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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45화 (644/1,000)

645화. 천랑족

“인제 그만 들어갑시다.”

말을 마친 한산이 옷깃을 휘날리자 백광이 목진 등에게 향했는데 이는 빠르게 하얀색 화염으로 변해 각각의 어깨에 떨어졌다. 백광은 활활 타올라 은은한 불빛을 형성해 목진 등을 완벽히 감쌌다.

잇따라 목진 등은 몸이 점차 따뜻해졌고 체내에 깃든 사망의 기운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는 한산이 오는 길에 사용했던 하얀색 화염보다 더 강력했다.

“이건 구사화(驅死火)로 사망의 기운을 물리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망의 기운이 몸에 깃든 수령을 알아낼 수 있네. 대신 오래가지 못하니 내가 미리 줬던 재료들을 제때 보충해야 하네.”

한산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어깨에 내려앉았던 하얀색 화염에 하얀색 풀잎 같은 것이 들어가 불이 더 잘 타올랐다.

이에 목진 등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갑시다.”

한산은 말을 마치자마자 한 줄기 빛이 되어 사망의 기운이 맴도는 만수묘로 향했고 목진 등도 바로 뒤따랐다.

만수묘에 가까워질수록 음산한 사망의 기운은 더 짙어졌고 아래쪽 대지는 썩은 것처럼 까맣게 그을렸다.

“이제 들어갑시다!”

한산의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목진 등은 주위가 확 추워진 것이 느껴져 바로 구사화를 소환했는데도 주위의 한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짙은 사망의 기운은 시선을 가릴 정도였는데 목진의 영력 감응까지 억제되어 먼 곳을 내다볼 수 없었다.

게다가 회백색을 띤 주위 산맥에서는 푸른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꼭 죽음의 세계 같았다.

아우우우우!

만수묘의 깊숙한 곳에서 영수의 고함이 들렸는데 왠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슉! 슉!

목진 등은 잔뜩 긴장한 채 산맥을 거닐며 주위를 살폈다.

탁!

그러다 앞장섰던 한산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커다란 회백색 나무에 내려앉아 앞쪽을 살폈는데 허공에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존재들이 있었다.

“저것이 수령이란 말인가?”

목진도 고개를 들고 앞쪽을 살폈는데 녀석들은 온몸이 회백색으로 두 눈은 초점을 잃고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부는 반인반수의 모습이었지만 하나같이 강력한 사망의 기운을 내뿜었다. 제아무리 4급 지존이라도 그 사망의 기운에 닿으면 즉사할 것이다.

“빠르게 저들의 머리를 부숴야 하네. 안 그러면 저들이 다른 수령을 불러와 일이 더 복잡해질 것이네.”

한산이 작은 목소리로 말을 전하더니 각자 상대를 정해주었다. 이에 목진 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신속하게 각자의 상대에게 향했다.

목진의 상대는 하얀색 장발에 몸이 온통 회백색을 띤 녀석이었는데 여리여리해 보였지만 녀석의 육신은 그 누구보다 단단했다.

목진을 발견한 녀석은 고개를 들어 회색빛의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빠르게 손을 내밀며 공격을 개시했다.

녀석의 매서운 공격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수령은 생전의 전투 본능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절대 이토록 매섭고 신속하게 공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반 6급 지존이었다면 수령을 쓰러뜨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바로 손을 뻗어 녀석의 손을 잡자 신기나 다름없는 녀석의 공격은 목진의 피부에 아무런 상처도 내지 못했다.

잇따라 목진이 손에 힘을 주자 녀석의 손은 바로 부러졌지만 통증을 못 느끼는 수령은 음산한 사망의 기운이 깃든 손으로 목진의 숨통을 겨눴다.

퍽!

이에 목진이 무덤덤하게 서서 주먹을 휘둘러 상대방의 머리를 때리자 주위의 공간이 바로 무너졌고 나지막한 폭발음과 함께 녀석의 머리는 수박 깨지듯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나 수령은 머리가 깨져도 전혀 피가 나지 않았고 바로 재가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수령의 몸통 역시 움직임을 멈추더니 맥없이 추락했다.

대신, 녀석의 머리를 부순 목진의 주먹에는 잿빛 기운이 맴돌았는데 이는 상대방의 머리에 깃들었던 사망의 기운이었다.

“사망의 기운은 참 귀찮은 존재군.”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영력을 소환해 사망의 기운을 모조리 없앴다. 만수묘에 사망의 기운이 너무 많아 일단 체내에 깃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이를 전부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후, 한산, 구유 등도 자기 목표물을 죽이고 한데 모여 빠르게 나아갔다.

“우리가 발견한 다보수의 운락 지점은 만수묘의 서북쪽이네. 조심해서 이동한다면 반나절쯤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네.”

한산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천랑족과 황금사족에서 먼저 낚아채지는 않았겠지?”

“저들은 그리 빠르지는 않을 것이네. 다보수의 운락 지점도 위험천만한 곳이라 원하는 바를 이루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네.”

목진의 질문에 한산은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목진 등은 흐릿한 만수묘 속을 거닐었는데 이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수많은 산맥을 지났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가는 길에 수령을 적잖게 마주쳤고 한산이 알고 있는 노선에도 변동이 생겨 수령의 포위를 여러 차례 겪고 나니 모습이 상당히 초라해졌다.

다행히 목진 등은 정말 강한 수령은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보수의 사망 지점에 이르기는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목진은 몰래 진정한 봉황의 령을 소환해 원고 불사조의 흔적을 살폈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해 시무룩해졌다.

수많은 산맥을 건넌 목진 등은 드디어 속도를 줄였고 한산은 조심하라며 목진 등에게 주의를 주었다.

목진은 구유와 마주 보고는 한껏 경계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들은 곧 다보수의 사망 지점에 이를 것이다.

잠시 후, 산맥 한 채를 더 지나자 회백색 숲이 나타났는데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숲은 귀신이라도 나올 것처럼 무서워 보였다.

회백색 숲을 살피던 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앞쪽에서 영력 파동을 느껴 구유와 묵봉을 힐끗 쳐다봤는데 두 사람도 알아챈 듯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런데 그때, 한산이 호루라기를 꺼내 지극히 미세한 음파를 전하자 회백색 숲 어딘가의 나뭇잎이 떨리더니 살기가 가득한 사람들이 그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몸에 상처가 가득 난 녀석들은 제법 튼실해 보였고 시뻘건 눈을 부릅뜬 채 목진 등을 노려봤는데 미간에 조각달이 새겨진 것을 보니 천랑족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천랑족 강자들이었는데 목진은 긴장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더 경계했다.

그때 얼굴에 커다란 상처가 난 상대편 무리의 우두머리가 시뻘건 눈동자를 굴리며 한산 등을 바라보더니 목진, 구유 등한테 고개를 돌리자마자 살기를 내뿜었다.

“한산, 저들은 서마족 사람이 아니지 않나!”

회백색 숲에서 나타난 천랑족 두목은 시뻘건 눈동자를 굴리며 목진 등을 바라봤는데 예리한 눈빛이 목진 등을 찢어 죽일 것만 같았다.

“허허, 곽양(霍陽), 너무 예민하지 굴지 말게. 그들은 구유족 사람들도 내가 구한 협력자라네.”

한산이 미소를 지으며 해명에 나섰다.

“협력자라…….”

곽양이 미간을 찌푸리며 피식 웃었다.

“한산, 다보수가 그리 흔한 존재인 줄 아는 것인가? 사람이 많을수록 얻을 수 있는 양이 적어진다는 걸 정녕 모른단 말인가? 난 저들의 동참에 반대네.”

이에 한산은 무덤덤하게 서서 말했다.

“그건 걱정 말게. 내가 청한 사람들이니 내 몫에서 나눠줄 것이네. 자네 몫은 절대 건드리지 않을 것이네.”

곽양은 그제야 안색이 조금이나마 돌아왔지만 목진 등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여전했다.

구유와 묵봉은 7급 지존이지만 목진과 묵령은 아직 6급 지존일 뿐이라 녀석은 목진 등의 합류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 정도 실력으로 감히 만수묘에 오다니, 곽양은 목진 등이 욕심에 눈이 멀어 멍청한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를 발견한 목진과 구유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 잘 보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목진은 천랑족 사람을 쓰윽 훑었는데 다섯 명 중 네 명이 7급 지존으로이 서마족과 비슷했다. 천랑족에서도 다보수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모양이었다.

신수지원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많은 난관에 봉착하기 때문에 구유족에서는 네 사람만 들여보냈다. 신수지원에는 천재들이 너무 많아 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들여보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아무로 모르는 일이었다.

목진은 천랑족의 곽양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냥 쓰윽 훑고 말았다. 천랑족의 7급 지존 중 곽양을 제외한 세 사람은 뇌아족의 육수와 실력이 비슷해 목진이 용봉진경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곽양, 이곳 상황은 어떤가?”

한산이 가볍게 웃으며 묻자 곽양이 입을 삐쭉 내밀며 답했다.

“황금사족은 반나절 전에 도착했는데 감히 깊게 들어가지는 못했네. 안으로 들어갈수록 수령이 더 많아져서 그러는 것이네.”

“일전에 황금사족에서 소식을 전했는데 다보수의 운락지 주위에 7급 지존인 수령이 15마리나 있다고 하였네.”

한산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7급 지존인 수령이 15마리나 있다니, 다른 종족과 협력하지 않으면 절대 쓰러뜨릴 수 없을 것이다.

“황금사족에서는 일단 우리와 함께 수령들을 없애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보상을 어떻게 나눌지 의논하자고 하더군.”

곽양은 시뻘건 눈동자를 굴리며 한산을 힐끗 봤다.

“함께라…….”

한산은 썩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일단 가서 상황부터 봅시다.”

말을 마친 한산이 사람들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자 곽양도 바로 사람들을 거느리고 재빨리 그 뒤를 따랐다.

회백색 숲은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찼고 깊이 들어갈수록 그 기운은 더 짙어져 피가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목진 등은 커다란 숲을 1각 정도를 달려서야 속도를 줄였는데 앞쪽에 나무가 적어진 대신 가파른 산맥이 점차 많아졌다. 목진 등은 그중 한 산맥에 놓인 커다란 암석 위에 내려앉아 산맥 아래쪽에 펼쳐진 거대한 분지를 쳐다봤다.

그곳 나무들은 사망의 기운이 깃들어 까맣게 그을렸고 영수들은 사망의 기운을 내뿜으며 포효했다.

“여기가 바로 다보수의 운락지라네.”

한산이 거대한 분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에 목진이 내려다보니 무서운 사망의 기운이 방대한 분지의 위쪽 하늘에 모여 회색 구름층을 이뤘고 주위는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만수묘 내부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뜻으로 발견하면 바로 비껴가는 것이 정상이었다. 운이 좋지 않았다면 서마족은 물론이고 천랑족과 황금사족의 강자들도 절대 이곳에서 다보수가 죽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발견했다고 해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저 멀리 하늘에서 금광이 번쩍이더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 한산은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잠시 후, 멀지 않은 곳에 내려선 녀석들의 금광이 가시자 튼실한 모습의 사내들이 강력한 압박감을 내뿜고 다가왔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그들은 모두 여섯 명으로 하나같이 튼실한 몸매에 금발의 머리카락을 지녔다. 또한, 얼굴에는 은은한 황금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황금색 눈동자에서는 엄청난 패기와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바로 황금사족의 강자들이었다.

서마족 사람들도 영력을 끌어올린 채 잔뜩 경계하며 상대방을 호시탐탐 노렸다.

반면, 한산은 태연하게 서서 황금사족 무리의 가장 앞쪽에 서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금광을 발하는 녀석이 내뿜는 영력 위압감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강력했다.

“김렬, 이번에는 역시 자네가 황금사족을 이끌었군.”

한산이 튼실한 사내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자 구유가 목진한테 조용히 말을 건넸다.

“황금사족 젊은이 중 최정예 강자는 두 사람으로 황금 쌍웅(黃金雙雄)이라 부르는데 그중 한 사람이 김렬이고 나머지 한 명은 오지 않은 것 같아.”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김렬을 훑어봤다. 그는 상대방한테서 강력한 압박감을 느꼈는데 일반 7급 지존은 녀석의 상대가 아니었고 녀석은 육신을 수련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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