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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39화 (638/1,000)

639화. 실험

쿵!

두 갈래 금광을 발하는 권풍이 부딪치자 무서운 충격파가 폭발해 아래쪽 대지가 산산이 부서졌고 주위의 건물들은 바로 잿더미가 되었으며 목진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겨우 그 힘을 버텨냈다.

반면, 종등은 바닥에 깊숙한 흔적을 남기며 뒤로 한 보 물러났다. 똑같은 공격에 육수는 중상을 입었지만 종등은 아무렇지 않았다. 아무리 같은 7급 지존이라도 실력이 비슷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종등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목진의 육신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제야 깨달았다.

자신은 영력과 육신의 힘을 전부 끌어모았는데 목진은 육신의 힘만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녀석의 육신은 어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이토록 강해졌단 말인가?

“좋아!”

목진은 히쭉 웃으며 외치더니 다시 나서 금광을 발하는 주먹을 휘둘렀다.

육신의 힘이 폭등한 목진은 힘 조절이 원활하지 않아 종등과의 대결을 통해 연습해보고 싶었다.

어느덧 한 줄기의 금광이 된 목진은 사정없이 종등에게 향했다.

퍽! 퍽! 퍽!

종등은 영력을 끌어올린 채 목진의 난폭한 공격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는데, 뇌명과 같은 소리와 함께 난폭한 힘의 충격파가 부단히 일었다.

한편, 사람들은 넋을 놓고 부단히 충돌하는 황금색 그림자를 바라봤는데 순간 지면에 깊숙한 균열이 계속 생겼다.

온몸에 영력을 휘감은 종등은 아무런 영력 파동도 느껴지지 않는 목진을 상대로 점차 열세에 처하기 시작했다.

종등은 목진이 공격할 때마다 뒤로 물러났고 온몸을 휘감았던 웅장한 영력마저 대부분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제야 목진의 육신이 얼마나 강한지 실감이 났다. 이는 신수들보다 훨씬 강력했다.

목진은 도대체 육신 수련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육신을 얻었단 말인가? 육신의 수련이 얼마나 어렵고 괴로운지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천붕족 강자들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부단히 물러나는 종등을 바라봤고 유청은 어느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진이 6급 지존경 밖에 안 된다고 비웃었던 그녀는 자신이 숭배하는 종등의 비참한 꼴을 보니 어쩔 바를 몰랐다.

“목진 오라버니는 정말 대단해요!”

묵령은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기세등등한 목진을 바라봤고 묵봉은 이내 정색했다. 종등과 실력이 비슷했던 그는 녀석의 비참한 꼴을 보니 목진의 전투력이 이젠 자신을 뛰어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결국 연체탑에서 육신의 돌파를 이뤘군.”

구유도 조금 놀란 눈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의 육신은 연체탑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목진의 방식이 정답이었던 것 같아.”

묵봉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리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다들 연체탑의 보상을 받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을 때, 목진은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육신을 단련했으니…….

덕분에 목진의 육신은 짧은 시간 내에 놀라울 정도로 강해졌다.

이에 구유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종등 등이 신통, 성물 등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물건들에 눈이 멀었을 때, 목진만 연체탑의 잔혹한 환경을 버텨내며 육신을 단련했다.

지금 보니 목진이야말로 연체탑에서 수확이 가장 큰 사람이었다.

“목진은 종등으로 자기 힘을 시험해보고 있어.”

난폭한 대결에 고개를 돌린 구유는 잠시 상황을 살피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목진은 1각도 안 되는 동안 주먹을 수백 번 휘둘렀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 조절이 원활해졌다. 그의 공격에 깃든 힘은 더는 처음처럼 난폭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보아하니 종등은 싸울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아.”

묵봉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결이 곧 끝나겠군.”

종등도 목진의 힘 조절이 점차 원활해진 것을 발견하고 자신이 목숨을 걸고 덤비지 않고서야 절대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을 알아챘다.

그런데 그때, 종등의 몸에서 금광을 발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천 장 정도 크기의 황금색 대붕으로 변했다. 녀석은 천붕족의 다른 강자들을 발로 잡은 채 수많은 황금색 부적이 새겨진 날개를 퍼덕이며 도망갔다.

놀라운 광경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목진은 이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검우를 소환해 체내의 영력과 육신의 힘을 주입한 뒤 힘껏 내던졌다.

위잉!

수백 장 크기의 황금색 검우는 공간 균열에 뛰어든 듯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는데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의 처량한 비명과 함께 혈광이 보였다.

도망가던 종등은 목진의 공격에 결국 중상을 입었다.

잇따라 검우를 다시 수중에 넣은 목진은 빨갛게 물든 먼 곳 하늘을 배경으로 한 채 천하무적의 자태를 뽐내며 허공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늘씬한 소년의 모습을 보더니 심장이 파르르 떨렸다.

이번 대결을 통해 목진은 신수지원에서 유명해질 것이고, 이곳에서 가장 눈부신 존재가 될 것이다.

종등이 도망가자 연체탑 밖 혈전은 드디어 끝났고 다들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더니 하나둘씩 떠나갔다.

다시 닫힌 연체탑은 오랜 시간이 걸려야 다시 열리는 데다 강제로는 열 수 없어 다들 더는 이곳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드넓은 신수지원에서 널린 것이 기회였으니 이미 닫힌 연체탑에 미련을 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목진이란 인간을 제대로 기억했다. 신수보다 강한 그의 육신이 유난히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언젠가 곧 목진을 다시 보게 될 것 같았다. 그때가 되면 신수지원에 들어온 모두가 목진이란 존재를 알게 될 것이다.

목진을 정예 신수 종족의 천재들과 비교하면 어떨까?

그러다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상당히 흥미로울 것이다.

아직 다들 신수지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언젠가 각 종족의 정예급 강자들이 한곳에 모일 때야말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이 될 것이다.

“허허, 자넨 역시 대단하군. 자네 육신은 아마 나보다 더 강할 것이네.”

한산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는데 그 태도는 연체탑에서보다 훨씬 상냥했다. 목진과 종등의 대결로 인해 한산은 목진을 더는 전처럼 만만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 그가 전력을 다해도 목진을 이기지는 못할 것 같았다.

이에 목진도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인사했다. 종등, 육수와 달리, 한산 같은 사람과는 친분을 쌓아도 나쁠 것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목진은 제법 상냥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오늘 일 때문에 종등과 완전히 적이 되어서 어쩌나?”

한산은 종등이 도망간 곳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종등은 비록 천붕족의 천재라고는 하나 그 자체만으로는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천붕족은 곤붕족(鯤鵬族)과 우애가 깊고 녀석은 곤붕족과도 관계가 있는지라…….”

“곤붕족이라…….”

목진은 순간 흠칫했다. 그는 비록 신수 종족에 대해 잘 모르지만 곤붕족도 정예급 신수 종족이란 것 정도는 알았다. 곤붕족의 실력은 심지어 용족과 봉황족 못지않았다.

이에 옆에 서 있던 구유와 묵봉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천붕족은 엄청난 신수인 금지대붕의 혈맥을 이어받은 종족이고 곤붕족은 모든 대붕족의 원천이 되는 존재인지라 금지대붕도 곤붕족이라 할 수 있었다.

이는 구유족은 원고의 불사조의 혈맥이 깃들었고 원고의 불사조는 봉황족에 속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하여 종등이 곤붕족과 친분이 있어 그 종족의 천재와 손을 잡으면 일은 확실히 복잡해질 것이다. 정예 신수 종족의 천재들은 분명 일반 천재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겪어온 목진은 전혀 겁먹지 않았다.

“주의하겠네.”

목진은 다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제 어딜 가려는 건가?”

한산의 질문에 목진은 구유를 힐끗 보더니 있는 그대로 말했다.

“원고의 불사조를 찾아볼까 하네.”

누군가 원고의 불사조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면 분명 빠르게 퍼질 테니 굳이 감출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구유족이 지금까지 원고의 불사조의 혈맥 찾기를 멈춘 적이 없다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수확은 별로 없었지만.

“원고의 불사조라…….”

구유작이 불사조의 혈맥을 갖고 태어났다는 걸 잘 아는 한산은 목진의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뭐 발견한 거라도 있나?”

이에 구유는 자연스레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를 것 같군.”

한산의 말에 구유와 목진은 흠칫 놀라 녀석을 쳐다봤다.

“혹시 불사조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나?”

“정확한 정보는 아니네.”

한산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무턱대고 신수지원을 누비고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네.”

“어디 말해보게.”

구유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수지원은 너무 크고 넓어 목진의 몸에 진정한 봉황의 혈맥이 깃들었다 해도 불사조의 흔적을 쉽게 찾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한산의 정보는 정말 소중했다.

“혹시 만수묘(萬獸墓)라고 들어봤나?”

“만수묘라니!”

무덤덤하게 서 있는 목진과 달리, 구유와 묵봉은 한산의 말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거기가 어디야?”

“말 그대로 묘지야. 신수지원에서 죽은 신수 대부분이 만수묘에서 죽어 자연스레 방대한 묘지가 만들어졌는데 역외족의 사망의 기운이 깃들어 위험천만한 흉지가 됐어.”

목진의 질문에 구유가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그런데 만수묘에서 별세한 신수 중에 엄청난 혈맥의 신수가 있다는 말이 있어.”

묵봉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럼 원고의 불사조도 있단 말인가?”

목진이 한산한테 물었다.

“지난번 신수지원이 열렸을 때, 우리 종족 사람이 만수묘에 들어갔던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봉황의 울음소리와 꺼지지 않는 불사의 화염을 본 것 같다고 하였네.”

한산의 말에 구유는 심장이 콩닥거렸다. 불사의 화염은 불사조한테만 있는 것으로 한산의 말이 사실이라면 만수묘에 원고의 불사조가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러나 그곳은 너무 위험해서 구유족 사람들은 거의 드나들지 않았다.

“그걸 왜 우리한테 알려준 건가?”

목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한산을 바라봤다. 그는 분명 한산이 따로 생각하는 바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난 함께 할 사람을 찾고 있었네.”

“만수묘에서 뭘 발견한 건가?”

한산의 이실직고에 목진이 물었다. 한산은 확실히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했다. 이에 한산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우리 종족 사람이 일전에 만수묘에 갔다가 상고다보수가 운락한 곳을 발견했네.”

“상고다보수?”

이번엔 구유, 묵봉 뿐만 아니라 목진마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고다보수는 신수 종족뿐만 아니라 인간 세계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존재였다.

녀석은 특이한 금속과 천재지보를 삼키기 좋아하는데 일단 무언가를 삼키면 체내의 특수한 환경을 이용해 강대한 신기를 만들어내곤 했다. 심지어 유난히 강한 다보수는 준 성물이나 성물처럼 지지존마저 탐내는 엄청난 물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여 상고다보수는 타고난 병기 제련 종사로 불렸고 일단 죽으면 다들 그 뱃속 물건을 탐내곤 했다.

녀석의 뱃속은 말 그대로 진정한 보물창고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고다보수는 상고 시대에도 보기 드문 희귀한 존재라 지금의 대천세계에서는 물론 신수 종족이 아닌 사람마저 녀석에 대해 알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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