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6화. 진정한 봉황의 위압감
유청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신속하게 합장한 뒤, 잽싸게 오래된 인법을 그렸다.
잇따라 그의 주위에서 눈부신 영광이 발했고 밟고 있던 구유염작의 방대한 육신이 활활 타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화염이 수천 장 크기의 화구가 되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태양 같았는데 유청이 바로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그때 신비롭고 오묘한 멸세의 보랏빛이 닿자 유청의 주위에 있던 커다란 태양은 놀라운 속도로 작아졌다.
그러다 사람 머리만큼 작아진 화구는 어느새 유청의 손바닥에 조용히 떠 있었다.
엄청난 광경에 사람들은 적잖게 놀랐다. 다들 활활 타오르는 화염 광구에 얼마나 무서운 힘이 깃들었는지 잘 알았다.
한편, 유청은 수중의 화염 광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표면에 오래된 부적이 가득 새겨진 광구는 시뻘건 수정구처럼 생겼는데 그 속에는 파멸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천염신술(天炎神術), 대염신주(大炎神珠)!”
유염은 이내 정색하며 손을 천천히 들더니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외쳤다.
“공격하라!”
위잉!
수정처럼 생긴 광구는 파르르 떨더니 한 갈래 적광이 되어 허공을 가르며 하늘에 불꽃을 수놓더니 휘몰아치는 암자색 신광과 제대로 맞섰다.
쿵!
양자가 부딪친 순간, 경천의 소리와 함께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엄청난 충격파가 휘몰아쳐 하늘마저 산산이 부서졌다. 아래쪽 건물들도 순간 잿더미가 돼야 마땅했으나 만다라가 제 때에 나서서 영광으로 건물 전체를 감쌌다. 약해 보이는 영광은 목진과 유청이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끄떡없었다.
목진과 유청도 무서운 충격파에 적중했는데 목진은 대일불멸신에 신속하게 들어갔고 유청도 구유염작의 방대한 날개로 앞쪽을 가려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는데 그 표면에는 선홍색 화염이 활활 타올랐다.
퍽!
무서운 충격파가 닿자 대일불멸신에서 발하던 금광이 조금 어두워졌고 바닥에는 커다란 흔적을 남기며 뒤로 물러났다. 이에 지면이 움푹 꺼졌다.
끼익!
구유염작의 날개에 박혔던 화우도 부서졌고 처량한 외침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이렇게 충격파는 한참 지나서야 가셨고 하늘은 그제야 다시 광명을 되찾았는데 대일불멸신과 구유염작의 모습이 조금은 초라해 보였다.
쿵!
그런데 그때, 구유염작 위에 서 있던 유청은 예리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도천의 화염과 함께 대일불멸신에게 향했다.
그러나 목진은 녀석의 공격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대일불멸신은 황금으로 빚은 것 같은 주먹을 휘둘러 구유염작을 공격했다.
이렇게 양자가 부딪치자 하늘마저 파르르 떨렸다.
두 거물은 허공에서 끊임없이 상대방을 공격했고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쿵!
또 한 번 상대방을 공격한 유청은 다시 대일불멸신의 머리 위에 나타난 목진의 상태를 살폈는데 그 역시 조금은 창백해졌다. 일전의 공격으로 인해 양자의 영력 소모가 제법 큰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상대를 만났군!”
유청은 싸움에 대한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는 이미 목진을 그와 같은 등급의 강자로 여겼고 더는 목진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조금 대단하단 생각까지 했다.
5급 지존의 실력으로 6급 지존경 정상과 이렇게까지 싸운다니, 이는 그라도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목진은 더 강력한 공격을 개시했다.
유청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등에 선홍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 커다란 날개가 나타났고 영력은 훨씬 강력해졌다.
잇따라 그는 날개를 펼쳐 빠르게 목진에게 향했다.
그는 목진의 대일불멸신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라면 언제 싸움이 끝날지 알 수 없었다. 하여 그는 본체를 소환해 최대한 빨리 대결을 마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속전속결을 원한다…… 그럼 끝까지 상대해주겠네!”
목진은 유청의 놀랍도록 빠른 속도에 흠칫하더니 바로 그의 의도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뒤로 물러나 대일불멸신에서 벗어났다.
“하하, 담대한 친구군. 그런데 그 정도 속도로는 어림도 없지!”
유청은 피식 웃더니 속도를 더 끌어올렸다.
“과연 그럴까?”
목진도 씨익 웃으며 바로 인법을 바꿨는데 등에서 금광을 발하더니 봉황의 맑은 울음소리와 함께 자금색을 띤 커다란 봉황이 특이한 위압감을 내뿜으며 활짝 펼쳐졌다.
이건 진정한 봉황이 이룬 위압감이었다.
유청은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상대방이 형성한 위압감에 체내의 혈맥마저 두려운 듯 파르르 떨게 될 줄 몰랐다.
구유작은 봉황의 혈맥을 물려받았고 원고의 불사조 또한 봉황족에서 변이한 최정예 신수였다.
그리고 영수와 신수 중 보다 고귀한 혈맥이 특수한 위압감을 형성해 다른 영수나 신수를 어느 정도 억제한다.
하여 구유염작의 혈맥을 지닌 유청은 진정한 봉황이 형성한 위압감에 이토록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비록 목진이 획득한 봉황의 혈맥은 아주 적지만 그 위력은 여전히 강했다.
그때 상대방의 빈틈을 발견한 목진이 한 줄기 빛이 되어 날아가려 했는데 갑자기 창로한 노인이 귀신처럼 나타났다. 그는 다름 아닌 천작 장로였다.
“천작 장로…….”
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의 예리한 눈빛에 흠칫 놀라 멈춰 섰다.
“진정한 봉황의 위압감이라니…….”
“천작 장로?”
목진은 갑자기 앞에 나타난 천작 장로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노인네가 불안해져 직접 나서려는 건가?
정말 그렇다면 이건 너무 한 것 아닌가?
슉!
그런데 그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만다라, 구유, 3황 등이 달려와 천작 장로를 쏘아봤다. 그들은 노인네가 갑자기 나서서 목진과 유청의 대결에 개입한 것이 상당히 언짢았다.
“천작 장로, 난 당신을 손님이라 여기고 여태껏 참았던 건데 이대로라면 더는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대라천역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네.”
천작 장로는 만다라가 화가 난 듯 보이자 황급히 해명했다.
“이번엔 내가 잘못했네. 이번 대결을 통해 목진이 확실히 북계 젊은이 중 일인자란 것을 알았네.”
천작 장로의 말이 끝날 무렵, 유청도 달려왔는데 그 또한 이 말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일전의 대결에서 유청은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
목진이 5급 지존경의 실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그 실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여 일전의 대결을 계속했다면 두 사람 다 전력을 다해 싸우다가 중상을 입거나 죽을 가능성도 있었다.
한편, 목진은 천작 장로의 말에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렸다. 그는 구유족과 원한을 맺고 싶지 않았고 적당한 시점에 대결을 마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또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싸운다고 해도 목진은 유청을 쓰러뜨릴 확신이 없었다.
6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유청은 목진이 지지존 밀장에서 만났던 천룡호보다 더 강했다. 싸움을 계속한다면 이번 대결의 결과는 쌍방의 중상으로 끝날 확률이 높았다.
“네 진정한 봉황의 위압감은 어디서 온 것이냐?”
어느새 화가 가신 천작 장로가 다시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목진 체내에서 내뿜은 진정한 봉황의 위압감은 상당히 미약했지만 구유족처럼 체내에 불사조의 혈맥이 흐르는 종족은 바로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영수계에서 진정한 봉황은 신수 중에서도 정예급 존재에 속했고 성년이 된 진정한 봉황은 천지존에 이르는 무서운 힘을 지녔다.
이러한 존재는 봉황족에서도 아주 희귀해 일반 봉족과 황족은 절대 가질 수 없는 혈맥이었다. 이에 천작 장로와 유청은 목진 체내의 위압감에 그토록 놀란 것이었다.
“이건 내가 용봉천에서 수련해서 얻은 용봉체에요.”
목진이 흠칫 놀라 답했다. 그는 진정한 봉황의 위압감에 대해 아무런 느낌도 없었고 이전에 용봉체로 싸웠을 때, 상대방은 진정한 봉황의 위압감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보아하니 진정한 봉황의 위압감은 구유족 같이 불사조 혈맥을 지닌 후사들만 알아챌 수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목진의 몸에 있는 진정한 용의 위압감은 용족 혈맥이 있는 신수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용봉천이란 말인가…….”
천작 장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
“북계의 용봉천을 말하는 것이냐? 그곳에서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이 죽었다고 들었단다. 하여 우리도 사람을 들여보냈었고 어느 정도 수확을 얻었지만, 자네처럼 진정한 봉황의 혈맥을 획득하지는 못했단다.”
“이건 용봉제의 열 번째 계단을 오른 사람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목진은 수백 년 동안 그곳에 오른 유일한 사람이었네.”
만다라가 무덤덤하게 말했고 천작 장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도 용봉천의 용봉제에 대해 아는 듯했다. 과거 구유족에서 훌륭한 족인을 파견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목진이 이를 해내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천작 장로님, 목진과 유청의 대결이 끝났으니 이 일은 이제 덮는 건가요?”
구유가 뚫어져라 쳐다보며 묻자 천작 장로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로님!”
구유는 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악물었다.
“구유야, 이건 정말 중대한 일이라 아무리 나라도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단다.”
천작 장로는 이내 정색하며 구유를 쳐다봤다.
“넌 구유족에서 수천 년 만에 나타난 혈맥이 가장 순수한 이로 불사조의 혈맥을 일깨울 가능성이 제일 큰 사람이란다. 네가 최종 진화에 성공한다면 진정한 원고의 불사조가 될 거란다.”
“넌 구유족의 미래고, 네 앞길을 막는 건 무엇이 됐든 최선을 다해 없앨 거란다.”
말을 마친 천작 장로는 목진을 힐끗 바라봤다. 그 결연하고 예리한 눈빛에 목진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만다라도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도 구유족에서 구유를 이렇게까지 중시할 줄은 몰랐다. 천작 장로의 말대로라면 구유는 천지존의 실력을 갖춘 무서운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고, 언젠가 천지존이 될 사람을 위해서라면 구유족에서 이 정도로 목숨을 거는 것은 정상이었다.
구유족에는 수천 년 이래, 아직 천지존이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구유족에서 목진과 구유가 혈맥을 연결한 것을 문제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언젠가 목진이 죽기라도 하면 구유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결국 최종 진화는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구유족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일은 조금 복잡해진다. 만다라는 구유족이 두렵지는 않지만 천년도 넘게 존재한 영수 종족은 대라천역보다 훨씬 강했다.
대라천역은 만다라가 혼자서 지탱해왔기 때문에 그녀가 죽으면 대라천역은 한순간에 신각처럼 몰락할 것이다. 그러나 구유족은 천지존 하나 없지만 지지존이 여러 명 있어 천작 장로가 죽는다고 해도 큰 타격은 안 될 것이다.
한편, 구유도 주먹을 꽉 쥔 채 천작 장로를 노려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켰다.
“목진을 함부로 대하면 나도 절대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구유의 겁박에 천작 장로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화를 내려다가 씁쓸하게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넌 언제까지 여인들 뒤에 숨어있을 거냐?”
천작 장로는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혈맥 연결을 없애도록 해줄게요. 구유족이라면 방법이 있을 거라 믿어요.”
목진이 앞에 나선 구유를 끌어당기더니 미소를 지으며 천작 장로한테 말을 건넸다.
혈맥 연결을 없애는 방법밖에 없다면 목진은 구유한테 짐이 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다 대라천역까지 끌어들이면 정말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만다라가 나선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텐데 목진은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