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화. 적광으로 육신을 단련
“하하, 여러분, 그럼 누가 가장 빨리 5층에 도착하는지 겨뤄볼까요?”
서마족의 한산은 호탕하게 웃으며 한 줄기 빛이 되어 사막의 끝자락으로 향했다.
슉!
슉!
잇따라 다른 사람들도 최대한 빨리 연체탑 2층에 오르기 위해 속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묵봉은 아직 제자리에 서 있는 목진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더니 영력으로 말을 전했다.
“이곳의 영광은 영력을 불태워 없앨 수 있어. 그러니 언젠가 버티지 못할 것 같으면 속으로 철수를 외치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어.”
연체탑 내부에서는 본인의 힘에만 의지할 수 있었다. 이에 목봉은 목진을 도와주고 싶어도 말로 귀띔해주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고마워. 일단 먼저 가.”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전하자 묵봉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봉황의 깃털로 온몸을 휘감은 채 활활 타오르는 화염으로 변해 빠르게 전진했다.
이렇게 묵봉까지 떠나자 이곳은 다시 조용해졌고 목진은 고개를 들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적홍색 태양을 쳐다봤다.
그는 적광으로 인해 체내의 영력이 빠르게 불타 없어지는 것이 느껴졌고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영력이 고갈될 것이다.
연체탑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었기에 묵봉, 종등 등 진정한 영수 종족 사람들이 더 건너기 쉬운 것은 사실이었다.
목진은 영력이 계속해서 사라져 육신이 점차 뜨거워졌다. 이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져 상당히 괴로웠다.
“연체탑은 꼭 외부의 힘으로 햇빛을 차단해야만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걸까?”
목진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연체탑은 육신을 단련하기 위해 만든 물건이니 온전히 육신으로 건너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은 상당히 괴롭겠지만 육신을 단련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목진은 보다 단단한 육신을 얻고자 연체탑에 들어온 것이고 신통한 수련법을 얻으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깊게 숨을 내뱉더니 미소를 지으며 영력을 거뒀고 두 손을 벌려 육신을 온전히 드러냈다.
무서운 고온으로 인해 목진의 몸은 암장이 깃든 것처럼 뜨거워졌다.
활활!
목진이 영력을 완전히 거두자 적광이 미친 듯이 내리쬐었고 무서운 고온이 사방에서 몰려왔다.
목진의 피부는 순식간에 그을렸고 온몸에서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이 전해져 숨을 헐떡일 수밖에 없었다.
“젠장.”
목진이 온몸을 파르르 떨자 피부 표면에서 금광이 발했고 가슴팍에 새겨진 진정한 용의 무늬는 마치 부활한 듯 천천히 헤엄치며 몸에 난 상처를 치유했다.
이에 목진은 청량감이 느껴졌고 통증이 조금이나마 완화되어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의 육신이 강하지 않았다면 절대 적광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연체탑 1층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자꾸나.”
목진은 고개를 들고 사막의 깊숙한 곳을 바라보더니 서슴지 않고 석대에서 걸어 나왔다.
결정을 마친 그는 날아서 사막을 건너는 것이 아니라 효율이 가장 낮은 보행을 선택했다. 적광을 이용해 육신을 제련하기로 했으니 이 방법이 효과가 제일 좋을 것이다.
치익.
목진이 사막에 발을 들이자마자 엄청난 온도 차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목진은 사막에서 발을 빼지 않았고 적광의 세례를 온전히 받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 * *
구경꾼들은 연체탑 밖에 서서 1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곳에서 빛이 모이더니 광막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광막은 연체탑에 들어간 사람들을 전부 비춰주지 않는 대신 10개의 광점으로 이들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10개의 광점은 석탑에 들어간 사람 10명의 영력 파동과 연결되어 연체탑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를 빌려 내부의 상황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광점 9개가 놀라운 속도로 전진하고 있었다.
“천붕족의 종등이 잠시 1위를 차지했군.”
사람들은 선두를 달리는 광점을 살피더니 그 영력 파동이 천붕족의 종등의 것이란 것을 바로 알아냈다.
“종등은 금시대붕의 혈맥을 각성하여 속도가 남다르니 선두를 달리는 것이 정상이네.”
“한산, 서곤 등도 뒤처지지 않는군.”
“나머지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으니 2층에 누가 먼저 들어갈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네.”
사람들은 연체탑 내부의 상황을 살피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저기 아직 제자리에 서 있는 이가 있군.”
그때 한 여인이 히쭉거리며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구유족에서 데려온 인간 녀석인 것 같은데 연체탑에서는 영진이 아무런 소용도 없나 보지?”
이에 사람들은 아직도 1층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광점을 발견하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구유와 묵령을 바라봤다.
그들은 목진이 안내대를 점령할 때의 뛰어난 실력에 자못 놀랐는데 연체탑에 들어가자마자 맥을 못 추자 고소하다는 듯 수군거렸다.
구유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여인을 노려봤는데 그녀는 다름 아닌 천붕족의 유청이었다. 목진이 종화를 쓰러뜨린 일로 잠시 조용해졌던 유청이 다시 우쭐거리기 시작한 것이 여간 얄미운 게 아니었다.
“하하, 구유야, 날 그렇게 노려봐도 어쩔 수 없어. 너희가 어렵게 얻은 기회인 것 같은데 저 녀석이 이렇게 낭비하다니 참 안타깝구나.”
유청은 구유의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간 것 같았다.
“그렇게 우쭐거리다가 큰코다치는 수가 있어.”
구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과연 그럴까? 오늘따라 연체탑 내부의 상황이 너무 기대되는걸?”
구유는 유청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한 말을 무시한 채 연체탑 1층에서 반짝이는 광점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구유 언니, 목진 오라버니는 뭘 하는 걸까요?”
옆에 서 있던 묵령이 어리둥절하여 묻자 구유는 쓸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상고 연체탑은 건너기 어렵긴 해도 목진의 실력으로 절대 이 정도로 속도가 느리지는 않을 것이다.
목진은 분명 난관에 부딪힌 것 같은데…… 설마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의 협동 공격으로 부상이라도 당한 걸까?
하지만 종등과 뇌압족을 제외하면 구유족과 원한이 있는 종족은 거의 없었고 그들만으로는 절대 목진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목진은 혼자가 아니라 묵봉도 옆에 있었다.
“목진아, 도대체 뭘 하는 거야?”
구유는 석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 *
적광은 적황색 사막 전체에 내리쬐었는데 이를 피할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사악.
쥐 죽은 듯 조용한 사막에 미세한 발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는 아주 느린 속도로 누런 모래 속을 거닐고 있었다.
치익.
피와 땀이 목진의 얼굴을 타고 떨어졌는데 바닥에 채 닿기도 전에 증발해 사라졌다. 목진은 피부가 시뻘겋게 상기되었고 엄청난 고온 때문에 껍질이 벗겨지고 살이 훤히 드러났다.
그는 엄청난 고통 때문에 곧 쓰러질 것 같았지만 여전히 느린 속도로 쉼 없이 나아갔다. 비록 적광으로 인해 고통은 점차 강해졌지만 목진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무서운 적광이 내리쬐어 피와 살이 불타오르듯 아팠지만, 그 고통이 한계치에 이르자 육신이 점차 강해지는 것이 점점 느껴졌다. 또한, 그의 육신은 피부를 뚫고 뼈를 공격하려는 적광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보기 흉측하기 그지없는 그의 육신의 깊숙한 곳에서는 무서울 정도의 생기가 모이고 있었다.
이곳의 적광은 육신을 태워 없앨 듯한 고통을 안겨주지만 일단 이에 적응하면 육신도 적광의 세례를 받고 훨씬 강해졌다.
“역시 그런 것인가…….”
목진은 껍질이 까진 채 파르르 떨고 있는 손을 꽉 쥐더니 엄청난 고통과 함께 체내에 깃든 생기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는 사막에서 반 시진 밖에 걷지 않았는데 미칠 듯한 고통에 휩싸였다. 그러나 육신의 단련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이는 일전에 혈령니태를 흡수한 것 못지않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한편, 목진의 가슴팍에서 헤엄치던 진정한 용의 비늘은 더 생동감 넘쳤고 등 쪽에 새겨진 진정한 봉황도 날개를 조금이나마 펼쳤다. 그리고 녀석들의 눈이 조금 더 벌어졌다.
엄청난 변화에 목진은 만족하듯 입꼬리를 씰룩거렸는데 갑자기 몰려온 고통에 순간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개의치 않고 고개를 들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사막의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그는 육신이 점차 적광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그는 연체탑에서 용봉진경의 2단계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의 육신은 상상 이상으로 강해질 것이다.
그런데 목진의 육신이 적광에 적응하자 단련 효과가 전처럼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 머지않아 목진은 1층을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메마른 입술을 적시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 * *
목진은 연체탑 외부에서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비웃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히히, 구유야, 여태껏 기다렸는데 왜 아직도 저러고 있는 거래? 제자리에 서 있는 건 아니지만 속도가 너무 느린 거 아니야?”
유청이 히쭉거리며 말했다.
“구유족은 실력을 제법 갖추긴 했지만 아무나 연체탑에 들이다니,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이 자리에 연체탑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간 종족이 얼마나 많은데?”
유청은 사람들에게 구유족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려 했는데 그 효과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다들 한기 어린 눈빛으로 구유와 묵령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유는 아무 말 없이 광막 속 1층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광점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목진은 꼭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는 듯 느리게 나아갔다.
그런데 그때, 구유는 갑자기 멈춰 선 광점을 보고 흠칫 놀랐다.
“목진이 정말 포기라도 하려는 건가?”
* * *
목진은 드디어 멈춰 서더니 고개를 들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뜨거운 태양을 쳐다봤다.
“1층은 이만하면 된 것 같군.”
적광에 완벽히 적응한 목진은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육신의 단련 속도도 전보다 훨씬 느려졌다.
이제 1층은 그한테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것이다.
“고마워.”
목진은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생긋 웃더니 금광을 발하며 육신에 났던 상처를 신속하게 치유했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사막의 깊숙한 곳을 바라봤다.
녀석들은 2층에 들어가려 하고 있겠지?
그럼 저들이 들어가기 전에 내가 따라잡을 수 있는지 볼까?
드넓은 사막도 어느새 끝이 보였다. 끝자락은 거대한 적광으로 휩싸여 천연 방어막을 형성해 1층과 2층을 분리했다.
방대한 적광은 지극히 무서운 온도를 지닌 채 주위에 퍼져 공간마저 한껏 일그러져 곧 불타 없어질 것 같았다.
사막에서 발하던 적광은 이곳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앞장섰던 종등 등은 적광 광막을 쳐다보더니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이곳이 2층으로 향하는 관문이란 말인가?”
가장 앞쪽에 서 있던 종등은 금붕이 날개를 떨친 모습이 새겨진 황금 우산으로 대부분 적광을 차단했지만 이미 땀범벅이 되었고 피부도 삐쩍 말랐으며 안색도 울긋불긋해졌다.
잇따라 묵봉, 서마족의 한산, 천상족의 서곤도 도착했는데 앞쪽에 놓인 적광 광막을 발견하고 이내 정색했다.
그들은 적광 광막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바로 알아챘다. 자칫 잘못하면 내부의 고온으로 인해 피부가 벗겨질 정도였다.
그때 나머지 사람들도 빠르게 날아오더니 적광 광막을 보고 바로 멈춰 섰다. 적광 광막은 천 장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무도 먼저 뛰어들려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