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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42화 (641/1,000)

642화. 내 사람

그제야 정신을 차린 묵령은 씩씩거리며 채찍이 향한 쪽을 바라봤는데 채찍의 주인은 빨간색 옷을 입은 여인이었다. 곱슬머리에 제법 아름답게 생긴 여인은 오만해 보였고 복잡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목진은 여인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도 없이 무슨 경우야?”

이런 말은 처음 듣는 여인은 바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자신이 성급하게 저지른 일이 떠올라 화가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지존영액 50만 방울로 구입한 물건을 내가 60만 방울에 사겠다는 게 무슨 문제라도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장 꺼져!”

“네가 감히!”

여인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수중의 채찍을 휘두르자 화룡이 나타나 사정없이 목진을 공격했다.

여인은 성격은 나쁘지만 실력은 제법 갖춘 듯했다. 영력 파동으로 보아 7급 지존경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듯했다.

이에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금광이 요동치며 신속하게 화룡을 때렸다.

퍽!

화룡은 바로 폭발해 사라졌고 채찍은 다시 여인한테 돌아갔다.

잇따라 목진은 한 줄기 금광이 되어 여인한테 날아갔고 여인은 신속하게 뒤로 물러나며 선홍색 영력을 끌어올려 앞쪽에 웅장한 화해를 이루었다. 그녀가 목진에게 날린 화해로 바닥의 암석이 순간 잿더미가 되었다.

슉!

그런데 목진은 무사히 화염을 뚫고 귀신처럼 여인의 앞쪽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금광이 요동치는 주먹이 공간을 부수며 날아오자 여인은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빠르게 결인해 장풍을 쐈다.

이에 그녀의 수중에 선홍색 화염이 미친 듯이 모여 암장을 이뤄 사정없이 목진에게 향했는데 그 엄청난 고온은 하늘을 녹이고도 남을 정도였다.

쿵!

양자의 공격이 부딪히자 순간 뜨거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목진은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여인은 뒤로 수십 보 정도 물러났는데 손에 어느새 멍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은 여인이 뒤로 물러나서야 그 정체를 알아채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저건 적봉족(赤鳳族)의 적홍무 선녀가 아닌가?”

여인이 봉황족 중 적봉족 사람이라니 사람들의 말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적봉족은 정통 봉황족은 아니지만 봉황의 혈맥을 지닌 종족인 것만은 확실했다.

역시 여인의 실력이 뛰어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보아하니 적홍무의 실력은 구유 못지않을 것 같았다.

일전의 공격에서 목진이 우세를 차지한 것은 적홍무가 전력을 다하지 않고 육신의 힘으로만 승패를 가르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7급 지존 중, 제아무리 적봉족 사람이라도 목진보다 육신이 강한 사람은 없었다.

한편, 적홍무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상처난 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는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의 공격에 다칠 줄은 몰랐다.

“실력을 잘도 감췄군.”

적홍무는 조금 놀란 듯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는데 이는 절대 연모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여인은 싸움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목진은 여인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그녀는 목진과 가깝게 지낼 생각이 전혀 없어 바로 떠나려 했다.

“허허, 홍무야. 여기 있었구나, 내가 널 얼마나 찾은 줄 알아?”

그런데 그때, 음산한 웃음소리와 함께 사람 몇 명이 뒤쪽에서 걸어 나왔다.

그중, 앞장선 사람은 백의 사내로 준수한 외모에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이 꼭 서생 같았지만 눈빛만은 상당히 예리하면서 섬뜩했다.

그런데 백의 사내를 발견한 묵봉의 안색이 갑자기 확 어두워져 목진도 미간을 찌푸리며 상대방을 흘겨봤다. 그는 녀석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읽었는데 녀석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목진은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 조용히 떠나려 했다.

“허허, 네가 감히 홍무를 공격한 거야? 그게 사실이라면 제자리에 조용히 서 있는 것이 좋을 거야.”

녀석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상대방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부채를 가볍게 흔들었는데 이로 인해 한기가 휘몰아쳐 공기가 전부 얼어붙었다.

“백빈(白斌), 내 일에 신경 꺼!”

적홍무는 백의 사내를 보더니 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그런데 백의 사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더니 목진의 뒤쪽에 서 있는 묵봉과 묵령을 바라보고 멈칫하다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이곳에서 너희를 마주치다니.”

목진은 바로 미간을 찌푸린 채 묵봉을 바라봤는데 그는 한껏 어두워진 얼굴을 한 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백의 사내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백의 사내를 찢어 죽이고 싶은 눈빛이었다.

이에 적홍무도 멈칫하여 묵봉과 묵령을 바라봤다. 두 사람한테서 느껴진 익숙한 파동은 역시 봉황족의 혈맥 때문이었는데 두 사람과는 초면이었다.

“홍무야, 넌 잘 모르나 본데 저 잡종들의 아버지는 우리 종족의 고급 혈맥 소유자인데 함부로 구유족 여인과 혼인해 혈맥을 더럽혔지. 장로들이 너무 화가 나 그들의 아버지를 흑산에 가두고 저 둘을 잡아들이라 했는데 종족 내부에서 두 사람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지금껏 저리 살 수 있었던 거야.”

적홍무는 그제야 자초지종을 알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종족에서 두 사람의 존재를 묵인한 거나 마찬가지니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다만, 그녀는 묵봉과 묵령 남매를 잡종이라 부르는 백빈이 조금 얄미웠다.

“넌 저들과 한 편이지?”

백빈은 다시 목진한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저들은 우리 종족의 죄인인데 네가 저들 편을 들면 우리 종족의 적이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네가 내 말을 들으면 오늘 저들을 못 본 것으로 해줄 수도 있어.”

백빈은 봉염정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그 물건을 나한테 넘기면 저 잡종들을 풀어주지.”

목진은 잡종이라고 부르는 상대방의 말에 너무 화가 눈이 빨갛게 상기 되었다. 그는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백빈을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당장 꺼져!”

목진의 우렁찬 외침에 백빈은 표정이 확 굳더니 무서운 한기를 내뿜으며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는데 지면이 바로 얼어붙었다.

“스스로 혀를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백빈의 한기 어린 말에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너 따위의 말을 들어야 하지?”

목진은 백빈한테서 위험한 파동을 읽었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이미 적이 너무 많아 한 사람이 늘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네가 저들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백빈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까지 무시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심지어 상대방은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자였다.

쿵!

백빈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위에 한기가 폭발해 온도가 확 낮아졌고 녀석이 입을 쩍 벌리자 하늘색 한기가 휘몰아쳐 한빙의 용을 이루더니 극한의 기운을 싣고 신속하게 목진에게 향했다.

7급 지존도 순식간에 움직이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강한 한기였는데 6급 지존이라면 바로 얼어붙을 것이다.

이에 목진은 온몸에 금광을 발하더니 놀라운 힘이 깃든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쿵!

주먹이 한빙의 용에 닿자 체내에 음산한 한기가 부단히 스며들어 체내의 영력을 얼려 버리려는 것이 느껴졌지만 두 팔에 새겨진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파르르 떨며 한기를 모조리 삼켜버렸다.

이렇게 목진 체내의 한기는 완벽히 사라졌다.

잇따라 목진의 몸에서 금광이 폭발하자 한빙의 용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이럴 수가!”

백빙은 완전히 부서진 한빙의 용을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빙의 용에 깃든 극한의 기운이야말로 치명적이라 일단 체내에 스며들면 모든 걸 얼려 버릴 텐데 목진은 무슨 수로 이를 떨쳐냈단 말인가?

설마 목진이 한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단 말인가?

그러나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빙황족(冰凰族) 사람인 그는 극한의 기운을 타고나 다른 종족의 동급 강자들마저 자신을 두려워하는데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쿵!

그런데 그때, 목진이 바닥에 균열이 일 정도로 발을 힘껏 굴러 귀신처럼 나타나자 백빈은 화들짝 놀랐다.

6급 지존경 밖에 안 되는 인간의 속도가 어찌 이토록 빠를 수 있단 말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목진은 금광을 발하는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체내의 영력과 더불어 육신의 힘을 전부 갈아 넣은 장풍을 쐈는데 공간에 까만 흔적이 생겨났다. 이는 힘이 엄청난 정도로 강해야지만 일으킬 수 있는 현상이었다.

사람들은 목진의 공격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이건 일반 7급 지존은 절대 감당하지 못할 공격이었다.

백빈도 상대방의 공격에 바로 정색했다. 그는 그제야 소년이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

다만, 물러날 곳이 없어 전력을 다해 맞서기로 했다.

이렇게 백빈이 한광을 발하는 두 손으로 신속하게 결인하자 뒤쪽에 커다란 빙황이 나타나 날개를 떨치더니 그의 앞쪽을 가려 한빙의 방패를 형성했다.

쿵!

금광 장인은 여전한 기세로 날아와 빙황의 두 날개를 때렸는데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충격파에 단단한 지면은 산산이 부서졌고 빙황의 날개도 파르르 떨렸다. 백빈은 상대방의 힘에 육신이 맞았다면 바로 중상을 입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6급 지존 따위가 감히 자신을 이토록 초라하게 만들다니. 백빈은 어느새 살기를 품었다.

오늘, 반드시 목진을 제대로 농락하리라 마음먹었다!

생각을 마친 백빈은 이를 악물고 체내의 혈맥을 연소해 위압감을 형성했는데 이는 혈맥에서 비롯된 압박이었다.

빙황족 사람인 백빈의 혈맥은 고귀하니 일반 신수라면 분명 제압될 것이다. 이에 녀석은 혈맥을 연소해 그 위압감을 제대로 드러내려 했다.

이 정도 거리라면 일반 신수는 혈맥의 제압을 당해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도 어느새 백빈의 속내를 꿰뚫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목진을 상대하려고 방출한 위압감에 자신이 무릎을 꿇으면 얼마나 창피하단 말인가?

정작 적홍무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자리에 서서 백빈을 바라봤다. 그녀는 싸우는 것을 즐기고 오만하긴 하지만 정면 승부를 지향했기 때문에 혈맥의 힘으로 야비하게 이기려는 백빈이 하찮게 여겨졌다.

“참 운도 없지.”

적홍무가 중얼거렸다. 목진의 육신이 강하긴 하지만 혈맥 억제를 사용하면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목진도 휘몰아치는 위압감을 발견했는데 놀라기는커녕,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혈맥 억제라…….”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팔에 새겨진 진정한 봉황의 무늬가 나타났다. 목진이 용봉진경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자 진정한 용과 진정한 봉황의 무늬에 영성이 생겨 이제는 진정한 봉황과 진정한 용의 령이라 부르는 편이 더 적합했다.

혈맥 억제라니, 어디 진정한 억제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그때 진정한 봉황의 령이 강력한 자금 빛을 발하더니 봉황이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위압감을 발산했다.

그런데 진정한 봉황의 위압은 나타나자마자 사라졌고 백빈만 알아챌 수 있을 정도밖에 안 되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한편, 백빈의 뒤쪽에 서 있던 빙황은 군왕을 본 대신처럼 두려움에 아우성치더니 한기를 거두며 온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백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두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바라봤다. 그 역시 목진한테서 전해진 엄청난 위압감에 두려워 몸을 미친 듯이 떨기 시작했다.

퍽!

그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 했는데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다시 서려다 결국 목진한테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목진이 패배할 거라 확신했던 사람들은 한쪽 무릎을 꿇은 백빈을 보고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적홍무도 화들짝 놀랐다.

퍽!

정작 목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빙황의 두 날개에 닿은 손을 파르르 떨자 진정한 봉황의 기운이 깃든 힘으로 인해 날개는 사정없이 폭발했고 백빈은 바닥에 수백 장 정도의 흔적을 남기며 뒤로 물러나고 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다.

풉.

잇따라 백빈이 피를 토하자 주위에 맴돌았던 강력한 영력은 신속하게 사그라들었다. 목진의 공격에 중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직 자신이 대결에서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백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멍하니 서서 목진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 외, 다른 종족의 강자들도 금광을 거두고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소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일전의 대결로 그들은 연약해 보이는 소년의 몸에 얼마나 무서운 힘이 깃들었는지 잘 알았고 이제는 아무도 그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녀석은 도대체 누구길래 빙황족의 강자를 저 꼴로 만들었을까!

사람들은 목진의 출신이 더없이 궁금해졌다.

그때 목진은 다시 백빈을 바라보더니 느긋하게 말을 내뱉었다.

“저들은 내 사람이니 건드릴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아무도 감히 목진의 말에 반기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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