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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07화 (606/1,000)

607화. 신수지원에 들어갈 마지막 1인

“목진아!”

구유는 조금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다. 구유족에게 혈맥 연결을 없앨 방법이 있긴 하지만 목진한테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허허, 사나이답군.”

천작 장로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강제로 혈맥 연결을 없애는 것은 최하수란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단다…….”

천작 장로의 말에 목진은 솔깃하여 물었다.

“따로 방법이 있는 건가요?”

옆에 서 있던 구유도 어리둥절해 천작 장로를 쳐다봤다. 그녀는 강제로 없애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알고 있었다.

“혈맥 연결을 없애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지만…….”

천작 장로는 자신의 말에 조금 실망한 듯한 목진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네가 구유족의 동의를 얻는다면 굳이 혈맥 연결을 없애지 않아도 되겠지? 그때가 되면 넌 구유족의 벗이 되는 거나 다름없단다.”

이에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구유족에 관해 알지 못했지만, 천작 장로의 반응으로 봤을 때 혈맥 연결에 동의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구유도 바로 눈치채고 이를 갈며 말했다.

“구유야, 이번에 구유족에서 갑자기 왜 너를 소환했는지는 아느냐?”

천작 장로는 구유의 반응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에 구유는 흠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구유족에서 혈맥에 문제가 생겨 사람을 보낸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다른 이유도 있는 모양이었다.

“신수지원이 곧 나타날 것 같구나.”

“신수지원이라고요?”

천작 장로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구유는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금세 조용해졌다. 보아하니 구유도 신수지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아는 눈치였다.

“신수지원이라고요?”

목진은 낯선 이름을 듣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구유가 왜 이렇게까지 심각해졌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원고 시기, 대천세계에 신수대륙(神獸大陸)이라 불리는 상당히 큰 대륙이 있었는데 영수 종족은 십중팔구 신수대륙에서 생활하였네.”

유청이 어리둥절한 목진을 위해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데 역외사족이 대천세계를 침략하면서 신수대륙도 침범했지. 그때 상당히 무서운 전쟁이 벌어졌고 신수대륙은 산산이 부서졌는데 그중 가장 작은 한 조각도 대천세계에서는 엄청난 대륙이라네.”

유청의 말에 목진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조각난 대륙마저 대천세계의 엄청난 대륙일 수 있다니, 신수대륙이 원고 때엔 얼마나 크고 광활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신수대륙은 상당히 넓었는데 지존급 강자가 전력을 다하여 수십 년을 날아도 이를 온전히 건널 수 없다고 들었네.”

유청은 목진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

목진은 순간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신수대륙에 관한 정보를 듣고 적잖게 놀란 모양이었다.

“신수지원은 신수대륙의 한 구역으로 아주 특이한 땅이었네. 그곳에 지극히 강력한 신수가 살았는데 엄청난 신수들도 적잖게 있었네. 과거 신수지원의 전투력은 신수대륙의 3할 정도를 차지했을 정도였지.”

유청의 말에 목진은 혀를 내둘렀다. 신수지원이 방대한 신수대륙에서 이 정도 지위를 차지했다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날의 전쟁에서 역외족마저 신수지원의 강대함을 느끼고 수십 명의 왕자와 협력했다네. 그들은 신수대륙이 한눈을 판 사이, 신수지원을 강제로 부수고 어둠의 공간에 가뒀네. 하여 신수대륙은 대결에서 큰 힘을 잃어 몰락했고 수많은 신수가 전쟁에서 죽었지…….”

“그러다 전쟁이 끝나고 누군가 어둠의 공간에 갇힌 신수지원을 찾아냈다네. 그리고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신수지원이 나타났고 영수 종족 사람들은 그때를 노려 신수지원에 들어가 기회를 엿보곤 하였네.”

유청은 어느새 의지가 활활 타올라 입맛을 다셨다.

“신수지원에서 숨진 원고의 선배들은 아주 많다네. 심지어 원고의 불사조도 그곳에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지. 그 신혈을 얻을 수만 있다면 구유 전하의 혈맥이 더 완벽해질 것이네. 그렇게만 되면 구유 전하께서 원고의 불사조로 진화할 확률은 더 높아지겠지…….”

목진은 그제야 구유족에서 왜 이렇게까지 신수지원을 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신수지원은 영수 종족이라면 꿈에도 그리는 귀한 땅이었다.

“신수지원이 출현하는 빈도는 가늠하기 어렵고 나타나기 직전에야 비로소 낌새를 알 수 있는데 신수지원이 나타나면 영수 종족에 큰 파문이 일 것이네.”

이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신수가 죽은 신수지원에서 신혈을 한 가지라도 얻을 수만 있다면 영수와 신수한테는 엄청난 일이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구유도 정신을 차리더니 천작 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신수지원이 목진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요?”

“원고의 불사조가 신수지원에서 죽었다고 들었는데 소문일 뿐이라 아무도 그 진위를 모른단다. 그런데 불사조는 봉황족에 속하고 목진한테 진정한 봉황의 혈맥이 깃들었으니 신수지원에 들어가면 너를 도와 원고의 불사조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단다.”

“또한, 신수지원은 나타날 때마다 영수족의 천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곤 하는데 그중에는 불사조의 신혈을 탐내는 영수도 제법 있단다. 영붕족(靈鵬族), 천학족(天鶴族), 용작족(龍雀族), 뇌아족(雷鴉族) 등 종족이 있는데 그들은 구유족과 사이가 안 좋아 마주치기라도 하면 분명 싸움이 날 거란다.”

“그리고 정말 불사조의 신혈이 나타난다면 영수 종족은 물론이고 봉황족의 천재들마저 나설 게다.”

천작 장로는 갑자기 목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네가 구유를 도와 불사조의 혈맥을 얻는다면 구유족에서 더는 너와 저 아이의 혈맥 연결을 반대하지 않을 거란다.”

천작 장로의 말에 구유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말이 쉽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신수지원에 들어가는 사람은 전부 각 영수 종족의 천재들이라 실력이 막강했다. 심지어 봉황족까지 나선다니. 구유마저 저들과 싸워 이길 확신이 없는데 목진은 오죽할까?

그때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구유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구유를 도울 수만 있다면 전력을 다할 거예요.”

목진은 구유의 표정에서 천작 장로가 제시한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아챘지만 바로 거절하지 않았다. 목진한테는 별다른 선택이 없었고 구유한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북령경에서 나와 북창령원을 거쳐 지금의 북계에 오기까지 목진은 구유의 도움을 수도 없이 받아왔고 인제는 자신이 나설 때가 되었다.

목진은 자신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구유가 얼마나 속상할까?

한편, 천작 장로는 목진의 반응에 조금 놀라더니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너무 빨리 답하는 거 아니냐? 이건 내 생각일 뿐, 결국엔 종족에 돌아가 상의해야 최종 결정이 날 거란다.”

“구유족에서는 신수지원에 네 사람을 들여보낼 생각인데 세 사람이 이미 정해졌단다. 당연히 구유도 들어가는데 나머지 한 사람은 아직 상의 중이란다.”

천작 장로는 다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너에 관한 일을 구유족에 알렸지만, 그 나머지 한 사람이 네가 될지는 전부 너한테 달렸단다.”

“저한테요?”

목진이 흠칫 놀라 물었다.

“구유족에서 너와 마지막 한자리를 다툴 자격이 있는 사람은 총 두 명으로 우리 종족의 천재란다. 구유작의 나이로 따지면 젊은이에 속하지만 그들은 너보다 수련을 훨씬 오래 해 그중 한 사람이 마지막 1인이 될 가능성이 크단다. 하여 넌 이 두 사람보다 더 강해져야 신수지원에 들어갈 자격을 얻을 수 있단다.”

“두 사람의 실력은 어떤가요?”

천작 장로의 말에 목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청은 그들보다 못하단다.”

천작 장로의 말에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청 같은 사람이 젊은이 중에서 3위권에도 못 들다니 그는 구유족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다.

전의의 힘이 없다면 목진은 기껏해야 유청과 막상막하인데 지금의 실력으로는 절대 천작 장로가 말한 두 사람과 싸워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한, 목진에게 천운이 따라 구유와 함께 신수지원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들 더 강한 상대를 만날 것이 뻔했다.

그때 천작 장로가 한껏 정색해진 목진을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네 지금 실력으로 마지막 1인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단다.”

목진은 차마 상대방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런데 신수지원에 들어가기까지 아직 2개월이란 시간이 있으니 들어가고 싶으면 마지막 1인의 선발전을 2개월 정도 미뤄줄 수는 있단다.”

천작 장로는 목진을 쓰윽 훑으며 말을 이어갔다.

“만약 안 될 것 같으면 이 일은 여기서 접고 너와 구유가 혈맥을 연결한 일은 족중 장로들한테 맡길 것이다.”

목진은 조용히 서서 천작 장로의 말을 들었다.

“잘 생각해 보거라. 그리고 결정이 나면 대라 역주께 부탁하여 구유족에 데려다 달라고 하거라.”

천작 장로는 바로 답을 얻으려 하지 않고 손을 휘익 저으며 그곳을 떠났다.

“구유족에서 네 답을 기다리고 있으마.”

“구유 전하, 갑시다.”

유청이 구유를 바라보며 말했고 구유는 주먹을 꽉 쥔 채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목진은 눈빛만으로도 그녀가 하려는 말이 어떤 건지 알아챘다.

“구유족에 오지 마. 그리고 당장 대라천역을 떠나!”

유청과 구유도 신속하게 천작 장로의 뒤를 따랐다.

목진은 멀어져가는 구유의 뒷모습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구유는 목진이 대라천역을 떠나길 원했다. 그건 구유족에 잡히지 말라는 뜻으로 언젠가 구유족을 상대할 수 있을 때 다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했다.

하지만 목진이 그리하면 구유족에 돌아간 구유는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그녀는 대수롭지 않겠지만 목진은 절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하여 목진은 절대 이대로 대라천역을 떠날 수가 없었다.

또한, 구유족의 천재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만 목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목진 역시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쌓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떡할 셈이야?”

그때 만다라가 물었고 3황도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목진은 꽉 쥐었던 주먹을 서서히 풀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달 뒤에 구유족에 갈 거야.”

소년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결연함이 잔뜩 묻어났다.

만다라는 목진의 선택에 크게 놀라지 않은 듯했다.

“천작 장로의 말대로 네 실력으로는 전의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절대 구유족에서 신수지원에 들어가는 마지막 사람이 될 수 없어.”

목진은 현재 5급 지존경일 뿐이었고 구유족의 두 천재는 유청보다 강하다고 했으니 7급 지존경에 이르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구나 신수의 체질까지 더하면 전투력은 더 뛰어날 거라 목진이 그런 두 사람을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다 정말 대결에서 이긴다고 해도 신수지원에 들어가 구유를 도와 불사조의 혈맥을 얻으려면 다른 신수 종족의 천재들과 싸워야 하는데 5급 지존경의 실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만다라의 말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사실은 그렇지만……. 아직 두 달이나 있잖아.”

“뭐?”

만다라와 3황은 멈칫하더니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한 목진을 쳐다봤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운락 전장에서 운락 원단으로 5급 지존경에 이르렀고 그 뒤로 반년 동안 더는 경지를 돌파하지 않고 체내의 영력을 키웠다.

게다가 최근 들어 수련할 때, 지존해에서 휘몰아치는 영력이 더는 전처럼 생소하지 않고 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경지 돌파의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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