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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01화 (600/1,000)

601화. 투자

네 번째 전주의 말이 사실이라면 성진진마탑은 지금의 목진이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 목진은 많은 이들의 사냥감이 될 것이다.

성진진마탑이 엄청난 보물이긴 해도 현재의 목진한테는 독이 되는 물건이었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점차 사라지는 네 번째 전주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는데 갑자기 가슴 속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지존법신은 대일불멸신이구나. 언젠가 상고의 천궁에 들어가면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거라. 그러다 불후금신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 말이야.”

목진은 순간 흠칫 놀랐다. 그는 대일불멸신을 선보인 적이 없는데 네 번째 전주는 바로 알아보았다.

불후금신이란 말에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불후금신이 대일불멸신의 진화체란 말인가!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심장이 콩닥거렸다. 그가 천라대륙에 온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몇 년 동안 찾아 헤맸는데 오늘에야 드디어 정확한 정보를 얻었다.

불후금신이 바로 대일불멸신의 진화체였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목진은 곧 사라질 네 번째 전주한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정작 네 번째 전주는 가볍게 손을 흔들더니 어느새 사람들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상고의 천궁은 한때, 대라천역의 패주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구나. 이건 운명의 장난인가…….”

네 번째 전주의 청량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한편, 사람들은 네 번째 전주가 완전히 사라져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그러나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무시한 채 잠시 생각하더니 검은색 금자탑을 꺼내어 만다라한테 건넸다.

성진진마탑은 좋은 물건이긴 하지만 목진을 위험하게 만드는 물건이었고, 아직 5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목진이 성물의 진정한 위력을 끌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갖고 있어 봐야 짐이 될 뿐이었다.

목진은 바로 이 점을 알아채고 만다라에게 건넨 것이다.

목진이 성진진마탑을 만다라한테 건네자 다른 세력의 강자들은 물론이고 만다라마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도 성진진마탑이 탐이 났지만 반드시 얻어야 직성이 풀릴 만큼은 아니었다. 더구나 그 물건은 네 번째 전주가 직접 목진에게 주었으니 다른 정예 세력한테 빼앗긴 것보다 훨씬 나았다.

이 물건으로 인해 목진한테 큰 화가 닥칠 거란 걸 짐작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대라천역을 건드릴 사람은 없을 거라 목진만 잘 보호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여 만다라는 목진의 결정에 적잖게 놀라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럴 필요 없어. 이 물건 때문에 네가 조금 귀찮아지겠지만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너를 건드릴 수 없어.”

그녀는 목진이 별다른 수가 없어 성진진마탑을 내준 거라 여겼다.

“이 물건이 나한테 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내 실력으로는 절대 성물의 위력을 끌어낼 수 없어.”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진진마탑의 진정한 위력을 선보이려면 지극히 방대한 영역이 받쳐줘야 하는데 5급 지존경의 영력으로는 턱도 없었다.

“그리고 이 물건은 대라천역을 위해 쓰여야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해. 신각 각주가 죽었으니 북계의 형세가 바뀔 텐데 지금의 대라천역이야말로 성진진마탑이 필요하지 않아?”

목진은 당황해하는 만다라를 달래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부담가질 필요 없어. 대라천역이 강해져야 내 뒷배도 강해지잖아? 그냥 내가 투자하는 거라 생각해. 언젠가 네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잖아?”

만다라는 제법 진지한 목진을 보고 결국 하려던 말을 삼켰지만 그의 결정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감동했다. 이토록 강력한 성물은 지지존급 강자들마저 탐낼만한데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건넸기 때문이었다.

사실, 목진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만다라는 절대 성진진마탑을 내놓으라고 협박할 사람이 아니란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목진의 말대로 성진진마탑만 있으면 만다라는 진정한 상위 지지존마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큰 변화가 일어날 북계에서 자리를 찾아갈 대라천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다라는 목진 수중의 검은색 금자탑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물건은 내가 보관하는 것으로 하자. 언젠가 네가 이 물건을 장악할 수 있게 되면 다시 돌려줄게!”

이에 목진은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이 언젠가 성진진마탑을 장악할 수 있게 되면 그것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다라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성진진마탑에 있는 영신액을 나한테 주면 안 될까? 이건 내가 반드시 갚을게.”

지금의 만다라한테는 성진진마탑보다 그 속에 깃든 영신액 한 방울이 더 필요했다. 이미 반보 상위 지지존이 된 그녀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경지를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신액도 성진진마탑처럼 자신한테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걸 잘 아는 목진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절대 웅장하고 순수한 영신액을 제련할 수 없을 것이고 이를 강제로 흡수하면 육신은 그 무서운 영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폭발할 것이 분명했다.

목진이 일전에 한 말은 영신액까지 넘겨준다는 뜻이었다.

목진의 허락에 만다라는 얼굴이 더 빨개졌고 그 모습이 대라역주보다는 귀여운 소녀 같았다.

“대신 조건이 있어.”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네 번째 전주께서 성진진마탑으로 상고의 천궁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셨어. 그러니 네가 나를 도와줬으면 해.”

상고의 천궁 유적지는 천라대륙의 수많은 세력이 탐내는 곳이라 모든 사람의 눈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 그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건 만다라뿐이었다.

또한, 목진이 사람들 몰래 유적지를 찾아낸다고 해도 유적지가 일단 나타나면 얼마나 많은 세력이 몰려올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목진 혼자서는 절대 그 속의 불후금신의 수련법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만다라의 도움이 없으면 목진은 절대 천라대륙의 다른 세력들의 상대가 안 되기에 투자란 말이 만다라를 배려해서 한 말만은 아니었다. 그는 만다라 같은 강자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이에 만다라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상고의 천궁을 찾으면 전력을 다해 도울게.”

만다라는 목진이 대일불멸신을 수련한 것을 알았다. 그 최종 진화체가 바로 원시 법신 중 하나인 만고불후신인데 상고의 천궁에 바로 대일불멸신의 진화체가 있으니, 목진은 이를 위해 북계에 온 것이 분명했다.

만다라는 이번 대수렵전에서 목진한테 빚을 여러 번 졌을 뿐만 아니라 성진진마탑과 영신액까지 얻었으니 목진이 대일불멸신의 진화체를 얻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마친 만다라는 바로 성진진마탑을 건네받았다.

그러자 다른 세력의 지지존들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한껏 경계하며 만다라를 쳐다봤다.

이미 반보 상위 지지존이 된 만다라가 영신액을 또 얻었으니 진정한 상위 지지존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더구나 성진진마탑까지 있으니 상위 지지존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했다.

앞으로 북계에서 그녀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성노조 등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 인제 그들은 곧 북계의 패주가 될 사람인 만다라를 깍듯이 모셔야 했다. 다행히 만다라는 야심만만한 신각 각주보다 나았고 받아들이기도 쉬웠다.

슉!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유난히 긴박해 보였다.

이에 목진 등이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서 미친 듯이 철수하는 무리가 보였다. 그들은 다름 아닌 신각 사람들이었다.

신각 각주가 죽었으니 북계의 정예 세력으로 오래도록 존재한 신각도 사라질 것이고 그들 역시 더는 머무를 이유가 없어 도주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만다라, 만성노조 등 신각과 원한이 제법 깊은 지지존들이 동시에 나서 옷깃을 휘날렸다. 그러자 무서운 위압감이 휘몰아쳐 멀리 떨어진 공간마저 잠시 움직임을 멈췄고 도망가려던 신각 사람들도 강제로 멈춰 섰으며 신각의 네 각주도 어느새 사색이 되었다.

신각 각주가 없으니 신각 잔당들이 목표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실력이 가장 센 동각주는 9급 지존에 이르러 도망가도록 놔뒀다가 언젠가 지지존에 이르면 큰 우환이 될 것이다.

하여 이런 일은 미리 해결하는 것이 좋았다!

신각과 사이가 제법 좋던 유명궁과 천현전은 이러한 광경에 흠칫하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신각 각주가 죽었으니 북계 형세는 크게 변할 것이다. 더구나 만다라가 반보 상위 지지존이 되어 실력이 다른 지지존들보다 훨씬 뛰어나니 대라천역은 곧 신각을 대체해 북계의 최강 세력으로 거듭날 것이다.

유명궁과 천현전은 절대 주인을 잃은 신각 잔당들 때문에 대라천역과 적이 될 수는 없었다.

“허허, 신각은 과거 만성산 제자를 많이도 죽였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청산해야겠구나!”

만성노조는 신각 강자들을 한기 어린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대라역주는 저들을 어떻게 처분하려 하는가?”

만성노조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이에 만다라는 무덤덤하게 신각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런데 그때, 목진의 눈빛이 이상해진 것을 발견한 만다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넌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목진이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한 사람만 살려줄 수 있을까?”

“음?”

만다라는 조금 놀랐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누구든 네 마음대로 해.”

“고마워.”

목진은 바로 신각 무리 중 한 여인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난 저 아이를 살리고 싶어.”

다들 목진이 가리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신각 무리의 가장 뒤쪽에 서 있는 여인은 바로 목진과 사망의 유적지에서 협력했던 첨대유리였다.

그녀의 실력은 신각의 강자 중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다들 그녀의 무덤덤한 표정에 흠칫 놀랐다.

첨대유리는 신각 각주의 죽음에 절망스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건 분명 좋아서 짓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은 풀이 죽은 다른 신각 강자들과 선명하게 대비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목진의 말에 그녀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상황에서 목진이 손을 내밀어 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저 여인을 말하는 거야?”

만다라도 조금 놀란 듯 첨대유리를 쳐다봤다.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첨대유리는 심지어 신각의 다른 강자보다 실력이 뒤처졌는데 만다라는 그 여인한테서 특이한 파동을 읽었다.

“전의의 힘이라니, 혹시 전진사야?”

만다라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전진사는 북계에 거의 없는 희귀한 존재라 만다라는 첨대유리가 정말 전진사라면 충분히 영입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여겼다.

“저 아이를 절대 무시하면 안 돼. 섬에서 저 아이가 나섰다면 난 절대 완벽한 영신액을 얻지 못했을 거야.”

목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목진과 똑같은 전의신반을 얻은 그녀가 섬에서 이를 소환했다면 목진은 오래된 질그릇은커녕, 엄청난 위기에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첨대유리는 신각에 대한 원한 때문에 신각 각주가 경지를 돌파하는 걸 원치 않았다. 안 그러면 그녀는 평생을 노력해도 절대 복수를 꿈꾸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만다라는 흠칫하더니 첨대유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비록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목진이 그리 말했으니 틀림없을 거라 여겼다. 그렇다면 대라천역 전체가 그녀한테 빚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저 아이가 대라천역에 엄청난 은혜를 베푼 거나 마찬가지구나. 그럼 당연히 살려야지.”

만다라는 미소를 지으며 첨대유리한테 고개를 돌렸다.

“너만 원하면 대라천역은 언제든지 너를 환영한다. 그리고 네가 대라천역에 온다면 너한테 대라천역의 열한 번째 왕의 자리를 주겠다.”

만다라의 말에 다른 세력 사람들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다들 전진사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감히 대라천역에게 인재를 빼앗아올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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