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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37화 (636/1,000)

637화. 돌파!

한편, 목진 등이 서 있는 지면은 주먹이 채 닿지도 않았는데 벌써 만 장 정도의 구덩이가 생겼고 그들을 중심으로 깊고 큰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혈전왕은 단숨에 이곳 천지를 부술 작정이었다.

목진 등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자신들에게 향하는 혈광 권영을 보자 그 속에 깃든 살기와 힘에 다리의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에 그들은 바로 웅장한 영력을 미친 듯이 끌어올렸는데 너무 힘들어 무릎이 다 욱신거렸다.

아직 상대방의 주먹이 닿지도 않았는데 그 위압감에 벌써 이렇게 제압되다니, 그러다 혈전왕의 공격에 정말 적중하기라도 하면 바로 죽는 게 아닐까?

목진 등은 감히 혈전왕의 공격을 받아내기로 한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신통은 역시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제아무리 후회한들 이미 늦었으니 이를 악물고 버텨야만 했다. 혈전왕이 목진 등을 목표물로 삼지 않고 대지를 공격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안 그럼 지금쯤 이들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크으으으!

그때 한산이 포효하자 온몸에서 흑광이 요동치며 뒤쪽에 모여 거대한 원고서마를 형성했고 녀석은 발을 힘껏 굴러 상대방의 주먹에 맞섰다.

종등도 금광을 발하며 황금색 날개를 퍼덕이는 천붕을 소환하더니 수많은 부적이 새겨진 황금색 깃털로 온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묵봉이 깊게 숨을 들이켜자 온몸에서 황염이 활활 타올라 거대한 적색 봉황을 이루었고, 녀석이 내뿜은 불에 주위가 바로 후끈거렸다.

묵봉의 신수 형태는 구유작이 아니라 봉황족의 황이었다!

묵봉은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으려 했지만 혈전왕의 공격을 받아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전력을 다해도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진도 묵봉, 한산, 종등의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더니 이내 정색하며 용봉체를 소환했다.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와 함께 체내에서 금광을 발하자 그의 육신은 황금으로 빚은 것처럼 상당히 견고하게 변했다.

한편, 혈광 권영은 어느새 이들과 수백 장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는데 무서운 권위에 움푹 파인 대지는 무너졌고 주위의 하늘은 빠르게 작아졌다. 이는 바닥이 무너져서 생긴 현상으로 목진 등은 재빨리 지면에서 떨어졌다.

묵봉, 종등, 한산은 거의 동시에 고함을 지르며 한쪽 무릎을 꿇었고 딛고 있었던 바닥도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온몸에서 발하는 빛마저 어두워졌다. 그들은 안색이 확 어두워져 미친 듯이 영력을 끌어올려 상대방의 공격을 견뎌내려 애를 썼지만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

또한, 그들의 신수도 바닥에 엎드린 채 포효하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목진은 용봉체를 한껏 끌어올려 육신이 더없이 단단해졌지만 혈천왕의 무서운 권위에 뼈가 깨질 것처럼 아작아작 소리가 났고 발은 어느새 지면에 깊숙이 박혔다. 게다가 이를 중심으로 주위에 균열이 미친 듯이 일었다.

연체탑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사람들은 초라해진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의 모습만 보면 그들이 각 종족을 대표하는 천재란 것이 믿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혈전왕이 너무 강한 탓이었다.

“그들 실력에 무슨 수로 이토록 매서운 공격을 받아낸단 말인가!”

구유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이건 적어도 실력이 9급 지존경에 이르러야 가능했는데 그래야 혈전왕의 공격에서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옆에 서 있던 묵령도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다른 종족 강자들도 구유와 생각이 비슷했다. 다들 연체탑이 아무도 5층의 시험을 넘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냈다고 생각했다.

이는 절대 목진 등의 실력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 *

쿠쿵!

혈광 권영과 함께 무서운 권위가 놀라운 속도로 커지며 내려앉자 신수 형태는 곧 부서질 것 같았고 묵봉, 종등, 한산 등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든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상대방의 권영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혈응왕은 이번 공격에 생사를 내건 듯했다.

설마 자기 생명을 포기한 괴이한 권법이기에 이름을 사신마권이라 지은 건가?

목진 등은 권위에 깃든 뜻에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언젠가 이들이 권영에 적중하면 그대로 즉사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누구든 도망가고 싶어도 절대 기회가 없을 것이다!

목진 등은 전력을 다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몸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육신은 곧 부서질 것 같았다.

심지어 용봉체 첫 번째 단계의 정상에 이른 목진의 피부에마저 혈문이 일어 그 모습이 상당히 무서웠다.

쿠쿵!

권영은 어느새 목진 등과 50장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하늘은 권영에 전부 가려졌다.

퍽! 퍽! 퍽!

묵봉, 종등, 한산의 신수 형태는 드디어 버티지 못하고 폭발했다.

풉!

그들은 동시에 피를 토하더니 기운이 순식간에 쇠약해졌다.

“젠장, 난 포기!”

종등은 몸이 곧 터질 것 같아 이를 악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통은 정말 탐 나지만 그에겐 목숨이 가장 중요했다.

위잉.

잇따라 그의 몸에서 빛이 발하자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이렇게 연체탑에서 쫓겨났다.

1각도 안 되는 사이, 묵봉과 한산도 점차 가까워지는 권영의 모습에서 절망을 느꼈다.

이는 절대 그들이 감당할만한 힘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잠시 고민하더니 동시에 포기를 선언했다.

위잉.

묵봉과 한산도 조용히 연체탑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전장에는 목진만 남았는데 이미 피범벅이 되어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목진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권위에 미칠 듯 괴로웠는데 그 엄청난 압력이 오히려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용봉진경의 단계를 돌파할 최적의 기회였다!

경지의 돌파는 언제나 죽음의 위협이 따랐다. 바로 지금처럼.

“여기서 경지를 돌파하자!”

목진은 나지막하게 외치며 용봉진경을 소환하더니 체내의 혈액을 전부 두 팔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에 주입했다.

잇따라 자금색을 발하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에 선홍색이 깃들자 녀석들은 오히려 생기가 넘쳤다.

일전의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는 강하고 유연하긴 했지만 살아 숨 쉬는 것 같지 않았는데 목진이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체내의 정혈을 전부 주입하자 녀석들은 영성을 띠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영성을 완전히 갖추자 목진의 두 팔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드디어 눈을 완전히 떴다!

순간,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주위에 퍼졌고 용봉진경은 드디어 두 번째 단계에 이르렀다!

이와 동시에, 혈권이 완전히 내려앉아 목진의 몸을 때려 천지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선홍색 권영이 내려앉자 커다란 균열이 주위에 미친 듯이 퍼지더니 드넓은 전장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한편, 용음과 봉황의 울음소리를 내며 목진이 금광을 발하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팔에서 벗어나 순식간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으로 변하더니 금광으로 그의 육신을 감싼 채 입을 쩍 벌렸다.

녀석들은 굵직한 금광을 내뿜어 부단히 목진의 체내에 주입했고 육신과 피는 점차 위엄이 깃든 황금색으로 변했다.

금광은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정기로 일전에 목진이 흡수한 탄천신수의 정기보다 훨씬 강했다!

이에 목진은 육신뿐만 아니라 체내의 피마저 훨씬 강력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환골탈태했고 자신마저 놀랄만한 힘이 혈맥에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 힘은 무궁무진한 것 같았다.

목진은 주먹을 쥐고 벅차오르는 힘을 느끼며 이내 포효했다. 그는 오늘의 경지 돌파를 위해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또한, 목진의 두 눈도 엄청난 위압감을 품은 채 금광을 발했다. 지금의 목진이라면 육신만으로도 7급 지존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더구나 영력과 여러 수단과 방법까지 더하면 목진은 8급 지존에 이르지 않은 사람은 누구든 상대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는 연체탑에 들어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목진이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을 뒤로한 채 고개를 들어 파멸의 힘이 깃든 권영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역시 그렇단 말인가…….”

목진은 갑자기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뿐만 아니라 영력마저 거뒀다.

그는 모든 방어를 포기한 채 혈전왕의 공격이 내려앉기만을 기다렸다. 이건 죽기를 자처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목진도 다 생각이 있어 이리한 것이었다.

5층의 시험은 혈전왕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절대 해낼 수 없는 일로 목진이 용봉진경 두 번째 단계에 이르렀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완벽한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공격에 바로 잿더미가 될 것이었다.

시험은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 이번처럼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을 내주지는 않는다. 하여 유일한 가능성은 이것이 진정한 시험이 아니란 것이었다.

5층의 관문은 따로 있었다.

“사신마권…… 사신, 사신…… 계승을 받으려면 육신과 생명을 포기할만한 용기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 정도 용기 없이는 절대 사신마권을 수련해낼 수 없을 것이니…….”

목진은 고개를 들고 태연하게 서서 부단히 내려앉는 권영을 바라봤다.

쿵!

선홍색 권영은 끝내 목진의 육신을 적중했고 대지가 무너지며 무서운 충격파가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이건 연체탑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본 마지막 장면으로 광막이 갑자기 파르르 떨더니 부서졌다.

순간, 연체탑 밖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구유는 사라진 광막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연체탑 밖에 있었지만 혈전왕의 공격이 얼마나 강력한지 제대로 느껴졌고 목진이 너무 걱정되었다.

다른 종족 사람들은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됐다며 피식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천붕족의 유청도 넋 놓고 서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히쭉거리며 구유를 바라봤다. 목진은 연체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얻었지만, 마지막 선택으로 모든 걸 잃었다.

목숨을 잃었는데 아무리 훌륭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연체탑에서 막 나온 종등, 묵봉, 한산도 멍하니 광막을 바라봤는데 마지막 순간에 목진이 잿더미가 된 것을 본 것 같았다.

이에 묵봉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곧바로 후회했다. 그가 목진을 강제로 끌고 나왔으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절대 무모한 선택은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왜 그랬을까? 묵봉은 목진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연체탑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한산도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종등도 목진이 너무 허무하게 죽어 마음이 복잡했다.

“주제도 모르는 멍청한 녀석!”

그러나 종등은 금세 화색이 되었다. 그는 목진이 전처럼 또 기적을 만들어 내려다 무모한 선택을 해 혈전왕의 공격에 즉사했다고 생각했다.

천지존마저 죽일 수 있는 공격을 끝까지 막아낼 생각을 하다니, 죽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한기 어린 눈빛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구유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뭐 잘못 말하기라도 했어?”

종등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물었다.

목진이 죽었으니 더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구유와 묵봉도 상대하기 쉽지 않지만 크게 위협이 될 정도도 아니었다. 어쩌면 일전에 목진한테 빼앗긴 지존영액마저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체탑에서 겪은 수모로 부족해? 밖에서도 네 꼴을 똑똑히 봤는데 말이야.”

구유의 말에 사람들은 괴상한 눈빛으로 종등을 바라봤다. 다들 녀석의 초라한 모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이에 종등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붕족의 천재가 인간 따위에게 체면을 잃었으니, 이보다 비참한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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