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598화 (597/1,000)

598화. 네 번째 전주가 나타나다.

“상고 천궁의 계승이라…….”

그 말에 만다라와 목진은 흠칫 놀랐다. 신각 각주가 천라대륙의 가장 큰 비밀인 상고의 천궁에 대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상고의 천궁은 원고 때부터 유명한 최정예 세력으로 네 번째 전주 같은 상위 지지존의 수가 다섯 명을 넘었고 궁주는 무려 천지존으로 엄청난 강자였다.

하여 상고의 천궁을 찾아내 그 계승을 받으면 천라대륙을 통일하는 세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목진이 원하는 건 상고 천궁의 계승이 아니었다. 그는 대일불멸신의 진화체의 수련법을 원할 뿐이었다.

그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대일불멸신에서 만고불후신이 되려면 두 번째 단계의 진화 과정이 필수였다.

목진이 대일불멸신에서 진정한 만고불후신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하면 대천세계의 진정한 강자가 되는 일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어머니께서 계신 신비로운 종족과 싸울 자격도 생기고 지금처럼 대부도탑을 소환하는 것도 조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네가 상고의 천궁에 대해 알다니…….”

만다라가 신각 각주를 노려보며 피식 웃었다.

천라대륙에서 상고의 천궁은 비밀까지는 아니었지만 여태껏 아무도 그 위치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만다라는 신각 각주의 말이 의심스러웠다.

정작 신각 각주는 대수롭지 않게 피식 웃더니 사악한 눈빛으로 다른 지지존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도 내가 북계를 통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에 만성노조, 요제 등 지지존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들은 상황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다들 자연스레 만다라를 쳐다봤다. 지금 상황에서 신각 각주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만다라뿐이었다.

그런데 만다라도 안색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녀는 신각 각주를 한참 노려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켰다.

“대라천역은 신각의 뜻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네!”

이는 대라천역은 절대 신각의 졸개가 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럼 대라천역은 더는 북계에 존재할 이유가 없겠군.”

살기 가득한 신각 각주의 말에 대라천역 사람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목진마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또 다른 정예 세력 사람들마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과연 그럴까? 자네가 그럴만한 능력은 있고?”

만다라가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무서운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순간, 주위 공간이 와장창 무너졌다.

잇따라 그녀가 앞으로 한 보 나서자 공간이 파르르 떨렸다. 이제 협상은 불가능했고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허허, 반보 상위 지지존 따위가 본좌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신각 각주는 피식 웃었고 살기가 실체처럼 주위에 퍼져나갔다.

“신각이 북계를 통일하기 위해서는 대라천역부터 없애야겠군. 그리되면 다른 세력들도 고분고분 말을 듣겠지.”

말을 마친 신각 각주가 미소를 지으며 옷깃을 휘날리자 괴이한 힘을 실은 웅장한 흑기가 요동치며 그 구역에 퍼졌는데 천지의 영력이 점차 오염되어 지지존급 강자마저 더는 이를 장악할 수 없게 되었다.

만다라는 이러한 광경에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신각 각주는 역외족의 힘으로 이 구역의 영력을 모조리 오염시켰고, 그들은 졸지에 감옥이 된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여러분, 우리 함께 공간 균열을 만들어 이곳에서 벗어나세. 외부에 이 소식을 전하면 신각은 더 이상 북계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네.”

요제가 고래고래 외쳤다.

대천세계의 터를 잡고 사는 이들은 대부분은 역외족을 극도로 혐오해 신각 각주의 일이 알려지면 다들 그를 토벌하러 올 것이다. 아마 북계 이외의 세력들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함께 나섭시다!”

만성노조 등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함께 나서 무서운 영력을 끌어올린 뒤, 사악한 기운을 품은 흑기를 공격했다.

치익!

그런데 그들의 공격에 흑기는 잠시 흩어졌을 뿐,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오염되는 정도가 더 심해졌다.

만성노조 등은 놀라운 광경에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허허, 허튼수작은 하지 말게. 본좌는 이미 상위 지지존이 되었고 탄천사제가 남긴 힘까지 더하면 하위 지지존들 따위가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네.”

저 멀리서부터 신각 각주의 말소리가 들리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숨을 가볍게 들이켰다. 상위 지지존이 이렇게까지 강하다니…….

그때 목진은 만다라를 쳐다봤는데 그녀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뾰족한 수가 있어?”

“녀석의 실력이 폭등해 내가 다른 지지존들과 협동 작전을 펼친다고 해도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을 뿐이야. 게다가 녀석은 탄천사제의 힘을 삼켜 이 구역의 영력을 오염시켰고 우린 결국 이곳에 갇혀 죽을 거야.”

목진의 질문에 만다라는 이를 악물며 답했다.

“지지존이 한 사람만 더 있어도 상황은 많이 달라질 건데…….”

상위 지지존이 아무리 강해도 힘이 무궁무진한 것은 아니었다. 하위 지지존의 수가 많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이에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재, 북계의 지지존은 전부 이곳에 모였는데 무슨 수로 지지존을 모셔온단 말인가? 지지존은 그리 쉽게 찾아지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때 목진은 뭔가 생각난 듯 저 멀리 있는 섬을 쳐다봤다. 신비로운 섬에 상위 지지존의 실력을 갖춘 영괴가 있지 않은가?

만약 녀석을 같은 편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신각 각주를 상대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영괴는 섬을 수호해야 했기 때문에 절대 그 주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목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서 있다가 삼각형 흑철을 꺼냈다. 이 물건은 분명 지지존 밀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목진을 도와 오래된 질그릇을 얻도록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목진은 흑철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잘 몰랐지만 지금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다.

후우.

목진이 깊게 숨을 들이켜며 손가락을 튕기자 수중의 삼각형 흑철은 한 줄기 흑광이 되어 저 멀리 섬에 있는 영괴에게 향했다.

목진은 영괴에게 향하는 흑광을 바라봤는데 너무 긴장해 심장이 다 콩닥거렸다. 만약 삼각형 흑철이 소용없다면 그들은 제대로 곤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슉!

한 줄기 빛이 공간을 가르며 영괴를 향해 날아갔는데 목진이 아무리 몰래 움직이려 해도 결국 신각 각주한테 들킬 수밖에 없었다.

흥!

신각 각주는 목진이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뻗어 공간을 찢고 어두운 빛을 잡으려 했다.

쿵!

그런데 그때, 만다라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신각 각주를 바라보며 가녀린 손을 휘둘렀다.

순간,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쳐 수천 장 정도의 방대한 영력 손가락을 이뤘는데 표면에 영력 결정을 감싼 영력 손가락은 상당히 단단해 보였다.

영력 손가락은 바로 신각 각주를 공격했고 다른 지지존들도 동시에 나섰다. 천지를 부수고도 남을 힘을 실은 공격이 사정없이 신각 각주에게 향했다.

만다라 등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신각 각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목진이 쏜 빛줄기를 막는 것을 포기하고 지지존들의 공격에 맞섰다.

퍽!

그가 손을 휘두르자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아마 구천 위에서 보면 이곳 공간에 커다란 장인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신각 각주의 장인은 산과 하천을 한순간에 없앨 정도로 강력했다.

하여 만다라와 다른 지지존들의 공격은 바로 무산되었고 다들 부상을 입었는지 안색이 점차 창백해졌다. 그들이 함께 나섰는데도 신각 각주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상위 지지존의 실력은 역시 엄청났다!

“허허, 감히 나한테 덤비다니.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란 걸 정녕 모르는 건가?”

신각 각주는 흑기를 디딘 채 씨익 웃으며 주위를 살폈는데 현재 그의 실력은 북계를 통일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만다라 등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은 그들 역시 목숨을 거는 수밖에 없었고 유일한 희망은 신각 각주가 아직 상위 지지존의 힘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그럼 그들한테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고 일단 이곳을 벗어나 천라대륙에 소식을 전하면 신각은 끝장날 것이다.

만다라 뒤에 서 있던 목진도 신각 각주의 실력에 적잖게 놀라 어두운 빛줄기에 눈길을 돌렸는데 빛줄기는 어느덧 섬의 위쪽 하늘에 다다랐다.

그러나 섬 위쪽에 서 있는 영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럴 수가!”

목진은 미간을 확 찌푸린 채 영괴를 바라봤다. 삼각형 흑철은 네 번째 전주가 남긴 물건일 텐데, 왜 영괴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걸까?

목진은 이를 악물고 다시 손가락을 튕겨 흑철 주위를 감싼 영력을 폭발시켜 영괴의 미간을 겨눴다.

영괴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목진이 쏜 삼각형 흑철은 결국 사방에 불꽃을 튕기며 녀석의 이마에 박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도해 본 것인데 흑철이 미간에 박히자 녀석은 꼭 감았던 눈을 다시 떴고 미간에서 어두운 빛을 발하더니 오래된 무늬가 나타나 특이하고 오래된 부적을 이뤘다. 그리고 그것은 영괴의 초점 없는 눈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부적이 전부 스며들자 영괴의 눈동자에 특이한 빛이 모였고 체내에서 특이한 파동을 내뿜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져 있던 신각 각주 등은 영괴가 내뿜은 특이한 파동에 바로 미간을 찌푸린 채 목진을 노려봤다. 영괴가 이리된 것은 전부 목진 때문이었다.

반면,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신비로운 흑철은 네 번째 전주의 물건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것이 무슨 물건인지는 몰랐다.

영괴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지지존들은 잠시 대치 상태를 멈췄다. 네 번째 전주 생전의 대부분 힘을 계승한 영괴는 아무리 신각 각주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상위 지지존에 이르렀지만 네 번째 전주가 남긴 영괴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났다.

위잉.

영괴의 눈은 점차 밝아졌고 어느덧 강력한 빛을 발했는데 이에 공간마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빛이 사라지자 영괴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별다른 변화는 없어 보였다.

“아니네, 저 눈을 보게!”

목진이 흠칫 놀라 외쳤다.

이에 다들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영괴의 흐릿했던 눈동자에 초점이 생겼고 왠지 모르게 노련하고 침착한 느낌을 주었다.

지금 영괴는 정말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그때 영괴가 고개를 숙여 손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다들 영괴의 체내에서 발하는 엄청난 위압감에 깜짝 놀랐다.

“이건…….”

만다라 등은 엄청난 기운에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네 번째 전주네!”

목진도 흠칫 놀라더니 가볍게 숨을 들이켜며 중얼거렸다.

“삼각형 흑철에 네 번째 전주의 의식이 깃들어 있었군.”

목진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흑철을 영괴의 미간에 넣지 않았다면 얼마 남지 않은 네 번째 전주의 의식이 되살아나 영괴의 몸을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 년이 넘게 지난 지금, 아직 내 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네 번째 전주가 자신과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목진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는데 두 눈이 위엄으로 가득 찼다.

“뭐지?”

그런데 네 번째 전주는 주위에서 휘몰아치는 흑기를 발견하고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흑기에 깃든 힘은 익숙하면서도 상당히 혐오스러웠다.

“탄천사제의 힘이라니!”

네 번째 전주의 고함에 주위 공간이 바로 부서졌고 수많은 공간 파편이 돌풍처럼 휘몰아쳐 상당히 무서웠다.

잇따라 그가 살기 가득한 얼굴로 옷깃을 휘날리자 경천의 흑기가 반으로 갈라졌고 그 속에 숨었던 신각 각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천세계의 사람이 감히 역외사족의 힘을 흡수하다니, 너는 절대 살려두면 안 되겠구나!”

네 번째 전주는 비록 의식이 조금 남았을 뿐이었지만 탄천사제의 힘이라면 치를 떠는지라 바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신각 각주를 노려봤다.

이에 신각 각주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그리 두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뻔뻔하기는, 당신이 살아있었다면 그나마 꺼렸을 테지만 의식이 조금밖에 남지 않은 영괴 따위가 감히 본좌를 죽이려 하는 건가?”

신각 각주는 이미 상위 지지존에 이르렀기에 그를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다만, 필승이라 여겼던 일이 조금은 번거로워졌단 생각에 바로 목진을 쏘아봤다. 그는 당장에라도 목진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