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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27화 (626/1,000)

627화. 잔인한 탈락전

“곧 있으면 종등 등은 3층의 가장 깊숙한 곳에 도착할 것이네. 이곳에서 절반 정도가 탈락한다고 들었는데…….”

연체탑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은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목진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군. 이러다 다들 3층의 가장 깊숙한 곳에 이르면 자연스레 탈락할 텐데 말이야.”

누군가 안타까운 듯 여전히 2층에서 반짝이는 광점을 바라보며 말했다. 머지않아 목진은 탈락해서 연체탑에서 나올 것이다.

반면, 유청은 속이 너무 후련했다. 겁도 없이 연체탑에 들어가더니 자신은 물론 구유족의 체면까지 바닥에 떨어트렸으니 말이다.

이에 유청은 고개를 돌려 구유를 바라봤는데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표정과는 달리, 꼭 쥔 주먹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녀석이 탈락하면 더는 우쭐거리지 못할 거야!”

유청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곧 절반 정도 되는 도전자가 탈락할 텐데 2층마저 벗어나지 못한 탈락자는 역사상 목진이 처음일 것이다.

묵령도 목진이 너무 걱정되었다. 목진이 이대로 탈락하면 그들은 구유족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고 체면밖에 모르는 노인네들이 그들한테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구유 언니…….”

구유는 소녀의 말을 무시한 채 2층에 혼자 남은 광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목진은 절대 2층에서 멈춰 서지 않을 것이다.

“뭐지?”

그때 구유는 목진의 광점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 * *

목진은 여전히 음산한 강풍이 휘몰아치고 무서운 한류로 뒤덮인 고봉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휘익.

강풍은 칼날처럼 목진의 몸을 스쳐 지나갔는데 더는 뼈가 보일 정도의 큰 상처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갈라진 피부는 금광이 발하자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의 피부에서 은은한 하늘빛이 발하는 것이 보였는데 극한의 기가 깃든 광택은 일반 6급 지존의 육신을 한순간에 얼릴 정도였다. 현재 목진의 체내에서는 엄청난 생기를 발산하며 그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했다.

잇따라 목진의 얼굴에 깃들었던 하늘색 한기가 조금씩 가시더니 마침내 혈색이 돌아왔다. 그는 눈을 번쩍 떴는데 검은색 눈동자에 하늘색 한기가 모이더니 앞쪽 공기를 바로 한빙으로 얼렸고 빙정 같은 무늬가 동공에서 휙 하고 지나갔다.

후우.

목진이 하늘색 한기를 내뱉자 사방에서 몰려오던 예리한 강풍은 바로 얼어붙었다.

그때 목진의 체내에서 금광이 발하자 온몸에 퍼졌던 한기는 모조리 사라졌고 그도 원래 체온을 되찾았다.

인제 2층의 극한의 상황은 목진한테 아무런 작용도 못 했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숙여보니 가슴팍에 새겨진 진정한 용의 무늬가 훨씬 커졌고 비스듬히 뜬 눈도 조금 더 벌어졌다.

위잉!

지금의 용안은 절반 정도 뜬 상태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의 위압감을 형성해 아래쪽 산맥에 균열이 일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등에 새겨진 진정한 봉황의 무늬도 날개를 절반 정도 폈다.

이렇게 용봉의 위압이 형성되자 산맥은 더는 견디기 어려운 듯 와르르 무너졌고 목진은 윗몸을 드러낸 채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는 영력을 전부 끌어올리지 않았는데 6급 지존의 얼려 죽일 정도의 강풍에도 피부에 하얀색 흔적만 남았다.

그의 육신은 1, 2층의 단련을 통해 훨씬 단단해졌다. 곧 용봉체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이곳도 더는 그한테 도움이 안 되었다.

“드디어 끝난 건가?”

목진은 주먹을 꼭 쥐며 체내에서 폭발할 것 같은 힘을 느끼고는 만족하듯 미소를 지으며 먼 하늘을 바라봤다.

녀석들은 지금쯤 4층에 오르기 위해 애쓰고 있겠지?

목진은 전력 질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뒤처져 탈락하면 기회를 양보해준 구유한테 미안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등에서 금광을 발하며 거대한 봉황의 황금색 날개가 서서히 펼쳐졌다.

쿵!

목진이 날개를 떨치자 광풍이 일어 주위의 강풍을 바로 무찔렀고 하늘색 한류도 더는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목진은 한 줄기 빛이 되어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속도는 종등 등이 절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 * *

연체탑 밖에 서 있던 강자들도 이를 발견하고 황급히 고개를 돌리더니 입이 떡 벌어졌고 히쭉거리던 유청도 순간 표정이 굳었다.

연체탑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2층에 머물러있던 광점이 무서운 속도로 나아가더니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두 번째 관문을 코앞에 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다들 갑작스러운 변고에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목진의 속도가 왜 이렇게 빨라졌단 말인가!”

“엄청난 속도네! 이건 연체탑에 들어간 모두를 뛰어넘는 속도네. 세상에, 목진은 곧 두 번째 관문에 이를 것이네!”

“이럴 수가!”

* * *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포기했다고 여겼던 목진이 갑자기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날아갈 줄 몰랐다.

천붕족 사람들도 믿기지 않은 듯 광막만 뚫어져라 쳐다봤고 유청도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미친 듯이 번쩍이는 광점만을 노려봤다.

“젠장! 이게 가능해?”

유청은 한껏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

“녀석은 분명 밀법을 사용한 것이 분명해. 그는 절대 두 번째 관문은 넘지 못할 거야!”

그런데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람들은 더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목진이 두 번째 관문에 뛰어들었네!”

“세상에, 속도가 여전히 빠르다니!”

“두 번째 관문이 목진한테 아무런 작용도 못 하는 것 같지 않나?”

두 번째 관문에 뛰어든 광점은 여전히 미친 듯이 번쩍였고 속도가 줄어들기는커녕 점차 빨라졌다!

연체탑 밖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유청은 말문이 턱 막혀 입을 쩍 벌리고 광막을 쳐다보기만 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우스웠다.

잔혹한 현실이지만 받아들여만 한다.

* * *

연체탑 3층의 가장 깊숙한 곳은 상당히 음침했고 검은색 뇌운이 겹겹이 쌓여 하늘을 완벽하게 가렸으며 벼락이 거대한 이무기처럼 하늘을 가르며 나타나 무서운 위력을 자랑하자 천지마저 파르르 떨었다.

한편, 종등 등은 허공에 서서 웅장한 영력으로 온몸을 휘감은 채 떨어지는 벼락을 내치며 앞쪽을 바라봤다.

그곳에 뇌운이 모여 수만 장 정도로 큰 운대를 만들었고 운대의 뒤쪽 공간은 부서진 것 같았지만, 그 속에서 빛줄기들이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종등 등은 날아가는 빛줄기에서 뇌광을 발하는 액체가 모이는 것을 발견하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빛줄기에서는 지극히 순수하고 난폭한 힘이 발했다.

“저건 뇌수(雷髓)가 아닌가?”

종등 등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뇌수를 바라봤다.

뇌수는 천지의 벼락의 힘을 응축해야 나타날 수 있는 물건으로 골수를 정화하고 뼈를 새로 다질 수 있는 신기한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혈령니 못지않은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종등 등은 바로 눈빛을 거두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뇌수가 뇌운대의 뒤쪽에 있는 것을 보니 이를 얻으려면 반드시 뇌운대를 건너야만 했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 관문이었다.

뇌운대를 건너야 비로소 4층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종등 등은 바로 뇌운대의 뒤쪽을 바라봤는데 한 장 정도의 뇌광 방석 다섯 개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다.

뇌광 방석의 개수는 4층에 들어갈 수 있는 수를 의미했다.

바로 이 뇌운대를 통해 이들 중 절반이 탈락할 것이다.

이는 상당히 잔인한 대결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종등, 한산, 묵봉 등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을 굳게 믿었고 다섯 명 안에 꼭 들어갈 거라 확신했다.

슉! 슉!

그때 멀리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처졌던 사람들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들은 종등 뒤에서 달리던 각 종족의 천재들이었는데 뇌운대의 뇌광 방석을 보더니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뇌운대 앞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거리를 두며 경계 태세를 취했고 종등은 감았던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역시 목진은 없었다.

이대로라면 목진은 분명 탈락이었다.

“우습군.”

종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실패자 따위에 신경을 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이 정도면 된 것 같으니 우리 함께 뇌운대에 들어가는 게 어떤가? 누가 뇌광 방석을 차지하는지는 각자의 실력에 맡깁시다.”

그 말에 한산, 서곤 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묵봉은 미간을 찌푸린 채 뒤쪽을 쳐다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섰다. 목진이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면 정말 이대로 탈락일 것이다.

종등은 반대하는 사람이 없자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바로 뇌운대에 들어서려다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고 놀란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봤다.

이에 한산, 묵봉 등도 뒤쪽에서 지극히 놀라운 영력 파동이 느껴져 멈칫했다.

“아직 뒤에 사람이 있었다니!”

다들 놀라 눈을 마주치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목진이네! 녀석이 때마침 왔군!”

무뚝뚝한 한산도 뒤쪽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속도가 엄청나군. 이곳의 벼락이 두렵지도 않단 말인가?”

그는 녀석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꽈르릉!

뒤쪽의 뇌명이 점차 난폭해지더니 한 줄기 금광이 어두운 천지를 밝히며 날아왔다.

그때 때마침 벼락이 내리꽂혀 금광을 적중했는데 녀석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계속 전진했다.

슉!

번쩍이던 금광은 드디어 뇌운대 밖에서 멈췄고 금광이 가시자 사람들 눈앞에 목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목진은 허공에 서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늘씬한 목진은 온몸에서 금광을 발했는데 종등, 한산 등 강자들마저 이러한 목진의 모습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소년한테서 위험한 파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녀석이 더 강해진 것 같아!”

종등은 주먹을 꽉 쥔 채 중얼거렸다. 그는 목진이 전과 조금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한산은 목진은 한참 쳐다보더니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다 왔으면 이만 시작합시다. 누가 4층에 오를 수 있는지 실력으로 정합시다.”

말을 마친 한산이 바로 뇌운대에 오르더니 뒷짐을 쥔 채 주위를 훑었다. 그가 내뿜는 살기에 다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슉! 슉!

잇따라 목진 등도 뇌운대에 올라탔는데 각자 멀리 떨어진 채 서 있었다.

목진은 뇌운대에 올라타자마자 주위를 살폈는데 세 번째 관문에서 혼전이 예상되었다. 그런데 대결이 얼마나 치열하든 뇌운대에 끝까지 남은 최후의 5인만 4층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절반이 탈락하다니…….”

목진은 중얼거리며 손끝에 영광을 모았다.

그런데 이를 발견한 종등은 바로 다른 쪽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뇌아족의 천재로 목진, 구유 등과 운석대에서 싸운 적이 있었다.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는 종등과 눈을 마주치더니 씨익 웃으며 바로 목진한테 다가갔다. 묵봉이 이를 발견하고 나서려 하자 종등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앞을 막아 나섰다.

“묵봉은 구유족 젊은이 중 정예 강자라 들었는데 이렇게 만났으니 힘을 겨뤄보는 것이 어떻겠나?”

이에 묵봉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자기 앞을 막아선 종등을 노려봤다. 종등은 묵봉이 목진을 돕지 못하도록 일부러 이러는 것이었다. 그래야 뇌아족의 천재가 목진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날 막는다고 목진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림도 없지!”

“과연 그럴까?”

묵봉이 피식거리며 말하자 종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영진을 칠 시간도 없는데 6급 지존경의 실력으로 뭘 할 수 있겠나?”

그는 목진의 앞쪽에 나타난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목진은 겨우 그들을 따라잡았지만 아쉽게도 첫 번째 탈락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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