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1화. 수확
생각을 마친 목진은 바로 영력을 끌어올리더니 강력한 흡인력으로 주위의 빛줄기를 모조리 끌어모았다.
슉! 슉!
순간 뇌수가 깃든 채 뇌명을 발하는 빛줄기 십수 갈래가 한꺼번에 목진에게 향하자 묵봉, 한산 등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물러났다. 그러다 불똥이라도 튀면 큰일이었다.
뇌수가 가져다준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천천히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성급히 행동했다가는 육신이 버티지 못하고 녹아 없어질 것이다.
그때 사정없이 날아온 빛줄기가 목진의 몸을 미친 듯이 때려 커다란 구멍을 냈고 뇌수는 피가 주르륵 흐르는 구멍을 타고 체내에 스며들었다. 목진은 엄청난 고통에 순간 눈이 빨갛게 물들었고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또 표정은 사정없이 일그러진 채 나지막하게 고함을 질렀다.
치익!
심지어 그는 피와 살이 뇌수와 닿았을 때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마저 들리는 것 같았다. 이는 육신이 녹아내리는 소리와 비슷했다.
목진은 엄청난 고통에 쓰러지기 직전이었지만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순간,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체내에서 울려 퍼지더니 고통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목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끝까지 나서지 않았더라면 목진은 이대로 쓰러졌을 것이다.
그때 체내에 스며든 뇌수의 힘이 은색 빛을 발하며 양쪽 팔을 향하더니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는 이를 모조리 흡수해버렸다.
잇따라 목진이 눈을 떠보니 피범벅이었던 육신은 빠르게 치유되었고 은은한 뇌광을 발하는 것이 전보다 더 강해졌다.
“죽지 않았다니!”
종등, 한산 등은 금세 회복한 목진을 보고는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들이었으면 절대 일전의 뇌수의 공격을 견뎌내지 못했을 텐데 목진은 무슨 수로 견뎌냈단 말인가?
“녀석의 육신이 우리보다 더 강하다니!”
서곤은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수인 그들의 육신보다 인간인 목진의 육신이 더 강해 보이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정작 목진은 그들을 전부 무시한 채 고개를 숙여 두 팔을 살폈다. 그곳에서 서서히 헤엄치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는 더 활발해졌을 뿐만 아니라 자금색 빛도 더 밝게 빛났다. 게다가 예리한 용린과 봉황의 깃털에서마저 강력한 위압감을 형성했다.
녀석들은 곧 부활할 것만 같았다.
이에 목진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들어 빛줄기가 휘몰아치는 공간을 쳐다봤다.
그와 멀리 떨어진 곳에 거대한 광권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4층으로 향하는 통로일 것이다.
목진이 딛고 있는 뇌광 방석은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자의로는 조종할 수 없어 뇌수의 세례를 충분히 받으려면 방석이 광권에 닿기 전에 완성해야 했다.
다들 목진이 미친 듯이 뇌수를 흡수하는 것이 부럽고 분명 뇌수도 많았지만 조금씩 조심스럽게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목진처럼 허겁지겁 삼켰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과 목진의 흡수 속도가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이들도 이를 악물고 뇌수의 흡수 속도를 끌어올렸고 덩달아 사방에서 처량한 비명이 들렸다.
목진은 이를 발견하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다시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려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흡입력을 내뿜자 주위에서 휘몰아치던 빛줄기가 소환이라도 받은 듯 사정없이 목진에게로 향했다.
괴로워 고함을 지르던 한산 등은 목진이 또다시 흡수 속도를 끌어올린 것을 발견하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저건 절대 사람이 아니야!”
수많은 빛줄기가 일그러진 공간 속을 활보했는데 그 속에 은광을 발하는 뇌수가 깃들어 있었다.
슉!
그때 다섯 개의 빛기둥이 빠르게 날아다니며 강력한 흡인력을 폭발해 주위의 빛줄기를 모조리 흡수했다.
퍽! 퍽!
빛줄기 소리와 함께 녀석들의 처량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져 음산한 공간이 더 무서워졌다.
그들 중 목진이 선두로 달렸고 뇌광 방석에 앉아 가장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했기에 흡수한 빛줄기의 양도 가장 많았다.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있어 뇌수의 흡수가 한산, 묵봉 등보다 훨씬 쉬운 목진은 일단 이곳의 뇌수를 최대한 많이 흡수하리라 마음먹었다.
풉!
뇌수가 깃든 빛줄기가 사정없이 목진의 육신을 때리자 엄청난 고통과 함께 몸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온전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의 두 팔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는 부단히 자금색 빛을 번쩍였다.
녀석들은 이내 환호하며 탐욕스럽게 목진의 체내에 스며든 뇌수의 힘을 흡수했고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로 목진의 고통을 분담했다.
그러나 두 녀석이 고통을 덜어준다고 해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 목진은 굳건한 의지로 정신을 부여잡고 계속 빛줄기를 흡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진은 주위의 빛줄기를 전부 흡수했고 주위가 텅 비었다.
그 광경에 멀리 떨어져 수련 중이던 한산, 종등, 묵봉, 서곤은 흠칫 놀랐다. 그들은 뇌광 방석에 앉아있는 핏덩이가 된 목진을 보자 소름이 끼쳤다.
녀석은 역시나 미친놈이었다!
신수인 그들도 감히 못 하는 일을 인간이 해내다니…… 한산 등은 목진이 사실은 신수가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한편, 그들은 공간의 절반을 지나 광권과 점차 가까워졌다. 하여 머지않아 연체탑의 4층에 오를 것이고 그때가 되면 뇌수 세례도 사라질 것이다.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흡수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한산 등의 육신은 더는 뇌수에서 비롯된 고통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억지로 견디다가 육신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생기면 뇌수를 흡수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들은 목진이 특수한 비법을 사용해 미친 사람처럼 뇌수를 계속해서 흡수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배 아파 죽겠네!”
종등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그는 상대로조차 여기지 않던 목진이 연체탑에 들어와서 몇 번이나 그를 초월한 것이 언짢았다.
“4층에 올라가면 녀석을 없애야겠어.”
목진을 이대로 뒀다가는 나중에 후환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산 등은 흡수 속도를 줄인 채 비행했지만 목진은 계속 속도를 끌어올렸다. 마치 그곳의 뇌수를 모조리 흡수하려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한산 등은 너무 질투가 나 바로 눈을 감았다.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편했다.
그러다 시간이 한참 흘러 한산 등이 다시 눈을 뜨고 보니 연체탑 4층에 오르는 광권이 상당히 또렷해졌고 사정없이 휘몰아치던 빛줄기도 점차 희박해졌다.
이에 다들 고개를 돌려 뒤쪽에서 날아다니는 빛줄기를 보며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바로 마음을 추스르고 육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했다.
잠시 후, 확인을 마친 한산 등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그들 모두 체내의 피와 살에 깃든 웅장한 힘이 명확히 느껴졌고 육신도 단련을 거쳐 훨씬 튼튼해졌다.
이번 뇌수 세례는 그들한테 제법 큰 도움이 되었다.
그때 가장 앞쪽의 뇌광 방석에 앉아있던 목진도 눈을 떴는데 순간 몸에서 눈부신 금광이 폭발해 피범벅이 된 육신을 한순간에 치유했다. 그리고 피부에 은은한 황금색 무늬가 나타났는데 마치 용린처럼 생긴 것이 상당히 특이했다.
목진이 고개를 숙여 두 팔을 바라보니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에서 발하는 자금색이 더 그윽해졌다. 게다가 용장은 더 날카로워졌고 보랏빛을 발하며 상당히 강력한 기운을 발산했다. 용장은 지금 상태로도 주위 공간을 찢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정한 봉황의 날개도 더 현란해졌는데 당장 날개를 떨쳐 눈 깜짝할 사이에 만 리를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용과 봉황의 반쯤 뜬 눈에서는 위험천만한 기운이 느껴져 자연스레 경외의 마음이 생겼다.
이번 뇌수 세례 덕분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이에 목진은 화색이 되어 주먹을 꽉 쥐었는데 산 한 채를 부수고도 남을 힘이 형성되는 것이 느껴졌다.
잇따라 목진이 가볍게 주먹을 휘두르자 권풍이 지나간 곳이 바로 일그러졌고, 그의 육신의 힘으로 6급 지존 정도는 거뜬히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목진은 뇌수 세례의 고통을 끝까지 버텨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효과는 3층까지 올라오면서 한 수련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하지만 일전의 단련이 없었다면 제아무리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도왔다고 해도 목진은 절대 뇌수의 미친 듯한 공격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실력 점검을 마친 목진은 뇌광 방석에서 일어나 4층을 향한 광권을 바라봤다. 이에 한산 등도 달려와 자리에서 일어선 목진을 힐끗 봤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서 있는 목진을 보고 속으로 적잖게 놀랐다.
한산 등은 목진이 전보다 더 위험한 파동을 내뿜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은 뇌수 세례를 통해 실력이 부쩍 늘었다.
종등도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연체탑 밖에서만 해도 영진사인 목진을 상대로조차 여기지 않았는데 목진은 연체탑을 한 층씩 오를 때마다 실력이 강해졌다.
그들은 목진의 실력이 폭등하자 화들짝 놀랐고 처음으로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기회만 생기면 반드시 죽여야 해!”
종등은 이를 갈며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녀석의 눈빛을 느낀 목진은 종등을 힐끗 보더니 눈빛이 금세 차가워졌다. 종등은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는데 언젠가 녀석을 꼭 상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유형의 적은 철저히 없애는 것이 상책이었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연체탑의 수련과 비교하면 종등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때 4층으로 향하는 광권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한산이 먼저 뛰어들었고 종등, 묵봉, 서곤이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목진은 눈앞에서 사라진 녀석들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광권을 바라봤다. 그는 지금껏 육신의 단련을 통해 실력이 부쩍 올랐는데 4층에는 또 어떤 시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목진은 가볍게 팔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연체탑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용봉진경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차고 넘쳤다.
목진이 일단 용봉진경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면 종등은 더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것이고 죽이는 것 또한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목진은 가볍게 웃으며 뇌광 방석에서 벗어나 4층으로 향하는 광권으로 뛰어들었다.
연체탑 4층이여, 부디 날 실망시키지 말아라.
목진이 4층으로 향하는 광권에 뛰어들자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금세 다시 밝아졌고 눈앞의 공간이 완전히 달라졌다.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잔혹한 환경이 아니라 길이가 천장 정도 되는 오래된 광장이었다. 목진은 광장의 끝자락에 서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묵봉 등이 서 있었다.
“여기가 바로 연체탑의 4층이란 말인가?”
목진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주위를 살폈다. 광장은 상당히 낡았고 오래된 암석으로 만들어진 지면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으며 그 구역 전체에 창망한 기운이 맴돌았다.
또 다른 층과 달리 조용하고 평화로웠으며 특별한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에 목진은 왠지 어리둥절해졌다.
“이곳은 연체탑 4층이 확실해.”
그때 묵봉이 다가오며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곳은 뭐가 다른 거지?”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목진은 이곳이 연체탑의 4층이라면 보이는 것처럼 평범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