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3화. 보물찾기
목진 등은 빛을 발하는 맑은 호수를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당장 그 속에 깃든 보물이 보고 싶었다.
“이만 시작합시다.”
한산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고생하여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이제부터는 수확할 차례였다.
이에 목진 등도 고개를 끄덕였다.
“호숫물에 닿지 않게 조심하게. 그리고 어떤 보물을 얻을지는 각자 운에 맡기겠네.”
한산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친 뒤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파도가 일더니 영롱한 백골이 조금이나마 모습을 드러냈다.
잇따라 그는 적당한 곳을 찾아 내려앉고는 영력으로 돌풍을 일으켜 주위를 완벽히 감싸 호숫물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서마족의 나머지 강자들도 덩달아 나서서 각자 자리를 찾아 내려앉았다.
“우리도 시작하자.”
목진의 말에 구유, 묵봉, 묵령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으로 나아가 호수의 위쪽 하늘에 멈춰 섰다. 호수의 깊숙한 곳에 크기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큰 해골이 보였다. 다보수는 죽은 지 만 년이 지났는데도 신비로운 위압감이 퍼져 나와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그는 이내 감탄하며 일정한 곳을 찾아 내려앉았는데 시원한 촉감에 순간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어떤 보물이 있는지 어디 보자꾸나.”
중얼거리던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고 아래쪽 백골을 매개체로 호수의 내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순간, 사방에서 강력한 압박감이 느껴져 목진의 뛰어난 감응력은 확 둔해졌고 범위도 1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역시 쉽지 않군.”
그는 보물찾기가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그러했다. 호숫물의 제어로 보물의 탐색이 훨씬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목진이 아니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는데 지금 평정심을 잃으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목진은 차가운 호숫가에 놓인 해골을 살폈는데 해당 다보수가 생전에 적어도 십수만 장 정도로 큰 거물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죽은 지 만 년도 넘었는데 뼈가 삭지 않고 그대로라니, 목진의 육신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었다.
여건이 되면 분명 해골을 가져가 신기를 제련했을 것이다.
목진은 녀석의 생전 실력이 연체탑의 혈전왕 못지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토록 강한 존재도 결국 신수지원과 함께 몰락했으니, 역외족이 얼마나 무서운 실력을 지녔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목진이 해골을 살핀 지도 2각 정도가 지났지만, 그는 천 장 정도밖에 살피지 못했다. 이는 십수만 장 정도 되는 다보수의 몸집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별다른 파동을 느끼지 못했다. 한산을 믿지 않았다면 그는 목표물을 잘못 찾은 건 아닐까 의심했을 것이다.
잠시 후, 목진은 갑자기 앞쪽 해골에서 특이한 파동을 내뿜는 것을 발견하고 이내 화색이 되었는데 그곳에 회색 비수가 꽂혀있었다. 오래된 무늬가 새겨진 비수의 칼날에서는 보랏빛을 발했고 지극히 예리한 기운을 내뿜어 목진은 순간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건 절품 신기였다.
목진은 이내 혀를 내둘렀다. 대충 훑어봤는데 절품 신기를 발견하다니, 이는 7급 지존한테 큰 도움이 될 보물이었다.
그런데 목진은 비수를 거둘지 말지 고민되었다. 절품 신기를 팔면 지존영액을 수십만 방울이나 획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진은 절품 신기를 포기하고 다른 곳을 살폈다.
절품 신기의 가치는 상당했지만, 그가 찾는 것은 아니었다.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보는 것마다 차지하려 했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획득한 보물도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니 괜한 일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목진은 계속 해골을 살폈는데 호수에 깊숙이 들어가다가 위력이 엄청난 보물들을 발견했다.
보물들은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는데 절품 신기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물건들로 목진은 적잖게 놀랐다.
하여 손만 뻗으면 절품 신기를 획득할 수 있단 생각에 목진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런데 왠지 불안했다.
목진은 불안의 원인을 알 수 없었지만 해당 신기들을 뽑으면 상당히 후회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준 성물을 얻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다른 물건에 손을 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때 목진이 발견했던 절품 신기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역시 수상해.”
목진은 순간 흠칫 놀랐다. 다보수의 보물은 역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건 다보수의 짓이 분명했다.
목진이 절품 신기를 얻고자 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지만 적어도 준 성물은 얻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섰다.
목진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 했는데 앞쪽에 놓인 해골이 갑자기 사라졌고 주위의 호숫물은 까만색으로 변했다. 꼭 다른 공간에 들어간 것 같았다.
그러나 목진은 위험한 파동이 느껴지지 않아 조용히 기다렸다. 다보수는 생전에 체내의 보물을 보호한 것이 분명했고 일전에 목진이 발견한 물건들은 분명 녀석의 시험일 것이다.
위잉!
그때 어둠 속에서 갑자기 만 장 정도의 홍류가 눈부신 빛을 발하며 휘몰아쳤는데 그 속에 깃든 신기들이 방대한 영력 파동을 내뿜었다.
이에 목진은 그 속에 깃든 신기들을 살피고는 소름이 쫙 끼쳤다. 신기들은 어느 하나 평범한 것 없었고 수량이 적어도 만 개는 되었다.
“역시 다보수는 남다르군.”
신기들은 상당히 품질이 좋았고 대천세계에서 하나만 팔아도 1급 지존이 9급 지존에 이를때까지 수련할 수 있을 정도의 지존영액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기의 홍류를 한참 쳐다보던 목진은 중심에 떠 있는 빛덩이를 발견하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빛덩이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고 수만 개의 신기가 그 주위를 맴돌았는데 꼭 신하가 제왕을 모시는 것 같았다.
목진은 빛덩이 세 개를 바라보고는 심장이 콩닥거렸다. 그는 빛덩이들에서 절품 신기를 훨씬 뛰어넘는 강력한 파동을 읽었다.
일전에 그가 발견한 절품 신기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이건 분명 신기가 아닌 진정한 준 성물일 것이다!
그런 물건을 보자 목진은 진정이 되지 않았고 눈빛이 이글거렸다. 세 개의 빛덩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각각 도끼, 자, 거울이었다.
신기 홍류의 중심에 조용히 떠 있는 빛덩이 세 개가 발하는 빛은 강력하지는 않았지만 주위에 맴도는 다른 신기들과 비교하면 훨씬 눈부셨다.
한편, 세 개의 빛덩이에 들어있는 물건은 각각 도끼, 자, 거울이었다.
그중 청동색 도끼의 표면은 상처가 가득했는데 하늘을 가를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이 세상의 모든 색과 빛을 집어삼킬 것처럼 까맸다.
또 거울은 표면이 거친 것이 오래돼 보였고 평범한 거울처럼 보였는데 수수하고 신비로운 기운을 방출했다.
세 개의 물건은 전부 위력이 엄청나 보였는데 절품 신기보다 훨씬 강력한 파동을 내뿜었다. 이는 분명 준 성물일 것이다.
바로 목진이 원하던 물건이었다.
만약 목진이 세 물건 중 한 가지라도 얻을 수 있다면 전투력이 폭등해 김경천을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어느새 준 성물 세 개를 쳐다보던 목진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손만 뻗으면 바로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아무리 목진이라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목진은 앞으로 한 보 나아가며 영력으로 커다란 손을 만들어 준 성물들을 잡으려 했다. 그는 여기까지 왔으니 세 물건을 전부 차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슉!
영력 거수는 신기 홍류를 거뜬히 지나가 준 성물들 앞쪽에 나타나 그중 하나를 낚아채려 했는데 목진이 흠칫하고는 혀를 깨물며 영력 거수를 멈췄다.
목진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채 앞쪽을 바라봤다. 그는 비록 준 성물들이 탐 났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신히 욕심을 잠재웠다.
안정을 되찾은 그는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준 성물을 이토록 쉽게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다보수가 죽은 지 오래됐다고 해도 목진은 녀석이 아무런 방어 수단도 남기지 않았을 거라 여기지 않았다.
다보수는 보물을 내어주기 싫어하는 영수로 유명한데 죽었다고 아무나 가져가도록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또한, 목진은 이 구역에 들어서자 마음속에 욕심이 들끓었는데 이는 아마 본심이 아니라 다보수가 죽으면서 남긴 일종의 수단 때문에 생긴 현상일 것이다.
이에 목진은 조용히 서서 한참을 고민하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며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았다.
그는 더 이상 보물찾기에 집착하지 않고 철저히 마음을 가라앉혀 탐욕을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목진은 평온을 되찾았고 욕심도 깔끔하게 사라져 마음은 다시 고요한 호수가 되었다.
잠시 후, 목진은 다시 눈을 떴는데 두 눈은 아무런 파동도 없었고 마음도 완전히 안정을 되찾았다. 목진은 다시 주위를 살폈는데 전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눈에 보였다.
빛을 발하던 홍류는 허상처럼 점차 사라졌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러다 홍류가 완전히 사라지자 이곳 공간에 준 성물 세 개만 덩그러니 남았는데 목진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준 성물들은 한참 지나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눈부신 빛을 발하며 한데 모이더니 완벽히 융합되었다.
이러한 광경에 목진은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가 본 준 성물들은 허상이 아니었다. 다만, 그의 선택으로 다보수의 수단에 다시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목진은 다보수가 과연 어떤 보물을 숨겼을지 궁금했다.
세 개의 준 성물이 융합하며 빛을 발하더니 한참 후, 빛이 가시자 완전히 다른 물건이 나타났다.
이는 도끼, 자, 거울이 아닌 손바닥만 한 검은색 공처럼 생겼는데 자세히 보니 검은색 눈알 같았다. 내뿜는 신비로운 기운이 소름 끼칠 정도로 엄청났다.
슉.
목진은 자신을 향해 천천히 날아오는 검은색 눈알을 보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손을 내밀어 이를 잡았다.
목진이 차가운 눈알을 잡고 정혈 한 방울을 떨구자 이는 신속하게 스며들어 목진과 안구 사이를 연결했다.
잇따라 목진의 뇌리에는 검은색 안구에 관한 오래된 정보가 나타났다.
이에 목진은 눈을 감고 정보를 읽고는 다시 눈을 뜨고 물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물건의 이름은 멸생동으로 다보수가 자기 눈알을 재료로 만든 보물이었다. 진귀하고 강력한 천재지보를 수없이 때려 넣어 만든 다보수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약 녀석이 죽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멸생동을 성물로 만들었을 것이었다.
“그런 거였군.”
목진이 일전에 세 개의 준 성물을 얻으려 했다면 멸생동은 물론이고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기회는 한 번뿐이라 누구든 절품 신기를 발견하자마자 낚아챘다면 보물찾기는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목진은 끝까지 참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절품 신기를 얻자마자 이곳에서 쫓겨나 땅을 치며 후회했을 것이다.
“내가 세 개의 준 성물 중 한 가지라도 획득했더라면 멸생동은 영원히 보지 못했겠지?”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멸생동을 보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했다. 목진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 성물을 포기하고 마음을 다스리지 않았다면 절대 멸생동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보수는 참 교활한 녀석이군.”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목진의 운이 조금이라도 나빴다면 다보수한테 완전히 놀아났을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천운이 따르는 사람이었다.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수중의 멸생동을 바라봤다. 이 물건은 준 성물이긴 하지만 다른 준 성물보다 뛰어나 기회만 되면 진정한 성물로 거듭날 가능성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