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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25화 (624/1,000)

625화. 추격

눈 깜짝할 사이에 천 장 거리를 거닐던 이들은 적광 광막을 보자 꼭 죽음으로 향한 지름길을 보는 것 같아 괜히 겁이 났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종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갔다. 그는 황금색 날개를 활짝 펼쳐 황금색 깃털로 온몸을 둘러쌌고 황금 우산으로 황금색 광막을 형성해 그 주위를 감쌌다.

그제야 시름이 놓인 종등은 바로 거대한 적광 광막으로 뛰어들었다.

치익!

순간, 종등은 몸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황금색 깃털이 녹아내리는 것을 발견하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적광에서 비롯된 엄청난 고통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천붕족의 천재는 쉽게 물러나지 않고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방어 태세를 취하고 전진했다.

이에 뒤쪽에 서 있던 한산, 서곤 등도 각자의 수단을 선보이며 전신을 무장한 채 적광 광막으로 들어섰다.

“으악!”

그런데 적광을 너무 쉽게 생각한 사람들은 광막에 진입하자마자 너무 괴로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적광 때문에 온몸이 불타오르듯 아팠고 그의 몸에서는 하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비록 육신이 정말 불에 탄 것은 아니었지만 영력이 확 줄어든 것이 중상을 입은 것 같았다.

이러한 광경에 한산 등은 흠칫하더니 더 조심하며 천천히 전진했다.

그런데 그때, 종등 등은 뒤쪽을 힐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이상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 * *

“종등, 한산 등은 1층의 끝자락에 도착한 것 같군. 그곳만 잘 넘으면 2층에 오르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네.”

연체탑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속도가 확 줄어든 광점을 보고 다시 수군대기 시작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종등, 한산 등은 각 종족의 천재이고 준비도 충분하게 했으니 들어가 방심하지만 않으면 분명 2층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뭐지?”

그때 갑자기 누군가 깜짝 놀라 외쳤다.

“목진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네!”

이에 다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엄청나게 느리게 이동하던 광점이 갑자기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허허, 드디어 움직인 건가? 그런데 지금 속도를 내봐야 다들 2층에 들어선 뒤에야 1층이 끝자락에 도착할 것 같은데 그따위 성적으로 무슨 보상을 받겠다고…….”

천붕족의 유청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을 나타내는 광점의 속도가 미친 듯이 1층의 끝자락으로 향했다. 1층은 더 이상 그를 가둬 두지 못하는 듯했다.

“속도가 엄청나군!”

“종등의 속도보다 더 빠르네!”

“이대로라면 곧 종등, 한산 등을 따라잡을 것이네!”

“그럴 리가? 연체탑 1층의 고난이 녀석한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단 말인가?”

다들 믿기지 않은 듯 광막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들은 도전을 포기했다고 여겼던 목진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깜짝 놀랐다.

유청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빠르게 전진하는 광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빠르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녀석은 절대 1층의 방어막을 뚫지 못할 거야!”

반면, 구유와 묵령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은 아직 나머지 아홉 사람과 승패를 가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일전에는 도대체 뭘 했기에 그렇게 느렸단 말인가? 목진은 참 알다가도 모를 소년이었다.

목진을 나타낸 광점은 결국 꼴찌에서 바로 순위를 뒤엎고 1위가 되었다.

* * *

종등 등은 한껏 끌어올린 영력으로 육신을 완벽히 감싼 채 적광의 힘을 견뎌내며 커다란 적광 광막 속을 조심스럽게 거닐었다.

“뭐지?”

그때 그들이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하늘에서 누군가 빠르게 날아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적광 광막 밖에서 나타났다.

그 엄청난 속도에 다들 깜짝 놀랐다. 무서운 적광 속에서 누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 육신이 잿더미가 될까 봐 걱정도 되지 않는단 말인가?

“저건…….”

그들은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채더니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빛이 가시자 한 젊은이가 종등 등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 녀석이잖아!”

“목진이라니!”

종등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분명 목진을 멀리 따돌렸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따라잡다니, 이건 아무리 종등이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반면, 옆에 서 있던 묵봉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은 역시 놀라운 녀석이었다.

“흥, 지금 도착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곳의 적광은 사막보다 훨씬 강하여 인간의 육신으로는 들어서자마자 녹아 없어질 테니 말이야.”

누군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감히 적광 광막에 들어서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그도 여러 가지 수단을 이용하고 나서야 겨우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영력도 없이 육신만으로 적광을 건너려 하다니!”

다들 목진이 죽음을 자초한다고 생각했다.

치익!

목진이 적광에 들어서자 엄청난 고온에 숨이 턱 막혔고 몸 표면에서 하얀색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피부가 한순간에 타 내부의 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무서운 고통이 느껴져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곧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이곳의 적광은 확실히 사막보다 강했지만, 그의 육신은 적광의 단련과 용봉체의 강대한 적응력 덕분에 훨씬 강해졌다.

그는 가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며 가볍게 웃고는 가슴팍에 새겨진 진정한 용의 무늬를 소환했다. 그의 육신은 살아 숨 쉬듯 적광을 모조리 흡수했고 전보다 더 강해졌다.

이러한 광경에 종등, 한산 등은 화들짝 놀랐다.

목진의 몸에서 발하는 금광으로 인해 그의 육신은 바로 회복되었고 내리쬔 적광은 그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적광으로 인해 목진의 피부가 특이한 암금색 빛으로 빛났다.

“그럴 리가!”

다들 믿기지 않은 듯 중얼거렸다. 이에 그는 사람들을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여러분, 이번엔 내가 앞장서야 할 것 같네.”

말을 마친 목진이 발을 힘껏 구르자 한 줄기 금광이 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종등 등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종등 등은 멀어져가는 목진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떠들썩했던 연체탑 외부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광막을 쳐다봤다.

특히, 광막에서 꼴등이었던 광점이 갑자기 짧은 시간 내에 나머지 아홉 사람을 따라잡고 1위가 되자 깜짝 놀란 듯했다.

“이럴 수가, 1층의 방어막이 목진한테는 전혀 작용하지 않는단 말인가?”

누군가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다. 그들은 목진이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나머지 아홉 사람을 뒤로한 채 연체탑 2층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문이 막혀 입만 벙긋거렸다.

한편, 구유는 얼굴이 확 밝아졌고 꽉 쥐었던 주먹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진이 연체탑에서 엉망이었다며 그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장로들은 이를 빌미로 삼을 것이다. 구유는 그것을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노인네들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목진 오라버닌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옆에 서 있던 묵령도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6급 지존경은 연체탑에 들어간 사람 중 최약체인데 선보인 실력은 정말 놀라웠다.

이에 구유는 미소를 지으며 천붕족 쪽을 힐끗거렸는데 그들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특히, 유청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광막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변고에 너무 놀라 어쩔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 구유의 눈빛을 느낀 유청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무 좋아할 거 없어. 1층을 건넌 게 뭐 대수라고…… 녀석은 절대 끝까지 운이 좋을 리 없어.”

그녀는 목진이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실력자라 생각하지 않았고 특수한 방법으로 1층을 건넜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구유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눈을 거두고 가볍게 웃으며 광막을 살폈다.

“네가 언제까지 우쭐댈 수 있나 보자!”

유청은 구유의 대수롭지 않은 태도에 너무 화가 나 부들부들 떨며 외쳤다. 말을 마친 유청은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광막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목진을 속으로 저주했다.

그러나 그녀의 저주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목진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멀리 따돌린 채 앞으로 나아갔다.

보아하니 목진은 곧 1층의 방어막을 뚫고 2층에 오를 것 같았다!

사람들은 숨죽인 채 광막을 바라봤는데 가장 앞쪽에서 반짝이던 광점이 갑자기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위층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홀로 2층에 나타난 광점을 발견하고 소름이 쫙 끼쳤다.

이는 목진을 나타내는 광점이었다!

목진은 가장 빨리 1층의 관문을 통과하고 2층에 올라갔다.

꼴뜽에서 단번에 1등이 되었으니, 놀라운 반전에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지는 건 당연했다. 이런 상황은 생전 처음이었다.

반면, 그 모습에 유청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이를 갈며 광막을 지켜봤다.

* * *

“여기가 연체탑 2층이란 말인가?”

적광 광막을 넘은 목진은 다시 바뀌는 주위의 환경에 집중했다.

그는 여전히 석대 위에 서 있었고 석대에서 발하는 빛이 그를 감싼 채 황량한 대지에 도착했다.

대지에서 발하는 은은한 하늘빛에 극한의 힘이 깃들어 있는지 공간마저 얼릴 것 같았고 주위에는 살을 에는 듯한 강풍이 불었다. 난폭한 바람에 바위마저 부서질 것 같았다.

황량한 대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하늘색 한기와 음산한 강풍이 얼마나 난폭한지 알 수 있었다. 하늘색 한기와 음산한 강풍을 더하면 1층의 적광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런데 이 정도는 되어야 불멸의 육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서둘러 전진하지 않고 석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적광 광막을 건너느라 육신에 적광이 아직 남아있어 이를 전부 흡수해야만 육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여 목진은 눈을 감고 나머지 적광을 조금씩 흡수했는데 체내의 기혈이 점차 활발해졌다.

목진은 1각 정도가 지나서야 다시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봤는데 그곳에 조금씩 파동이 일더니 석대들이 나타났고 그 위에 나머지 아홉 사람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각자 나타난 시간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온몸에서 연기가 나고 살이 갈라진 것이 적광 광막을 건너느라 적잖게 고생한 모양이었다.

그들 역시 바로 자리에 앉아 상처와 소모한 영력을 완전히 회복한 뒤에야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목진을 다양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이는 호기심 가득 찬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살기를 내뿜기도 했다.

그들은 아직도 목진이 무슨 수로 한순간에 자신들을 뛰어넘고 제일 먼저 2층에 올랐는지 몰랐다. 목진은 왜 적광 광막을 자유자재로 거닐 수 있었던 걸까? 1층의 적광이 목진한테 아무런 소용도 없었던 걸까?

그러나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전부 각 종족의 젊은이 중 천재들이라 함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2층을 살폈고 목진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연체탑에서 용봉진경 2단계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왔기 때문에 신통지법이나 준 성물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만족할 수 있었다.

신수지원에는 영수계 젊은이 중 천재들만 들어왔고 또 이곳에는 극소수의 정예들만 들어와 하나같이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목진은 천품 영진 덕분에 그들이 그리 두렵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 구유를 도와 불사조의 신혈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니 반드시 용봉진경의 경지를 돌파해야만 했다.

그때가 되면 목진은 육신 만으로 7급 지존을 상대할 수 있고 동급 신수와 육신을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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