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화. 강력한 육신
퍽!
충격파가 휘몰아치자 염작은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폭발했고 청포 장로는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온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한 보 물러났다. 서 있던 석좌에 균열이 잔뜩 일어 곧 깨질 것만 같았다.
청포 장로 주위에 서 있던 구유족의 다른 장로들도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상위 지지존이라니!”
천작 장로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반보 상위 지지존이었고 아직 경지를 돌파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는데 벌써 진정한 상위 지지존이 되다니!
그녀의 실력은 이미 구유족의 장로들을 뛰어넘고 족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천황 족장도 조금 놀란 듯한 눈빛으로 만다라를 살피고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대라 역주가 상위 지지존의 경지에 이르렀다니, 이 정도의 실력자가 천라대륙 북계에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군.”
천황 족장의 목소리가 음파로 변해 주위에 퍼지더니 만다라가 내뿜는 파멸의 충격파를 조용히 없앴다.
이를 발견한 만다라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천황 족장 역시 상위 지지존에 이른 지 오래된 것 같았다.
“천황 족장, 과찬이네.”
만다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난 천작 장로와 한 약속이 있어 목진을 데리고 구유족에 온 것이니 당신들도 약속을 지켰으면 하네. 안 그러면 대라천역은 전력을 다해 구유족을 토벌할 것이네. 비록 대라천역은 구유족보다 실력이 뒤처지지만, 우리가 목숨을 걸고 덤비면 당신들한테도 좋을 게 없을 것이네.”
만다라의 말에 청포 장로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으나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구유족은 만다라의 실력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강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작 천황 족장는 여전히 태연하게 앉아 만다라의 옆에 서 있는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네가 목진이냐?”
목진은 구유족의 장로들을 상대할 때까지만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았는데 천황 족장을 보자 왠지 모르게 겁이 났다. 구유의 아버지라 그런 건가?
“네, 제가 목진이에요. 안녕하세요.”
목진은 간신히 마음을 달래며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너와 구유의 혈맥 연결은 생사가 오가는 시기에 맺은 거니 네 탓은 아니지만 구유의 혈맥은 구유족에 상당히 중요하단다. 지금 구유의 혈맥이 혼탁해져 앞으로의 진화에 엄청난 영향을 줄 거란다.”
천황 족장이 무덤덤하게 한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그는 혈맥 연결에 이런 폐단이 있을 줄은 몰랐다.
“대신 구유가 신수지원에 들어가 불사조의 신혈을 얻을 수 있다면 혈맥은 다시 맑아질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강화될 거란다.”
천황 족장은 목진을 힐끗 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신수지원의 쟁탈전은 상당히 치열하단다. 각 영수 종족의 천재들이 한곳에 모여 싸우기 때문에 구유족 아이들도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한단다. 내 말이 이해가 되느냐?”
목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천황 족장은 손을 휘익 저었다.
“혈맥 연결에 관해서 너한테 두 가지 선택이 있단다. 한 가지는 천작 장로와의 약속대로 오늘, 두 차례의 대결에서 이겨 신수지원에 들어가 구유를 도와 원고의 불사조의 신혈을 얻는 거란다. 만약 이 일을 해낸다면 구유족에서는 이 일을 다시는 문제 삼지 않을 것이고 넌 우리 종족의 영원한 벗이 될 거란다. 그러나 이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허나 우리 종족 아이들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으면 구유의 목숨을 구해준 것을 감안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대신, 넌 구유족에 십 년 동안 있어야 한단다.”
천황 족장이 갑자기 정색하며 물었다.
“그럼 네 선택은 무엇이냐?”
이에 구유족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들어 소년을 쳐다봤다. 다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사람들은 천황 족장이 목진한테 상당히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여겼다. 특히, 두 번째를 선택하면 구유족에서 십 년 동안 꼼짝 않고 있어야 하는 것 외에는 크게 해로울 건 없었고 죽지 않아도 된다.
그때 광장의 중심에 앉아 있던 두 사내도 고개를 들더니 피식 웃으며 목진을 노려봤다.
그들은 목진 같은 겁쟁이라면 분명 두 번째를 선택할 거라 확신했다. 두 사람과 싸워 이기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옆에 서 있는 구유를 바라보며 미소 짓더니 광장에 내려가 강아와 진현에게 말을 건넸다.
“대라천역의 목진이네. 잘 부탁하네.”
청석 광장에 앉아 있던 강아와 진현은 고개를 들어 앞쪽에 내려앉은 목진을 흘겨봤다.
그들은 목진이 두 번째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조금 놀랐지만 싸워 이길 거라 여기는 목진이 왠지 우스웠다.
잇따라 강아와 진현이 천황 족장을 바라봤고 족장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다.
“목진은 이미 선택을 마쳤으니 너희 두 사람은 저 아이와 싸워 보거라.”
강아와 진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천황 족장은 왜 두 사람 모두 출전해야 한다고 말한 걸까? 설마 그들이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목진한테 질 거라 여기는 걸까?
“진현, 자네가 일전에 나와의 대결에서 미세한 차이로 패배했으니 자네가 먼저 나서게.”
강아가 느긋하게 말을 내뱉었다. 천황 족장의 말대로라면 두 사람이 동시에 나서도 반칙은 아니지만 강아는 진현 한 사람만으로도 목진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녀석을 상대하는 데 두 사람이 함께 나서야 한다면 대결에서 이겨도 크게 기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진현은 강아의 말에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강아는 일전의 대결에서 운이 좋아 승리한 것이고 정말 진지하게 싸우면 승패를 가리기 어려운데 지금 그걸 물고 늘어질 줄은 몰랐다.
구유족에는 구유한테 호감이 있는 사내들이 많은데 진현도 그중 하나였고 그래서 목진이 더 얄미웠다.
그는 서서히 걸어 나와 목진과 백 장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내가 자네라면 구유족에 십 년간 있겠다고 했을 것이네. 그럼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지 않은가?”
진현은 처음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의는 고맙네만…….”
목진은 상대방의 말에서 경멸의 뜻을 읽어내지 못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잘 부탁하네.”
“감히 겁도 없이.”
진현은 대수롭지 않은 목진의 태도에 화가 나 미간을 찌푸리더니 발을 힘껏 굴렀고, 이어 체내에서 강력한 영력이 돌풍처럼 휘몰아쳤다. 극한의 힘이 깃든 그의 영력이 폭발하자 주위의 온도는 급락했고 그의 발에서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한빙이 스며져 나와 빠르게 퍼져나갔다.
목진은 상대방의 체내에서 폭발한 강력한 영력을 확인하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역시 천작 장로의 말대로 진현은 유청보다 더 강했다.
유청이 6급 지존경 정상이라면 진현은 이미 7급 지존경에 이른 듯했고 실력 또한 훨씬 강했다.
목진이 최근 2달 사이에 경지를 돌파하지 못했더라면 상대방의 영력 위압감에 꼼짝도 못 했을 것이다.
다행히 경지를 돌파한 목진의 실력은 두 달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목진도 이내 정색하며 손을 축 드리운 채 곧게 서자 예리하기 그지없는 기가 주위에 퍼져나갔고 뒤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지존해가 나타났다. 그리고 영력 파동을 퍼뜨리자 주위 백 장 범위의 한빙이 빠르게 녹아 사라졌다.
“흠, 그렇게까지 약하진 않나 보군.”
목진이 체내에서 내뿜는 영력 파동을 확인한 진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고 갑자기 눈꽃이 쏟아졌다.
퍽!
잇따라 진현의 육신이 폭발해 눈꽃으로 변했다.
목진은 진현이 갑자기 사라지자 흠칫 놀라 바로 뒤로 물러났고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을 내뿜었는데 꼭 황금으로 육신을 빚은 것만 같았다.
슉!
목진이 바로 눈꽃이 떨어지는 범위에서 벗어나려 할 때, 그의 뒤쪽 눈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더니 진현이 귀신처럼 나타났다.
슉!
극한의 광이 눈꽃 사이로 공간을 가르며 빠르게 목진의 등으로 향했다.
목진은 갑작스러운 상대방의 공격에 피할 방법이 없어 그저 맞을 수밖에 없었다.
치익!
어느새 한광은 길쭉한 손가락으로 변했고 눈꽃이 떨어지는 손가락은 엄청난 한기를 내뿜는 것이 공간을 뚫고도 남을 것 같았다.
진현은 공격 자세를 유지한 채 조용히 서서 목진의 등에서 빠르게 퍼지는 빙층을 바라봤다. 한빙이 몸 전체에 퍼지면 진현은 목진의 목숨을 수중에 쥔 거나 다름없었다.
“이렇게까지 약해서야…….”
단번에 목진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진현은 실망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쿵!
그런데 그때, 목진의 몸에서 발하던 금광이 태양처럼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한빙이 와장창 깨졌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진현은 흠칫 놀랐고 목진의 등에 닿았던 손가락에서 지극히 난폭한 힘이 전해진 것이 느껴졌다.
그는 목진의 등에서 자금색 용의 무늬를 얼핏 본 것 같았다.
퍽!
잇따라 목진은 금광을 발하며 달려와 방대한 힘에 뒤로 튕겨 나간 진현의 가슴팍을 때렸는데 무서운 힘이 깃든 장풍으로 순간 주위 공간에 파문이 일었다.
“나와 육박전을 펼치려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군!”
진현은 매서운 목진의 공격에 두려워하기는커녕, 피식 웃었다. 신수인 그는 육신이 동급 인간 강자보다 훨씬 강했는데 목진이 거리를 두고 싸우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다가오자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구유족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고 히쭉거리며 지켜보았다.
쿵!
진현이 두 손을 굽히자 손가락에 눈꽃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회전하여 공간을 찢었다.
잇따라 금광을 발하는 장풍이 날아와 진현의 눈꽃이 휘몰아치는 장풍과 부딪쳤다.
쿵!
순간, 목진과 진현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목진은 진현을 진정한 상대로 여겨 전혀 당황하지 않았지만 진현은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6급 지존은 물론이고 6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라고 해도 그의 예리한 공격에 육신이 찢어질 텐데 그는 금속을 긁은 것처럼 손만 아팠다.
“녀석의 육신이 이렇게 단단할 수가!”
진현은 이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진정한 신수인 그는 가벼운 손짓 하나만으로도 산맥을 부술 수 있는데 어찌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목진과의 싸움에서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한단 말인가?
“절대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진현은 목진이 억지로 버티는 거라 여기고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끌어올려 수많은 눈꽃을 실은 장풍을 쐈다.
쿵! 쿵!
그런데 목진은 진현의 매서운 공격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때 그의 뒤쪽 공간이 파르르 떨리더니 지존해가 나타났고 온몸에서 발하는 금광이 점차 밝아지더니 어느새 눈동자마저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이는 용봉체를 한껏 끌어올려 나타난 현상이었다.
진현이 신수이긴 하지만 목진의 육신은 뇌신체를 거쳐 용봉체까지 수련했기 때문에 진정한 신수의 육신이나 다름없었다.
하여 목진은 구유족에 와서 받았던 경멸의 눈빛을 그대로 갚아주리라 마음먹었다. 그는 저들이 제일 자부하는 것으로 그들을 이길 것이다.
생각을 마친 목진은 이내 정색하며 장풍을 쏴 진현의 매서운 공격에 맞섰다.
퍽! 퍽! 퍽!
목진과 진현은 광장에서 힘껏 부딪치며 난폭한 충격파를 형성했고 이에 주위 공간이 한껏 일그러졌다.
사람들은 맹수처럼 서로에게 달려드는 두 사람을 보더니 경멸의 눈빛은 어느새 사라졌고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쩍 벌어졌다.
그들은 육박전에서 인간인 목진이 물러나기는커녕, 싸울수록 공격이 더 매서워지는 것을 발견했다.
목진은 육신의 힘만으로 진현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두 사람은 힘을 끌어올려 무서운 힘이 깃든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쿵!
충격파가 폭발해 바닥에 빠르게 균열이 일었다.
두 사람은 엄청난 충격파 때문에 지면에 깊숙한 흔적을 남기며 각자 뒤로 물러났고 멈춰 섰을 때 발이 견고한 청석에 박혀 있었다.
놀라운 광경에 사람들은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아무도 신수인 진현이 육박전에서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할 줄 몰랐다.
그들이 무시했던 소년의 육신은 진정한 신수 못지않았다.
사람들은 목진의 놀라운 실력에 이내 혀를 내둘렀다.
전장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강아도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제법 흥미로워지는군.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절대 우리 손에서 신수지원에 들어갈 자리를 빼앗지 못할 것이네.”
“얼른 본체를 소환하게. 목진이 신수지원에 들어갈 마지막 한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