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618화 (617/1,000)

618화. 더 강해진 육신

상의가 끝난 목진 등은 바로 운석 위에 앉았는데 묵봉이 갑자기 이상한 빛을 발하는 황금종을 꺼냈다.

금광을 발하는 황금종은 표면에 오래된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비상하는 봉황이 그려져 있었다.

잇따라 묵봉이 손가락을 튕기자 황금종이 폭등해 커다란 금종으로 변하더니, 목진 등을 감쌌고 점차 금광을 거두더니 투명해져 그들을 완벽하게 가렸다. 멀리서 보면 운석 위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절품 신기 봉명종(鳳鳴鐘)으로 방어와 은닉의 효가 있어. 이것만 있으면 우리는 마음 편히 혈령니태를 제련할 수 있을 거야. 이건 내부의 파동을 전부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서 아무도 우리가 여기서 혈령니태를 제련하는 줄 모를 거야.”

구유는 입이 떡 벌어진 목진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마음 편히 혈령니태를 제련할 일만 남았군.”

목진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조금은 부러운 듯 묵봉을 바라봤다. 절품 신기는 신기에서도 최정예급 존재로 그 가치와 위력은 상품 신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목진이 지금껏 얻은 물건 중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성진진마탑인데 현재의 그한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만다라한테 넘긴 것이다.

목진한테 절품 신기는 없지만 유일하게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원고의 흉기인 대서미마주였다. 그러나 실력이 늘고 보니 대서미마주의 살기가 엄청나긴 하나 핵심 물질이 부족해서인지 회심의 일격을 가하기엔 뭔가 부족했다.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을 폈다. 그러자 혈령니태가 서서히 떠 올랐고 네 사람의 그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그럼 시작할까?”

구유가 목진 등을 쓰윽 훑은 뒤, 바로 눈을 감고 결인하자 영력 한 갈래가 스며져 나와 혈령니태 주위를 감싸고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선홍색 안개 같은 것이 빨려 나와 구유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목진 등도 바로 두 손을 모아 결인했는데 세 갈래의 영력이 혈령니태를 감쌌다. 그들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각자의 힘으로 흡수와 제련에 집중했다.

위잉.

목진의 체내에 지극히 그윽한 선홍색 안개가 스며들자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안개는 순간 들끓는 암장이 되어 온몸에 퍼졌고 목진은 육신이 열기를 마다하지 않고 탐욕스럽게 이를 삼키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뜨거운 열기가 지나간 곳의 피와 살은 놀라운 생기를 뿜어내며 무서운 힘을 키웠다.

혈령니태가 갖춘 기혈의 힘은 일전에 이들이 흡수한 혈령니보다 훨씬 강했다. 아마 이들이 흡수한 한 갈래 안개만 해도 혈령니환 한 알에 해당할 것이다.

슉!

목진 등을 실은 운석이 광활한 운석대를 지나 중심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는 빛덩이를 향해 부단히 전진했지만 정작 그 위에 앉아있는 네 사람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나 목진은 선홍색 기를 서서히 내뱉더니 피와 살이 점차 뜨거워지고 생기를 되찾아가는 것을 느꼈는데 그 엄청난 힘에 육신은 곧 터질 것만 같았다.

특히, 체내의 기혈이 강력해질수록 목진은 가슴팍과 등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퍽!

그런데 그때, 목진이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체내에서 적광을 발사해 윗옷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고 가슴팍에 새겨진 자금색 용의 무늬에서 무서운 위압감을 내뿜었다. 또 등에 새겨진 진정한 봉황의 무늬도 날개를 파르르 떨며 무서운 위압감을 형성했다.

목진의 주위에 형성된 두 갈래의 강력하기 그지없는 위압에 공간마저 파르르 떨렸다.

이에 구유, 묵봉, 묵령은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고는 눈을 꼭 감은 채 윗몸을 드러낸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건 진정한 봉황의 위압이 아닌가? 진정한 용의 위압도 있다니!”

묵령과 묵봉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졌다.

봉황족의 혈맥을 가진 두 사람은 진정한 봉황의 위압에 상당히 예민했기에 목진이 형성한 위압에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진정한 봉황은 봉황족의 패주였다!

비록 목진이 형성한 위압은 그의 혈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놀라웠다.

“목진한테 어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위압이 있단 말인가?”

묵령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을 바라봤다. 이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혈맥을 고루 갖춘 신수라야 가질 수 있는 것인데 일개 인간인 목진이 무슨 수로 이를 얻었단 말인가?

옆에 앉아있던 구유도 놀라긴 했지만 묵령과 묵봉만큼은 아니었다. 목진의 용봉체에 대해 알고 있었던 그녀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위압이 목진이 수련한 용봉진경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엄청난 수련법을 완벽히 수련하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위압은 물론이고 목진은 양자의 힘도 얻게 될 것이다.

“목진의 용봉진경에 진전이 있는 것 같군.”

구유는 의미심장하게 목진을 바라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목진이 강해질수록 그들이 얻는 수확은 더 많아질 것이다.

크으으으!

그때 갑자기 경천의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네 사람 위에 떠 있던 혈령니태가 강력한 힘에 못 이겨 선홍색 홍류 두 갈래를 내뿜었다. 이는 모조리 목진의 가슴팍과 등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에 스며들었다.

구유 등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꼭 감았던 눈을 비스듬히 뜬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쿵!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이 꼭 감았던 눈을 비스듬히 뜨자 구유 등은 귓가에서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려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목진의 몸에서 지극히 무서운 위압감이 형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위압이었다.

이는 전보다 훨씬 웅장하고 방대했다.

묵봉과 묵령의 느낌이 가장 강했다. 그들은 봉황족의 혈맥을 지녔는데 진정한 봉황은 봉황족의 제일이었다.

하여 두 사람은 목진의 몸에서 진정한 봉황의 위엄을 느끼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잠시 목진이 인간이 아니라 봉황족의 고위층이란 착각까지 들어 경외심이 들었다.

“목진한테 왜 이토록 강력한 진정한 봉황의 위압이 있단 말인가?”

묵봉은 너무 놀란 나머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눈을 감은 채 앉아있는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는 봉황족 사람도 이루기 힘든데 인간인 목진한테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유도 조금 놀란 듯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달랬다. 그녀는 목진이 용봉진경을 수련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전에 느낀 위압감은 놀랍긴 해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훨씬 강해졌다. 이제는 봉황족 혈맥을 지닌 신수들마저 두려워할 정도가 되었고 실력이 억제되는 것을 느꼈다.

이건 진정한 봉황의 존귀한 혈맥에서 비롯된 위압감이라 절대적인 실력을 갖춰야 이를 떨쳐낼 수 있었다.

위잉.

그때 목진의 몸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에서 눈부신 금광을 발하며 무서운 흡인력을 뿜어냈다.

이건 구유 등을 향한 것이 아니라 네 사람 중심에 떠 있는 혈령니태를 향한 흡인력이었다. 녀석은 파르르 떨더니 혈색 홍류 두 갈래를 내뿜었다.

열 장 정도 되는 혈색 홍류에는 지극히 방대한 기혈의 힘이 깃들어 있었는데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의 무늬가 이를 모조리 삼켜 버렸다.

이러한 광경에 구유 등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반나절 동안 제련해야 미세하게나마 흡수할 수 있었는데 목진의 몸에 새겨진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의 무늬는 그것을 허겁지겁 삼키고 있었다.

그 엄청난 속도에 그들은 깜짝 놀랐다.

“우리도 빨리 흡수합시다!”

묵령은 두 갈래의 혈색 홍류를 흡수한 뒤, 다시 무서운 흡인력을 뽐내는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의 무늬를 보더니 황급히 외쳤다.

혈령니태에 아무리 방대한 기혈의 힘이 깃들었다고 해도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이 날 거라 서둘러야 했다.

이에 구유 등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혈령니태에 깃든 기혈의 힘을 제련해 흡수하는 데 집중했다.

한편, 목진의 피부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에서는 다시 무서운 흡인력이 폭발했고 혈령니태에서 선홍색 홍류 두 갈래가 나타났다.

구유 등은 열 장 정도 되는 선홍색 홍류와 조금씩 제련해 흡수하는 자신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반 시진 동안, 목진의 피부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는 흡입을 멈추지 않았고 강력한 기혈의 힘이 깃든 선홍색 홍류는 부단히 생성되었다.

자금색이었던 무늬에는 선홍빛이 돌았고 진정한 용의 무늬는 조금 커졌으며 용린은 자금으로 빚은 듯 튼튼하고 힘이 넘쳐 보였다. 진정한 봉황의 무늬도 더 짙어졌고 움츠렸던 날개를 조금이나마 편 것 같았다.

양자의 눈은 비스듬히 뜬 것을 끝으로 더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발하는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의 위압감만은 상당했다.

지금의 목진은 신수의 형태를 구현하지 못할 뿐, 충분히 용족과 봉황족 행세를 할 수 있었다.

그때 혈령니태가 드디어 고갈되어 균열이 일자 구유 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계획대로라면 그들은 혈령니태를 며칠 동안 흡수해야 했을 텐데 목진 때문에 반나절 만에 흡수를 마쳤다.

목진은 혈령니태에 깃든 기혈의 힘 중 9할도 넘는 양을 흡수했다.

그야말로 횡재였다.

이에 구유는 묵봉과 묵령한테 괜히 미안해졌다. 그들은 구유가 제시한 방법에 동의했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묵봉과 묵령의 손해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묵봉은 괜찮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혈령니태가 진귀하긴 하지만 신수지원에 이것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구유가 제시한 방법은 네 사람의 동의하에 진행한 것이었다. 목진조차 자신이 이렇게 많은 양을 흡수할 줄 몰랐을 것이다.

어느덧 혈령니태에 균열이 잔뜩 생기자 구유 등은 제련을 멈추고 목진한테 마지막 한 갈래의 기혈의 힘을 양보했다.

그러다 흡수가 끝나자 눈부신 빛을 발했던 혈령니태는 순간 어두워졌고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혈령니태에 깃들었던 기혈의 힘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를 발견한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의 무늬도 빛을 거두더니 다시 목진의 문신처럼 가슴과 등에 박혔고 목진도 서서히 눈을 떴다.

순간, 목진의 눈동자에서 용과 봉황의 그림자가 나타났고 놀라운 위압감이 형성되어 구유 등은 황급히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 엄청난 위압감에 그들 체내의 영력의 움직임이 잠시 늦어졌다.

다행히 위압감은 바로 사라졌고 목진의 눈도 다시 정상이 되었다.

잇따라 그는 고개를 숙여 가슴팍에 새겨진 진정한 용의 무늬를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의 무늬는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았지만 용봉진경은 훨씬 나아졌다.

그렇다고 바로 두 번째 단계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희망이 보였다.

목진이 주먹을 쥐어보니 육신도 일전의 수련으로 훨씬 강해졌고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의 무늬에 특수한 능력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수련으로 인해 목진의 전투력이 부쩍 향상되었다.

“에헴.”

그때 누군가의 헛기침 소리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구유 등이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목진은 괜히 머쓱했다.

비록 눈을 감고 수련했지만 목진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잿더미가 된 채 바닥에 흩어진 혈령니태의 잔여물을 힐끗 보고는 미안함을 전했다.

“미안, 나도 이 물건이 이렇게까지 대단할 줄 몰랐어…….”

혈령니태는 네 사람의 공동 재산이라 목진이 미친 듯이 흡수한 탓에 나머지 세 사람은 얼마 얻지 못했다. 구유와는 가까운 사이라 신경 쓸 필요가 없었지만 알고 지낸 지 한 달도 안 되는 묵령과 묵봉한테는 더없이 미안했다.

“신수지원에서 다른 보물을 찾으면 너희한테 줄게.”

그런데 묵봉은 조용히 목진의 몸에 새겨진 무늬를 보기만 했고 묵령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이번엔 그냥 넘어갈게. 대신 약속은 지켜.”

이에 목진은 머쓱하게 웃더니 바로 옷을 꺼내 입었다.

묵봉은 그제야 눈길을 거두고 목진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는 목진의 합류에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목진이 강아와 진현을 쓰러뜨리긴 했지만 그건 그리 대단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묵봉이 강아와 진현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전의 상황으로 봤을 때, 목진은 아직 선보이지 않은 수단들이 제법 많아 보였고 무시했다가는 정말 큰코다칠 것이었다.

묵봉은 목진 덕분에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곧 신수지원에 도착할 것 같아!”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구유의 말에 다들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드넓은 운석대에 드디어 끝이 보였다. 그 깊숙한 곳에 커다랗고 오래된 대륙이 조용히 떠 있었다.

목진 등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대륙에 깃든 홍황의 기운에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잇따라 강대하고 오래된 영수들의 고함이 전해졌다.

목진 등은 드디어 신수지원에 도착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