직임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미세했는데 그 떨림에 하늘이 격렬하게 진동하였다.
이러한 광경에 각 세력 강자들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목진이 이룬 영신액의 비범함을 알아챈 것이다.
신각 각주들은 표정이 굳었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목진을 쏘아봤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목진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슉!
그때 대라천역 3황이 석군을 넘어 목진한테 다가가 강력한 영력을 끌어올려 그를 지켜줬다.
목진이 얻은 영신액의 위력을 잘 알기에 누군가 질투해 그를 공격할까 봐 두려워 바로 움직인 것이다.
후우.
목진도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오래된 질그릇을 다시 수중에 넣었다. 수많은 고생 끝에 드디어 영신액을 얻었다.
퍽!
그런데 목진이 질그릇을 거두자마자 석군이 산산이 부서졌다. 전의신반도 어느덧 한계치에 이른 모양이었다.
목진은 석상이 사라진 텅 빈 석반을 보더니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허허, 목진, 이번에 큰 공을 세웠구나. 역주께서 반드시 너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반드시 전의신반보다 좋은 물건일 것이야.”
수황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목진도 가볍게 웃었다. 다만, 그는 보상을 바라고 이리한 것이 아니었기에 다른 왕들처럼 보상이 무엇일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목진은 대라천역의 보호와 만다라의 가르침이 있어 북계에서 성장할 수 있었기에 은혜를 갚고자 전력을 다한 것이었다.
“당장 이곳을 떠나 영신액을 최대한 빨리 역주님께 드리자꾸나!”
3황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옥인을 꺼내어 부쉈다. 그건 물건을 얻은 뒤, 만다라에게 보내기로 한 일종의 신호였다.
이와 동시에, 다른 세력에서도 연락처를 꺼냈고 섬의 곳곳에서 눈부신 빛을 발했다.
잠시 후, 섬 주위를 감쌌던 광막이 파르르 떨리더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수황은 대라천역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며 말했다.
목진도 고개를 들어 점차 형태를 갖춰가는 균열을 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질그릇을 꽉 쥐었다. 영신액은 이미 획득했으니 만다라가 경지를 돌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대수렵전은 이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들어섰다.
드넓은 바다의 위쪽에 신비로운 섬이 떠 있었고 두꺼운 광막이 그 주위를 감쌌는데 이로 인해 섬 밖에서는 절대 내부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단단한 광막이 파르르 떨리더니 표면에 균열이 생겨 빠르게 주위로 퍼져나갔다.
이는 만다라 등 지지존 여섯 명이 한 것으로 각자 휘하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나서 광막을 찢은 것이다. 하지만 전처럼 각자 균열을 낸 것이 아니라서 훨씬 수월했다.
슉!
균열이 형태를 갖추자마자 사람들은 신속하게 섬에서 벗어났다.
쿠쿵!
그런데 영괴가 갑자기 울부짖더니 무서운 위압감이 깃든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들한테서 자신의 영력 정화의 파동을 읽은 모양이었다.
퍽!
다행히 6명의 지지존이 먼저 나섰고, 산 한 채를 부수고도 남을 위력이 깃든 장인 6개가 묵직하게 내려앉아 녀석을 때렸다.
이와 동시에 지지존들은 옷깃을 휘날리며 영광을 쐈는데 이는 공간을 가르며 각자 휘하 사람들을 감싼 채 빠르게 물러났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각 세력은 지지존들의 보호 아래 각자 수만 장 정도 뒤로 물러났고 영괴는 섬을 수호해야 했기에 더 이상 나서지 못하고 멈춰 서서 화가 난 듯 포효하며 황급히 철수하는 세력 중 한 곳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신각 무리로 다른 지지존들은 자신의 세력 사람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 각주가 없는 이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부하들을 챙기던 신각의 4대 각주는 녀석의 눈빛에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들은 신각 각주 다음으로 실력이 강했지만 영괴와 비교하면 너무 하찮았다.
그때 영괴의 눈에서 눈부신 빛이 스쳐 지나가더니 손바닥에서 굵직한 빛줄기를 내뿜으며 신각 무리의 위쪽에 나타났고 순간, 무서운 위압감이 휘몰아쳐 주위 공간이 응고되었다.
신각 사람들을 순식간에 허무한 공간에 갇혔다. 영괴가 나서자 네 각주는 사색이 된 채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는데 빛줄기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그들의 실력과 지지존의 실력의 차이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만다라와 함께 멀리 떨어진 대라천역 사람들은 그 광경에 몰래 혀를 내둘렸다. 영괴는 단번에 규모가 상당한 신각 무리를 사지로 내몰았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대단했다.
쿵!
신각 사람들이 죽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을 때, 아래쪽 바다에 만 장 크기의 파도가 휘몰아치더니 한 줄기 빛이 솟구쳐 신각 사람들 주위에 광막을 형성했다.
퍽! 퍽!
빛줄기가 광막을 힘껏 때리자 경천의 소리가 났지만 광막은 파르르 떨릴 뿐, 부서지지 않았고 한 줄기 빛은 신각 사람들을 데리고 빠르게 도망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만 장 밖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신각의 4대 각주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고 식은땀이 쫙 났다.
그때 그들의 앞쪽 공간에 파문이 일더니 누군가 뒷짐을 쥔 채 나타나 엄청난 기를 내뿜었다. 그는 다름 아닌 신각 각주였다.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각주님!”
신각 사람들은 바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아쉽군.”
대라천역 왕들은 아쉬운 듯 중얼거리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신각 각주가 조금이라도 늦게 나타났다면 신각 사람들은 전부 죽었을 것이다.
“녀석…….”
만다라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신각 각주를 살펴봤다. 그러나 그는 전과 다를 바 없어 보였고 주위를 휘감은 영력 파동도 상당히 온전한 것으로 보였는데 어딘가 수상해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해 만다라는 불필요한 생각을 떨쳐낸 뒤, 목진 등한테 눈길을 돌렸다.
“영신액은 어떻게 된 것이냐?”
아무리 만다라라도 영신액을 언급할 때만큼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녀에게도 영신액은 엄청난 보물이었다.
이에 3황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 목진을 바라보자 목진은 질그릇을 꺼내놓았다. 그러자 그 속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는 한 줄기 빛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3황과 구유 등은 그제야 목진이 획득한 영신액을 확인했는데 액체가 아니었다.
황금빛을 발하는 물체는 손바닥만 한 황금색 공모양으로 표면에 지극히 오래된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꼭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순간, 주위의 천지의 영력이 진득해진 것을 발견한 구유 등이 깊게 숨을 들이켜자 체내의 영력의 흐름도 빨라졌다.
이 정도 영력 정화가 깃든 물건은 수황 정도의 강자라도 쉽사리 흡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한테는 독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영신액이 이렇게 생겼다니!”
구유 등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완벽한 영신액이라니!”
황금색 구체처럼 생긴 영신액을 본 만다라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외쳤다.
북계의 대수렵전에서 영신액을 획득한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그중, 완벽한 영신액을 획득한 사람은 다섯 사람도 안 되었다. 이에 만다라가 그토록 놀란 것이었다.
그녀는 목진 등이 완벽한 영신액을 얻을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었다!
“목진이 영신액을 만드는 최적의 용기를 획득하고 홀로 신각의 남각주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우리도 보통의 영신액을 얻었을 거예요.”
수황은 멍하니 영신액을 바라보는 만다라를 보며 이내 미소를 지었다. 이에 만다라는 마음을 가라앉히더니 목진을 한참 쳐다보다가 말했다.
“기억해둘게.”
만다라는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목진은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목진은 그가 자신을 부하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이 일을 수라왕 등이 해냈다면 큰 상을 내렸겠지만 목진한테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
아마 만다라는 처음부터 자신과 똑같은 등급으로 그를 취급했는지도 모른다. 비록 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엄청났지만 말이다.
목진도 가볍게 웃으며 황금색 구체처럼 생긴 영신액을 건넸다. 만다라는 수중에 넣은 영신액을 꼭 쥐었는데 순간, 멀리서부터 질투로 가득 찬 눈빛이 느껴졌다.
이는 다른 지지존들로 그들도 만다라가 얻은 영신액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챈 모양이었다.
반면, 신각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신각 각주는 금단 같은 영신액을 보더니 만다라의 것보다 훨씬 뒤처진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각주님, 이건 다 목진 탓이에요! 녀석만 아니었으면 우리는 분명 이보다 더 좋은 영신액을 얻었을 거예요.”
남각주가 이를 갈며 말했다.
“목진이라…….”
신각 각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 만다라가 완벽한 영신액을 얻었다고 해도 돌파에 성공한단 보장은 없지 않겠느냐? 난 그녀보다 실력이 훨씬 강하니 말이다.”
“그런데 누가 먼저 상위 지지존이 될지는 궁금하구나.”
신각 각주는 씨익 웃으며 말했는데 눈빛에 야심의 화염이 이글거렸다.
“북계의 진정한 패주는 나일 것이다.”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수중의 금단을 꿀꺽 삼키며 옷깃을 휘날렸는데 무서운 영력이 휘몰아쳐 광막을 형성해 신각 사람들을 모조리 감쌌고 그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이와 동시에, 영신액을 획득한 다른 지지존들도 바로 영신액을 꿀꺽 삼켰다.
“나를 호위하라.”
만다라도 바로 입을 벌려 황금색 구체처럼 생긴 영신액을 삼켰는데 눈부신 금광이 그 주위를 완벽하게 감쌌다.
목진 등은 만다라의 뒤쪽에 서서 주위를 살폈는데 다른 곳에서도 금광을 발하는 것으로 보아 나머지 지지존들도 바로 여기서 실력을 돌파하려는 듯했다.
누군가 먼저 돌파에 성공하든 북계는 발칵 뒤집힐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다들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이야말로 각 세력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목진과 구유도 한껏 정색한 채 서로 눈을 마주쳤다. 신각 각주가 돌파에 성공한다면 대라천역은 이대로 몰락할 것이다!
각 세력은 웅장한 바다 위쪽에 골고루 흩어진 채 눈부신 빛을 발했고 공간을 다채롭게 물들였다.
한편, 목진 등은 대라천역이 차지한 곳에 서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7대 지지존이 동시에 수련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로 앞쪽에서 보랏빛을 발하는 여린 소녀한테 눈길을 돌렸다. 만다라는 일부러 위압감을 형성하지는 않았지만 수련하며 요동치는 무서운 영력 때문에 자연스레 엄청난 영력 위압감이 형성되어 다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영력 위압감은 대라천역 외에도 여섯 군데에서 더 퍼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