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4화. 엄청난 수확
“멸생동은 이 세상의 모든 허상을 꿰뚫어 볼 수 있고 이것으로 멸생 신광을 쏘면 만물이 부서진다고…….”
목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다가 입을 쩍 벌리자 멸생동이 검은 점이 되어 체내에 스며들더니 미간에 흑광이 모였고 세로로 된 눈이 생겨났다.
목진이 세로로 된 눈을 서서히 뜨자 검은색 눈은 흑광을 발하며 주위를 살폈는데 목진의 눈앞의 광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방대한 다보호 전체가 눈앞에 훤히 보였다.
대신 다보호의 방어막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아 호수의 내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방대하기 그지없는 해골, 즉 다보수의 뼈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목진은 해골의 어딘가에서 구유, 한산 등을 발견하더니 바로 호수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움푹 파인 것으로 보니 과거 다보수가 추락해 형성된 것 같았다. 그 주위를 살피던 목진은 순간 흠칫 놀랐다.
만물을 꿰뚫어 보는 멸생동은 해골의 어느 부위에 눈길을 멈췄는데 그곳은 녀석의 머리처럼 보였다. 머리 아래쪽에는 백 장 정도의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목진은 빛이 전혀 들지 않은 까만 구멍에서 은은한 혈광이 느껴졌는데 다보수의 정혈 같았다.
“다보수의 정혈이 저기 들어있다니!”
목진은 멸생동으로 신비로운 구멍의 내부를 관찰하려 했는데 시선이 닿자마자 혈광이 폭발해 목진의 시선을 차단했다.
잇따라 목진이 한껏 정색하며 두 눈을 번쩍 뜨자 미간의 멸생동이 사라졌다.
“호수 밑에 있는 구멍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목진은 적잖게 놀랐다. 그는 신비로운 구멍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몰랐지만 다보수의 정혈이 전부 그곳에 빨려 들어간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목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재 그의 실력으로는 신비로운 동굴의 내부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만수묘는 괴이하기 그지없으니 특이한 장소가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보물을 얻었으니 이만 나가자.”
목진이 이리 중얼거리며 마음을 움직이자 어두운 공간은 빠르게 사라졌고 감응력도 신속하게 돌아왔다.
잇따라 백골에 앉아있던 목진이 눈을 번쩍 뜨고 미간을 만져보니 강력한 파동이 느껴졌다.
그건 확실히 멸생동이었다!
목진은 이내 화색이 되었다. 온갖 고생 끝에 그는 드디어 준 성물을 획득했다. 이 물건만 있으면 김경천을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그런데 성진진마탑과 비교하면 조금 뒤처지는군.”
목진은 조금 아쉬웠지만 성진진마탑은 진정한 성물이라 멸생동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 정상이었다. 더구나 목진은 진정한 성물을 얻으려고 호수에 뛰어든 것도 아니었다.
그는 아직 진정한 성물을 다룰 정도의 실력이 아니라 얻는다고 해도 그한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멸생동은 준 성물이긴 하지만 다보수가 가장 아끼던 보물이라 기회만 되면 진정한 성물로 거듭날 확률이 높았다. 그때가 되면 멸생동의 위력은 성진진마탑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잇따라 목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쓰윽 훑었는데 구유, 한산 등도 속속 눈을 떴다.
“어떤가?”
목진이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묻자 서마족의 세 강자는 쓸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는 절품 신기를 발견해 바로 수중에 넣었는데 호수가 우리를 그대로 내쫓더군.”
그들도 목진과 똑같은 상황에 처했지만 참을성이 없어 절품 신기를 획득하자마자 보물찾기가 끝났다.
목진은 끝까지 참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안 그럼 그도 절품 신기밖에 얻지 못해 땅을 치며 후회했을 것이다.
“아마 기회는 한 번뿐이라 일단 보물을 한 가지라도 획득하면 바로 쫓겨날 것이네.”
한산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그도 목진처럼 보물찾기의 규칙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이에 서마족의 세 강자는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그들은 자신이 한 선택을 후회했다.
“자넨 제법 좋은 물건을 획득한 모양이군.”
목진이 가볍게 웃으며 묻자 한산은 히쭉거리며 주먹을 쥐었는데 그의 손에서 흑광이 번쩍이더니 검은색 철곤이 나타났다. 표면에 오묘한 무늬가 가득 새겨진 철곤은 상당히 묵직해 보였고 위력도 엄청날 것 같았다.
목진도 검은색 철곤을 보더니 흠칫 놀랐다. 이는 준 성물은 아니지만 준 성물 못지않은 위력을 지닌 듯 보였다.
“이건 감천곤(撼天棍)으로 준 성물이 아니라서 엄청난 능력은 없네. 대신 상당히 무서운 힘이 깃들어 한 번 휘두르면 7급 지존은 바로 중상을 입을 것이네.”
한산이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천곤의 능력은 단순했지만 힘에 능한 서마족 천재인 그한테는 잘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감천곤은 한산의 손에서 준 성물 못지않은 위력을 낼 것이다.
“제법이군.”
목진은 이내 감탄했다. 순수한 힘에 영력까지 더하면 그 위력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칠 정도였다. 감천곤은 비록 준 성물의 놀라운 힘은 없지만 순수한 힘만으로도 준 성물에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잇따라 목진은 구유, 묵봉, 묵령한테 눈길을 돌렸다. 그는 그들도 좋은 물건을 획득했기를 바랐다.
이에 구유가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꺼냈는데 낯익은 물건이었다.
“이 물건은…….”
목진은 적잖게 놀랐다. 이는 목진이 발견한 세 개의 준 성물 중 한 가지로 그는 포기했지만 구유가 그중 하나를 획득했다.
“날 한 번만 때려봐.”
구유가 검은색 자를 꼭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에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이 깃든 권영이 구유에게 향했다. 그런데 구유가 검은색 자를 가볍게 휘두르자 흑광이 휘몰아쳐 목진의 공격에 깃든 영력 절반 이상이 없어졌고 발하는 빛도 확 줄어들어 구유의 영력 방어막마저 뚫지 못했다.
목진은 비록 전력을 다해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7급 지존을 다치게 할 정도는 되는 위력이었다. 그런데 검은색 자 때문에 공격의 위력이 확 줄어들었다.
“이 물건은 암흑신척(黑暗神尺)으로 어둠의 신광이 깃들어 영력을 집어삼킬 수 있어. 상대방이 어떤 영력 공격을 하든 그 속에 깃든 힘을 대부분 집어삼킬 수 있고 내가 이를 잘만 다루면 아무도 더는 나를 해칠 수 없을 거야.”
구유의 말에 목진은 몰래 혀를 내둘렀다. 검은색 자는 역시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이 물건만 있으면 상대방의 공격이 얼마나 강력하든 위력이 확 줄어들어 대결에서 승산이 훨씬 커질 것이다.
김경천은 이제 더는 구유의 상대가 아니었다.
준 성물은 역시 대단했다.
그러나 목진은 이를 포기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멸생동은 암흑신척보다 뛰어난 물건이었고 다보수가 가장 아끼던 보물이라 진정한 성물로 거듭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잇따라 묵봉과 묵령도 획득한 보물을 꺼냈는데 각각 장창과 방울이었다.
암금색을 띤 장창은 수수하게 생겼고 창끝도 예리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내뿜는 한기에 다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또 묵령 수중의 선홍빛을 띤 방울에서는 화해가 요동치는 것 같았다. 일단 방울이 울리면 화해가 휘몰아쳐 주위가 순간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두 사람이 획득한 물건은 구유의 암흑신척보다는 못했지만 진정한 준 성물이라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였다. 무뚝뚝하기만 하던 묵봉마저 얼굴에 미소가 걸렸으니 말이다.
다들 이번 다보수의 보물찾기의 결과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너는 어때?”
구유가 흥미진진하여 물었다. 다들 다보수의 보물은 하나밖에 얻을 수 없다는 걸 잘 알았지만 구유는 목진이 절대 빈손으로 돌아왔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에 다들 목진한테 고개를 돌렸다.
그때 미소를 짓던 목진의 미간에 흑광이 번쩍이더니 멸생동이 서서히 나타났는데 갑자기 소름이 쫙 끼쳤다. 흑광에서 세상 만물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흑광은 바로 사라졌지만 신비로운 기운에 다들 적잖게 놀랐다.
“다보수가 가장 아끼던 보물은 목진 자네가 차지한 것 같군.”
한산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는 목진이 획득한 보물이 멸생동이란 것은 몰랐지만 그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아는 듯했다. 멸생동이 공격을 개시하면 한산은 죽지는 않아도 바로 중상을 입을 것이다.
한산의 말에 목진은 그저 웃기만 했다. 그는 아무도 모르는 수단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보수의 보물을 얻었으니 이제 불사조를 찾아 나설 건가?”
한산이 목진, 구유를 바라보며 물었다. 목진 등은 다보수보다 불사조를 찾으러 만수묘에 왔기 때문이었다.
“난 일단 여기서 6급 지존경 정상에 이를 때까지 수련하려고 하네.”
목진이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다보호는 만수묘에서 보기 드문 수련지였다. 이곳에는 수령과 사망의 기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영력이 그윽해 수련에 적합했다.
또한, 만수묘에서 불사조를 찾으려면 엄청난 위험이 뒤따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더구나 목진은 멸생동을 획득해 만수묘를 훑어보며 불사조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었다.
이에 구유와 묵봉은 서로 마주 보더니 동의하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도 함께하겠네. 우리가 있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
한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일전에 목진이 서마족한테 큰 힘이 되어주었는데 보물을 얻자마자 떠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만수묘의 깊숙한 곳을 살폈다. 그는 만수묘에 불사조에 관한 정보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만, 그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곳에서보다 훨씬 험난한 상황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목진은 최대한 빨리 실력을 6급 지존경 정상까지 끌어올려야 했고 여력이 되면 경지를 돌파해야 했다.
그러다 목진이 정말 7급 지존이 되면 8급 지존마저 정면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 * *
누군가 영롱하고 큰 호수에 조용히 앉아있었는데 호숫물이 요동쳐도 끄떡없었다.
그는 바로 다보호에서 수련하고 있는 목진이었다. 이곳은 영력이 충만할 뿐만 아니라 만수묘의 사망의 기운이 전혀 깃들지 않은 곳이라 수련하기에 아주 적합했다.
구유, 묵봉 등도 주위에서 수련 중이었다. 그들은 준 성물을 획득해 그것을 잘 다루기 위해 영력으로 길들이고 있었다. 준 성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여 다들 목진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때 목진이 눈을 번쩍 뜨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옥병을 꺼낸 뒤, 손가락을 튕기자 홍류가 휘몰아쳐 그가 있는 곳의 영력이 폭등했다. 순간, 목진의 주위에 영력 안개가 나타났다.
그 홍류는 바로 지존영액이었다.
지존급 강자의 수련은 지존영액과 갈라놓을 수 없는데 지존영액은 지존급 강자의 필수품이라 이 물건이 충분해야 적은 시간에 더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한편, 목진 주위를 맴도는 지존영액의 수량은 적어도 백만 방울은 되는 것 같았는데 목진이 다시 눈을 감고 입을 벌리자 지존영액은 길쭉한 용처럼 부단히 빨려 들어갔다.
잇따라 목진의 몸 표면에 눈부신 영광이 발하자 그는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지존영액을 제련하고 지존해에 주입해 영력 수련을 계속했다.
이렇게 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