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화. 최후의 5인
“젠장, 녀석의 힘이…….”
육수는 이를 갈며 뒤로 물러나더니 신속하게 체내의 영력을 잠재웠다. 목진을 쓰러뜨리려면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 그는 목진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슉!
그러나 목진은 육수한테 생각할 시간 따위를 주지 않았다. 금광이 번쩍이더니 목진은 귀신처럼 그의 앞쪽에 나타나 다시 자금 용권을 힘껏 휘둘렀다.
깜짝 놀란 육수가 두 팔로 앞을 가리고 난폭한 뇌광 영력으로 팔을 휘감자 순간 뇌광 방패가 형성되었다.
퍽!
황금색 용권이 닿자 뇌광 방패는 산산이 부서졌고 육수는 다시 멀리 튕겨 나갔는데 목진은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주먹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그는 녀석에게 숨 돌릴 기회조차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퍽! 퍽! 퍽!
목진은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주먹을 열 번도 넘게 휘둘렀는데 황금색 용권이 닿을 때마다 육수를 멀리 튕겨냈고 녀석의 웅장했던 영력 파동은 점차 사라졌다.
육수는 방심한 탓에 선수 칠 기회를 잃었고 목진은 그 틈을 타 매서운 공격을 개시했다. 육수가 7급 지존경에 이르지만 않았어도 이미 목진의 공격에 중상을 입었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애써 목진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육수는 어느새 사색이 되었고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 찼다.
의기양양했던 육수는 목진의 사정없는 공격에 기가 확 죽었다.
이에 두 사람의 대결을 살피던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도 어느새 달라졌다.
그들은 목진이 영진 덕분에 연체탑에 들어온 거라 여겼는데 그의 육신도 상당히 강했다. 목진의 육신은 신수인 이들 못지않았다.
목진은 인간의 탈을 쓴 신수나 다름없었다!
한편, 육수는 무덤덤하게 선 채 매서운 기운을 내뿜는 목진을 바라보자 소름이 쫙 끼쳤다.
그는 순간 원고 시기 흉수의 먹잇감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목진을 이기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목진, 이번 일은 일단 그만두는 게 어떻겠나? 자네가 계속 나만 물고 늘어지면 나도 절대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네. 그러니 크게 다치고 싶지 않으면 이만합시다!”
육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는 상황이 자신한테 불리한 걸 알면서도 절대 기죽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목진이 기세등등하지만 육수가 목숨을 걸고 덤비면 절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육수를 힐끗 보기만 했고 내뿜는 기운은 더 강해졌다.
일전의 대결로 육신이 곧 폭발할 것만 같은 목진은 그 힘을 방출하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될 거라 이대로 그만둔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내 공격을 받아내면 풀어줄 것이네.”
“오만한 녀석!”
육수는 목진의 말에 너무 화가 나 눈이 뒤집혔다.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 따위가 신수인 자신한테 이따위 말을 지껄이다니, 그는 목진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었다.
“그럼 자네를 당장 죽여주겠네!”
육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엄청난 뇌명과 함께 주위에서 뇌광이 미친 듯이 폭발하며 위압감을 형성했다. 그러나 목진은 이를 무시한 채 깊게 숨을 쉬었다.
잇따라 그의 동공 속 깊숙한 곳에서 금광이 모이더니 용과 봉황의 그림자를 이뤘고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이와 동시에, 그의 몸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도 함께 진동하며 무서운 힘을 방출해 목진의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 같았다.
이 힘을 방출하지 않으면 목진은 곧 육신이 폭발하여 죽을 것이다!
목진은 어렵게 수련한 육신을 망치고 싶지 않아 불쌍한 육수한테 그 힘을 방출하기로 했다.
꽈르릉!
난폭한 뇌명 속, 육수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뇌광을 내뿜었는데 이로 인해 주위의 공간이 한껏 일그러졌다.
그는 종등의 말을 듣고 목진을 상대한 것을 더없이 후회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목진을 이곳에서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오늘 일이 알려지면 그는 뇌아족에서 더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감히 어딜 덤비는 건가, 그냥 여기서 죽게!”
육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눈으로 뇌광을 내뿜으며 합장해 신속하게 인법을 바꿨다. 체내에서 눈부신 뇌광 영력이 미친 듯이 솟구치더니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뇌흔이 나타났다.
뇌흔들에는 지극히 무서운 영력이 깃들어 있었는데 이는 육수 체내의 영력을 한껏 응축해 얻은 결과물이었다.
뇌흔들은 육수의 앞쪽에 모이더니 미친 듯이 뇌광을 발하며 천 장 정도의 뇌인을 만들어냈다.
잇따라 그 구역의 벼락들이 갑자기 휘몰아치며 무서운 압박감을 형성했다.
이에 뇌운대에 서 있던 사람들은 놀라운 파동에 흠칫 놀랐다.
“멸세뇌인(滅世雷印)이라니, 육수가 목진 때문에 무려 대원만급 신술을 사용하다니!”
대원만급 신술은 뇌운대에 이른 다른 강자들한테도 강력한 필살기였다. 그런데 육수가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목진을 상대로 이를 드러내자 다들 깜짝 놀란 것이다.
멀리서 상황을 살피던 종등도 적잖게 놀랐는데 금세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 정도라면 육수가 이길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종등도 7급 지존경인 육수가 대원만급 신술을 소환하면 꺼릴 수밖에 없는데 목진은 오죽할까?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절대 전력을 다한 육수의 공격을 받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종등의 맞은편에 서 있는 묵봉도 흠칫했는데 결코 놀란 건 아니었다. 지금으로서 그는 종등을 상대하는 것이 목진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다 목진이 정말 육수와의 대결에서 패배해도 어쩔 수 없었다.
“목진, 부티 버텨.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꽈르릉!
그때 육수의 앞쪽에 형성된 뇌인의 뇌광은 점차 난폭해졌는데 그 여파에 주위의 공간이 와장창 깨졌다.
한편, 육수는 뇌인의 뒤쪽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육수는 이것으로 마지막 5위권에 들어갈 사람들을 상대하려 했는데 이미 사용했으니, 그가 목진과의 대결에서 이긴다고 해도 똑같은 방법으로 선수를 치기엔 불가능해졌다.
그러니 육수는 반드시 여기서 목진을 죽여야만 했다.
정작 목진은 뇌인의 아래쪽에 서서 부단히 금광을 발했고 까맣던 두 눈은 어느새 황금으로 빚은 듯 황금빛으로 물든 것이 상당히 위엄 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방대한 뇌인을 보지 않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두 팔을 바라봤다. 핏줄이 불끈거리는 그의 두 팔은 체내의 엄청난 힘 때문에 곧 녹아내릴 것 같았다.
잇따라 목진이 주먹을 쥐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동시에 떨리기 시작했다. 목진은 당장 체내에 깃든 무서운 힘을 방출하고 싶었다.
후우.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들어 방대한 뇌인을 보더니 이내 정색했다.
크으으으!
나지막한 용음이 울려 퍼지자 목진의 오른팔에서 헤엄치던 진정한 용의 무늬가 서서히 용장을 내밀더니 오른손과 완벽하게 맞물렸고, 등에 새겨졌던 진정한 봉황의 무늬도 조용히 목진의 왼팔을 향해 날개를 펼치더니 그의 왼손과 완벽하게 맞물렸다.
우진룡, 좌진봉!
자금색 빛을 발하는 목진의 두 팔은 꼭 보라색 금속으로 빚은 것처럼 무서운 힘을 방출했고 두 팔의 살은 부단히 떨렸다.
꽈르릉!
그때 육수의 힘도 한계치에 이르렀는지 한껏 일그러진 표정으로 아래쪽에 서 있는 목진을 노려보더니 있는 힘껏 장풍을 쐈다.
“멸세의 뇌인!”
쾅!
뇌인이 낸 소리에 뇌명마저 들리지 않았고, 이는 수많은 뇌광으로 변해 공간을 가르며 빠르게 목진에게 향했다.
이에 뒤로 조금 물러났던 사람들은 전력을 다해 목진과 육수한테서 멀어졌다. 다들 육수의 공격이 얼마나 엄청난 위력을 지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뇌인은 파멸의 그림자를 싣고 자신보다 훨씬 작고 여린 목진을 공격했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향하는 뇌인을 보더니 두 눈을 감았고 두 팔에서 발하는 자금색 빛은 더욱 강해졌다.
크으으으!
목진의 체내에서 울려 퍼진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는 그의 피와 살, 그리고 뼈를 일깨웠고 목진의 기는 미친 듯이 끓어올랐다.
그 순간, 목진은 금광을 발하는 눈을 번쩍 떠 오른팔을 들어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진룡권!
잇따라 목진의 오른쪽 주먹에서도 눈부신 금광이 비치며 자금색 용으로 변해 포효했다.
진봉장(真鳳掌)!
목진은 바로 왼쪽 팔도 들어 올려 장풍을 쐈는데 봉황의 맑은 울음소리와 함께 황금색 봉황이 날개를 떨쳐 돌풍을 일으켰다.
금룡과 황금 봉황은 두 갈래 빛줄기가 되어 하늘을 가르며 날아올랐는데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주위의 공간이 바로 부서졌다.
뇌운대에 서 있던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한데 어우러진 금룡과 황금 봉황에서 지극히 놀라운 위압감을 느꼈고 체내의 피가 파르르 떠는 것을 발견했다.
금광을 발하는 용과 봉황에는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기가 깃들어 있었다!
“목진의 공격에 어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기가 깃들었단 말인가!”
누군가 믿기지 않는 듯 외쳤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은 용족과 봉황족 같은 정예 신수 종족에서도 왕급 존재였다. 일반 영수한테는 절대 주어지지 않을 혈맥인데 어찌 한낱 인간한테 주어졌단 말인가?
육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지만 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목진의 공격에 어떻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기가 깃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로써 목진을 죽여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그를 지금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큰 화로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죽어!”
육수가 나지막하게 외치자 목진을 향한 뇌인은 뇌광을 폭발하며 더 강한 기세로 내려앉아 천지마저 파르르 떨렸다.
뇌인은 미친 듯이 내려앉았고 황금색 용과 봉황은 황금색 빛줄기로 변해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드디어 한곳에서 부딪쳤다!
쿠쿵!
순간 눈부신 빛이 폭발하자 다들 바로 눈을 감았다.
육수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사정없이 내려앉던 뇌인의 속도가 느려진 것을 넘어 멈춰 선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이걸 막아냈다고?”
육수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쿵!
그때 뇌인의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뇌인 전체에 퍼진 균열 사이로 금광이 스며져 나왔다.
육수는 순간 사색이 되어 미친 듯이 뒤로 물러났다.
쿠쿵!
이와 동시에, 방대한 뇌인이 폭발해 뇌광을 방출했고 그 속에서 금광이 솟구쳐 후퇴하는 육수에게 향했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기가 깃든 금광으로 인해 육수의 혈액은 바로 굳어버릴 것 같았다.
퍽!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기가 깃든 금광은 너무 빨라 도무지 피할 수 없었고 육수는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풉.
금광에 적중한 육수는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고 가슴팍은 움푹 파이고 영력 파동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녀석은 중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금광은 목적을 달성하고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졌다.
육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슉!
그런데 그때, 목진이 쉬지 않고 귀신처럼 나타나 녀석의 머리를 노렸으니, 이를 발견한 육수는 순간 식은땀이 났다. 그는 목진이 절대 이대로 대결을 끝내지는 않을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잔인할 줄은 몰랐다.
육수는 이미 중상을 입었으니 이대로라면 분명 목진의 손에 죽을 것이다.
“젠장!”
육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전력을 다해 뇌운대에서 물러났다.
위잉.
잇따라 그의 주위에서 빛을 발하더니 바로 사라졌다. 육수는 연체탑에서 쫓겨나 도전의 기회를 완전히 잃었다.
“목진, 내가 언젠가 자네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네!”
육수는 분노의 포효만 남긴 채 연체탑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목진은 무덤덤한 얼굴로 육수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더니 다시 뇌운대에 내려앉았다.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고 다들 잔뜩 경계하며 목진을 쳐다봤다.
잇따라 목진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쓰윽 훑더니 묵봉을 상대하고 있는 종등한테 말을 건넸다.
“또 누가 나를 상대하고 싶나?”
목진의 말에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운 기가 깃들어 있었다.
이에 다들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뒤로 물러났다. 목진은 지금 대전을 겪고 쇠약해진 것이 아니라 더 위험한 파동을 내뿜었다. 그들은 자신이 더는 목진의 상대가 안 될 거라 생각했다.
최후의 5인에는 분명 목진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