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7화. 신각 각주의 꼼수
쏴아아!
영우가 반쯤 떨어졌을 때, 신속하게 영력 기둥을 이뤄 두 사람에게 날아갔다.
이에 눈부신 빛을 휘감은 두 사람은 입을 쩍 벌려 순수한 영력 기둥을 모조리 흡수했는데 이는 1각이 지나서야 점차 사라졌다.
잇따라 두 사람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만다라는 여전히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고 여리여리한 몸매 때문인지 지지존의 패기는 전혀 없어 보였고 황금빛 눈동자만 더 그윽해졌다. 맨발로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이 꼭 진천지석과 같아 사람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한편, 하얀색 도포를 입은 채 모습을 드러낸 신각 각주는 생긴 건 수수했지만 자연스레 형성한 패기에 다들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쳤는데 순간, 시선이 맞닿은 곳의 아래쪽 바다가 반으로 갈라졌고, 두 사람의 뒤쪽에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치더니 산과 하천이 만들어졌다.
“영력으로 산과 하천을 이루다니…….”
만성노조 등 나머지 다섯 명의 지지존들이 만다라와 신각 각주의 뒤쪽에 생긴 산과 하천을 보더니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위 지지존에 이르러야 체내의 영력이 천지의 영력과 공명을 이뤄 산와 하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만다라와 신각 각주가 바라는 위압감으로 보면 절대 상위 지지존이 아니었으니, 두 사람은 곧 경지를 돌파할 것이 분명했다.
즉, 만다라와 신각 각주는 반보 상위 지지존에 이르렀다.
이들이 상위 지지존이 되기까지는 반보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반보라 하여 실력이 얼마 늘지 않은 것 같지만 유명궁 궁주 등 다른 지지존들은 잘 알았다. 그들이 지금 당장 만다라나 신각 각주와 싸우면 절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반보 상위 지지존이라…….”
목진 등은 상황을 살피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다라는 비록 상위 지지존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신각 각주에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이리되면 신각에서 대라천역을 없애려는 건 허황한 꿈이나 다름없었다.
“허허, 대라역주는 역시 대단하군. 실력이 나보다 못하던 것이 어느새 나와 비슷해졌으니 말이네.”
신각 각주는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에 만다라는 황금색 눈동자를 굴리며 상대방을 쳐다보기만 했다.
잇따라 신각 각주가 나머지 지지존들을 쓰윽 훑어보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 나에게 아주 좋은 계획이 있는 데 따르겠는가?”
신각 각주의 말에 다섯 명의 지지존들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신각 각주는 지금 상황에서 도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 걸까?
“신각 각주, 뭘 하려는 건가?”
만성노조의 말에 신각 각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본좌는 오래도록 분열된 북계를 통일하려 하네. 우리가 힘을 합치면 북계는 분명 천라대륙의 진정한 강자가 될 것이네.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각 각주의 말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다섯 명의 지지존들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신각 각주는 아직 상위 지지존에도 이르지 않았고 그와 실력이 비슷한 만다라도 있는데 무슨 수로 북계를 통일한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
드넓은 바다의 위쪽 하늘은 영롱한 빛을 발해 현란하기 그지없었지만 다들 이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는 신각 각주를 쳐다봤다.
사람들은 신각 각주의 말에 적잖게 놀란 듯했다.
사람들은 신각 각주의 말에서 그가 분열된 북계를 통일시키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알아챘다.
최근 북계에서 이런 생각을 한 이가 신각 각주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다들 실패했다. 북계에 강자가 많긴 했지만 모든 정예 세력을 통솔할만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각 각주가 북계의 패주가 되려 하고 있으니 다른 정예 세력들이 이에 동의할 리 없었다. 지지존의 위엄도 있는데 그들이 무엇하러 신각 각주한테 굽신거린단 말인가?
신각 각주의 실력이 이들을 훨씬 뛰어넘는다면 모를까, 그는 반보 상위 지지존일 뿐이었고 실력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다.
하여 사람들은 신각 각주의 말이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경계했다.
5대 지지존은 결국 만다라한테 눈길을 돌렸다. 신각 각주가 갑자기 강하게 밀어붙이자 그들은 쉽사리 나서지 못했고 만다라가 먼저 나서줬으면 하고 바랐다.
이를 발견한 만다라는 아무렇지 않게 웃기만 했다. 북계의 정예 세력은 서로 어느 정도 원한이 있어 그녀도 신각 각주가 싫었지만 앞잡이 노릇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만다라의 반응에 5대 지지존은 시무룩해졌고 그중, 만성노조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라 역주, 이번 일은 북계 전체가 달린 일이니 나서주면 고맙겠네.”
만성노조가 굽신거리며 말했다. 이번 대수렵전에서 만다라의 실력이 대폭 향상해 앞으로 만성산은 북계에서 대라천역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지지존들도 잠시 고민하더니 만성노조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천현전 유천도만 안색이 조금 어두웠다. 만다라와 맺힌 것이 많은 그는 실력이 부쩍 늘어 자신을 초월한 소녀한테 납작 엎드린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만다라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신각 각주의 꿈이 그리 클 줄은 몰랐군. 그런데 대라천역은 따를 생각이 없으니 다른 사람을 알아보게.”
만다라의 말에 다른 세력의 주인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만성노조, 요제, 천사로귀도 덩달아 동의의 뜻을 전했지만 유천도는 끝까지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다.
목진 등은 이러한 광경에 어쩔 줄을 몰랐다. 지금은 그들이 나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기에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허허, 다들 본좌의 제의가 별로인가 보군.”
신각 각주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성노조 등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흥, 신각 각주, 꿈이 과하게 큰 건 아닌가? 자네 우릴 집어삼킨 뒤, 북계의 유일한 패주가 되려는 건 아닌가?”
무뚝뚝한 요문의 요제는 신각 각주가 조금 두려웠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북계를 통일하기에 반보 상위 지지존의 실력만으로는 절대 안 될 것이네!”
요제의 말에 신각 각주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더니 피식 웃었다.
“내가 아직 상위 지지존이 아니라 그러는 건가?”
이에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신각 각주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고함을 질렀는데 천지가 격렬하게 진동해 다들 화들짝 놀랐다.
“그럼 오늘, 당신들 앞에서 경지를 돌파해보지. 그게 뭐 어렵다고!”
만성노조 등을 비롯하여 만다라마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는 건가? 지금 상태에서 경지를 돌파한단 말인가?”
그 구역은 순간 떠들썩해졌고 대라천역의 3황은 어리둥절해 신각 각주를 쳐다봤다. 신각 각주는 일전에 획득한 영신액을 전부 흡수해 완벽한 영신액이 없는 한 절대 경지를 돌파할 수 없을 것이다!
목진과 구유도 눈을 마주치더니 상대방의 잔뜩 놀란 표정을 확인한 뒤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 신각 각주의 말이 놀랍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분명 헛소리를 지껄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그한테 무언가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가 숨겨둔 필살기는 뭐란 말인가?
그때 신각 각주가 간사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리자 두 눈이 갑자기 까맣게 물들더니 흑기가 휘몰아쳐 주위 공간이 와장창 깨졌다.
이곳 천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괴이한 힘이 깃든 강대한 흑기는 음산하기 그지없었는데 신각 각주는 그 중심에 서서 두 팔을 벌린 채 최선을 다해 흑기를 빨아들였다.
잇따라 그의 머리카락이 길어졌고 체내에서 발하는 위압감이 폭등했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같은 등급인 만다라를 뛰어넘었다!
만다라와 다른 지지존들은 안색이 완전히 어두워진 채 신각 각주를 쳐다봤는데 그들마저 괴이한 흑기에 깃든 힘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흑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왜 천지의 영력과 전혀 어울리지 못한단 말인가?”
“왜 저렇게 사악한 기운을 내뿜고 잠식하는 기운이 강하단 말인가!”
“신각 각주의 힘은 아닌데 도대체 무슨 수로 저토록 강력한 힘을 얻은 거지?”
지지존들은 화들짝 놀라 영력으로 대화를 나눴고 만다라는 실력이 폭등한 신각 각주를 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 소름이 쫙 돋았다.
“신각 각주, 미친 것 아닌가? 감히 역외사족의 힘을 건드린 건가?”
“역외사족의 힘이라니!”
만다라의 말에 다른 지지존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신각 각주가 감히 대천세계의 힘이 아닌 것을 흡수했다니!
“저건 분명 탄천사제의 힘이네! 과거 원고 대전에서 탄천사제는 네 번째 전주와 운락 전장에서 경천의 대전을 벌였네. 네 번째 전주는 별세하기 전 탄천사제를 어딘가에 봉인했지!”
만성노조는 사건의 전말을 알아챈 듯했다.
“아래쪽 바다는 네 번째 전주의 지존해로 봉인하는 데 가장 좋은 물건 역시 바로 지존해라네. 신각 각주는 영괴의 공격에 적중해 바다에 빠지자마자 바다 깊숙한 곳에 있는 봉인을 풀고 탄천사제의 힘을 얻은 것이네!”
요제 등은 만성노조의 말에 드디어 신각 각주가 갑자기 폭주한 이유를 알아챘다. 그가 갑자기 영괴한테 덤빈 이유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그 틈을 타 바다에 들어가 네 번째 전주한테 봉인된 탄천사제의 힘을 석방하려 했던 것이었다.
만다라는 어느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는 신각 각주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이따위 짓을 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허허, 드디어 발견했군.”
그런데 그때, 흑기를 뒤집어쓴 신각 각주가 미소를 지었는데 전보다 훨씬 사악해 보였다.
그는 체내에서 요동치는 탄천사제의 강력한 힘을 만끽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당연히 모를 테니 친절히 알려주지. 탄천사제는 죽은 지 한참 되었지만 힘이 조금 남아있었네. 그 힘이 사악하긴 하지만 본좌를 잠식할 정도는 아니라서 이를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면 비로소 진정한 상위 지지존이 될 수 있을 것이네!”
말을 마친 신각 각주는 더 사악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럼 본좌가 이제는 북계의 패주가 될 자격이 있는 것 같나?”
그곳은 어느새 흑기로 가득 찼는데 회멸의 기운이 깃든 사기에 지지존들은 안색이 썩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신각 각주가 영신액 뿐만 아니라 네 번째 전주가 봉인한 탄천사제의 힘이 탐이 나 지지존 밀장에 들어온 것일 줄 몰랐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상위 지지존이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목진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신각 각주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저따위 소리를 지껄인 것이 분명했다.
신각 각주의 체내에서 내뿜는 무서운 위압감으로 보아 아직 온전히 상위 지지존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만다라보다는 훨씬 강했다.
하여 지금 바로 싸우면 만다라는 절대 신각 각주의 상대가 안 될 것이다.
“엄청나군!”
만다라도 신각 각주의 실력을 눈치채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제정신인가? 역외사족의 힘은 대천세계와 전혀 어울리지 않네. 그 힘을 빌려 경지를 돌파한다고 해도 분명 후회할 날이 올 것이네!”
탄천사제는 이미 죽었지만 그의 힘은 대천세계에 속해 있지 않아 제아무리 진압하려 해도 언젠가 큰 사달이 날 것이다.
그런데 신각 각주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이 세상에 대가 없는 일이 어디 있겠나? 그런데 본좌는 이 정도 대가는 충분히 치를 수 있네. 언젠가 내가 상고 천궁의 계승까지 받아 천라대륙의 패주가 되면 신각이 대천세계의 최정예 세력으로 거듭나겠지?”
“야심만만하군!”
만성노조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신각 각주의 최종 목표가 북계의 통일일 줄 알았는데 무려 천라대륙 전체를 꿀꺽 삼키려는 것이었다.
천라대륙은 대천세계의 엄청난 대륙 중 하나로 그 주인이 되면 자원과 영토가 엄청날 거라 이를 이용해 최정예 세력을 이루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천라대륙을 차지하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쉽던가? 신각 각주가 천지존이 되지 않은 이상, 지금 한 말은 허언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