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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19화 (618/1,000)

619화. 상고 연체탑(煉體塔)

목진은 앞쪽에서 발하는 눈부신 빛 속에서 엄청나게 큰 대륙을 발견했다.

그곳은 높은 날아올라 내려다봐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고 홍황의 기운을 내뿜었다.

“여기가 바로 신수지원이란 말인가?”

목진이 중얼거리며 대륙을 살폈다.

원고 시기, 영수계의 최정예 강자 중 2할 정도는 신수대륙에서 생활했는데 역외족은 이를 발견하고 한걸음에 달려와 이곳을 부숴 영수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뭐지?”

그때 목진은 갑자기 흠칫하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은 드넓은 신수지원에 수백만 장 정도로 큰 구멍을 발견했는데 그건 분명 누군가의 장인이었고 누군가 높은 허공에서 내리찍어 형성된 것이었다. 이에 신수지원의 지형마저 바뀌었다.

이 엄청난 파괴력이 깃든 장풍에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한순간에 목숨을 거뒀을까?

아마 만다라 같은 상위 지지존도 이에 적중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건 과거 역외족이 한 파멸의 공격이야.”

목진 옆에 서 있던 구유가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입을 열었다.

영수계도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늘 잔인한 싸움이 일어난다. 하지만 역외족은 같은 종족이 아닌 존재는 모조리 없애버렸으니, 대천세계가 녀석들을 미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날 대천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방대한 세력 중 대부분이 없어졌고 수많은 최정예급 강자들도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대천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맺힌 원한도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진도 어느새 숙연해졌다. 원고의 전쟁은 이미 끝났지만 무서운 역외족이 패배했다고 말할 수 없었고, 대천세계도 그날의 전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결코 완벽한 승리라 부를 수는 없다.

역외사족은 여전히 대천세계 중 상당 지역을 차지하고 있고 위면 변경 쪽에서 내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그들이 실력을 갖추면 그날의 재앙이 다시 재현될 것이다.

그날은 바로 대천세계 멸세의 날이 될 것이다.

목진은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바로 생각을 떨쳐내고는 가까워지는 신수지원을 살피다가 또 깜짝 놀랐다.

커다란 장인에 수만 장 정도로 큰 기둥이 우뚝 솟아올라와 있었는데 이를 보자 왠지 모르게 심장이 파르르 떨렸다.

“저건 산맥이 아니고 역외족의 공격을 미리 발견한 신수지원의 최정예 강자가 나서서 다른 생명들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고자 취한 조치였어.”

구유는 이내 정색하며 네 개의 경천의 기둥을 바라봤다.

“그분도 엄청난 신수로 본체는 탄천신귀(吞天神龜)이고 천지존급 실력자셨어. 그의 방어력은 동급 천지존마저 뚫기 어려웠는데 결국 역외족 왕들의 협동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육신은 부서진 채 사지만 남아 이곳의 생명을 지키셨지.”

구유의 말에 목진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신수지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떠나지 않았다니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비록 역외족의 손에 죽었지만 그 뜻은 높이 살만하다.

쿠쿵!

그때 목진 등은 신수지원의 기류층에 진입했는데 엄청난 마찰력으로 인해 운석이 순간 뜨거워지며 불꽃이 튀었다. 목진 등은 바로 영력으로 육신을 감쌌다.

아래쪽의 대지가 점점 가까워지며 목진 등은 드디어 신수지원에 도착했다.

부서진 상고의 대지는 점차 뚜렷해졌고 주위에서는 홍황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마치 원고의 시기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가자!”

구유는 점차 지면에 가까워지자 먼저 운석에서 뛰어내렸고 목진 등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구유 등은 만 장 밖 한 산봉우리에서 다시 나타났는데 어딘가에서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대지가 파르르 떨며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이에 목진 등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들이 타고 왔던 운석이 활활 타오르며 날아가 지면에 커다란 구멍을 낸 것이었다.

잇따라 목진은 고개를 들어 낯선 상고의 땅을 살폈다. 홍황의 기운으로 가득 찬 그곳은 조금 초라해 보이긴 했지만, 원고 때의 모습이 조금 남아있었다.

만 장 정도로 큰 나무는 커다란 산맥처럼 우뚝 솟아올랐고 가지를 축 드리워 주위를 감싼 모습이 상당히 웅장해 보였다.

또 거인처럼 큰 암석들을 보니 꼭 잠든 조각상 같았고 왠지 모르게 특수한 압박감을 내뿜는 듯했다.

“신수지원에 온 것을 환영해.”

구유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목진도 가볍게 미소 지었다. 목진은 바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는데 불이 활활 타오른 운석들이 날아와 신수지원의 곳곳에 박혔다.

“다른 영수 종족들도 도착한 모양이야.”

이를 본 묵봉이 무덤덤하게 말했고 목진 등은 이내 정색했다. 신수지원의 쟁탈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어떻게 할 계획이야?”

목진이 구유한테 물었다. 그는 신수지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구유 등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에 구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묵봉한테 눈길을 돌렸다.

“먼저 상고 연체탑으로 가는 게 어때?”

“상고 연체탑이라…….”

목진은 멈칫했다.

“아주 오래전에 신수지원에 연체탑이 서른 채 있었는데 육신 수련에 엄청난 도움을 준대요. 그래서 일단 시험에 통과하면 육신이 강해질 뿐만 아니라 성적에 따라 보상도 준다고 해요. 그 보상에는 무려 신통지법(神通之法)과 준 성물도 있다고 들었어요.”

묵령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신통지법에 준 성물까지?”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묵령을 바라봤다. 그는 연체탑이 그러한 물건을 보상으로 줄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존재인 줄 몰랐다.

대천세계에서 대원만급보다 더 강한 신술은 신통지법이라 불렸다.

신통지법은 일반 지존은 물론이고 지지존들마저 욕심내는 물건이었다. 신통지법은 그 무엇이든 하늘을 부수고도 남을 위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이건 신술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라 신통으로 일컬었는데 지존법신의 지존신통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외, 준 성물의 위력은 성진진마탑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대신 성진진마탑은 진정한 성물이라 준 신물보다 위력이 더 강했다.

하지만 목진은 준 성물이 더 탐이 났다. 현재의 그는 진정한 신물을 다룰 실력이 안 되었는데 준 성물 정도라면 충분히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실해?”

목진은 믿기지 않는 듯 구유한테 다시 물었다.

“확실해. 대신 신통지법과 준 성물을 얻으려면 성적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좋아야 해. 여태껏 이를 해낸 이는 지극히 강대한 신수 종족 천재들뿐이었어.”

구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말에 목진은 이내 입맛을 다셨다. 하긴, 신통지법과 준 성물이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면 다들 탐내지 않았을 것이다.

“상고 연체탑은 상고 시대, 최정예 종족들만 지을 자격과 능력이 있는 존재지만 과거 멸세의 전쟁 때문에 이제 다섯 채밖에 남지 않았고 어느 정도 파괴되었어. 게다가 상고 연체탑에 들어갈수있는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어 경쟁은 상당히 치열할 거야.”

구유의 설명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고 연체탑이 육신 단련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아무도 그곳에 들어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들 상고 연체탑에 대해 잘 알았으니 갈지 말지 결정하자꾸나.”

구유가 목진 등을 훑어보며 말했다. 의견이 갈리지 않아야 불화도 일어나지 않고 적을 상대할 때도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었다. 곧 용봉진경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는 그는 연체탑을 빌려 경지를 돌파하고 싶었다. 그때가 되면 그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으로 좋아질 거라 절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때 묵봉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수지원에 온 이상, 다른 종족의 천재들도 보고 가야지.”

그는 말을 마치기 바쁘게 손을 번쩍 들었다.

“난 오라버니의 뜻을 따를 거예요.”

옆에 서 있던 묵령까지 배시시 웃으며 손을 들자 구유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북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그 유명한 상고 연체탑에 가볼까?”

드넓은 대지는 이곳저곳 부서져 폐허 같았고 신수지원은 여전히 독특한 압박감을 내뿜었다. 이에 다들 원고 시기에 완전했을 모습을 생각하며 경외의 마음을 품었다.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네 갈래 빛줄기가 드넓은 하늘을 가르며 신속하게 날아갔다.

그들은 바로 신수지원에 들어와 상고 연체탑을 첫 번째 목적지로 정한 목진 일행이었다.

그들은 이미 반나절 정도 달렸고 다른 영수 종족도 적잖게 마주쳤지만 서로 경계하느라 시비는 붙지 않았다.

다들 보물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힘을 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수지원에 들어온 사람 중 호락호락한 상대는 없었기에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덕분에 목진 등은 제법 순조롭게 연체탑으로 향했다.

“우리는 현재 위치에서 상고 연체탑까지 가려면 최소한 하루 정도는 더 걸려야 할 거야.”

구유는 수골라반(獸骨羅盤)을 수중에 쥔 채 주위를 살폈다. 나침반에 보이는 흐릿한 지도의 중심에 탑 모양을 한 장소가 나타났는데 그곳이 바로 그들의 목적지였다.

구유의 말에 목진은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볍게 눈을 감고 천지의 영력을 흡수했다.

이곳의 영력에는 특이한 힘이 깃들어 있어 체내의 피와 살과 융합하면 기혈이 활발해진다.

“신수대륙에서 신수지원을 중요시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군. 여기서 수련하면 영수 종족과 신수 종족에 상당히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야.”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비록 반나절 동안 흡수한 영력이 혈령니환 한 알보다 못했지만 찾기 어려운 혈령니와 달리, 이곳의 영력은 무궁무진했다. 오랜 시간 수련하면 실력 향상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신수지원은 역시 육신 수련에 큰 도움이 되는군.”

목진은 체내에서 들끓는 기혈을 느끼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또한, 곧 보게 될 상고 연체탑도 자못 기대되었다.

목진이 일단 용봉체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면 육신의 힘만으로 7급 지존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이번 기회에 구유를 도와 원고의 불사조의 정혈을 얻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력도 끌어올려야만 했다. 그래야 상고의 천궁이 나타났을 때, 대일불멸신의 진화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 *

목진 등은 하루 동안 쉼 없이 달려 드디어 상고 연체탑 부근에 도착했다.

그들은 그 주위의 산맥에 내려앉아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산맥들 사이에 만 리 정도로 쭉 뻗은 커다란 도성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해당 도성은 이미 폐허가 되었지만, 과거의 화려한 모습이 얼핏 보였다.

“저건 대황성(大荒城)이야. 원고 시기, 대황성은 신수지원의 정예 세력 중 하나로 저 안에 상고 연체탑이 있어.”

구유는 폐허가 된 오래된 도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상고 연체탑이 유명하긴 한가 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그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량의 강력한 기가 이곳을 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들의 목표도 대황성의 상고 연체탑인 것 같았다.

그 밖에 도성 내부에도 영력 파동이 적잖게 느껴졌는데 목진 등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한 사람이 있었다.

“뭐지?”

그때 목진이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빛줄기 몇 갈래가 하늘을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허허, 누군가 했더니 구유였군. 난 네가 한동안 소식이 없기에 진화에 실패했나 했어.”

멀리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왠지 듣기 거북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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