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9화. 천품 영진
“경지 돌파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고 강행해봐야 좋을 것도 없지 않느냐?”
만다라는 태연하게 서서 말하더니 이내 정색했다.
“구유족에서 이 정도도 기다려주지 못하면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으냐? 그때 가서 저들이 싸우자고 하면 난 얼마든지 상대해 줄 거란다. 내 손에 죽을 구유족 지지존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구나.”
말을 마친 만다라가 살기를 품자 주위 하늘이 순간 어두워졌고 천지의 영력은 잠시 흐름을 멈춘 듯했다.
옆에 서 있던 3황도 그 살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지금의 만다라는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겉으로는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실력이 훨씬 강해졌다.
“상위 지지존에 이른 것을 경축드립니다.”
수황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만다라는 한 달 동안의 수련을 통해 드디어 반보 상위 지지존에서 진정한 상위 지지존이 되었다.
이는 비록 반보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실력 차이는 엄청났다. 대수렵전에서 네 번째 전주의 영괴는 혼자서 7대 지지존을 상대했으니 그 일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비록 7대 지지존이 서로를 믿지 못한 것도 있지만 상위 지지존의 실력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하여 일단 만다라가 전력을 다하면 구유족에서 지지존을 몇 사람이나 잃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제아무리 구유족이라도 그토록 큰 타격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만다라한테는 진정한 성물인 성진진마탑까지 있으니 그 힘까지 빌리면 상위 지지존과 싸워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다.
쿵!
그때 커다란 고봉이 갑자기 파르르 떨리더니 그 속에서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퍽!
잇따라 동굴의 입구가 폭발하더니 목진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이에 3황이 고개를 들어보니 목진은 온몸에서 영광을 발했고 검은색 눈동자는 보석처럼 빛났다.
3황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목진이 한 달 반 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을 느꼈다.
목진은 드디어 경지를 무사히 돌파해 6급 지존경에 이르렀다.
“허허, 6급 지존경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
3황이 웃으며 말을 건네자 목진도 눈에서 발하는 눈부신 빛을 거두고 만다라와 3황한테 다가갔다.
만다라는 어느새 살기를 거두고 색이 전혀 다른 다섯 개의 족자를 꺼냈다.
“이건 네가 원하던 진도인데 그중 두 개는 천품 진도야.”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더니 바로 특이한 파동을 내뿜는 족자를 바라봤다.
목진 앞쪽에 특이한 빛을 발하는 족자 다섯 개가 떠 있었는데 다들 오묘한 파동을 내뿜었고 표면에 복잡하기 그지없는 무늬가 새겨졌다.
천품 진도.
이 정도 등급의 진도를 처음 본 목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족자들을 쳐다보더니 바로 수중에 넣고 영력을 주입했다.
순간, 목진의 머리에 대량의 정보가 돌풍처럼 휘몰아쳤다.
지품 고급 영진, 청련령검진(青蓮靈劍陣).
지품 고급 영진, 천라진(天羅陣).
지품 고급 영진, 불멸금종진(不滅金鐘陣).
제일 먼저 나타난 영진은 공격형 영진인 청련령검진, 구속 영진인 천라진과 방어 영진인 불멸금종진이었다. 이 세 가지 영진의 위력은 강력해서 만다라도 이를 수집하기 위해 꽤 애를 썼다.
그런데 목진이 궁금한 것은 이것들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마음을 움직였는데 뇌리에서 금광을 발하더니 문자가 나타났다.
천품 저급 영진, 천산신인(天山神印).
천품 저급 영진, 주신진(誅神陣).
목진은 두 눈을 감고 뇌리에 스치는 대량의 정보를 확인하더니 활짝 웃으며 다시 눈을 뜨고 수중의 족자를 꼭 쥐며 중얼거렸다.
“천품 영진이라…….”
만다라가 구해준 천품 영진은 비록 저급이었지만 7급 지존마저 중상을 입힐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지녔다.
“난 등급이 더 높은 진도를 구하려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이 정도 등급의 진도는 대부분 영진사가 쥐고 있는데 이를 쉽게 내주려는 사람이 없어서 애먹었어. 영진사는 진도를 생명처럼 여기니까.”
“이거면 충분해.”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목진의 현재 실력으로 천품 저급 영진을 치는 것도 조금 버거웠다. 진도를 열심히 연구해야 비로소 천품 저급 영진을 칠 수 있을 것이다.
만다라가 천품 중급이나 고급 영진도를 찾아온다고 해도 목진은 아직 이를 치지 못할 것이다.
“두 개의 천품 진도 중에서 마지막 하나가 유난히 강해. 그래서 나머지 진도의 배가 넘는 가격을 주고 어렵게 구했어.”
만다라는 목진이 쥐고 있는 족자 중, 가장 왼쪽에 놓인 족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목진은 만다라가 가리킨 것이 주신진이라 불리는 영진도란 것을 바로 알아채고 획득한 정보를 쓰윽 훑고는 화들짝 놀랐다.
“주시진의 정보가 완벽하지 않아.”
목진은 천천히 말을 했지만 눈빛만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원고 때의 고령진은 3개가 있는데 이 주신진은 그중 하나야. 만약 세 개를 전부 모은다면 상위 지지존도 죽일 수 있을 거야.”
만다라의 말에 3황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상위 지지존을 죽일 수 있는 영진이라니, 설마 말로만 듣던 종사진(宗師陣)이란 말인가?
“주신진은 3개 중 가장 약한 진도라 그나마 구하기 쉬운 것이고 나머지 두 개는 보기 힘들어 전부 수집할 확률은 상당히 낮지.”
목진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령진 3개를 전부 모을 수만 있다면 그 가치는 성진진마탑 못지않을 것이다. 영진 종사한테 종사급 영진보다 끌리는 물건은 없다.
“비록 네가 얻은 주신진의 위력은 3개 중에서 가장 약하지만 보통 천품 저급 영진보다는 훨씬 강해. 그래서 동급 영진도보다 가격이 비쌌던 거야.”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더니 주신진을 열심히 연구해보리라 마음먹었다. 이건 상당히 좋은 필살기라 주신진을 제대로 장악하면 신수지원에 들어가도 크게 두려울 건 없을 것이다.
또한, 이번 경지의 돌파로 목진은 영진을 사용하지 않아도 유청을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아직 보름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열흘 정도 푹 쉬고 나와 함께 구유족에 가자!”
“그래.”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막 경지를 돌파해 체내에 폭등한 영력을 다스릴 시간이 필요했고 영진도도 연구해야 했다.
생각을 마친 목진은 바로 구유궁으로 돌아갔다. 그는 남은 15일 동안 체내의 영력을 적응시키고 천품 영진을 연구하는 일에 집중했다.
천품 영진을 연구하던 목진은 영진을 치려고 시도했는데 시도할 때마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난폭한 영력 충격이 형성되어 실패했다. 이에 구유궁 사람들은 적잖게 놀랐다. 영력 폭발은 6급 지존이라도 절대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데 열흘쯤 지나자 영력 폭발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마지막 이틀 동안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다. 얼마 후, 구유궁의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도천의 영력이 솟구쳐 영광을 미친 듯이 발하며 지극히 무서운 무언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구유궁 사람들은 심장이 파르르 떨렸는데 다행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던 무언가는 조용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목진의 시도가 실패하자 아쉬워했는데 정작 그는 뒷짐을 쥔 채 구유궁에 서서 허공에서 사라지는 영력 파동을 보며 피식 웃었다.
“천품 영진이라…….”
목진은 고개를 숙여 새하얀 손을 보더니 가볍게 웃었다.
보름 동안 수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천품 영진의 위력도 충분히 느꼈다. 천품 영진의 위력은 지품 영진보다 훨씬 강했고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성공의 길을 찾아내느라 애쓴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정원 밖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고 목진은 바로 생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들어와.”
목진을 찾아온 이들은 당빙과 당유였다.
당빙은 2년 동안, 구유궁의 집사로서 최선을 다해왔는데 구유궁에서 목진과 구유 다음으로 높은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당유는 여전히 부끄러움을 많이 탔고 그의 미소에 종종 얼굴을 붉히곤 했다.
“구유궁을 부술 셈이야?”
당빙이 목진을 흘겨보며 물었다.
당빙은 평소에 어떤 일이든 열심히 했고 구유궁 일에는 특히 심혈을 기울였기에 목진은 괜히 머쓱하게 웃기만 했다. 목진은 통령에서 대라천역의 왕이 되었지만 당빙과 당유만큼은 친구로 생각했다.
“역주께서 내일 구유족에 갈 거라고 알려주래.”
당빙이 그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에 목진은 흠칫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빙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더니 목진을 노려보며 물었다.
“구유 언니는 돌아올 수 있겠지?”
구유궁은 구유가 만든 곳이고 당빙과 당유는 구유가 키운 인재라 자매는 이곳을 집이라 여겼다. 하여 구유가 구유궁을 영원히 떠난다면 아무리 목진이 있다고 해도 그들의 마음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목진은 시무룩해진 당빙과 눈시울이 붉게 물든 당유를 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구유가 떠난 것은 당빙과 당유한테 엄청난 타격이었다. 두 사람은 비록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목진까지 떠난다고 하니 더는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에 목진은 두 소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요, 내가 반드시 구유를 데려올 거예요.”
당빙과 당유는 소년의 부드러운 미소에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걸 가져가.”
당빙이 갑자기 손목의 개자탁을 풀어 목진한테 건넸다.
“이 안에는 지존영액이 150만 방울이 있어. 이건 내가 그동안 모은 건데 너한테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목진은 당빙이 건넨 개자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구유궁의 지존영액은 당빙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고 그 덕분에 구유궁은 규모가 부쩍 커졌어도 전혀 휘청거리지 않고 순조롭게 굴러갈 수 있었다.
하여 목진이 당빙한테서 지존영액을 얻어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는데 지금은 대량의 지존영액을 선뜻 내어주니 놀란 것이다.
“구유궁에 너와 구유 언니가 없으면 지존영액이 아무리 많아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당빙은 목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입을 삐쭉 내밀며 목진을 노려봤다.
“네가 나를 속 좁은 사람이라고 속으로 원망한 걸 모를 줄 알아?”
이에 목진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지존영액을 건네받았다.
“내가 반드시 구유를 대라천역에 데려올 거예요, 반드시!”
목진은 개자탁을 거두며 다시 한번 말했다.
“우린 널 믿어. 그리고 너…… 너도 조심해야 해.”
당유가 믿어 의심치 않는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유야, 이번만큼은 네 말을 따를 수 없겠어. 난 반드시 구유족에 갈 거야!’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구유가 떠나간 방향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드넓은 대천세계에 생령은 수도 없이 많았다. 영수 종족은 그중 한 갈래로 대부분은 천부적 재능이 뛰어나고 수명이 상당히 길어 유구한 역사와 강대한 힘을 자랑하는 세력을 만들어 인간 세력들이 제법 경계하곤 했다.
영수 종족은 대천세계에서 혈맥이 가장 복잡한 존재로 그 힘도 혈맥에서 비롯되었는지라 혈맥의 힘이 강한 종족을 신수 종족이라고도 불렀다. 이 혈맥을 지닌 사람은 강력한 힘을 갖고 태어나 다들 두려워했다.
그런데 신수 종족이 아니면서 그와 비슷한 잠재력이 있는 영수 종족이 있었으니, 구유족이 바로 그러했다.
구유족은 봉황족의 한 갈래로 원고의 불사조의 혈맥을 지녀 일단 각성하면 봉황족에 견주어 봐도 최정예급이라 할 수 있었고 혈맥을 유난히 중히 여겼다. 일단 종족에 순수한 불사조의 혈맥이 나타나면 이들은 전력을 다해 보호하고 그 혈맥을 조금이라도 더럽히려는 사람은 종족의 적으로 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