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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23화 (622/1,000)

623화. 진입

사람들은 목진이 차지한 안내대에 얽히고설킨 영문을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도 그가 영진을 몇 개나 쳤는지 알지 못했고 아무도 감히 함부로 뛰어들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영진사의 위력이었다. 일단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영진사는 위력이 엄청난 영진 보루를 만들어낼 수 있고 누구든 그곳을 침범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때 목진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영광이 날아올라 허공에 스며들었고 가볍게 손을 맞대자 천산신인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목진은 다시 지품 영진도 몇 개 쳤고 그 위력이 합쳐져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종화가 지금 뛰어들었다면 절대 살아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목진은 그제야 한시름 놓고 주위를 살폈다. 7급 지존 중 그의 안내대를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은 더는 없었다.

이에 그는 제일 먼저 묵봉 쪽을 살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묵봉의 상대는 수려한 여인으로 선홍색 날개를 퍼덕이자 수많은 광우가 나타나더니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기가 날아가 공간마저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녀는 염학족의 천재로 7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인데 종화보다 더 강해 보였다.

그런데 묵봉은 반격할 수 없는 것처럼 상대방의 매서운 공격에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목진은 이를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묵봉의 영력이 점차 끓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저건…….”

묵봉을 쳐다보던 목진은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끼익!

묵봉은 안내대의 변두리까지 물러서더니 갑자기 멈춰서서 염학족의 천재를 노려보며 한 손으로 결인했는데 순간 체내에서 봉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퍽!

묵봉의 등에서 백 장 정도의 선홍색 날개가 나타나더니 암홍색 화염을 모아 한꺼번에 내뿜었다. 봉황의 그림자가 깃든 것 같은 암홍색 화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강대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구유작한테 어찌 황염(凰炎)이 있단 말인가?”

염학족 천재는 암홍색 화염을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황염은 봉황족 중 정예 강자만 수련해낼 수 있는 화염으로 하늘을 불태우고 바다를 끓일 수 있을 만큼 위력이 엄청났고, 염학족처럼 날짐승 유형의 신수들한테 일정한 위압감을 조성할 수 있었다.

활활!

암홍색 화염은 사정없이 날아가 예리한 검우를 녹여 없앤 뒤, 염학족 여인에게 향했다.

이에 안색이 확 어두워진 염학족 천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안내대에서 물러나, 한기 어린 눈빛으로 묵봉을 쳐다보고는 멀리 떠났다.

묵봉의 황염을 상대할 수 없을 거란 걸 알아채고 바로 물러난 것이다. 승산이 없는 대결은 진행해봐야 시간만 낭비할 뿐이었다.

묵봉은 여인이 멀리 떠난 뒤에야 옷깃을 휘날려 암홍색 화염을 꿀꺽 삼켰다.

묵봉의 자리를 탐내던 사람들도 황염을 보더니 적잖게 놀랐고 그쪽에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구유족 사람이 도대체 무슨 수로 황염을 수련해냈단 말인가? 설마 봉황족 사람이란 말인가?

“황염이라…….”

목진은 묵봉이 황염을 토해낸 것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일전에 묵령한테서 본 적이 있었고 남매가 봉황족과 엄청난 인연이 있을 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목진은 이를 깊게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 누구든 하나쯤은 비밀이 있고 상대방이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먼저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을 접고 미소를 지으며 묵봉을 바라봤다. 보아하니 묵봉도 안내대를 차지한 것 같았다.

구유 등은 일단 첫 번째 목표를 완수했다.

한편, 묵봉도 목진의 눈빛이 느껴져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영진으로 가득 찬 목진의 안내대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목진이 친 영진에서 위험한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의 영진에 관한 조예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쿵!

목진과 묵봉이 서 있던 안내대의 주인이 가려지자 다른 곳도 하나둘씩 주인이 생겼다. 그중, 대결의 승패가 제일 먼저 갈린 쪽은 서마족의 한산이었다.

그는 실력이 그와 비슷한 마상족의 서곤과 싸웠는데 두 사람 모두 놀라운 힘의 소유자라 대결은 상고의 코뿔소와 거대한 코끼리 사이의 육박전이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은 부딪칠 때마다 대지가 격렬하게 떨렸다.

몇백 차례의 대결을 거쳐 결국 한산이 미세한 우세로 상대방을 안내대에서 튕겨냈다. 서곤은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채 물러났지만 바로 다른 안내대로 향했다. 다른 곳은 한산 쪽보다는 차지하기 훨씬 쉽기 때문이었다.

그다음으로 안내대를 차지한 사람은 천붕족의 종등이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 중 최정예 강자라 할 수 있는 녀석이 전력을 다해 나서자 아무도 그를 상대로 나서지 않았고 그는 결국 네 번째 안내대의 주인이 되었다. 천붕족 강자들이 나서 다른 종족 사람들을 물리쳤다.

그 뒤로 치열한 싸움 끝에 나머지 안내대의 주인도 나타났다.

탄천악족의 천재 육갑(陸甲), 용원족의 진전(辰戰), 한산과의 대결에서 미세한 차이로 패배했던 천상족의 서곤…….

목진은 주위를 쓰윽 훑으며 상황을 살피다가 끝자락에 있는 안내대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해당 안내대의 주인은 운석대에서 마주쳤던 뇌압족의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였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도 목진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들어 목진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이내 미간을 찌푸렸고 안내대에 가득 쳐진 영진을 보고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정작 목진은 바로 눈길을 거뒀는데 치열한 싸움은 어느새 끝났고 최후의 10명이 정해졌다. 그들은 이곳에 모인 사람 중, 최정예였다.

상고 연체탑에서 그들 중 누가 가장 좋은 성적으로 최고의 보상을 받을까?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고개를 돌려 이글거리는 눈으로 오래된 석탑를 바라봤다. 용봉진경이 두 번째 단계에 이르려면 그는 반드시 연체탑에서 성과를 따내야만 했다.

그때 영력 돌풍이 드디어 완전히 가셨고 안내대에는 10명의 사람이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며 서 있었다. 그중 평범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쿠쿵!

순간, 연체탑에서 오래된 소리가 울려 퍼졌고 탑 표면에서 발하던 빛이 열 갈래의 빛줄기를 형성해 안내대에 서 있는 사람들을 감쌌다.

목진은 갑자기 몰려오는 흡인력에 바로 반항을 포기하고 빛줄기에 몸을 맡겼다.

슉!

빛줄기는 목진 등을 싣고 오래된 연체탑으로 돌아갔다.

구유는 주먹을 꽉 쥔 채 연체탑에 빨려 들어가는 목진을 바라봤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목진한테 도움을 줄 수 없었고 모든 건 목진이 하기에 달렸다.

몸이 한 줄기 빛으로 휘감긴 채 오래된 연체탑으로 들어간 목진은 주위에서 지극히 난폭하고 무서운 영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져 심장이 파르르 떨렸다. 그 무서운 영력이 조금이라도 스며져 나오면 중상을 입을 것 같아 목진은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그제야 상고 연체탑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하위 지지존마저 함부로 뛰어들지 못한다고 한 것이 허언이 아니었다.

잠시 후, 목진의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주위에서 갑자기 무질서한 공간 파동이 느껴졌고 환경이 금세 바뀌었다.

그러다 어둠이 가시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적황색 사막이 나타났다. 그곳은 바람 한 점 없었고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이에 목진이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는 오래된 석대에 서 있었고 석대에서 발하는 영광이 광막을 형성해 그를 온전히 감쌌다.

“여기가 연체탑 내부인가?”

목진은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보니 사막의 위쪽 하늘에 암홍색 태양이 떠 있었다. 불덩이같이 뜨거운 열기에 대지에 곧 불이 붙을 것 같았다.

“저건…….”

암홍색 태양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목진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비록 석대가 외부 환경을 완전히 차단했지만, 광막 밖은 암장의 바다 못지않았다.

“뭐지?”

목진이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와 멀리 떨어진 곳에도 석대들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상고 연체탑에 들어올 자격을 갖춘 나머지 아홉 사람이 서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연체탑 내부의 상황을 잘 알기라도 한 듯 태연하게 서 있었다.

위잉.

그때 석대의 주위에 형성된 광막이 갑자기 파르르 떨리더니 목진 등의 앞쪽에 모여 오래된 글을 만들어냈다.

“연체탑은 총 다섯 개의 층으로 별다른 규칙은 없다. 누구든 5층에 이르면 신통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눈앞에 나타난 간단한 두 마디에 심장이 콩닥거렸다. 연체탑 내부에는 정말 신통지법이 존재했다!

이는 대원만급 신술보다 더 무서운 수련술로 지존급 강자마저 탐낼 만한 물건이었다!

하여 목진이 신통지법을 수련해낸다면 동급 강자 중 최강자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몰래 입맛을 다셨다. 아마 다들 목진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 영수 종족의 천재들이라도 수련해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신통지법이었다.

빛이 모여 만들어진 글은 한참이 지나서야 조금씩 사라졌고 석대 주위에 형성된 광막도 조금씩 어두워지더니 곧 부서질 것 같았다.

“곧 시작이군!”

목진은 바로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영광을 발하며 온몸을 감쌌다.

퍽!

마침내 광막이 부서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활활!

순간 적홍색 햇볕이 내리쬐자 무서울 정도의 고온이 느껴져 목진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의 옷은 그가 영력을 더 끌어올리기도 전에 이미 재가 되어 사라졌고 온몸을 휘감았던 영력도 무서운 속도로 증발했다. 엄청난 고온 때문에 목진의 피부는 빨갛게 그을렸고 체내의 혈액은 끓어 오를 것만 같았다. 목진의 육신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활활 타오를 것만 같았다.

“엄청난 온도군!”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숨을 들이켰다. 이것이 상고 연체탑의 위력이란 말인가? 역시 엄청나군, 아직 1층밖에 안 되는데 이리 괴로우니 위로 올라가면 또 얼마나 대단한 시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마 5급 지존이었다면 이러한 환경을 한 시진도 버터지 못하고 불타 없어졌을 것이다.

목진이 고개를 돌려 다른 석대들을 바라보니 나머지 아홉 사람의 머리에서도 연기가 피어올랐고 육신이 빨갛게 그을려 막 익은 새우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바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먼저 반응한 것은 천붕족의 종등이었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금광이 솟구치더니 그의 위쪽에 황금색 우산을 형성했는데 그 표면에 황금색 대풍이 날개를 떨치며 금광을 발해 적홍색 햇빛을 차단했다.

황금색 우산은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우산은 연체탑 내부의 고온을 모조리 차단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무서운 적광을 막을 수 있게 해주었다.

잇따라 다른 사람들도 손에서 각양각색의 영광을 발하더니 각자 다른 방법으로 적홍색 햇빛을 차단했다.

녀석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고 온 것이 분명했다!

이러한 광경에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건 부정행위를 하는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묵봉 쪽을 바라봤는데 그는 특수한 수법 대신 봉황의 빨간색 깃털로 적광을 발하는 화염을 형성해 온몸을 감쌌다. 이리되면 그도 뜨거운 적홍색 햇빛을 차단하고 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연체탑에 들어온 사람 중 목진만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은 채 힘겹게 전진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니 더없이 비참하고 하찮아 보였다.

이를 발견한 묵봉은 그 모습이 안타까웠고 나머지는 히쭉거리며 목진을 쳐다봤다.

특히, 종등과 뇌아족 녀석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목진을 쳐다봤다. 영진 덕분에 연체탑에 들어왔다고 한들 인간 따위는 절대 영수 종족의 천재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목진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감히 연체탑에 들어온 것이 못마땅했고 지금 그 벌을 받는 것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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