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화. 한주먹거리
종등이 음산한 눈빛으로 구유를 노려보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구유도 바로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그때 천붕족 사람들도 바로 종등한테 다가가 구유를 노려봤다.
“허허, 구유족이 적을 많이도 뒀군. 뇌아족과의 원한도 이번 기회에 같이 푸는 게 어떻겠나?”
멀지 않은 곳에서 정력을 회복하던 육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구유를 노려보며 말했다.
녀석은 목진 때문에 강제로 연체탑에서 나온 일로 체면을 잃었는데 목진이 이미 죽었으니 구유한테 그 죄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구유는 뇌아족의 합세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묵봉과 묵령도 어느새 구유한테 다가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린 채 싸울 준비를 했다.
“목진이 없다고 내가 당신 따위를 상대하지 못할 것 같나?”
구유가 한기 어린 눈빛으로 육수와 종등을 흘겨보자 종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전에는 목진과 묵봉이 합세해서 내가 어쩔 수 없었어. 목진이 혼자 나섰다면 내가 왜 그한테 지존영액을 내줬을까?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과연 그럴까?”
구유가 갑자기 피식 웃으며 묻자 종등은 괜히 불안해졌다.
“녀석이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꿈 깨!”
정작 구유는 어느새 안정을 되찾고 피식거리며 종등을 바라봤다.
“목진과 내가 혈맥을 연결한 건 다들 잘 알지?”
종등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걸 말이라고…….”
종등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안색이 어두워졌다. 구유와 목진이 혈맥을 연결한 상황에서 목진이 죽었다면 구유도 분명 엄청난 타격을 받을 텐데 지금 구유는 아주 멀쩡했다.
즉, 목진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때 연체탑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늘씬한 청년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종등을 노려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물었다.
“나한테 빼앗겼던 지존영액을 다시 돌려받으려고?”
눈부시게 빛나던 연체탑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소년은 차가운 눈빛으로 종등을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늘씬한 소년은 다름 아닌 목진이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사람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목진이 연체탑에서 살아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묵봉과 한산도 잔뜩 놀란 듯한 표정이었는데 혈전왕의 무서운 공격에 목진이 무슨 수로 살아남았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아직 사…… 살아있었던 거야?”
종등은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버벅거렸다.
“덕분에 무사해.”
미소를 지으며 한 목진의 말은 더없이 차가웠다. 녀석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자마자 구유족을 상대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종등은 표정이 복잡해졌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뇌아족 강자들도 멈칫했는데 특히 육수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녀석은 이번 기회에 구유족에 제대로 복수하려고 했는데 목진이 갑자기 귀신처럼 나타나 깜짝 놀랐다.
그때 목진이 예리한 눈빛으로 육수를 노려보며 말을 건넸다.
“일전에 겨우 목숨을 살려줬더니 어디서 난동을 피우는 건가?”
이에 육수는 얼굴이 순간 붉으락푸르락해져 목진을 노려봤는데 눈빛만 보면 당장이라도 목진을 찢어 죽일 것만 같았다.
“허허, 그렇게 함부로 말을 내뱉는 게 아니야.”
드디어 안정을 되찾은 종등이 여전히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피식 웃었다. 그는 목진이 연체탑에서 꽤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과 비교하면 여전히 뒤처진다고 생각했고 더는 전처럼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겁이 날 만큼 두렵지는 않았다.
“구유족이 정말 천붕족, 뇌아족과 원한이라도 맺었으면 하는 거야? 그건 너 같은 인간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종등의 말에 육수도 이내 정신을 차렸다. 뇌아족과 천붕족이 협력하면 목진 등보다 훨씬 강한데 뭐가 무섭단 말인가?
또한, 그는 일전의 대결은 실력이 뒤처져서가 아니라 방심해 목진이 선수를 친 탓에 대결에서 패배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면 목진은 7급 지존경에 이른 자신을 절대 쉽게 쓰러뜨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육수는 점차 살기를 품기 시작했다.
“난 종등의 말에 동의하는 바네. 자네가 과연 날 어찌할 수 있을까?”
녀석은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목진을 노려봤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에 주위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뇌아족이 천붕족과 함께 구유족을 상대하려 하다니, 이건 구유족에 절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목진은 역시 너무 무모하군. 말만 그렇게 하지만 않았어도 육수와 종등이 손을 잡을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러게, 두 사람은 연체탑에 들어간 천재인데 이들이 협동 공격을 하면 구유족에게 절대 좋지 않을 걸세.”
“구유족은 목진 때문에 체면이 바닥날 것이고 육수와 종등은 절대 저들을 쉽게 풀어주지 않을 것이네.”
* * *
사람들은 몰래 고개를 저으며 수군대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목진의 말실수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다고 여겼다.
그가 일단 뇌아족을 달래고 천붕족의 종등부터 쓰러뜨렸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살기 가득한 얼굴로 목진을 노려보던 종등은 몰래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는 육수가 겁을 내고 물러날 줄 알았는데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그는 오히려 목진 덕분에 협력자를 찾았다.
“자네를 어떡할 거냐 하면…….”
반면, 목진은 훨씬 차가워진 눈빛으로 육수를 노려보더니 씨익 웃으며 나섰다.
목진의 체내에서 눈부신 금광을 바라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귀신처럼 사라졌다.
이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목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던 종등이었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영력을 끌어올려 목진을 막아보려 했다.
슉!
그런데 눈앞에 뭔가 아른거리더니 무서운 속도로 휘익 지나가는 것이 느껴져 소름이 쫙 끼쳤다.
목진의 속도가 이렇게 빨라졌을 줄이야!
천붕족인 종등은 빠른 속도로는 다른 이들보다 우월했는데 그런 그마저 목진이 어디로 갔는지 발견하지 못했다.
그 속도는 실로 엄청났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육수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한 줄기 금광이 눈앞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만 봤을 뿐, 다른 건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7급 지존인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뇌광이 번쩍이는 주먹에 웅장한 영력을 실은 채 앞으로 힘껏 휘둘렀다.
쿵!
그때 금광이 무서운 기세로 날아와 뇌광 영력과 부딪쳤는데 뇌광이 맥없이 부서져 수많은 광점이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슉!
육수는 눈앞에서 금광이 번쩍이더니 목진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비웃듯 바라보는 것을 발견했다.
“자네를 어떡할 거냐면 말이야…….”
목진은 같은 말을 되풀이하더니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아무런 영력 파동도 없이 용음과 함께 육수의 앞쪽 공간에 어두운 균열이 일었고 소름 끼칠 정도로 엄청난 힘이 미친 듯이 전해졌다.
“이럴 수가!”
육수는 목진의 공격에 화들짝 놀랐다. 아무런 영력 파동도 느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목진은 온전히 육신의 힘만으로 공격한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7급 지존경인 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하여 육수가 전력을 다해 앞쪽에 뇌의 방패를 만들자 뇌아가 날개를 떨치며 강력한 방어력을 펼쳤다.
쿵!
금광은 뇌의 방패를 힘껏 때렸는데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방패가 산산이 부서져 뇌광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잇따라 금광을 발하는 주먹이 빠르게 육수의 가슴팍을 때리자 그는 상대방의 무서운 힘에 미친 듯이 뒤로 튕겨 나갔다.
퍽! 퍽! 퍽!
육수는 하늘에 수백 장 정도의 흔적을 남기며 튕겨 나갔고 이로 인해 주위에 있던 폐허가 된 건물이 모조리 부서졌다.
이러한 광경에 연체탑 주위는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수군거리던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린 채 육수를 바라봤다. 아무도 7급 지존경에 이른 육수가 목진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줄은 몰랐다.
어느새 지면에 몸의 절반 이상이 파묻힌 육수는 가슴팍이 움푹 파인 채 피투성이가 되었고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럴 수가…….”
누군가 참담한 육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목진은 연체탑에서 육수와 싸워 이기긴 했지만 그가 방심한 것이 큰 몫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아닌데도 지난번보다 녀석을 더 처참하게 짓밟았다.
사람들은 그제야 목진이 왜 그토록 자신만만했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의 그는 양자의 연맹을 손쉽게 망가뜨릴 수 있었다.
누가 됐든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뇌아족 강자들도 멍하니 목진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은 나서기는커녕, 목진의 실력을 보더니 엄청난 실력 차이를 실감하고 조용히 서 있었다.
이에 목진은 온몸에서 발하는 금광을 거두며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될지 모르겠네?”
목진의 말에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육수는 이미 정신을 잃어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잇따라 목진은 가볍게 손을 털더니 돌아서서 안색이 어두워진 채 서 있던 종등을 바라봤다.
“이제 네 차례야.”
목진의 말에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서 있던 종등은 저도 모르게 뒤로 반보 정도 물러났다. 그는 목진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적잖게 놀랐다.
그러나 종등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지라 금세 마음을 가라앉히더니 잔뜩 경계하며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연체탑에 있었을 때까지만 해도 겨우 상대로 취급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치명적인 위험이 느껴졌다.
“내가 너를 너무 쉽게 생각했어.”
종등은 너무 후회되었다. 목진이 연체탑에서 실력이 폭등할 줄 알았으면 미리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목진은 묵봉이나 구유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이번 일은 내가 잘못했어. 지존영액 백만 방울을 더 줄 테니까 그만하는 게 어때?”
종등이 이를 악물며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목진에게 물었다.
이에 다들 흠칫했다. 아무도 득의양양했던 종등이 먼저 꼬리를 내릴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목진의 놀라운 전투력을 보고도 싸우려는 것은 더 멍청한 짓이라 사람들은 종등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더구나 육수가 혼절해 뇌아족의 도움이 물 건너갔으니 천붕족의 몇 안 되는 강자들과 함께 구유족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금은 실력을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었다.
목진은 아무런 말도 듣지 못한 척 종등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이번 일을 쉽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종등을 호되게 혼내지 않으면 절대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한편, 목진의 눈빛에서 그 뜻을 읽어낸 종등은 목진이 절대 지존영액 100만 방울로 그만두지 않을 거란 걸 알아채고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럼 네가 육수를 쓰러뜨린 것처럼 날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지 보자꾸나. 그럴 수만 있다면 난 내 목숨이라도 내줄 수 있다!”
종등은 바로 마음을 다잡고 이번 기회에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선보여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까지 물러터진 놈은 아니었군.”
목진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종등은 역시 육수보다 한 수 위였다. 역시 천붕족 젊은이 중 최정예로 다른 종족에까지 유명해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쿵!
그때 종등이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대붕의 맑은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한편, 종등이 형성한 위압감에 다들 적잖게 놀랐다. 종등의 실력은 7급 지존경에서도 상위에 속해 육수보다 훨씬 강했다.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이러한 종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봤다. 그가 용봉체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영진까지 쳐야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
슉!
잇따라 종등이 한 줄기 금광이 되어 주먹을 휘두르자 황금색 대붕이 날개를 떨치며 매서운 기를 내뿜어 아래쪽 지면이 순간 찢어졌다.
붕영신권(鵬影神拳)!
사람들은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목진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된 종등은 바로 전력을 다해 대결에 임했다. 이 정도 공격은 육수 정도의 강자라도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이렇게 황금색 대붕의 그림자가 깃든 권풍은 한 줄기 금광이 되어 하늘을 가르며 목진에게 향했고 이를 조용히 바라보던 목진도 금광을 발하는 주먹을 휘둘렀다.
역시나 아무런 영력 파동도 없이 온전히 육신의 힘에서 비롯된 공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