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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646화 (645/1,000)

646화. 꼼수에 넘어가다

그때 김렬이 씨익 웃으며 한기 어린 눈빛으로 한산을 보더니 구유 등에게 고개를 돌렸다.

“한산, 이런 일에 다른 종족을 끌어들이다니, 서마족에 너무 자신이 없는 것 아닌가?”

김렬이 히쭉거리며 묻자 구유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는 한산의 초청으로 구경하러 왔을 뿐이네.”

이에 김렬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그따위 실력으로 감히 만수묘에 들어오다니, 겁이 없는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군.”

“그건 싸워보면 알 수 있지 않겠나?”

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에 김렬의 뒤에 서 있던 황금사족의 7급 지존이 언짢은 듯 나섰다.

“6급 지존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7급 지존들의 대화에 끼는 건가?”

이에 김렬은 손을 가볍게 저어 녀석을 말렸지만 목진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그 또한 6급 지존밖에 안 되는 목진을 무시하는 눈치였다.

“한산, 우린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니 이만 진정합시다. 우리가 주위를 살펴보니 7급 지존인 수령이 열 마리도 넘게 나타났고 다른 수령들까지 더하면 협력하지 않고서는 절대 뚫고 지나가기 어려울 것이네.”

김렬이 다시 한산한테 고개를 돌렸다.

“천랑족도 이 구역을 살핀 바 있긴 한데 우리가 미덥지 않다면 직접 가서 살펴보게.”

막 도착한 곽양 등 천랑족 강자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한산은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주위를 훑어보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 굳이 상황을 살피러 가지 않아도 이 구역에 실력이 막강한 수령이 여러 마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진, 자넨 어떡하면 좋을 것 같나?”

잠시 고민하던 한산이 목진의 의견을 묻자 김렬과 곽양은 흠칫 놀랐다. 그들은 한산이 왜 구유가 아닌 목진의 의견을 묻는 건지 알지 못했고 태도마저 왜 저토록 공손한지 무척 의아했다.

그러다 목진이 구유와 눈을 마주치고 함께 고개를 끄덕이자 한산은 다시 김렬한테 고개를 돌렸다.

“일단 함께 수령을 없애고 보물은 이곳을 무사히 벗어나면 다시 생각해봅시다.”

김렬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각자의 구역과 쓰러뜨려야 할 수령의 수를 정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

김렬은 바로 황금사족의 강자들과 함께 떠났다.

“우리도 이만 떠날 것이니 작업을 마치면 다시 만납시다.”

천랑족의 곽양도 바로 종족 사람들과 함께 떠났다.

“우리도 이만 갑시다.”

한산은 녀석들이 전부 멀어진 것을 확인하자 목진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방대하고도 어두운 분지로 향했다.

그런데 목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황금사족과 천랑족이 떠나간 방향을 쳐다보고는 몰래 조심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구유와 묵봉은 바로 알아채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다보수 쟁탈전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숲은 유난히 어두웠고 흐릿한 사망의 기운은 시야와 영력 감응력을 차단해 버렸다.

슉! 슉!

영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숲에서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한 무리가 가볍게 나뭇가지를 밟으며 빠르게 나아갔는데 그들은 다름 아닌 목진 일행이었다.

목진 등은 경계 태세를 취하고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숲을 거닐었는데 사망의 기우 때문에 영력 감응력이 차단되긴 했지만 주위에 수령이 상당히 많은 것만은 그대로 느껴졌다.

“우리는 서남쪽에서 들어왔으니까 7급 지존인 수령이 여섯 마리 정도 있을 것이네. 게다가 다른 등급의 수령도 적어도 백 마리는 될 걸세.”

전력을 다해 달리는 한산이 말을 전하자 목진과 구유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7급 지존인 수령 여섯 마리에 이보다 실력이 조금 뒤처지는 수령이 백 마리나 넘는다니, 그 규모가 상당했다. 다행히 녀석들은 지능이 없어 상대하기가 쉬웠다.

“그럼 우리 넷이 7급 수령 여섯 마리를 책임지고 묵령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머지 수령들을 잡게. 반드시 속전속결을 해야 하네. 안 그럼 묵령 등이 피곤해질 것이네.”

이에 목진과 구유, 묵봉은 동의하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마족에 7급 지존이 세 명이나 더 있긴 하지만 그들은 엄청난 양의 다른 수령을 상대해야 했는데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준비하게, 우리는 곧 수령의 집거 구역에 들어갈 것이네.”

한산은 구체적인 계획을 알린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목진 등은 바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 주위에 맴돌던 사망의 기운이 점차 짙어지더니 저 멀리 음산한 숲에서 회백색 그림자가 오가는 것이 보였다.

회백색 그림자들은 초점 없는 눈으로 목진 등을 바라보았고 곧 사망의 기운으로 가득 찬 포효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퍽! 퍽!

하얀색 그림자들은 귀신처럼 어두운 곳에서 나오더니 음산한 기운을 실은 채 목진 등에게 향했다.

이에 한산, 구유, 목진, 묵봉이 먼저 나서서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무서운 영력 빛줄기가 솟구쳤다.

쿵! 쿵!

예리한 영력 빛줄기가 공간을 가르며 상대방에게 향하자 앞장섰던 수령 십수 마리의 머리가 바로 폭발했고 목진 등은 그 사이로 빠르게 지나갔다.

쿠쿵!

난폭한 영력과 함께 목진 등은 앞을 가로막은 수령을 부단히 물리쳤지만 수령들은 쉴 틈도 없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목진 등은 이에 개의치 않고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데만 집중했다.

이곳에서 가장 큰 위협은 7급 지존인 수령들이라 그들만 쓰러뜨리면 엄청난 양의 수령을 없애는 것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한통(韓通), 너희가 뒤를 살피게!”

한산은 깊숙이 들어갈수록 사망의 기운이 짙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 정도라면 이미 숲의 가장 깊숙한 곳에 이르렀을 것이다. 또한, 그는 그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위험한 파동을 느꼈다.

그곳은 아마 7급 지존인 수령들이 모여있는 곳 같았다.

“알겠네!”

서마족의 강자들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리에서 벗어나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방대한 서마의 그림자를 형성했다. 수령들은 금세 그들한테 눈길을 돌렸다.

“묵령, 너도 저들을 도와줘. 몸조심해.”

“네!”

묵봉의 말에 묵령은 생긋 웃으며 답하고는 빠르게 후진하며 적염을 소환했다. 이에 그 구역은 바로 기온이 상승했고 공기가 불타오를 것 같았다.

그들 덕분에 목진 등은 마음 편히 앞만 보고 전속력으로 사망의 기운이 짙은 곳으로 향했다.

잠시 후, 목진 등이 사망의 기운이 그윽한 곳을 건너자 회백색 나무들이 가득 나타났다.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에 숨어있던 녀석들은 목진 등을 노려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그들 앞쪽에 나타났다.

온통 까만색의 수령 여섯 마리의 육신은 유난히 단단해 보였는데 이는 녀석들이 죽은 뒤, 육신의 수분이 전부 빠지면서 사망의 기운에 제련되어 나타난 현상이었다.

하여 녀석들 주위를 맴도는 사망의 기운은 일반 수령보다 훨씬 강력해 보였다.

“역시 7급 지존인 수령이 여섯 마리나 된단 말인가?”

목진은 검은색 수령을 힐끗 보며 중얼거리더니 무언가 발견하고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아니야!”

퍽!

그때 목진 등의 뒤쪽 지면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검은색 그림자 두 개가 사망의 기운을 온몸에 휘두른 채 기어 올라왔다. 그들도 7급 지존이었다.

이렇게 목진 등이 상대해야 할 수령의 수는 모두 여덟 마리였다.

한산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곳에 모인 수령의 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제법 귀찮아졌군.”

한산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7급 지존 수령이 여덟 마리라니, 아무리 그들이라도 녀석들을 전부 쓰러뜨리려면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릴 것이다.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해당 등급 수령은 육수 못지않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이 두 마리씩 책임지고 전투를 신속하게 끝냅시다.”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좋네!”

한산 등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각자의 상대에게 향했고 목진도 바로 뒤쪽에서 기어 나온 수령 두 마리한테 달려갔다.

크으으으!

녀석들이 포효하자 주위를 맴돌던 사망의 기운이 날카로운 발톱을 휘감은 채 공간을 찢으며 신속하게 목진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탕!

녀석의 손이 가슴을 가린 목진의 팔에 닿자 불꽃이 튀겼고 목진의 팔에는 은은한 하얀색 흔적이 남았다.

쿵!

잇따라 목진이 무덤덤하게 서서 금광을 발하는 주먹을 휘두르자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녀석은 가슴팍이 움푹 파인 채 멀리 튕겨 나갔다.

그런데 목진이 예상했던 대로 녀석은 바닥에 닿자마자 다시 목진에게 달려왔고, 녀석은 움푹 파인 가슴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육신이 엄청나군.”

목진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목진의 공격을 보통 7급 지존이 맞았다면 이미 토하며 쓰러졌을 텐데 수령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퍽! 퍽!

7급 지존 수령 두 마리의 엄청난 공격에 목진은 뒤로 몇 보 물러났다. 하지만 금세 적응하고 용봉체를 한껏 끌어올려 산 한 채를 부수고도 남을 힘이 깃든 주먹을 휘둘러 녀석들을 물리쳤다.

목진이 녀석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한편, 한산, 구유, 묵봉도 점차 7급 수령의 난폭한 공격에 적응해 공격을 개시했고 묵령 등도 전력을 다해 엄청난 양의 수령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도와주지는 못해도 각자의 목표물을 책임져 서로한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한산이 예상했던 대로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그들은 이곳의 수령들을 전부 없앨 수 있을 것이다.

퍽!

그때 발을 힘껏 구르며 날아오른 목진이 7급 수령 한 마리의 빈틈을 발견하고 금광을 발하는 검우를 소환해 녀석의 머리를 억지로 부쉈다.

쿵!

7급 수령 한 마리를 없앤 목진은 바로 나아가 나머지 한 마리를 제압했다. 구유 등은 목진 쪽 상황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목진이 목표물을 없애면 상황은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쪽 수령들은 더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대지가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저 멀리서 수령 수만 마리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진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살펴봤다. 그는 엄청난 양의 사망의 기운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수많은 수령이 그들에게 향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육신이 온통 까만 녀석들도 있었는데 다름 아닌 7급 수령이었다.

“저쪽에서 엄청난 양의 수령이 몰려오고 있네!”

뒤쪽에서 싸우던 서마족 강자 중 하나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황급히 외쳤다.

쿵!

목진은 금광을 발하는 주먹을 휘둘러 앞에 서 있던 7급 수령의 머리를 부순 뒤, 양쪽을 바라보고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한산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이를 갈며 말했다.

“저기는 황금사족과 천랑족 쪽이네. 녀석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이에 구유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뭐긴, 우리를 없애려는 것이네.”

한산은 안색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천랑족은 일전의 약속을 깨고 황금사족과 손을 잡고 자신을 이곳에서 없애려고 하고 있었다.

한산은 천랑족에 된통 당했다!

쿠쿵!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하며 숲 전체가 흔들렸고 들끓는 사망의 기운이 휘몰아쳐 이곳을 집어삼킬 것 같았다.

회백색 그림자들은 미친 듯이 몰려왔는데 그중에 섞인 흑광은 다름 아닌 7급 지존경에 이른 수령들이었다.

목진, 한산, 구유 등은 이러한 광경에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들은 그제야 녀석들이 친 덫에 빠져들었음을 알아챘다.

황금사족과 천랑족이 해결해야 할 구역에서 달려온 수령들은 하나같이 목진 등을 향해 달려왔는데, 녀석들이 꼼수를 부린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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