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8화. 주신진
“나머지 한 명은 김강(金剛) 자네가 상대하게.”
김렬은 고개를 돌려 뒤쪽에 서 있는 금발 사내한테 말을 건넸다. 그가 말한 나머지 한 명은 다름 아닌 묵봉이었다.
“알겠네!”
몸이 유난히 튼실한 김강은 피부가 황금색이었고 황금사족에서 황금 쌍웅보다는 못하지만 제법 유명했다. 7급 지존의 실력으로 묵봉을 쓰러뜨릴 수는 없어도 발목을 잡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김강은 씨익 웃으며 답하더니 예리한 눈빛으로 묵봉을 노려봤다.
그러나 묵봉은 녀석의 눈빛을 완전히 무시한 채 무덤덤하게 서 있기만 했다.
“다섯 사람을 더 내보내 나머지를 전부 쓰러뜨리게.”
김렬이 태연하게 서서 말했다. 한산과 구유, 묵봉을 제외하면 상대편에 7급 지존은 세 사람뿐이라 7급 지존을 다섯 명 더 파견하면 빠르게 대결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배정을 마친 김렬은 자신의 계획이 완벽하다 여겼고 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하리라 확신했다.
잇따라 김렬은 뒷짐을 쥔 채 피식거리며 한산, 구유 등을 바라봤다.
“내가 그쪽이라면 이미 도망갔을 것이네. 수령의 공격을 피하면 무엇하나, 결국 내 손에 죽을 텐데 말이야.”
이에 김렬 옆에 서 있던 곽양도 히쭉거리며 한산 등을 쳐다봤다. 승산이 높은 쪽의 손을 잡는다고 했던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황금사족은 한산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말을 마친 김렬은 바로 한 줄기 금광이 되어 한산한테 달려가더니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사악한 눈빛으로 한산을 노려봤다.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말게.”
김렬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에 한산은 씨익 웃더니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뒤쪽에 상고 서마의 그림자를 형성했다.
이와 동시에, 곽양도 구유한테 다가갔고 구유는 녀석을 힐끗 보더니 손에서 보라색 화염이 피어올랐다.
슉!
김강은 7급 지존 한 명과 함께 묵봉의 좌우 양측에 나타나 씨익 웃더니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냥 조용히 서 있는 것이 좋을 것이네.”
그리고 나머지 7급 지존 다섯 명도 신속하게 퍼져 목진, 묵령 등의 앞쪽에 나타나 무시하는 눈빛으로 목진 등을 쳐다봤다.
녀석들은 목진과 묵령이 실력이 너무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서마족의 7급 지존 세 명이 바로 나아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녀석들을 노려봤다.
“목진, 우리가 세 사람을 상대할 테니 나머지 두 사람은 자네들이 해결하게.”
서마족의 강자 하나가 목진에게 공손하게 말을 건넸다.
목진의 전투력을 직접 확인한 그는 일반 7급 지존은 절대 그의 상대가 아니란 것을 잘 알았다.
그런데 목진은 입을 꼭 다문 채 앞쪽에 서 있는 7급 지존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김렬, 곽양 등 황금사족과 천랑족 사람들 뒤쪽에 세 사람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뿜는 영력 파동으로 보면 6급 지존으로 그리 위협적인 존재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김렬은 녀석들을 왜 나서게 하지 않은 걸까?
목진은 자연스레 눈길을 거두더니 서마족의 7급 지존들을 바라보며 손을 저었다.
“자네들은 물러서게. 저들은 내가 혼자서 상대하겠네.”
목진의 말에 상대편 7급 지존들뿐만 아니라 서마족의 강자들과 묵령마저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를 쳐다봤다.
혼자서 7급 지존 다섯 명을 상대한다니, 이건 7급 지존경 정상에 이른 강자라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참 주제도 모르는 멍청한 녀석이군.”
김렬이 피식 웃으며 말하더니 손을 휘익 저었다.
“저 녀석을 죽이게.”
그는 목진의 결정이 정말 우스웠다.
7급 지존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는데 왠지 그가 가여웠다. 너무 절망스러운 나머지 미치기라도 한 건가?
한산, 구유, 묵봉 등도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다들 목진의 전투력이 엄청나다는 것은 알지만 7급 지존 다섯 명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한산은 목진을 믿고 목진의 제안에 동의했고 서마족의 강자들은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녀석이 불리해지면 그때 나서서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목진이라면 녀석들을 상대로 열세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목진은 갑자기 제자리에 서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에 김렬은 괜히 불안해져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뭔가 떠오른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당장 공격하게, 녀석은 영진을 치고 있네!”
히쭉거리던 7급 지존 다섯 명도 바로 정색하더니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목진을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목진이 다시 눈을 뜨더니 7급 지존 다섯 명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멍청하기는…….”
목진의 손가락에서 수천 갈래의 영인이 솟구쳐 이곳 천지에 스며들더니 ‘꽈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대지가 진동하며 웅장한 영력이 돌풍처럼 휘몰아쳤다.
잇따라 목진은 열 손가락을 튕기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천품 영진, 주신진!”
쿠쿵!
웅장하고도 난폭한 영력이 돌풍처럼 휘몰아치자 대지는 격렬하게 진동했고 수많은 영력 광문이 목진을 중심으로 퍼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 천 장 범위를 감쌌다.
영력 광문이 서로 연결되더니 지극히 오묘하고 오래된 부적을 이뤄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빛을 발했다.
한편, 영진이 발하는 빛이 눈에 드리우자 목진은 왠지 신비로워 보였다. 목진이 친 천품 영진은 만다라한테서 받은 영진 중 위력이 가장 강하면서도 치기 가장 어려운 영진이었다.
하여 목진은 김렬, 곽양 등이 나타나자마자 몰래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멍청한 7급 지존 다섯 명이 목진한테 충분한 시간을 줬기에 그는 위력이 가장 센 주신진을 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영진을 치는 데 성공한 목진이 대결에서 패배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슉!
그러나 7급 지존 다섯 명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고, 살기를 가득 품고 목진에게 향했다. 그들은 당장 목진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녀석들이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공격을 개시하자 난폭한 장인 다섯 개가 목진한테 내려앉았다.
그런데 목진이 고개를 들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암홍색 빛이 나타나 7급 지존 중 한 사람에게 향했다.
이에 녀석들도 바로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끌어올려 뒤쪽에 커다란 황금 사자를 형성했고 녀석들은 바로 신수 형태를 소환했다.
크으으으!
황금 사자가 고개를 치켜들고 포효하자 황금으로 이룬 것 같은 빛줄기가 솟구쳐 암홍색 빛으로 향했다.
슉!
그런데 엄청난 위력이 깃든 것 같은 황금 빛줄기는 한순간에 부서졌고 암홍색 빛의 기세는 여전했다.
이러한 광경에 7급 지존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신속하게 물러났다.
위잉!
그런데 그때, 암홍색 빛이 공간을 가르며 녀석의 머리 위에 나타나 공격을 개시했다.
치익!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7급 지존은 바로 움직임을 멈췄고 녀석의 미간을 중심으로 혈선이 퍼져나갔다.
잇따라 녀석의 육신은 반으로 잘린 채 추락했고 웅장했던 영력도 바로 사라졌다.
7급 지존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목진에게 향하던 7급 지존 네 사람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고 뒤로 물러났던 서마족 강자들도 믿기지 않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도 7급 지존경에 이른 강자가 이렇게 쉽고 빠르게 죽을 줄은 몰랐다.
멀리 떨어져 있던 김렬, 곽양 등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도 눈앞에 일어난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은 사람이 일반 7급 지존이라 김렬, 곽양 등도 녀석을 상대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겠지만 목진처럼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는 없었다.
“천품 영진이라니!”
김렬은 안색이 확 어두워진 채 목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이제야 한산 같은 강자가 목진한테 공손한 이유를 알았다. 목진은 천품 영진을 칠 수 있는 영진 대사였다.
“이번엔 자네 생각이 짧았네.”
한산이 피식 웃으며 한 말에 김렬은 괜히 콧방귀를 뀌었는데 표정을 보면 적잖게 놀란 듯했다. 그는 목진이 오늘 대결의 변수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보수의 보물은 어차피 황금사족의 것이라 절대 목진 따위 때문에 결과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
정작 목진은 무덤덤하게 서서 육신이 반으로 잘린 7급 지존을 보더니 나머지 네 사람한테 고개를 돌렸다.
이에 녀석들은 순간 가슴이 철렁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 잔뜩 경계하며 허공을 쳐다봤다. 그들은 영문이 교차한 곳에서 암홍색 빛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암홍색 빛의 위력을 직접 확인한 녀석들은 더는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위잉.
목진은 곧바로 손가락을 튕겼는데 암홍색 빛이 다시 형성되어 요동치며 지극히 무서운 파동을 발산했다.
주신광(誅神光)이라 불리는 암홍색 광은 주신진의 최강 무기였다. 영진은 오묘한 방식으로 천지의 영력을 압축해 주신광을 이뤘는데 주신광이 지나친 공간은 사정없이 잘려나갔다.
다만, 주신광을 형성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목진이 수많은 영인으로 영진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는데도 만들어낸 주신광은 몇 갈래밖에 되지 않았다.
다행히 7급 지존 다섯 명을 쓰러뜨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잇따라 목진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암홍색 주신광은 바로 녀석들에게 향했다.
이에 7급 지존 네 사람은 그를 상대할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고 사색이 되어 미친 듯이 도망갔다.
슉!
그런데 이 상황에서 철수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주신광은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 남은 네 사람 중 한 명의 미간을 뚫은 동시에 녀석의 체내에 숨긴 지존해까지 부숴버렸다.
이에 녀석의 미간에 미세한 혈점이 나타나더니 맥없이 추락했다.
또 한방에 7급 지존 한 명이 죽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온몸을 파르르 떨며 귀신을 보듯 목진을 바라봤다.
그때 목진이 태연하게 서서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암홍색 빛은 주신진에서 나와 독사처럼 다른 녀석들을 공격하려고 기회를 노렸다.
“당장 영진에서 나오게!”
그런데 그때 갑자기 김렬이 나지막하게 외치자 녀석들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영진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목진은 순간 미간을 찌푸린 채 손에 영력을 끌어모았다.
“네 이놈, 네가 감히 황금사족의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김렬이 잔뜩 화가 난 듯 아우성치자 목진은 피식 웃더니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암홍색 빛이 날아가 황금사족의 7급 지존 한 사람의 미간을 뚫어 사방에 피가 튀었다. 녀석의 방어력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황금사족에서 사정없이 공격하는 와중에 상대방을 봐주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해 살수를 둔 것이다.
이에 김렬이 빨갛게 상기된 눈으로 목진을 쏘아봤다. 그는 눈빛만으로 목진을 찢어 죽일 것만 같았다.
반면, 서마족 강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연체탑에서부터 목진의 전투력이 상당하다는 걸 느꼈지만 다시 봐도 여전히 놀라웠다. 목진의 손에 육수가 중상을 입었으니 이는 보통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마족 강자들은 목진이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7급 지존들을 하찮은 벌레 죽이듯 죽이다니…….
한산이 목진 등을 영업한 것에 불만이 컸던 서마족 강자들은 그들을 끌어들이기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목진이 없었다면 그들은 이미 수령을 물리치다가 죽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