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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599화 (598/1,000)

599화. 성진진마탑(星辰鎮魔塔)

목진은 상대방의 매서운 눈빛에 머리가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시름이 놓였다. 네 번째 전주 덕분에 상황은 신각 각주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네 번째 전주가 신각 각주를 쓰러뜨리지 못해도 사람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확률이 더 높아졌다.

만다라도 목진을 힐끗거렸는데 보아하니 그녀도 조금 안심한 것 같았다. 목진 덕분에 조금이나마 기회가 생겼으니 네 번째 전주에게 맞춰 움직이면 신각 각주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네 번째 전주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신각 각주를 노려보더니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상위 지지존에 이른지 하루도 안 되는 후배가 감히 내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리다니, 우습군.”

“다른 곳이면 몰라도 내가 죽은 이곳에서만큼은 절대 네 무례를 용서할 수 없구나!”

“네가 역외사족의 힘을 그리 좋아하니 영원히 이곳에 남아 탄천사제의 벗이 되거라!”

네 번째 전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손을 내밀었는데 미간에 박혔던 삼각형 흑철이 서서히 손에 떨어졌다.

이에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가 무용지물이라 생각했던 흑철이 엄청난 보물이라도 된단 말인가?

위잉.

오래된 빛을 발하는 삼각형 흑철은 네 번째 전주의 손바닥에서 천천히 회전하더니 파르르 떨며 특이한 소리를 냈다.

잇따라 흑철에 오래된 광문이 나타났는데 이는 나무에서 뻗은 무성한 가지처럼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와 동시에, 공간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래쪽 바다마저 갑자기 난폭해져서 만 장 정도의 파도가 일었는데 그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만다라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황을 살폈다. 그들은 지극히 강한 힘이 공간을 가르며 빠르게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 힘은…….”

신각 각주도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밤하늘처럼 어둡던 공간에 파문이 일더니 방대한 무언가가 공간을 가르며 서서히 내려앉는 것이 보였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물체가 형성한 무서운 위압감에 지지존들은 화들짝 놀랐다.

목진 등도 갑자기 공간을 가르며 나타난 물건을 보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

“저건 그 검은색 금자탑이 아닌가…….”

이건 목진 등이 지지존 밀장에 들어온 뒤, 공간의 깊숙한 곳에 조용히 떠 있던 검은색 금자탑이었다!

“그 물건으로 검은색 금자탑을 소환할 수 있다니!”

목진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삼각형 흑철은 축소판 금자탑이 아닌가?”

그러다 금자탑 표면에 황금색 광점이 나타났는데 이는 별처럼 반짝이며 이어져 황금색 사슬처럼 외부를 단단하게 둘러쌌다.

목진 등은 그제야 검은색 금자탑이 위력이 엄청난 물건이란 것을 알아챘다. 이는 지지존 밀장에 들어왔을 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검은색 금자탑이 성물이라니…….”

만다라도 어느새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 번째 전주는 물건을 참 잘도 숨겼군. 나조차 발견하지 못했으니 말이야.”

“성물이라니!”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대천세계에서 신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니었다. 그 위로 성물이란 존재가 있는데 신기보다 더 희귀한 물건이라 지지존급 강자도 탐내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살면서 진정한 성물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실력으로 지금 성물을 본다고 해도 획득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대라천역에도 내놓을만한 신기가 없었는데 무려 성물인 검은색 금자탑을 봤으니 놀라는 건 당연했다.

“소승성물(小乘聖物)인 것 같아. 상고의 천궁에 8대 성물이 있다고 들었는데 내 생각대로라면 검은색 금자탑은 그중 하나인 성진진마탑일 거야.”

“8대 성물이라…….”

목진은 다시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역시 상고의 천궁은 대단했다. 무려 성물을 여덟 개나 갖고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상고의 천궁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의 대라천역보다 훨씬 강했다.

“대라천역에 성물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신각 각주를 상대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을 거야.”

만다라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라천역에서 전력을 다해도 성물을 하나조차 얻지 못한단 말이야?”

목진은 깜짝 놀랐다. 성물의 위력이 아무리 강해도 대라천역 전체가 나서면 대충 얻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대천세계에서 성물의 가치는 적어도 지존 영액 수천만 방울이야.”

“수…… 수천만 방울이라니!”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이이 떡 벌어졌다. 목진은 상지대륙에서 대원만급의 구룡구상술도 지존영액 몇만 방울로 해결했고 구유궁의 한 해 동안의 수입도 지존영액 몇만 방울밖에 안 되는데 성물 하나가 수천만 방울이라니!

이건 대라천역을 탈탈 털어도 절대 모을 수 없는 양이었다.

“그리 놀랄 것 없어. 성물은 제련하기 정말 어렵고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려. 수백 년, 심지어 수천 년 동안 제련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성물이야.”

만다라는 제법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성물이 지닌 힘은 천지를 부술 만큼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심지어 지지존급 강자들의 대전 결과를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해.”

“대천세계의 최정예 세력의 우열을 가리는 기준 중 하나가 해당 세력의 성물 보유 유무이니 말이야. 그러니까 천라대륙에서 북계는 그저 평범한 존재에 불과해.”

목진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상위 지지존과 하위 지지존 사이의 실력 차이를 알게 된 그는 성물 하나로 그 차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만다라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에 성물 하나가 지존영액 수천만 방울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고 북계의 정예 세력인 대라천역에 성물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한편, 다른 세력의 강자들도 검은색 금자탑을 알아봤고 특히 지지존들은 금자탑에 탐이 나 눈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네 번째 전주가 검은색 금자탑을 장악하지만 않았다면 그들은 바로 쟁탈전을 벌였을 것이다.

“상고 천궁의 성진진마탑이 네 번째 전주의 손에 있었다니. 그 물건은 진압과 방어의 효과가 있다고 들었다네. 신각 각주가 이번만큼은 사람을 잘못 건드렸군.”

만성노조 등은 눈을 마주치며 몰래 대화를 나누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네 번째 전주가 감히 상위 지지존에 이른 신각 각주를 멸시하고 왜 그토록 자신만만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성진진마탑만 있으면 신각 각주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요동치는 흑기를 휘감은 신각 각주도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공간을 가르며 날아온 검은색 금자탑을 쏘아봤다. 그도 금자탑에서 엄청난 파동을 느꼈다.

그런데 그때, 신각 각주가 흡수했던 탄천사제의 힘도 검은색 금자탑이 두려운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원고 때, 네 번째 전주는 성진진마탑으로 탄천사제를 제압해 봉인하였고 오랜 시간이 흘러 녀석은 결국 죽었기 때문이었다.

“성진진마탑이라…….”

신각 각주는 갑자기 발을 힘껏 굴렀는데 공간에 파문이 일더니 주위의 흑기가 만 장 정도의 검은색 이무기로 변해 공간을 부수며 네 번째 전주에게 향했다.

먼저 선수를 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네 번째 전주는 무덤덤하게 서서 녀석의 공격을 쳐다보며 인법을 바꿨다. 그러자 미약한 흑광이 떨어져 나와 그의 앞쪽에 광막을 형성했는데 그 표면의 별들이 한데 이어져 성도를 이룬 것 같았다.

흑광은 다름 아닌 검은색 금자탑이 쏜 것이었다.

쿵!

그때 만 장의 검은색 이무기가 검은색 광막을 공격하자 얇디얇은 광막은 파르르 떨리기만 했고 전혀 부서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엄청난 방어력에 만다라 등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영괴의 힘을 빌린 네 번째 전주는 신각 각주와 실력이 비슷했는데 성진진마탑이 있어 상대방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가 있었다.

성진진마탑은 역시 방어에 아주 유리한 물건이었다.

신각 각주는 이러한 광경에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뒤쪽 공간을 향해 장풍을 쐈다.

“녀석이 도망가려 하네!”

신각 각주가 찢어진 공간으로 들어가려 하자 만다라 등은 흠칫 놀랐다. 그는 네 번째 전주를 쓰러뜨리지 못할 거라고 판단하고 바로 도주하려 했다.

그가 도망가는 데 성공하면 북계, 나아가 대천세계에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이에 만다라 등이 나서려 하는데 네 번째 전주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옷깃을 휘둘렀다. 그러자 성진진마탑이 내려앉아 찢어진 공간으로 다가갔고 신각 각주를 그 속에서 강제로 끄집어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초라했다!

“탄천사제의 힘을 흡수했으니 이곳에 남거라.”

말을 마친 네 번째 전주가 인법을 바꾸자 성진진마탑에서 성진 사슬을 내뿜어 신각 각주의 사지를 묶었는데 제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성진진마탑 표면의 성광이 반짝이며 검은 구멍이 생기자 녀석을 꿀꺽 삼켰다.

잇따라 성진진마탑의 표면이 흐릿해졌다가 내부의 상황을 비췄는데 신각 각주는 수많은 성진 사슬에 묶여 그곳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러한 광경에 만다라 등은 깜짝 놀랐다. 상위 지지존이 되었다고 우쭐거리던 신각 각주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네 번째 전주한테 잡히고 말았다.

성진진마탑은 역시 남달랐다!

“네 번째 전주, 뭘 하려는 건가?”

성진진마탑에 갇힌 신각 각주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외쳤다. 그는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다. 이건 전부 네 번째 전주 탓이었다.

“네 것이 아닌 물건은 뱉어내야지.”

네 번째 전주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검은색 금자탑 내부에 불이 활활 타올랐는데 이는 성광으로 이룬 것처럼 특이하고 아름다웠지만 신각 각주는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는 현란하게 피어오른 불을 보더니 갑자기 불안한 듯 몸부림쳤다.

화르륵!

성광으로 이룬 것 같은 화염이 활활 타올라 방대한 용을 만들더니 포효하며 성진 사슬에 몸이 묶인 신각 각주를 공격했다.

신각 각주는 이를 보고 사색이 되었다. 그는 그제야 탄천사제의 힘으로 경지를 돌파하려 했던 걸 후회했다. 그는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더구나 숨진 네 번째 전주한테 이런 필살기가 있었을 줄이야.

“이건 다 그 죽일 놈의 녀석 때문이야!”

신각 각주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목진이 영괴를 일깨우지만 않았어도 그는 이미 다른 지지존을 제압하고 이번 대수렵전에서 최종 승리했을 것이다.

다만, 제아무리 아우성 쳐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성광염룡의 공격에 적중한 신각 각주는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신각 각주는 공간이 엄청나게 뜨거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육신은 아무렇지 않았고 대신 체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특히, 체내의 지존해 속 영력이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지존해를 벗어나려 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건가! 그러다 내가 목숨 걸고 덤비면 아무리 자네라도 당해내긴 힘들 것이네!”

지존해 내부의 변화를 발견한 신각 각주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이를 갈며 외쳤다.

“허허, 이미 죽은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성진진마탑 밖에 서 있던 네 번째 전주는 피식 웃더니 이내 정색하며 말을 이어갔다.

“네 것이 아닌 물건은 되돌려받을 거라 말하지 않았느냐?”

네 번째 전주가 인법을 바꾸자 성공의 화염이 폭등하더니 신각 각주의 피부와 콧구멍 등을 통해 몸에 스며들었다.

“으악!”

신각 각주는 애처롭게 외치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는데 입에서 웅장한 곧 실체를 이룰 것같이 짙은 영력이 깃든 빛줄기를 내뿜었다.

그건 신각 각주의 지존해 본원의 영력이었다!

그런데 목진 등은 영력 빛줄기에서 익숙한 파동을 읽고 심장이 철렁했다.

이건 영신액의 파동이었다!

네 번째 전주가 꺼낸 것은 신각 각주가 흡수한 영신액이었다. 이렇게 신각 각주는 다시 수련하기 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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