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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96화 (595/1,000)

596화. 우환

만다라 등의 수련과 더불어 일곱 갈래의 강력한 빛은 빠르게 퍼졌고 지나는 곳마다 공간이 일그러졌다. 공간도 이들이 형성한 위압감을 버티기 힘든 듯했다.

하여 만다라 근처에 서 있던 목진 등은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그러다 보랏빛에 닿으면 꼼짝도 못 할 것이다.

“이 정도 수련이라면 천지를 삼키고도 남겠군…….”

구유는 7대 지존의 수련을 보더니 감탄했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 꼭 저렇게 되리라 마음먹었다.

대천세계에서 지존경에 오른 사람을 보통 강자라고 하면 지지존은 한 지역을 다스릴 수 있는 진정한 패주로 이는 대천세계에서도 최정예 강자라 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수련자의 목표라 아무리 무뚝뚝한 구유라 해도 이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너도 언젠가 해낼 수 있어.”

목진이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구유도 가볍게 웃더니 의미심장하게 소년을 쳐다봤다. 목진은 2년 사이 키가 조금 더 컸고 북창령원을 떠났을 때의 앳된 모습도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조금씩 사라졌다.

구유는 대라천역에서 지낸 짧은 시간 동안, 부쩍 성장한 목진을 보니 마음이 복잡미묘해졌다. 자신이 보살펴야만 했던 소년이 이제는 자신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한 모습에 왠지 뿌듯했다.

“왜 그래?”

목진은 구유의 눈빛에 흠칫하더니 이내 웃으며 물었다.

“지금의 난 아마 너를 이기지 못할 거야.”

구유가 활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북창령원을 떠났을 때까지만 해도 넌 지존법신마저 없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보잘것없던 목진이 지금은 북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번 대수렵전에서 대라천역이 살아남는다면 목진은 북계 젊은이 중 최강자가 될 뿐만 아니라 노참들마저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곧 2년이구나…….”

목진도 감탄하며 말했다. 그동안 그는 지존법신마저 없던 풋내기에서 지금은 5급 지존이 되었고 전의가 있으면 7급 지존마저 상대할 수 있었다. 이 엄청난 성장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정작 목진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온화한 북창령원의 푸른 잔디밭에 서서 언젠가 절세의 강자가 되리라 소녀와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목진이 2년 전보다 많이 강해졌다고 해도 절세의 강자가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만다라 등의 실력을 확인한 목진은 지지존이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낙리가 있는 낙신족은 북계보다 더 위험하고 낙천신은 만다라 등보다 더 강했다!

하여 목진이 낙신족에 가려면 적어도 낙천신을 상대할만한 실력은 갖춰야 한다. 그래야 소녀 앞에서 당당히 그녀를 위해 뭐든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목진한테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목진은 한껏 정색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여태껏 아무리 위험한 상황과 고난이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뭐든지 해냈다.

목진은 소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름다운 소녀의 믿음을 위해 반드시 절세의 강자가 되어 소녀 앞에 나타날 것이다.

후우.

목진은 고개를 들어 차가운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는데 표정이 전보다 훨씬 밝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낙리, 부디 나를 기다려 줘.’

구유는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목진을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목진의 고요한 마음에 파동을 일으킬만한 사람은 낙리 뿐이란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대수렵전을 마치면 난 잠시 대라천역을 떠나야 할 거야.”

구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어디 가는데?”

“난 6급 지존경에 이르렀고 구유명작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하였으니 한 번쯤 돌아가야 해. 혈맥 계승을 점화할 수 있는지 시도해봐야지.”

구유는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어갔다.

“만약 성공하면 실력이 폭등할 거고 그럼 다시 너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야.”

목진은 웃고 있는 구유의 얼굴이 왠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구유는 뭔가를 두려워하는 듯했다.

“혈맥 계승을 점화하는 것이 위험한 건가? 아니면 다른 뭔가가 있는 거야?”

목진이 나지막하게 던진 질문에 구유는 흠칫 놀랐다. 그녀는 목진이 이렇게 눈치가 빠른 줄 몰랐지만 가만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혹시…… 혈맥 연결 때문이야?”

목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혈맥 계승의 점화는 혈맥과 연관된 거라 구유작 종족 사람들한테 들킬 가능성이 있었다. 구유는 혈맥 연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모두 그렇다는 보장은 없었다.

구유명작은 신수방의 앞쪽 순위권을 차지한 강대한 신수로 다시 진화에 성공하면 엄청난 신수가 될 텐데 이는 천지존급 존재라 대천세계의 최정예 강자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구유는 구유작 종족에서 보기 드문 천재라 종족의 고위층에서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실력이 5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과 혈맥을 연결했단 걸 알게 되면 분명 크게 화를 낼 것이고 그 일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저들은 절대 너를 다치게 하지 못할 거야.”

구유가 입술을 깨물며 한 말에 목진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 구유와 혈맥을 연결했을 때,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했는데 정말 일어날 줄이야…….

“구유야, 여태껏 날 지켜줘서 고마워. 그런데 이건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절대 널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쳐다보자 구유는 멈칫하더니 소년의 결연한 눈빛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안심이 됐다.

구유는 자신의 감정 변화에 흐뭇하게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더 이상 예전의 앳된 소년이 아니었다. 구유는 소년 덕분에 더 든든해진 것 같았다.

북창령원을 떠난 지 2년도 안 된 사이, 목진은 훌쩍 성장했다. 구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목진도 드디어 한시름 놓고 미소를 지었는데 구유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이번 일을 해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만다라가 실력 돌파에 실패하고 신각 각주한테 기회를 넘기면 대라천역은 몰락하게 될 테고 그럼 미래 따위는 없을 것이었다.

현재, 만다라는 목진의 가장 큰 뒷배라 실력 돌파를 하지 못하면 목진은 구유작 종족을 맞설 자격조차 없어 따로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하여 목진은 만다라가 완벽한 영신액으로 상위 지지존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목진은 보랏빛의 중심에 조용히 앉아 수련하며 무서운 영력 파동을 내뿜는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만다라, 부디 성공해줘.”

일곱 갈래의 웅장한 빛줄기는 무서운 영력 위압감을 내뿜어 주위 공간마저 한껏 일그러졌다.

한편, 지지존들의 수련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압감은 점점 더 강해졌고 더는 억제할 여력이 없어 모조리 방출했다. 이에 사람들은 곧바로 뒤로 수만 장 정도 물러났다.

현재 그 누구도 다른 세력을 공격할 겨를이 없었고 다들 일곱 갈래의 웅장한 빛줄기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북계의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수련 중인 북계의 진정한 정예 강자 일곱 명뿐이었다.

대라천역의 왕들은 잔뜩 긴장한 채 만다라를 지켜봤고 목진도 손에 땀을 쥐고 상황을 살폈다.

만다라가 경지 돌파에 실패하면 대라천역은 전멸할 것이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더는 북계에 있기 어려워 따로 수련지를 알아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상고의 천궁을 찾아 만고불후신의 수련법을 알아내기 위해 북계에 온 것인데 이는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여 신각에서 대라천역을 없애면 목진이 2년 동안 이룬 모든 것이 수포가 될 것이다.

목진은 주먹을 꼭 쥔 채 보랏빛 속에서 수련 중인 만다라를 조용히 바라봤다.

만다라, 반드시 성공해야 해…….

위잉!

그런데 그때, 한껏 일그러진 구역에서 수만 장 크기의 방대한 빛줄기가 치솟았다. 이는 경천의 기둥처럼 공간을 뚫을 기세였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진 등은 흠칫 놀라 바로 영력을 끌어올리며 상황을 살폈는데 그 속에 성진 백포를 입은 연로한 사내가 조용히 앉아있었고 물소리가 들리며 뒤쪽에 천지의 영력이 모였다.

“만성산의 만성노조군!”

영동황은 바로 영력 조석을 뚫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을 알아챘다.

“실력이 늘어난 것 같긴 하나 경지를 돌파한 건 아니군.”

잇따라 수황이 입을 열었다. 만성노조는 영신액의 힘을 빌려 실력이 향상되긴 했지만, 진정한 상위 지지존에 이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목진 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대라천역은 만성산과 원한이 없지만 7대 정예 세력의 평형이 깨지면 좋을 건 없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방대한 빛줄기들이 치솟았다. 그 속에는 각 세력의 지지존들이 뒷짐을 쥐고 서 있었는데 그들이 내뿜는 무서운 위압감에 천지의 영력이 파르르 떨렸다.

“저건 천현전의 유천도군. 저 사람도 실력이 부쩍 늘었군.”

“요문의 요제, 사신전의 천사노귀, 유명궁의 유명궁주…… 저들도 각자 획득한 영신액을 흡수해 실력이 좋아졌지만 경지를 돌파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군!”

목진 등은 잽싸게 다른 지지존의 상황을 살피고는 몰래 혀를 내둘렀다. 상위 지지존에 이르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일곱 명 중에서 이미 다섯 명이 경지 돌파에 실패했다.

다섯 명의 지지존들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서 있었다. 그들은 경지 돌파에 실패한 것이 조금은 언짢았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상위 지지존과 하위 지지존 사이의 실력 차이는 엄청나 경지를 돌파하기가 절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지존 중 다섯 명이 수련을 마쳤으니 대라천역의 대라역주와 신각 각주만 남았군…….”

수련을 마친 지지존들은 이내 정색하며 여전히 눈부신 빛을 발하며 수련 중인 두 사람에게 눈길을 돌렸다. 지지존 일곱 명 중 실력 돌파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신각 각주와 대라역주였기 때문이었다.

신각 각주는 곧 상위 지지존에 이를 실력자였고 대라역주는 완벽한 영신액을 획득해 그 힘으로 무사히 경지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었다.

다만, 그중 누가 상위 지지존이 되든 북계의 형세가 완전히 뒤바뀌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때 만다라와 신각 각주의 수련지에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렸는데 이는 진정한 천둥이 아니라 영력이 마찰하며 내는 소리였다.

이러한 음파가 주위에 퍼지자 곳곳에서 영력이 폭발하였고 멀리 떨어진 채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마저 피가 들끓더니 피부 표면으로부터 스며져 나왔다.

이러한 광경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만다라와 신각 각주는 다른 지지존들보다 훨씬 강해졌다.

설마, 두 사람 다 상위 지지존이 된 걸까?

이에 다들 긴장해 다른 지지존들을 쳐다봤는데 크게 놀라지 않은 것을 보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다라와 신각 각주가 정말 상위 지지존이 되었다면 저들이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

꽈르릉!

폭발음이 점차 거세게 들리다가 한계치에 이르자 갑자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는 진정한 비가 아니라 영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목진 등은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에 몰래 혀를 내둘렀다. 이것이 바로 지지존의 힘이란 말인가? 수련만으로 천지에 변화가 생기다니, 너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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