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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16화 (615/1,000)

616화. 뇌아족

역시나 목진의 예상대로 조용했던 어둠의 공간의 사방에서 운석이 나타나 목진의 주위를 스쳐 지나가자 구유 등은 더는 참지 못하고 영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 혈기를 찾아 나섰고, 목진은 마침내 무언가를 발견했다.

백 장 정도 되는 회흑색 운석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목진은 그 속에서 미약한 혈광이 발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혈령니의 냄새였다.

이에 목진이 바로 주먹을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의 빛줄기가 솟구쳐 운석을 부쉈고 그 속에서 한 줄기 혈광이 솟구쳤다.

잇따라 목진은 혈광을 수중에 넣고 손을 펼쳐보니 아이의 주먹만큼 큰 혈령니에서 짙은 피비린내가 났다.

이는 목진이 원했던 혈령니였다.

그런데 목진은 바로 그것을 집어삼키지 않고 점차 많아지는 운석에서 다른 혈령니의 탐색을 계속했다. 운석의 속도가 너무 빨라 한시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었다.

슉! 슉!

구유 등은 고속 비행하는 운석을 부수며 혈령니를 찾았는데 백발백중은 아니었지만 수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결국 크기가 제각각인 혈령니를 여덟 조각이나 획득했다.

“나쁘진 않아.”

구유는 제법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운석 10개를 부숴도 혈령니 한 개를 얻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묵봉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혈령니를 다시 4등분으로 나눴다. 목진은 수중의 혈령니 두 조각을 주물러 환약으로 만든 뒤 꿀꺽 삼켰다.

순간, 체내에 다시 뜨거운 기류가 형성되더니 암장처럼 피와 살, 그리고 뼈를 씻어냈다.

혈령니에 깃든 강대한 기혈의 힘은 육신에 더없이 좋은 보약이었다.

한참 지나서야 얼굴에 혈광이 가신 목진은 다시 눈을 떴는데 몸 곳곳에서 강력한 힘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비록 혈령니를 흡수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목진은 역시나 그 위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갑자기 멀리 떨어진 허무한 공간을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그곳에서 미세한 빛을 보았다

“곧 신수지원 근처에 도착할 것 같아.”

구유도 이를 발견하고 이내 화색이 되어 말했다.

이에 목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까마득한 허무한 공간은 너무 조용해 아무리 그라도 울적해질 수밖에 없었다.

“신수지원의 외곽에 운석대가 있는데 그곳에 운석이 수도 없이 많아 혈령니를 획득할 절호의 기회가 될 거야.”

묵봉도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운석대?

목진은 흠칫하더니 몰래 입맛을 다셨다.

슉!

다시 2각이 지나자 목진 등의 주위의 어둠은 신속하게 가셨고 멀리서 눈부신 빛이 발했으며 그 외곽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운석대가 펼쳐졌다.

신수지원을 중심으로 고속 회전하는 운석들은 목진 등이 여태껏 마주친 것보다 훨씬 컸다.

쿵!

그때 목진 등을 실은 운석이 강제로 운석대로 빨려 들어가 신수지원으로 향했다.

한편, 운석대에 들어간 목진은 어느새 혈안이 되었다. 짧은 순간에 다섯 개의 혈령니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쿵! 쿵! 쿵!

목진은 바로 나섰다. 그러자 영력의 빛줄기가 휘몰아쳐 운석을 부수자 사방에 파편이 튕겼고 그 속에서 몇 갈래 혈광이 솟구쳤다.

잇따라 목진은 혈광을 수집하더니 그 속에 든 물건을 확인하고 씨익 웃었다.

그는 용봉체의 두 번째 단계와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퍽! 퍽!

이와 동시에 구유, 묵봉, 묵령도 운석대에 들어서자마자 전력을 다해 혈령니를 수집했는데 그 성과가 상당해 무뚝뚝한 목봉마저 미소를 지었다.

쿵!

목진은 다시 기의 회오리를 쏘고 혈광을 수집한 다음, 다른 운석을 살피려다 운석대의 오른쪽을 바라보고 화들짝 놀랐다.

구유 등도 목진과 비슷한 시기에 이를 발견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 등은 수만 장 정도로 커다란 운석을 발견했는데 이는 다른 운석과 비교해 그 크기가 천지 차이였다.

하지만 목진 등은 운석이 커서 좋아한 것이 아니라 그 표면에서 내뿜는 짙은 혈광이 운석 전체를 선홍빛으로 물들였기 때문이었다.

운석에서 발하는 짙은 피비린내가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강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큰 운석에 이토록 짙은 기혈의 힘이라니…….”

목진은 거대한 운석을 보자 너무 흥분되어 숨마저 가빠졌다. 이 운석에 깃든 혈령니는 이들이 여태껏 획득한 혈령니를 모은 것보다 훨씬 크고 강할 것이다!

“저 운석에 깃든 혈령니는 정령이 될 수준이야.”

구유도 두 눈을 부릅뜨고 운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 규모의 운석은 신수지원에서도 상당히 드물었다.

“우린 반드시 저 운석 속의 혈령니를 취해야 한다!”

구유가 확고하게 말하자 목진, 묵봉, 묵령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절대 이 엄청난 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운석대에서 갑자기 이상한 파동이 느껴졌다.

“허허, 여기서 구유족 사람을 만나다니? 그런데 생각이 있다면 저 운석에 깃든 혈령니는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누군가의 말소리와 함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운석에서 온몸에 뇌광을 휘감은 사내가 귀신처럼 나타나더니 구유 등을 바라보며 히쭉거렸다.

“뇌아족(雷鴉族)이라…….”

구유와 묵봉은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하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은 구유와 묵봉의 차가운 목소리에 흠칫해 먼 곳에 있는 운석을 바라봤는데 그곳에서 네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이들의 몸 표면에서 뇌광이 번쩍였고 미간에는 벼락의 무늬가 새겨진 것이 멀리서 보면 꼭 뇌안 같이 이상한 압박감을 형성했다.

“저들이 뇌아족 사람이야?”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뇌아족도 영수 종족으로 대천세계에서 구유족 못지않게 유명한 극강의 일류 세력이었다.

“네, 그런데 평소 우리 구유족과 맺힌 원한이 많고 얄미운 짓만 골라서 해요. 이번엔 신수지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마주칠 줄은 몰랐네요.”

옆에 서 있던 묵령이 인상을 한껏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구유족은 뇌아족을 상당히 미워하는 것 같았다.

이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영력을 끌어올렸다. 뇌아족도 목진 등이 노리는 물건을 원하는 것 같은데 양자의 관계가 워낙 나쁜 상황에서 일을 좋게 마무리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때 상대편의 네 사람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는데 다른 사람보다 튼실한 그가 예리한 눈빛으로 주위를 쓰윽 훑자 공기마저 찢어질 것 같았다.

잇따라 그는 목진과 묵령을 무시한 채 구유와 묵봉을 한참 노려봤다. 구유와 묵봉만 7급 지존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구유족은 이것밖에 안 되나? 이따위 실력으로도 감히 신수지원에 오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거 아닌가?”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고 구유는 이내 정색했다.

“재수 없게 나오자마자 까마귀를 봤네.”

“내가 자네라면 절대 우리와 말다툼하지 않을 걸세. 시간을 줄 테니 당장 이곳을 떠나게. 그러다 내가 마음이 바뀌어 당신들을 죽이려 하면 구유족은 신수지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전멸할 것이니 말이야.”

쿵!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살기를 품은 채 검은색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영력이 주위 천 장 범위로 퍼졌고 뇌명과 함께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잇따라 그 뒤에 서 있던 나머지 세 사람도 발을 굴렀고 강력한 영력이 폭발해 더 기세등등해졌다.

목진은 네 사람의 강력한 영력을 확인하고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상대편 역시 7급 지존 두 명에 나머지 두 사람의 실력도 강아, 진현 못지않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상대편은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묵령이 있는 구유족보다는 강해 보였다. 그리고 묵령의 전투력은 상대편의 6급 지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뒤처진 듯했다.

뇌아족은 구유족의 상황을 완벽히 파악하고 나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지라…….

하여 구유는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의 말에 겁먹기는커녕,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감히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물러날 건 너희인 것 같구나!”

“죽고 싶어 환장했나!”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외쳤다.

“뇌풍(雷風), 나와 함께 저 두 사람을 상대하자꾸나.”

“뇌광(雷光)과 뇌운(雷雲)은 운석을 깨고 혈령니를 취하거라. 만약 저들이 막아 나서면 바로 죽이거라. 반드시 저 운석이 우리한테서 멀어지기 전에 혈령니를 취해야 한다!”

구유족도 뇌아족도 모두 운석의 힘을 빌려 신수지원에 가는 중이었고 거대한 운석의 비행 방향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라 그 누구든 그 속에 깃든 혈령니를 얻으려면 최대한 빨리 나서야 했다.

“좋아!”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의 뒤쪽에 서 있던 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칼 같은 눈빛으로 구유와 묵봉을 노려봤다.

그는 뇌아족에서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와 같이 7급 지존에 이른 유일한 사람으로 이들 둘이 나서야 구유와 묵봉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혈령니를 취하는 건 나머지 두 사람한테 맡기기로 했다. 뇌아족에서는 목진과 묵령이 짐이 될 뿐이라고 생각했고 일단 그들이 나서면 바로 죽이면 될 거라 여겼다.

쿵!

뇌아족 4인은 계획을 세우자마자 바로 나섰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와 뇌풍은 두 갈래 검은색 뇌광이 되어 나섰고 백 장 정도의 뇌광이 깃든 검은색 영력을 끌어올리며 구유와 묵봉에게로 향했다.

“목진, 묵령아. 저쪽은 너희한테 맡길게.”

말을 마친 구유는 바로 묵봉과 함께 허무한 공간에서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와 뇌풍에게 향했다. 그들은 아직 상대방의 계획을 잘 모르지만, 그들이 짐밖에 안 된다고 여기던 두 사람이 대반전을 선사할 거란 걸 믿었다.

이에 목진과 묵령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묵령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생긋 웃으며 말했다.

“목진 오라버니, 누가 먼저 상대방을 쓰러뜨리는지 볼까요?”

홀로 나서려던 목진은 소녀의 말에 흠칫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의 말에 왠지 궁금해졌다. 보기에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소녀가 강아, 진현 못지않은 상대방을 어떻게 막을지 말이다.

“그럼 어디 해볼까?”

목진은 소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묵령이 강아 등을 꺾고 신수지원에 들어온 이유를 알고 싶었다.

“네!”

말을 마친 묵령이 방긋 웃으며 바로 커다란 운석으로 향했고 목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운석의 우측 상방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당장 물러나게. 이 혈령니는 당신 같이 무능한 사람들이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한편, 목진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뇌광의 그림자가 그의 앞쪽에 나타났다. 그는 곧 7급 지존경에 이를 뇌아족 사람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으며 결인했다. 그러자 뒤쪽 공간에서 지존해가 나타나더니 그 속에서 무서운 영력이 휘몰아쳤다.

“인간이라니!”

영수와는 전혀 다른 영력 파동을 느낀 뇌아족 강자는 흠칫하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는 구유족에 왜 인간이 끼었는지는 모르지만 동급 사이에서 인간은 영수 종족보다 훨씬 뒤처졌다. 그래서 목진도 절대 자신을 이기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하여 그는 목진이 신분을 밝힌 것이 오히려 해가 되었다고 여겼다. 이는 목진의 명을 단축할 뿐이었다.

“자네가 무슨 수로 신수지원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죽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네.”

말을 마친 뇌아족 강자가 히쭉거리며 검은색 뇌광이 휘몰아치는 두 손을 내밀자 흑뢰가 뇌룡으로 변하더니 상당히 난폭한 기세로 목진에게 향했다.

뇌아족 강자는 목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바로 살수를 뒀다. 신중한 그는 상대가 약해 보인다고 대충 겨룰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목진은 여전히 태연하게 서서 상대방의 공격을 확인하더니 그제야 인법을 바꿨는데 뒤쪽 지존해에서 용음과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슉! 슉!

잇따라 지존해에서 12갈래의 빛줄기가 솟구쳐 목진의 주위에 거대한 용 여섯 마리와 코끼리 여섯 마리가 나타났다.

쿵!

녀석들이 내뿜은 무서운 영력 충격에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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