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화. 진룡권(真龍拳)
목진 등이 뇌운대에 들어가자 연체탑 밖에도 빛이 모이더니 거대한 광막을 형성해 내부의 상황을 자세히 비췄다.
이에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거대한 광막을 바라봤다.
다들 뇌운대에서 절반이나 탈락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5인만이 4층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연체탑의 탈락률은 엄청났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광막 속에 서 있는 늘씬한 소년을 쳐다봤다. 유청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이를 악물고 상황을 살폈다. 그녀는 뒤처졌던 목진이 마지막 순간에 다시 그들을 따라잡을 줄 몰랐다.
목진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그녀마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유청은 목진이 신수지원에 들어올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목진한테 한 막말 때문에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녀석은 미친 게 분명하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따라잡았단 말인가?”
유청의 옆에 서 있던 천붕족 강자도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제야 안정을 되찾은 유청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말했다.
“녀석이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네.”
“이미 영진사란 신분을 밝혔으니 아무도 그한테 영진을 칠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네. 그럼 영진이란 강력한 수단을 잃은 목진이 과연 뇌운대에서 천재들을 이길 수 있을까?”
뇌운대에 올라간 사람 중, 목진만 제외하고 전부 7급 지존이었고 신수의 힘까지 더하면 전투력은 엄청났다. 현재 목진의 상황은 상당히 위험했다.
더구나 다들 목진에게 영진을 칠 기회를 주지 않을 거라 영진사의 신분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이에 다른 천붕족 강자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이 무슨 밀법으로 갑자기 폭주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금부터는 자기 실력에만 의존해야 한다. 이에 목진이 최후의 5인이 될 거라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지?”
그런데 그때, 누군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러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뇌아족의 천재가 목진의 앞에 나타났다.
“뇌아족의 육수(陸隋) 아닌가!”
“녀석이 목진을 상대하려는 것 같군. 육수는 천붕족의 종염보다도 실력이 뛰어난데 목진이 영진사란 것을 이미 알았으니 목진이 상당히 불리해질 것 같군.”
“너무 섣부른 판단 같네. 목진이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 않나? 보아하니 무모한 사람 같지 않은데 뭔가 생각이 있으니 감히 6급 지존경의 실력으로 연체탑에 뛰어든 게 아니겠나?”
* * *
뇌아족의 육수가 나타나자 연체탑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목진의 놀라운 역전을 몇 번이나 봐서 그런지 더는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육수도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목진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 * *
“이번엔 영진을 칠 시간이 없을 것이네.”
육수는 목진의 앞에 서서 히쭉 웃으며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육수를 노려보더니 수중의 영광을 거뒀다. 영진사의 신분이 밝혀졌으니 녀석은 그한테 조금의 시간도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한편, 육수가 대충 서 있는 것 같았지만 목진은 녀석의 웅장한 영력이 휘몰아쳐 지면에 쳤던 영인이 대부분 부서진 것이 느껴졌다.
영진을 칠 영인이 손상되면 영진도 불안정해 강제로 소환하면 영력만 낭비할 뿐,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한다.
하여 그럴 바엔 영진을 포기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왜, 영진을 포기하려는 건가?”
육수가 피식거리며 물었다. 그는 목진이 영진을 포기하는 것은 두 팔이 잘려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수단도 써줘야 대결이 더 흥미로워지지 않겠나?”
목진은 주먹을 꽉 쥔 채 체내에서 요동치는 무서운 힘을 느끼며 말했다.
목진의 말에 육수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손으로 뇌운대 밖을 가리키며 살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내려가도 늦지 않네. 대신 여기서 죽으면 아무도 자네를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네.”
이에 목진이 가볍게 웃기만 하자 육수는 순간 화가 치솟았다. 목진은 꼭 자신을 멍청이 보듯 보고 있었다.
“죽고 싶어 환장했나!”
말을 마친 육수는 발을 힘껏 구르며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을 끌어올렸다. 뇌명과 함께 뇌광이 번쩍이는 영력이 휘몰아치자 그곳의 벼락과 공명을 이뤘다.
이와 동시에, 육수는 강력한 위압감을 방출했다.
목진은 상대방이 형성한 압박감에 흠칫 놀랐다. 뇌아족은 벼락의 힘과 극강의 공명성이 있고 체내의 영력에도 벼락의 힘이 깃들어 있어 영력이 지극히 난폭했다.
“영진을 칠 수 없는 자네가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이곳에서 뭘 할 수 있는지 두고 보지!”
육수는 말을 마치기 바쁘게 한 갈래 뇌광이 되어 폭주했고 뇌명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목진의 위쪽에 나타났다.
쿵!
잇따라 육수가 목진을 노려보며 손을 힘껏 휘두르자 손바닥에서 벼락이 한데 모이더니 파멸의 힘이 깃든 장풍이 형성되었다.
“대취뢰수(大聚雷手)!”
만천 뇌광이 깃든 녀석의 장풍은 하늘을 부수고도 남을 정도였다.
목진은 난폭한 뇌광이 깃든 육수의 장풍을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육수는 종염보다 훨씬 강했다. 역시 뇌아족의 천재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목진은 녀석의 공격이 전혀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싸움의 의지로 활활 타올랐다. 그는 체내의 피와 살이 싸우고 싶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연체탑의 수련을 거쳐 목진의 육신에는 강력한 힘이 깃들었는데 치열한 대결을 통해 그 힘을 육신과 완벽히 융합해야만 했다.
목진이 입맛을 다시자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이 발했고 골격이 파르르 떨며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쿵!
목진은 체내에서 솟구치는 힘을 더는 억제하지 못할 것 같아 발을 힘껏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올라 육수의 공격에 맞섰다.
“죽고 싶어 환장했군!”
육수는 자신과 정면으로 상대하기로 한 목진의 모습에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일반 6급 지존은 물론이고 7급 지존경에 이른 실력자라도 감히 맞서지 못하는데 그는 주제도 모르고 덤비고 있었다.
“죽거라!”
육수가 씨익 웃으며 손바닥에 더 난폭한 벼락을 모으자 뇌명과 함께 뇌광이 번쩍였고 그의 손은 수백 배로 커진 채 목진에게 향했다.
슉!
그때 귀신같이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목진은 자신을 향한 뇌수를 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켰는데 자금색 용의 무늬가 헤엄쳐 그의 주먹에 이르렀다.
잇따라 진정한 용의 무늬가 발을 내밀자 목진의 다섯 손가락과 맞물렸고 자금색 용린은 은은한 빛을 발하며 지극히 무서운 힘을 방출했다.
목진의 손과 용장은 완벽하게 융합되었고, 목진은 손에서 폭발한 엄청난 힘에 흠칫 놀랐다.
그는 연체탑에서의 수련을 통해 육신이 강해지자 용봉체의 진정한 힘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진룡권이라고 하네!”
목진은 핏줄이 울긋불긋한 용장에 덮인 손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들었는데 상대방의 커다란 뇌수가 발하는 뇌광을 통해 육수의 일그러진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녀석은 이번 공격으로 목진을 반드시 죽일 수 있을 거라 확신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목진은 피식 웃으며 곧바로 자금색 용린이 번쩍이는 주먹을 휘둘렀다. 묵직한 힘이 깃든 주먹은 결국 커다란 뇌수와 부딪쳤다.
목진의 권풍에 공간이 와장창 깨졌다.
쿵!
자금색 용린으로 뒤덮인 주먹과 커다란 뇌수가 부딪치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그곳 공간이 움푹 꺼지며 어두운 공간에 균열이 일었다.
잇따라 눈부신 금광과 뇌광이 퍼지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물러나며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목진과 육수를 바라봤다.
“목진이 육수를 정면 상대하고 있네!”
다들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영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목진이 감히 육수를 정면으로 상대할 줄은 몰랐다.
“어라?”
그런데 그때,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다들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너진 공간 속, 난폭하기 그지없는 뇌광은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았고, 약세에 처한 것 같던 금광도 생각처럼 바로 무너지지 않았다.
“목진이 육수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누군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다들 그 엄청난 광경에 더는 목진을 무시하지 못했다.
멀리 떨어진 채 묵봉을 상대하던 종등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음산한 눈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목진은 역시나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내가 뭐랬나? 목진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묵봉이 무덤덤하게 말했고 종등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무 좋아하지는 말게. 육수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라네. 인간인 목진은 신수인 육수를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네.”
묵봉은 녀석의 말을 무시한 채 태연하게 서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는 종등과 대치할 뿐 바로 싸우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일단 싸우기 시작하면 누군가 승리한다고 해도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종등 역시 육수가 목진을 죽일 때까지 묵봉을 잡아두고 있는 것이 목표였고 묵봉도 종등이 목진을 습격할까 봐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종등이 나서면 목진이 아무리 수단과 방법이 많아도 7급 지존 두 사람을 상대하는 건 버거울 것이다.
이렇게 두 사람은 꼼짝하지 않고 서서 가끔 눈을 마주쳤는데 눈빛에서 느껴지는 한기에서 상대방의 살기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쿵!
한편, 난폭한 뇌광과 금광은 여전히 공간을 부수며 사정없이 휘몰아쳤다.
특히 뇌광 거수 뒤에 숨은 육수는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상황을 살피더니 너무 화가 나 어쩔 바를 몰랐다.
그는 이 정도면 목진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주제도 모르고 어딜 덤벼!”
육수는 이를 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자 뇌광이 미친 듯이 폭발하는 장풍을 쐈는데 주위의 공기가 순간 폭발했다.
위력이 순간 폭증한 뇌광 장풍은 곧 금광을 무찌를 것만 같았다.
현재, 뇌운대의 상황은 너무 혼잡해 영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결을 빨리 끝내야만 했다. 그러다 대결이 길어지면 승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력 소모가 엄청나 다른 누군가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하여 그는 최대한 빨리 목진을 쓰러뜨려야 했다.
반면, 목진은 상대방의 공격에 철수하기는커녕 오른쪽 팔에 힘을 모았는데 핏줄이 요동칠 때마다 아주 무서운 힘을 방출했다.
목진의 팔에 누워있는 진정한 용의 무늬는 더없이 선명해졌고 목진의 손과 맞물린 용장도 훨씬 튼실해진 채 창망한 기운을 내뿜었다.
후우.
목진은 금광이 번쩍이는 눈을 부릅뜬 채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는 체내의 피와 살에서 웅장한 힘이 밀물처럼 부단히 주먹을 향해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주먹에 깃든 힘이 많아질수록 발하는 금광은 오히려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육수가 이를 발견하고는 목진이 더는 버티지 못해 그러는 거라고 여기고 피식거렸다.
그러다 목진이 다시 금광을 발하는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발견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이 휘두른 주먹은 거대한 용의 무게만큼 묵직했다.
쿵!
목진이 자금색 용장이 뒤덮인 주먹을 다시 휘두르자 육수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목진의 주먹에 깃든 힘은 전보다 훨씬 강했다.
벼락 거수에 순간 균열이 일더니 육수가 반응할 틈도 없이 금광을 발하며 용장에 뒤덮인 주먹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잇따라 금광이 사방으로 퍼지고 뇌광이 완전히 사라지더니 육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뒤로 물러났다.
그는 목진의 공격이 이토록 강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6급 지존경이 갖출 힘이 아니었다!
목진은 한 주먹에 육수의 대취뢰수를 부쉈을 뿐만 아니라 남은 힘으로 육수 체내의 영력마저 없앨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