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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15화 (614/1,000)

615화. 혈령니(血靈泥)

“네 실력이 북계 젊은이 중에서는 최정예이긴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해.”

만다라의 말에 목진은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북계는 천라대륙의 일부일 뿐, 6급 지존의 실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여 목진은 지금 실력으로 절대 상고의 천궁에서 경쟁자를 이기고 대일불멸신의 진화체의 수련법을 획득할 수 없을 것이다.

“난 네가 이 엄청난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해서 신수지원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한 거야. 그러니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용봉체를 두 번째 단계까지 수련해.”

“알겠어.”

목진은 진지해진 만다라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신수지원에서 다시 경지를 돌파해 7급 지존이 되고 용봉체의 두 번째 단계에까지 이르면 8급 지존까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천라대륙에서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것이고, 강자들을 쓰러뜨리고 대일불멸신의 진화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그를 걱정하는 만다라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는 비록 아직 대일불멸신을 지닌 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지 않고서야 절대 이를 수련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고 실력 또한 강할 것이다.

말을 마친 만다라는 바로 떠났고 목진은 한껏 정색한 채 소녀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는 상고의 천궁만 찾으면 대일불멸신의 진화체의 수련법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실력이 부족하면 수련법을 찾아도 결국 다른 사람한테 뺏길 것이다.

“구유뿐만 아니라 나도 신수지원에서 꼭 목표를 이뤄야겠군.”

목진은 주먹을 꽉 쥐며 다짐했다. 그렇게 되면 목진의 상황은 더 위험해지겠지만 대일불멸신의 진화체의 수련법을 얻기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위잉!

그때 그 구역에 갑자기 돌풍이 휘몰아쳐 목진이 황급히 고개를 들어보니 위쪽 공간에 물결이 일며 홍황의 기가 깃든 모습이 부단히 스쳐 지나갔다.

“지금이다!”

준비를 마친 천황 족장은 말을 마치기 바쁘게 머리에서 만 장 정도의 빛줄기를 내뿜었고 그 속에서 빨간 새가 도천의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올랐다.

슉! 슉!

이와 동시에, 구유족의 장로들도 바로 굵직한 빛줄기를 내뿜어 위쪽 허무한 공간을 공격했다. 공간은 점차 균열이 일더니 조금씩 찢어졌고 그 속에서 원고의 영수들의 고함과 함께 오래된 만황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당장 들어가거라!”

천황 장로는 핏대를 세우며 목진 등한테 소리를 질렀다. 묵봉은 묵령의 손을 잡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구유도 목진의 팔을 잡고 그 뒤를 따라 함께 허무한 공간에 뛰어들었다.

퍽!

순간, 찢어진 공간에서 지극히 무서운 공간 난류를 내뿜자 지지존 강자들이 만들어낸 영력 빛줄기는 바로 부서졌다.

“공간 난류가 이렇게 난폭하다니!”

천황 족장 등은 황급히 영력을 거두더니 빠르게 사라진 허무한 공간을 보며 감탄했다. 지지존들이 함께 나서야만 신수지원이 있는 허무한 공간에 잠시나마 균열을 냈으니 그럴만 했다.

잇따라 천황 족장 등은 고개를 들어 목진 등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신수지원처럼 경쟁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구유족은 과연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을까?

구유족은 여태까지 빈손으로 돌아오거나 참담한 패배를 거둔 채 돌아왔었다.

“이제 기다리는 일밖에 남지 않았군. 저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야.”

이곳은 어두운 허무의 땅으로 공기마저 집어삼킬 것만 같은 어둠으로 인해 숨 쉬는 것도 버거웠고 갑갑하기까지 했다.

슉!

이러한 어둠이 얼마나 계속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디선가 갑자기 파문이 일더니 균열이 생겼고 그 속에서 빛줄기 몇 갈래가 날아 들어왔다.

그들은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영력으로 온몸을 감싼 채 잔뜩 경계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안전을 확보한 뒤에야 영력을 조금이나마 거두고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바로 구유산에서 들어온 구유, 목진, 묵봉, 묵령이었다.

“여기가 신수지원이야?”

목진은 까마득한 공간을 보며 어리둥절해 물었다. 그곳은 끝없는 어둠 외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런 곳이 신수지원이란 말인가?

“여긴 신수지원이 있는 허무한 공간 속이야.”

구유는 한껏 정색한 채 주위를 살피더니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허무의 공간에서 영력은 어둠에 의해 분해가 돼.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오래 머무르면 영력은 결국 사라지고 평생 이곳에 갇혀 있어야만 해.”

구유의 말에 목진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영력을 확인했는데 체내의 영력이 아주 느린 속도로 분해되는 것을 발견했다.

허무한 공간은 영력이 없어 영력이 분해될 뿐, 보충할 수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신수지원을 찾기도 전에 영력을 전부 소모해 죽게 될 거야.”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곳의 특이함에 놀라긴 했지만 그리 두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분명 구유족에서 대비책을 준비해 뒀을 것이다.

역시나 옆에 서 있던 묵령이 깔깔거리며 입을 열었다.

“목진 오라버니, 우린 타고 갈 물건을 기다리고 있는 거니까 너무 급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우린 곧 허무한 공간을 지나 신수지원에 갈 거예요.”

“뭘 타고 간다는 거야?”

목진은 어리둥절해 묵령을 바라봤다. 허무한 공간에는 아무런 생명조차 없는데 뭘 타고 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목진은 더는 캐묻지 않았다. 어차피 묵령 등만 따라가면 되는 터라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서서 기다렸다.

잠시 후, 목진이 무언가를 발견해 고개를 들어보니 왼쪽 공간에 파문이 일더니 백 장 정도의 바위가 조용히 어둠을 가르며 운석처럼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우린 저걸 타고 갈 거야.”

구유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이걸 몇 번 갈아타면 허무한 공간을 넘어 신수지원에 도착할 수 있어.”

목진은 순간 말문이 막혀 씁쓸하게 웃었다. 신수지원에 가는 방법이 이렇게 특이하다니, 앞장선 사람이 없었다면 목진 혼자서는 결국 허무한 공간에서 숨졌을 것이다.

“저걸 반드시 타야 해. 다음번엔 또 언제 나타날지 몰라. 어떨 땐 반나절 만에 나타나는데 운이 안 좋으면 이틀이 지나도 안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구유의 말에 목진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이나 지나면 목진 체내의 영력은 이미 바닥났을 것이다. 다른 변고라도 생기면 정말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거대한 암석은 이미 그들 앞에 도착했고 목진 등은 잽싸게 올라타 영력으로 자신을 바위에 고정했다.

슉.

거대한 암석은 파르르 떨더니 더 빠른 속도로 어둠을 가르며 멀리 날아갔다.

목진은 암석에 앉고 나서야 녀석이 특이한 역장을 발하는 것을 발견했다. 해당 역장은 허무한 공간의 분해의 힘을 모조리 물리쳤다.

이에 목진이 감탄하며 구유 등을 쳐다봤는데 그들은 신속하게 흩어져 무언가를 찾아 나섰다.

목진은 구유 등이 뭘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묵령이 이내 화색이 되어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그곳 지면에서 혈광을 발하더니 선홍색 빛줄기가 그녀의 손에 내려앉았다.

반면, 구유와 묵봉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건 뭐야?”

목진이 질문을 던지자 활짝 웃으며 돌아온 묵령은 손을 벌렸는데 혈광 속에 주먹만 한 진흙이 들어있었다. 선홍색을 띤 진흙은 피로 빚은 것처럼 엄청난 피비린내를 풍겼다. 목진은 그 냄새를 맡더니 순간 체내의 기혈이 비등하는 것을 느꼈고 진흙을 삼키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다.

“이건 혈령니야. 원고 시기, 신수지원의 최정예 강자들은 역외족의 계획을 알아채고 육신을 폭발시켜 저들을 막으려 했고 혈령니에 바로 최정예 강자들의 혈육 정화가 들어있어 먹으면 육신에 엄청난 도움이 돼. 또 단약 제련의 강자는 혈령니로 혈령단(血靈丹)을 제련할 수 있는데 이는 환골탈태의 효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어.”

목진은 구유의 설명에 그제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묵령은 혈령니를 4등분으로 나누더니 각자 한 조각씩 나눠줬다.

“고마워, 령아야.”

구유는 미소를 지으며 혈령니를 건네받았고 목진도 그녀의 호의를 마다하지 않았다. 소녀에 대한 호감이 부쩍 올라간 순간이었다.

목진은 4등분을 해서 엄지손가락만큼 작아진 혈령니를 구유 등처럼 대충 구겨 환약으로 만든 뒤 바로 꿀꺽 삼켰다.

쿵!

순간, 피비린내가 폭발하더니 뜨거운 기류가 온몸을 휘감았고 목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다 1각 정도가 지나자 목진은 온몸이 가뿐해져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뜨거운 기류가 완전히 가시고 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렸는데 조금이나마 강해진 육신에 흠칫 놀랐다.

용봉체를 수련한 뒤로 육신이 강해진 느낌을 처음 느껴보는 목진은 깜짝 놀랐다.

혈령니는 육신에 대해서만큼은 신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구유가 목진의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가 삼킨 혈령니는 지존영액 십수만 방울과 맞먹는 양이야. 그리고 네가 그만큼의 지존영액이 있어도 밖에서는 거의 구할 수 없어.”

묵봉도 목진을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신수지원에서 찾아야 하는 물건 중 하나가 혈령니야. 그런데 이 물건은 크기도 작을뿐더러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령아가 운 좋게 얻지 않았다면 우리 넷이 나눠 가지는 일은 없었을 거야.”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묵령한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혈령니가 탐이 났다. 만약 이곳에서 혈령니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면 그의 육신은 더 강해질 것이고 용봉체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는 데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신수지원에 가까워지면 우리가 탄 것보다 더 큰 운석이 나타날 거야. 그리고 운이 좋으면 또 혈령니를 얻을 수 있을 거야.”

구유는 목진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을 마친 구유는 묵봉, 묵령과 함께 자리에 앉아 거대한 암석에 몸을 맡겼고 목진도 그 옆에 앉아 예리한 눈빛으로 어디선가 나타날 운석을 기다렸다.

신수지원에 들어오자마자 호강한 목진은 이번 모험이 상당히 기대되었다.

신수지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혈령니란 신물을 얻었으니, 그곳에 도착하면 또 얼마나 놀라운 물건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한시라도 빨리 신수지원에 들어가고 싶었다.

* * *

어두운 허무한 공간에서 운석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스쳐 지나갔는데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 공간은 생기가 없었고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한편, 목진 등은 이미 운석을 세 번이나 갈아탔는데 아쉽게도 혈령니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묵봉의 말대로 일전에 발견한 혈령니는 묵령에게 천운이 따랐던 것이다.

“아마 반나절만 더 가면 신수지원 근처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때 구유가 서서히 눈을 뜨더니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운석이 나타나지 않을까 부단히 주위를 살폈다.

“신수지원 부근에 가면 운석의 수가 더 많아질 것이고 곧 수확이 있을 거야.”

구유가 피식 웃으며 한 말에 목진은 괜히 머쓱해서 콧등을 쓸어내리며 눈길을 거뒀다.

이렇게 운석은 네 사람을 싣고 허무한 공간을 가르며 지나갔는데 그들은 더는 운석을 갈아타지 않았다. 그 뒤로 새로운 운석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얼마 동안 시간이 흐른뒤 목진은 꼭 감았던 눈을 뜨고는 가볍게 고개를 들어 왼쪽을 쳐다봤다.

그곳 어두운 공간에 파동을 일더니 운석이 하나, 둘씩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운석들을 자세히 살피던 목진은 실망한 듯 눈길을 거뒀다.

그는 새로 나타난 운석에서 혈광을 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는 혈령니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목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운석이 많아졌다는 것은 신수지원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뜻했고 앞으로 나아갈수록 운석은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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