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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17화 (616/1,000)

617화. 혈령니태(血靈泥胎)

목진이 손을 가볍게 모으자 녀석들은 신속하게 그의 손바닥에서 용과 코끼리의 그림자가 맴도는 한 장 정도 크기의 광륜으로 변했다.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목진의 구룡구상술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다. 예전 같으면 절대 용상의 힘을 이토록 정교하게 압축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용상광륜에서 내뿜은 영력 충격에 주위 공간은 산산이 부서졌다.

목진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무서운 영력에 뇌아족 강자는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마저 엄청난 영력 위압에서 엄청난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녀석의 공격이 어찌 이토록 강력하단 말인가!

그런데 그때, 목진이 바로 손을 휘두르자 용상광륜은 사정없이 상대방에게 향했다.

“6룡, 6상…….”

크으으으!

용과 코끼리의 고함은 한 줄기 홍류를 형성해 뇌아족의 강자를 감쌌다.

그때 다른 쪽에서 갑자기 맑은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 목진은 흠칫 놀라 힐끗 돌아봤는데 묵령의 뒤쪽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선홍색 날개가 나타나더니 커다란 화조의 형태를 갖춰갔다. 그 모습은 구유족의 진화와 완전히 달랐고 녀석은 강력한 위압감을 내뿜었다.

이는 구유족이 아닌 봉황의 위압으로 봉황족만 지닐 수 있는 위압감이었다.

설마 묵령은 봉황족이란 말인가!

봉황의 맑은 울음소리와 함께 묵령의 체내에서 휘몰아친 선홍색 화염은 하늘에 불을 지를 듯한 기세로 주위 온도를 확 끌어올렸다. 이에 허무한 공간마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봉황지염(鳳凰之炎)이라니!”

묵령을 상대하려던 뇌아족 강자도 이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더니 바로 검은색 영력으로 앞쪽에 방어막을 이룬 채 뒤로 물러났다.

그는 가장 최약체일 것 같은 묵령이 이토록 놀라운 힘을 지녔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구유족 사람이 어찌 봉황지염을 수련해냈단 말인가?

구유족에 원고의 불사조의 혈맥이 깃들었다고는 하나 불사조는 봉황의 변이체라 각성한다고 한들 절대 봉황지염은 지닐 수 없었다.

봉황족은 영수계 중 최정예 종족으로 고귀하고 강대해 다른 종족은 안중에도 없고 가끔은 용족마저 무시했다.

그 밖에 다른 영수 종족 중 봉황족의 혈맥이 조금이나마 깃든 종족들은 그 혈맥 덕분에 영수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날짐승 중에서 봉황족의 지위는 상당히 높았다.

활활!

선홍색 화염이 휘몰아치며 날아가 검은색 뇌광을 모조리 불태워 없애버리고 금세 뇌아족 강자의 주위를 감쌌다.

으악!

녀석은 처량하게 울부짖으며 불을 뒤집어쓴 채 겨우 도망 나왔고 몸에 붙은 불은 겨우 껐지만 중상을 입은 듯했다. 게다가 온몸에서 검은색 연기를 내뿜는 것이 상당히 초라해 보였다.

그는 싸울 의지가 완전히 사라져 혈령니를 차지하기는커녕 바로 뒤로 물러났다.

뇌아족 강자는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묵령한테 패배했다. 이는 녀석이 묵령을 무시한 것이 패배한 원인이었는데 아무도 여리여리한 묵령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랐다. 그는 나서자마자 제압되어 반격할 기회조차 없이 패배했다.

한편, 상황을 지켜보던 목진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길을 거뒀다.

묵령이 신수지원에 들어온 데에는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봉황족이어야 하는 소녀가 왜 구유족에 있는 걸까?

봉황족은 오만하기로 유명한데 어찌 구유족에서 생활한단 말인가?

목진은 어리둥절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용상광륜을 던져 다른 뇌아족 강자를 공격했다.

쿵!

순간, 뇌아족 강자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용과 코끼리의 무서운 힘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엄청난 힘에 녀석의 공격은 바로 무산되었고 다시 영력을 끌어올리기도 전에 용상광륜이 그의 가슴팍을 힘껏 때렸다.

풉.

뇌아족 강자는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 나가더니 가슴팍에 뼈가 보일 만큼 깊숙한 상처를 입은 것을 확인하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의 실력은 왜 이렇게까지 뛰어나단 말인가? 녀석은 육신과 영력이 자신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는 목진이 일부러 실력을 감췄던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그도 부상을 입은 채 물러났고 더는 운석을 탐내지 않았다. 다들 구유족 네 사람 중 목진과 묵령이 최약체라고 여겼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이에 구유와 묵봉을 상대하던 뇌아족의 7급 지존 두 명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아직도 구유 등의 꼼수에 걸린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좋네, 아주 좋아. 구유족은 역시 수단이 남다르네!”

구유와 묵봉은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의 말을 무시한 채 더 강력한 공격을 개시했고 녀석들이 묵령과 목진한테 신경을 쓰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와 동시에, 목진과 묵령은 커다란 운석으로 향했다.

“목진 오라버니, 어때요?”

묵령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묻자 목진은 엄지를 척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대단한걸? 정말 놀랐어.”

묵령은 목진의 칭찬에 으쓱했고 그 모습이 꼭 아이 같았다.

“그런데 넌 봉황족 사람이야?”

목진의 질문에 소녀는 바로 표정이 확 변했고 맑고 빛나던 눈동자도 어두워졌다.

목진은 순간 멈칫했다. 보아하니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바로 화두를 돌렸다.

“얼른 혈령니를 취하고 돌아가자꾸나.”

이에 묵령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커다란 운석에 올라타고 나서야 운석에 깃든 기혈의 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짙은 것을 발견했다.

지하에서 부단히 혈광을 내뿜어 운석 전체가 혈색을 띤 것이 상당히 괴이해 보였다.

“기혈의 광이 이렇게까지 짙을 줄이야…….”

목진은 자연스레 입맛을 다셨다. 이는 일전에 봤던 혈령니와는 차원이 달랐다.

“여기 있는 혈령니는 과연 얼마나 크고 강할까요?”

묵령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운석을 살폈다. 그들은 여태껏 기혈의 광이 이토록 강한 운석을 본 적 없었다. 그건 이전에 취했던 것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물건임이 확실했다.

“꺼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목진은 생긋 웃더니 바로 발을 힘껏 굴렀는데 무서운 힘이 휘몰아쳐 그의 발을 중심으로 주위에 균열이 일었고 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운석 전체로 퍼져나갔다.

목진은 아무렇지 않게 발을 구른 것 같았지만 육신의 힘을 모조리 끌어올린 것이었다.

이렇게 균열이 확산되자 나지막한 폭발음과 함께 지면이 무너져 짙은 기혈의 광은 더욱 눈부셨다.

퍽! 퍽! 퍽!

그런데 그때, 운석에서 갑자기 수십 장 정도로 큰 기혈의 광을 내뿜었는데 목진은 그 속에서 사람 머리 크기의 혈구를 발견했다.

“도망가려 하다니!”

목진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영력 한 갈래가 날아가 혈광을 발하는 혈구를 감싼 뒤, 서서히 끌어당겼다.

목진은 결국 혈구를 수중에 넣었는데 그 모양새를 확인하고는 흠칫 놀랐다.

투명한 알처럼 생긴 혈구의 내부에는 배태같이 생긴 물체가 있었는데 특정한 영수가 아니라 각종 영수의 모양을 고루 갖춘 괴상하게 생긴 녀석이었다.

이는 단순한 진흙 모양이 아니라 영성이 있는 것 같았다.

옆에 서 있던 묵령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혈령니를 바라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이건 혈령니태에요. 기혈의 힘이 너무 강해 영성이 생겼는데 그렇다고 지혜를 가지는 건 아니에요. 만 년 정도가 더 지나면 녀석은 진정한 신수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을 거예요.”

소녀의 말에 목진도 적잖게 놀랐다. 그러나 천재지보도 사람도 어느 정도 강한 힘을 가지면 영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령니태는 우리가 일전에 획득했던 혈령니를 합친 것보다 훨씬 강해요.”

묵령은 이내 감탄하며 말을 이어갔다.

“이걸 대천세계에서 팔면 적어도 지존영액 500만 방울은 받을 수 있어요.”

지존영액 500만 방울이란 말에 목진은 혀를 끌끌 찼다. 그건 그가 영혼을 팔아도 절대 내놓을 수 없는 양이었다.

“우리가 운이 좋았네.”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혈령니태를 거두었고 운석이 점차 부서지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묵령과 함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구유와 묵봉은 목진과 묵령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하더니 더는 뇌아족 녀석들을 상대하지 않고 물러났다.

이에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목진과 묵령을 노려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이를 갈며 말했다.

“이번에는 구유족의 운이 좋았네. 허나 난 절대 이번 일을 이대로 넘기지 않을 것이네. 이 원수는 신수지원에 가서 반드시 갚아주겠네.”

“얼마든지 상대해 주겠네.”

구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음산한 눈빛으로 구유 등을 쓰윽 훑더니 바로 나머지 세 사람과 함께 떠났다.

이제 뇌아족과도 원한 관계가 되어 더는 관계 회복이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혈령니태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위험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구유와 묵봉은 뇌아족 사람들이 완전히 떠난 뒤에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이에 목진은 생긋 웃더니 혈령니태를 꺼냈다. 엄청난 혈광과 함께 그윽한 기혈의 힘이 휘몰아쳐 그들의 얼굴은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건…… 혈령니태잖아!”

구유와 묵봉은 혈령니태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리 무뚝뚝한 묵령이라도 놀라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들은 커다란 운석에 깃든 혈령니가 제법 규모를 갖췄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혈령니태를 이룰 정도일 줄은 몰랐다.

“뇌아족에서 우리가 얻은 것이 혈령니태란 사실을 알면 땅을 치고 후회할 거야.”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린 구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의 표정이 활짝 핀 것이 상당히 기뻐 보였다.

옆에 서 있던 묵봉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아직 신수지원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혈령니태를 얻다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혈령니태는 어떻게 나눌 거야?”

목진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를 내던졌다. 혈령니태는 진귀하니만큼 잘못 나누면 기분이 언짢아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었다. 목진과 구유는 괜찮았지만 묵봉과 묵령은 아직 두 사람과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이에 묵봉과 묵령은 서로 마주 보더니 구유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들은 구유한테 결정권을 넘겼다.

하여 구유는 잠시 고민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혈령니태는 온전한 한 덩어리니까 전처럼 4등분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러니 우리 함께 흡수하는 건 어떨까? 누가 더 많이 얻는지는 운에 맡기자고.”

구유는 혈령니태를 네 사람이 동시에 흡수하고 제련하자고 제안했다. 그 말에 묵봉과 묵령은 제법 공평한 것 같아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목진도 그 뜻에 따랐다.

“지금 속도로 운석대를 벗어나기까지 아직 반나절 정도가 있으니 바로 혈령니태를 흡수하자. 신수지원에는 영수 종족들의 천재가 많아 경쟁이 치열할 테니 실력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한테도 좋을 거야. 그래야 보물을 획득할 확률도 높아지지 않겠어?”

구유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운석대를 보며 말했고 목진 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혈령니태는 진귀해 언젠가 단약 고수를 청해 영단을 제련하면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지금 그들한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경쟁이 치열한 신수지원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획득한 모든 자원을 실력으로 바꿔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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