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화. 두 달간의 준비
“그런데 이 일은 역주의 도움이 꼭 필요해.”
목진은 만다라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든지 말만 해.”
만다라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가 경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지존영액이 필요해. 너한테서 백만 방울쯤 빌리고 싶어.”
목진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경지를 돌파하려면 지극히 많은 양의 지존영액이 있어야 하는데 운락 원단은 이미 사용하고 없었고, 지존영액 또한 단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비록 구유궁이 최근 들어 대폭 성장했고 휘하의 도시도 부쩍 늘어나 대라천역에서 제일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목진의 재산이 갑자기 많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구유궁이 커진 만큼 지존영액의 소모도 많아졌고 아직은 도성들이 공양을 납부할 때가 아니었기에 억지로 착취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반감이라도 사면 오히려 일만 복잡해질 것이다.
“백만이면 돼? 바로 너한테 보낼게.”
만다라는 바로 목진의 요구를 들어줬다. 목진이 대수렵전에서 엄청난 공을 세웠기에 뭘 주든 아깝지 않았다.
“대라천역 사람인 네가 구유족에 간다는데 제대로 준비해야지. 또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봐. 뭐든지 들어줄게.”
목진은 호탕한 만다라의 말에 피식 웃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다른 요구 사항을 말했다.
“그럼 영진도도 좀 구해줄래? 천품 진도면 최선이고…….”
“천품 진도라고?”
만다라는 순간 흠칫하더니 목진을 자세히 훑어보며 물었다.
“이제 천품 영진을 칠 수 있는 거야? 그럼 넌 천품 영진 대사가 된 건가?”
영진 대사는 천, 지, 인 3급으로 나뉘는데 첨품 영진 대사는 지존경 9급과 견줄만 했다.
목진은 지난번에 4련 형태의 요련도영진 밖에 칠 수 없었는데 이는 기껏해야 지품 영진이었다. 그때의 목진은 천품 영진을 칠 실력이 안 되었고 영진으로 대결을 펼친 지도 오래되어 만다라마저 목진이 영진사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만다라는 그제야 목진이 영진에 관한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 전의의 장악 속도도 다른 사람들보다 빨랐단 것이 떠올랐다.
그 밖에 3황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훑어봤다. 목진이 정녕 천품 영진을 칠 수 있다면 아무리 저급이라도 7급 지존경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사람들의 놀란 듯한 표정을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은 서툴지만 불가능할 것도 없을 것 같아. 천품 진도로 수련하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최근에는 영진에 관한 수련에 치중하지 않았을 뿐, 완전히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전의를 장악한 후, 그는 전의와 영진 사이에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의의 수련을 통해 영진 방면에 깨달음을 얻었는지라 영진에 관한 조예가 자연스레 향상되었다.
다만, 일전에는 대수렵전 때문에 천품 영진도를 찾아 연구할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이야말로 영진에 심혈을 기울일 때였다. 천품 영진은 목진이 구유를 도와 원고의 불사조의 신혈을 획득할 중요한 필살기가 될 것이다.
“역시 믿는 구석이 있어서 감히 구유족에 가겠다고 한 거였어.”
만다라는 왠지 안심이 되었다. 이 정도라면 목진을 구유족에 보내도 될 듯했다. 신수, 영수 종족 중 천재들은 하나같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북계 젊은이들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라면 신수지원에 갈만할 것 같아. 너한테도 엄청난 기회가 될 거야. 그곳에서 용봉진경의 두 번째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
목진은 그 말에 솔깃해졌다. 목진은 용봉진경으로 용봉체를 수련했고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를 얻었다. 이는 비록 첫 번째 경지일 뿐이지만 목진한테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진정한 용의 무늬는 강력한 공격력을 부여했고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엄청난 방어력을 발휘했으며 진정한 봉황의 무늬는 속도를 끌어올려 일전의 대결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용봉진경의 첫 번째 단계가 진령을 일깨우는 것, 즉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를 만드는 거라면 그 두 번째 단계는 화형이었다.
말 그대로 두 번째 단계에 이르면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의 무늬는 목진의 몸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는 환골탈태한 것처럼 훨씬 강력한 힘을 얻을 것이다.
그건 다시 태어나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때가 되어야 용봉진경의 진정한 위력이 비로소 나타날 것이다.
목진은 여태껏 용봉진경에 관한 수련에도 매진하긴 했지만 너무 어려워 아무리 애를 써도 두 번째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는 신수의 정혈이 대량으로 필요한 수련으로 대천세계에서는 이를 얻기가 쉽지 않았고 수집하기도 상당히 어려웠다. 그런데 신수지원에 별세한 신수들이 많이 있다고 하니 목진이 그곳에 들어가 정혈을 얻을 수만 있다면 정말 용봉진경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신수지원에 반드시 가야겠군.”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천품 진도는 나한테 맡겨. 시간이 빠듯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르면 분명 찾아낼 수 있을 거야.”
만다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천품 진도는 가격이 상당한 데다가 짧은 시간 내에 찾아내려면 지존영액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할 것이다.
“부탁할게.”
대라천역이 아니었으면 목진은 지금쯤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다.
“나도 두 달 동안 영신액을 흡수해 수련해야겠어. 안 그러면 너를 데리고 구유족에 갔다가 변고라도 생기면…….”
만다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일은 목진만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만약 목진이 신수지원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면, 구유족에서 목진을 구해낼 실력 정도는 갖춰야 했다.
비록 구유족에 천지존은 없지만 만다라가 상위 지지존에 이르지 못하면 저들은 그녀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고마워.”
목진은 바로 만다라의 생각을 꿰뚫고 말을 건넸다.
구유족은 북계의 다른 정예 세력과 달라 대라천역은 저들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도 만다라는 목진의 편을 들기로 했으니 이보다 고마울 수는 없었다.
목진은 그제야 성진진마탑과 마지막 영신액을 만다라한테 준 것이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지 않았다면 만다라도 이렇게까지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낯 뜨거운 소리 그만해.”
만다라는 손을 휘익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부터 넌 다른 일에는 나서지 말고 두 달 동안 경지를 돌파하는 데만 집중해!”
이에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만만하게 만다라를 쳐다봤다.
이제 두 달 후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라천의 깊숙한 곳에 있는 한 고봉은 대라천에서 천지의 영력이 가장 그윽한 곳이었다.
이곳은 만다라의 수련지로 일반인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데 그녀는 목진의 실력 돌파에 완벽한 조건을 마련해 주기 위해 이곳까지 빌려줬다.
한편, 목진은 고봉에 있는 동굴 앞에 서서 주위의 그윽한 안개를 보고는 이내 감탄했다.
안개는 천지의 영력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 구역의 영력이 상당히 짙고 순수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보아하니 이 구역에 취영진이나 이와 비슷한 영진이 많아 대라천의 천지 영력을 끌어모은 것 같았다.
“참으로 좋은 수련지군.”
목진은 미소를 짓더니 바로 들어가 입구를 봉쇄한 뒤, 동굴 속에 놓인 돌침대 위에 앉았다.
그는 바로 수련을 시작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고 주위의 천지의 영력을 부단히 흡수했다. 일단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목진은 닷새가 지나서야 다시 눈을 떴고 까맣게 그을렸던 눈동자는 영롱한 빛을 발했다. 이는 체내의 영력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
목진은 사지육신에서 웅장한 영력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고 가벼운 손짓만으로도 산 한 채를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목진이 눈으로 눈부신 빛을 발하며 손가락을 튕기자 빛줄기가 솟구쳤다. 이는 끓어 오르는 하천처럼 요동치며 서서히 영기를 내뿜었고 공기마저 촉촉해지더니 물방울이 되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이 하천은 바로 백만 지존영액이었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영력 하천을 바라보더니 두 손으로 결인하며 입을 벌렸다. 그러자 영력 홍류가 휘몰아치며 그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목진의 체내에서 웅장한 영력이 폭발했다.
그런데 목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인법을 바꿔 웅장한 영력을 경맥을 따라 순환시키며 제련한 뒤, 지존해에 주입했다.
지존해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영력 때문에 해면이 조금씩 올라갔고 목진은 이를 느끼며 다시 눈을 감았다. 이 수련은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고 돌파할 때가 되어야만 단번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부단히 웅장한 영력을 지존해에 주입하기만 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외력을 무시한 채 깊숙한 수련 상태에 진입했다.
목진은 열흘이 지나서야 다시 눈을 떴다.
그는 열흘 사이, 지존영액을 20만 방울이나 흡수했고 피부에서는 계속해서 눈부신 빛을 발했다. 그리고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이 사정없이 요동쳤는데 이는 체내의 영력이 곧 최대치에 이를 것을 의미했다.
“아직 부족해.”
그런데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경지를 돌파하려면 부족하다는 생각에 목진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 뒤로 목진은 두 번 정도 다시 눈을 떴는데 눈을 뜰 때마다 지존영액이 줄어들었다.
목진이 네 번째 눈을 뜨자 끓어 오르던 하천은 가녀린 물줄기가 되었고 그 크기 또한 작아졌으며 어느새 한 달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목진의 주위를 감싼 영광은 상당히 그윽해져 그의 육신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멀리서 보면 꼭 영광을 발하는 태양처럼 보였다.
이와 동시에, 지극히 강력한 영력 파동이 일어 동굴 전체가 파르르 떨리다가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때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입을 쩍 벌려 나머지 지존영액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위잉.
목진의 체내에서 발하는 영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고 지존해의 영력도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지금이야말로 돌파의 최적의 시기였다.
목진은 다시 눈을 감았다. 인제 다시 눈을 뜨면 그는 아마 경지 돌파에 성공했을 것이다.
그렇게 또 보름이 지나갔다.
* * *
고봉 외부는 텅 비어 있었다. 만다라는 목진이 수련을 시작하면서부터 대라천역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했고 그 구역을 봉쇄했다. 그녀는 목진의 수련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때 고봉 밖 어딘가에서 만다라와 3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바로 산꼭대기의 꼭 닫힌 동굴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 외부는 영진으로 막혀 있어 내부의 파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벌써 한 달 반이나 지났는데 아직 경지를 돌파하지 못한 걸까요? 만약 목진이 수련을 마치지 못하면 구유족에서는 마지막 1인을 정할 겁니다.”
천취황이 꼭 닫힌 동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구유와 친분이 있어 구유족의 일을 잘 알았다. 천작 장로가 구유를 데리고 돌아간 뒤, 구유족 사람들은 혈맥이 연결됐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일부 장로는 다수의 인원을 파견해 대라천역을 협박하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다행히 천작 장로와 구유가 나서 이 일은 무산되었다. 구유는 구유족에서 천년 이래 원고의 불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가장 큰 신수인 데다 아버지는 구유족의 족장이라 다들 죽기 살기로 덤비는 구유의 뜻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 일은 잠시 묻어뒀을 뿐, 목진이 제 때에 구유족에 오지 않으면 구유족 장로들은 강력한 수단으로 구유의 혈맥을 정화시킬 것이 분명했다.
이건 목진이나 대라천역에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